외교분야에 정통한 영국 출신 언론인이 집필한 지정학(Geopolitics) 입문서입니다.
총 10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고, 마지막 결론이 이어서 나옵니다. 깊이는 없지만 지정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독자들이 일독할만한 책입니다.
이 책의 번역본이 왜 베스트셀러에 올랐는지 이유는 알겠네요.
정치가 사회를 이끄는 리더들과 정치가들의 의사결정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 결정은 지리적 환경에 결정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물리적 환경( Physical Geography)의 한계를 벗어날 수가 없다는 점을 이 책은 강조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에 대해 관심이 있는 현재, 이책을 읽지 않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책에 언급한 지역 중 러시아, 중국, 미국, 한국과 일본, 그리고 북극지역이 특히 흥미롭고 가치있는 분석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역사는 얼지 않는 부동항을 얻기위해 노력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유럽 평원지역에서 기원한 이 슬라브 민족의 나라는 북해에서 에게해를 통해 대서양으로 진출하려 했지만 불발되었고 이 와중에 크림반도를 두고 서유럽 그리고 오스만투르크 세력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크림전쟁,1853-1856). 러시아는 이후 북해의 관할권을 두고 터키와도 전쟁을 벌였고, 제1차세계대전(1914-1918)에도 유럽의 동부전선에서 터키와 전쟁을 벌였습니다. 우랄산맥 서쪽 지역에서 부동항 확보가 어렵게 되자 이후 러시아는 부동항을 얻기 위해 청나라와 조선에 접근합니다. 러시아가 연해주 지역을 장악하고 시베리아 철도를 완성한 것도 모두 부동항 확보의 일환입니다.
일본과도 연해주와 만주지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러일전쟁(1904-1905)을 벌였지만 한반도를 통한 부동항 확보에 실패하고 그 결과로 러시아의 영향력을 밀어낸 후 일본은 조선을 식민화하게 됩니다.
러시아는 동해와 쓰시마해협을 통해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교역루트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19세기 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영국이 거문도를 일시 점령하면서 러시아의 남하를 막습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한국 근현대사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열강입니다.
중국이 아프리카와 파키스탄 등 친미적이지 않은 국가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세계의 초강대국 자리를 노리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경제발전에 매진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의 최대 교역 파트너이며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미국과 대만문제로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에 철도를 건설하고 나일강에 댐을 건설하는 등 영향력을 겅화하고 있습니다. 세계교역의 핵심 교통로인 말라카 해협과 파나마 운하가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자 경제발전에 중요한 자원 수입을 위해 아프리카 남미의 나라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에 도로를 연결하고 항구를 조차해 말라카 해협을 우회할 구상을 하고 있고 파나마운하를 대신할 니카라과 대운하를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외교파트너로 이미 한국의 교역에서 중국은 최고의 위상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전쟁 당시 전쟁 휴전을 위해 38도선을 긋고 한국을 분단시킨 것도 결국 당시 공산주의 세력이던 중국과 러시아를 한반도를 기점으로 봉쇄(containment)하기 위해서였고, 제2차세계대전의 전범국이던 일본에 재무장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처럼 태도를 바꾼 것도 결국 일본을 방패삼아 태평양에서의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저지가 발칸반도, 중동지역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런던에 거주하다보니 사실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상입니다.
최고의 동맹국으로 알려진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서진을 계속하면서 프랑스에게서 루이지애나를 포함한 미시시피강 유역을 구입하고, 멕시코와 전쟁을 해서 캘리포니아,아리조나, 뉴멕시코 지역을 빼앗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진을 계속해 하와이 왕국을 미국으로 통합시키고, 괌과 필리핀까지 식민화하면서 중국해안지역까지 영향력을 확장합니다. 19세기 초부터 산업화관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들여와 목화농장(cotton plantation)을 기반으로 면화를 영국 등지에 공급했으며 태평양으로 진출해 포경업을 시작해 러시아 연안인 오오츠크, 배링해 그리고 일본과 조선사이의 동해 근해까지 진출합니다. 그리고 중국에 모피를 교역하기 위해 수달과 바다표범 등을 남획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이들 상업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태평양상의 조그만 군도들을 식민화하고 교역로 확보를 위해 필리핀을 식민화한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전쟁 당시 미국은 자신들이 19세기 이후 100년 이상 누려온 태평양에서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해양으로 진출하려던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잘 알지 못하고 알아야 할 이유가 없던 조선의 사정에 관심이 있을 턱이 없었습니다.
한국은 1945년 해방 당시 일본에 속해 있었고 미국이 일본을 점령( occupation)하고 통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남쪽을 점령하고 군정을 실시한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이런 점령통치를 하기 전 이미 하와이와 괌 쿠바 필리핀 등을 점령통치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1910년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전에 이미 청일전쟁 이후 대만(1895)을 식민화했고, 현재 홋카이도 지역인 에조치의 경우 도쿠가와 막부시절부터 이미 식민화가 되었습니다.
이미 2번의 식민통치 경험을 가지고 조선을 식민화켰고, 이후 중국을 본격 공략하게 된 것입니다. 제1차세계대전의 승전국 중 하나였던 일본은 패전국이었던 산동의 청도지역을 지배하던 독일세력을 몰아내고 본격 대륙침략을 위해 만주국을 세웁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혁명(1917)이후 지속된 러시아 적군과 백군과의 내전에 참여해 시베리아 출병을 합니다. 러시아 백군을 지지하기 위해 시베리아에 출병한 제1차대전동맹국은 일본 뿐 아니라 미국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역사적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북극지역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와 얼음이 녹아 생길 수 있는 저지대 침수와 기후변화 등 부정적 영향에만 집중하던 이전의 시각과 다르게 이 책은 북극에 얼음이 녹아 생기는 각국의 국익다툼과 경제적 효과에 집중합니다.
우선 얼음이 녹아 중국과 북미를 잇는 북극항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과 아직 극한의 환경으로 탐사를 못해 개발되지 못한 자원에 대해 이미 거대 에너지 기업들이 상업적 이용을 위한 탐사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미 냉전시대부터 북극지역에 도시를 가지고 있던 러시아가 이지역의 이익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고 있고 북극지역에 영토가 있는 캐나다와 덴마크(그린란드)가 이 지역의 주권과 이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주시해야 합니다. 특이하게도 미국은 북극지역의 이권에 대해서는 러시아만큼 적극적이지 않고 무관심합니다.
물론 이책이 2015년 저술되었으니 현재도 그와 같은 입장인지는 확인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역사적 사실과 자연지리적 환경요인 그리고 정치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 사실 어느정도 기반지식이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읽으면 늘 대하는 것 중 하나가 지도이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원인과 과정을 추적하다보면 국가가 처한 정치적 상황과 그에 대응해야만 하는 통치자를 비롯한 정치가들이 보입니다.
외교정책, 경제정책 등 국가 정책이 결국 정치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이 와중에 국가간 충돌이 일어나고 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공식적 의사결정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정치를 알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치와 지리환경을 동시에 고찰하는 지정학이란 새로운 학문영역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