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soners of Geography: Ten Maps That Explain Everything about the World (Paperback) - '지리의 힘' 원서
Tim Marshall / Scribner Book Company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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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분야에 정통한 영국 출신 언론인이 집필한 지정학(Geopolitics) 입문서입니다.

총 10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고, 마지막 결론이 이어서 나옵니다. 깊이는 없지만 지정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독자들이 일독할만한 책입니다.

이 책의 번역본이 왜 베스트셀러에 올랐는지 이유는 알겠네요.

정치가 사회를 이끄는 리더들과 정치가들의 의사결정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 결정은 지리적 환경에 결정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물리적 환경( Physical Geography)의 한계를 벗어날 수가 없다는 점을 이 책은 강조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에 대해 관심이 있는 현재, 이책을 읽지 않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책에 언급한 지역 중 러시아, 중국, 미국, 한국과 일본, 그리고 북극지역이 특히 흥미롭고 가치있는 분석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역사는 얼지 않는 부동항을 얻기위해 노력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유럽 평원지역에서 기원한 이 슬라브 민족의 나라는 북해에서 에게해를 통해 대서양으로 진출하려 했지만 불발되었고 이 와중에 크림반도를 두고 서유럽 그리고 오스만투르크 세력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크림전쟁,1853-1856). 러시아는 이후 북해의 관할권을 두고 터키와도 전쟁을 벌였고, 제1차세계대전(1914-1918)에도 유럽의 동부전선에서 터키와 전쟁을 벌였습니다. 우랄산맥 서쪽 지역에서 부동항 확보가 어렵게 되자 이후 러시아는 부동항을 얻기 위해 청나라와 조선에 접근합니다. 러시아가 연해주 지역을 장악하고 시베리아 철도를 완성한 것도 모두 부동항 확보의 일환입니다.

일본과도 연해주와 만주지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러일전쟁(1904-1905)을 벌였지만 한반도를 통한 부동항 확보에 실패하고 그 결과로 러시아의 영향력을 밀어낸 후 일본은 조선을 식민화하게 됩니다.

러시아는 동해와 쓰시마해협을 통해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교역루트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19세기 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영국이 거문도를 일시 점령하면서 러시아의 남하를 막습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한국 근현대사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열강입니다.

중국이 아프리카와 파키스탄 등 친미적이지 않은 국가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세계의 초강대국 자리를 노리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경제발전에 매진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의 최대 교역 파트너이며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미국과 대만문제로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에 철도를 건설하고 나일강에 댐을 건설하는 등 영향력을 겅화하고 있습니다. 세계교역의 핵심 교통로인 말라카 해협과 파나마 운하가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자 경제발전에 중요한 자원 수입을 위해 아프리카 남미의 나라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에 도로를 연결하고 항구를 조차해 말라카 해협을 우회할 구상을 하고 있고 파나마운하를 대신할 니카라과 대운하를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외교파트너로 이미 한국의 교역에서 중국은 최고의 위상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전쟁 당시 전쟁 휴전을 위해 38도선을 긋고 한국을 분단시킨 것도 결국 당시 공산주의 세력이던 중국과 러시아를 한반도를 기점으로 봉쇄(containment)하기 위해서였고, 제2차세계대전의 전범국이던 일본에 재무장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처럼 태도를 바꾼 것도 결국 일본을 방패삼아 태평양에서의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저지가 발칸반도, 중동지역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런던에 거주하다보니 사실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상입니다.

최고의 동맹국으로 알려진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서진을 계속하면서 프랑스에게서 루이지애나를 포함한 미시시피강 유역을 구입하고, 멕시코와 전쟁을 해서 캘리포니아,아리조나, 뉴멕시코 지역을 빼앗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진을 계속해 하와이 왕국을 미국으로 통합시키고, 괌과 필리핀까지 식민화하면서 중국해안지역까지 영향력을 확장합니다. 19세기 초부터 산업화관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들여와 목화농장(cotton plantation)을 기반으로 면화를 영국 등지에 공급했으며 태평양으로 진출해 포경업을 시작해 러시아 연안인 오오츠크, 배링해 그리고 일본과 조선사이의 동해 근해까지 진출합니다. 그리고 중국에 모피를 교역하기 위해 수달과 바다표범 등을 남획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이들 상업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태평양상의 조그만 군도들을 식민화하고 교역로 확보를 위해 필리핀을 식민화한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전쟁 당시 미국은 자신들이 19세기 이후 100년 이상 누려온 태평양에서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해양으로 진출하려던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잘 알지 못하고 알아야 할 이유가 없던 조선의 사정에 관심이 있을 턱이 없었습니다.

한국은 1945년 해방 당시 일본에 속해 있었고 미국이 일본을 점령( occupation)하고 통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남쪽을 점령하고 군정을 실시한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이런 점령통치를 하기 전 이미 하와이와 괌 쿠바 필리핀 등을 점령통치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1910년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전에 이미 청일전쟁 이후 대만(1895)을 식민화했고, 현재 홋카이도 지역인 에조치의 경우 도쿠가와 막부시절부터 이미 식민화가 되었습니다.
이미 2번의 식민통치 경험을 가지고 조선을 식민화켰고, 이후 중국을 본격 공략하게 된 것입니다. 제1차세계대전의 승전국 중 하나였던 일본은 패전국이었던 산동의 청도지역을 지배하던 독일세력을 몰아내고 본격 대륙침략을 위해 만주국을 세웁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혁명(1917)이후 지속된 러시아 적군과 백군과의 내전에 참여해 시베리아 출병을 합니다. 러시아 백군을 지지하기 위해 시베리아에 출병한 제1차대전동맹국은 일본 뿐 아니라 미국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역사적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북극지역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와 얼음이 녹아 생길 수 있는 저지대 침수와 기후변화 등 부정적 영향에만 집중하던 이전의 시각과 다르게 이 책은 북극에 얼음이 녹아 생기는 각국의 국익다툼과 경제적 효과에 집중합니다.

우선 얼음이 녹아 중국과 북미를 잇는 북극항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과 아직 극한의 환경으로 탐사를 못해 개발되지 못한 자원에 대해 이미 거대 에너지 기업들이 상업적 이용을 위한 탐사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미 냉전시대부터 북극지역에 도시를 가지고 있던 러시아가 이지역의 이익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고 있고 북극지역에 영토가 있는 캐나다와 덴마크(그린란드)가 이 지역의 주권과 이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주시해야 합니다. 특이하게도 미국은 북극지역의 이권에 대해서는 러시아만큼 적극적이지 않고 무관심합니다.

물론 이책이 2015년 저술되었으니 현재도 그와 같은 입장인지는 확인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역사적 사실과 자연지리적 환경요인 그리고 정치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 사실 어느정도 기반지식이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읽으면 늘 대하는 것 중 하나가 지도이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원인과 과정을 추적하다보면 국가가 처한 정치적 상황과 그에 대응해야만 하는 통치자를 비롯한 정치가들이 보입니다.

외교정책, 경제정책 등 국가 정책이 결국 정치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이 와중에 국가간 충돌이 일어나고 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공식적 의사결정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정치를 알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치와 지리환경을 동시에 고찰하는 지정학이란 새로운 학문영역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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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후 한국의 주거문화에 대한 책입니다. 360여 페이지의 적당한 두께의 책으로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실에서 일했던 서울시립대학교 박철수 교수가 입수한 주택공사 내부 자료의 인용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삶의 공간이 해방 이후 특히 박정희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후 소위 ‘고도성장’또는 ‘압축성장’을 추구하면서 어떤 ‘무리’를 가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인들이 얼마나 ‘무식하게’ 주거정책을 펴오고 그 결과 한국이 얼마나 천변일률적이고 무관심한 사회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이책에 나온 내용 중 강남개발과 강남의 도시성에 대한 내용은 전에 리뷰했던 책에 나온 내용이라 별도 언급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한종수 강희용님의 강남의 탄생(미지북스,2016)

박해천님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자음과 모음,2011)

을 참조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내용은 오히려 만주국 장교 출신인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했던 소위 ‘근대화 작전’의 뿌리가 일제강점기와 만주국에 있다는 사실에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개발계획과 한국의 압축근대화에 관련된 역사를 읽으면 1960-1970년대 당시 일제에 의해 교육받은 엘리트들이 얼마나 별고민 없이 일제가 시행했던 정책을 가져다 썼는지 보여줍니다.
일제가 당시 경성에 시행하려 했던 ‘조선시가지 계획령 ‘을 해방이후 그대로 가져와 서울의 도심 정비에 사용하고 일제가 경성의 하층민인 토막민들을 ‘미관’을 이유로 경성 밖으로 몰아낸 것처럼 군사정부도 청계천의 하층 빈민들을 광주대단지로 강제로 몰아냈습니다.


얼마전 일제 강점기에 교육받은 학자들이 일본 자료만을 인용하는 지극히 ‘나태한’학문태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1960년대 5.16 군사정변의 주역들은 군인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1960년대 초 근대화를 위해 ‘국토 개발’을 한다며 국토개발단을 모집하고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을 ‘군인’취급하고 예비역 군인들을 고용해 ‘어용군대’처럼 운영하는 황당한 일을 저지릅니다. 군사정권이 사실상 합법적으로 ‘강제노동’을 시킨 이 헤프닝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아 1년이 지나 중단됩니다. 이는 사실상 일본제국주의가 1930년대 말 총력전 시기 국민을 강제동원한 ‘근로보국단’의 판박이로 일본군 출신 쿠데타 세력은 결국 자신이 아는 걸 다시 써먹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제의 영향이 한국전쟁을 거쳐 1960년대에 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두번째로 언급하고 싶은 건 한국 지도자들의 끊임없는 서양에 대한 ‘열등감’과 ‘비민주적 ‘통치 스타일입니다.

미군정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지나 서울을 재건할 때 대통령 이승만은 미국을 비롯한 서양 세력들에게 서울의 치부가 보이는 걸 싫어했고 이를 가리기 위해 고층 상가주택을 서울의 관문에 짓기를 원했고, 또 (쓸데없이) 빨리 짓기를 원해 외국의 설계를 의뢰했고 육군 공병대에게 공사를 맡겼습니다. 본인을 왕으로 알고 영구집권를 꿈꾸던 구한말 이래의 노 정치인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이 대통령은 정작 그 상가주택에 살 국민들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습니다. 이상하죠.
그리고 그 프로젝트가 본인의 입맛에 맞는지만 고려하니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아니라 전제적 왕권국가의 독재자 노릇을 한 것에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독재자인데 서양 열강에 ‘콤플렉스’를 가진 독재자입니다.

그 후대의 박정희 대통령도 이승만 대통령과 거의 차이를 보이지 못합니다.

그는 경제개발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계획을 새운 것이 아니고 군사정변을 통해 무너뜨린 장면 정권의 경제개발계획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장면정권의 경제개발계획은 장준하로 대표되는 ‘사상계’ 계통의 지식인들이 입안한 것으로 이들은 거의 대부분 서울 다음으로 경제가 발달했고 조선시대 이래 중국과의 무역을 독점해왔던 평안도 출신들이 주축이었습니다.
1950년대 활약한 서북지역 (평안도 지역) 출신 지식인들에 관해서는
김건우 교수의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느티나무 책방,2017)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반공을 기치로 내건 한국 우익의 본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극우로 치달리고 있는 한국의 기독교 본류가 평안도와 함경도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1945년 이후 마지막 학병세대의 관점에서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세운 계획의 실행은 박정희 군사정부에서 하게되고 전쟁에서 전투하듯 어주 급하게 진행됩니다. 도시와 농촌과의 균형발전보다 도시 중심의 불균등 발전 전략을 택해 개발 초기부터 농촌인구의 이촌향도 현상이 나타나고 서울로의 인구집중으로 주택난이 심화됩니다.

군사정권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단지 ‘빠르다’는 이유로 일률적인 아파트 공급에 올인을 하게 되고 체제 경쟁중인 북한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강 이남의 경기도 광주 지역을 개발하게 됩니다.

한국의 부동산 불패의 시작이 군사정권과 건설업자의 결탁으로 이루어집니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의 주택정책이 전제적 왕권주의자인 이승만 대통령 당시만 해도 국민들의 복지와 후생을 증진시키는 한방법으로 고려되어 ‘사회정책’으로 다루어지고 자금의 보건복지부가 담당이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1950년 당시만 해도 한국정부는 국민들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었고, 일제 당시의 조선주택영단을 계승한 대한주택영단이 실제 주택 건설의 일선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국가의 기반이 불안정한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현재 싱가포르나 유럽의 주택 정책과 유사한 정책방향을 가졌었다는 점을 보면서 건국 초기 지식인들이 그래도 나라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정책이던 주택정책이 사적 경제의 영역으로 넘어와 주택이 건설회사의 돈벌이 수단이 된 때는 1960년대 5.16 군사정변 이후 박정희 대통령 때입니다.

현역 육군 장교 출신이던 장동운이 대한주택공사 총재로 취임하면서 서민주택 공급애서 중산층 주택 공급으로 방향을 바꾸고 단지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주택을 아파트로만 공급하기 시작합니다.

이 군인 출신인사는 최초의 중산층 타겟 아파트인 동부이촌동 한강매션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한국 최초로 ‘선분양제 ’를 도입해 상품을 보지도 못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주택건설업계의 희안한 거래관행을 만들었고 주택에 민간자본이 들어가게 되는 길을 열어놓아 결국 부자와 빈자가 결정적으로 다른 삶을 살게되는 길을 열었습니다.

양극화의 씨앗이 군인에 의해 뿌려진 것입니다.

이후 건설회사는 한강을 매립한 부지에 선분양 대금으로 저금부담없이 아파트를 지어 팔고 국민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아파트에서만 살게 됩니다. 군인들처럼 똑같은 공간에서 살게 된 겁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남의 돈으로 장사를 해오던 주택건설업계는 자신들이 망한다는 이유로 당시까지 강제되었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게 되고 이는 관철됩니다 . 이후 2000년대 초반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폭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한국의 주택정책은 건국이후 군사정권에 의해 퇴행적인 방향으로 나아갔고 초기 강남으로 이주했던 중산층은 이후 군사정권의 지지자가 되고 이들이 지금 상당수 한국 보수 극우 진영의 거대한 기반이 됩니다.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2021년 현재 부동산 폭등의 기원은 결국 1960년대부터 시작된 주택공사의 공적 책임 방기와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LH 직원의 농지투기도 LH의 전신인 주택공사가 공적인 역할을 오랫동안 해오지 못했고, 건설부 관료들이 대단히 건설회사에 우호적인 현 상황을 감안하면 오랫동안 물밑에서 이루어졌던 잘못된 관행이 수면 위에 떠오른 것으로 추정합니다.

주거나 공간에 대한 다른 논의를 찿기가 무척 어렵고 주택에 대한 논의가 모두 부동산 시장과 시세로만 연결되는 현 세태가 결국 성급한 군인들의 ‘서양 따라잡기’에 있다는 사실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건 무척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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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는 중국의 마지막 왕조국가로 여진족(女眞族)출신의 누르하치(努爾哈赤)가 17세기 초 만주지역에서 세운 국가입니다.

한국사람들에게는 누르하치의 아들 홍타이지(皇太極)가 조선을 침략했던 1637년의 병자호란과 남한산성에서의 공성전( 攻城戰)그리고 삼전도에서의 항복이 우선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근래 청나라에 대한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매체는 영화입니다. 횡동혁 감독의 2017년 작 ‘남한산성’은 추위에 한강을 넘어 남한산성에 도착한 조선조정이 어떻게 청에 대항하고 싸우다가 항복하게 되었는지 산성 속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감상헌의 대립을 통해 보여줍니다.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하던 조선의 사대부들은 자신들의 임금이 만주출신 오랑캐인 홍타이지에게 항복의 예를 올리는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후대에서는 사대부의 나라 조선이 오랑캐에게 패한 치욕 (恥辱) 만 강조할 뿐 선조이래 발생한 조선의 붕당정치가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치열한 반성을 보기는어렵습니다.

아마 전문적 영역이라 일반대중이 꺼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지만 정조이후 19세기 조선사를 돌이켜보면 양반들의 안이하고 무신경한 국토방비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명나라가 망했는데도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무시하고 명나라에 사대하는 노론사대부들의 정신세계는 이해불가입니다. 책이나 읽으면서 마음따위나 논쟁하면서 삶의 기반인 경제와 군사를 무시하다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도 양반들이 정신을 못차린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런 몰상식하고 구태의연한 생각이 결국 조선의 멸망에 이르는 한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말로만 북벌을 외치던 이들의 주장 자체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구한말 조선이 어려움에 처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제대로된 신식군대가 없었다는 것이고 실학파와 후의 개화세력 모두 이를 보완하려고 했고 남은 수단은 결국결국 러시아와 일본에 군대를 의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사대부들이 고고한지 몰라도 조선 멸망의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튼 21세기가 시작된지 한참 지난 지금도 별로 유익하지 않은 소중화사상에서 아직 별로 벗어난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역사적 관계를 되짚어 볼 때 중국이 한국을 속방(屬邦) 으로 생각하여왔고, 동쪽의 오랑캐라는 의미의 동이(東夷)라는 명칭으로 불러왔다는 사실은 사실 언급하기 새삼스럽습니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의 여러민족 중 명나라를 세웠던 한족(漢族)들의 생각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만큼은 이제 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안 사실로 철저히 만주족( 여진족)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대청제국의 정치구조가 한족의 영향으로 중국화되기 시작된 것은 19세기 들어서 청나라 내부의 여러 민족들의 반란과 태평천국의 난, 그리고 의화단 전쟁같은 우환을 겪고 19세기 중반 영국과 아편전쟁을 하고 불평등조약을 맺기 시작하고 러시아와의 국경분쟁으로 연해주 땅을 잃는 등 외부로부터 위험이 가중되며 기존의 정치체제가 변화하고 한인들을 중용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종시기 조선에 주재하며 한국을 중국의 종속국으로 생각하고 실효적 지배를 밀어부쳤던 북양대신 이홍장 (李鴻章)은 19세기 혼란기가 아니었으면 중용되지 못할 한족(漢族 ) 출신 고위관료였습이다. 그는 철저한 화이사상 (華夷思想)을 가지고 조선을 하대하였습니다.

18세기까지 청나라는 만주족과 몽골족 중심의 나라로 한족은 철저히 권력중심애서 배제된 나라였습니다.
또한 청나라는 다민족 다언어 국가로 모든 공문서에 만주어와 몽골어와 한문이 병기되었고 한족출신 관료들은 철저히 과거 명나라의 통치지역에서의 권한행사만이 허용되었습니다.

심지어 조선과의 외교를 위한 칙사파견도 철저히 만주족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이 규칙이 깨져 한족출신 칙사가 조선에 온것도 19세기 이후입니다.

청나라는 자신들이 기마유목민의 후예라는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나라였고 또한 몽골제국의 후예로 그들의 뒤를 잇는다는 자긍심이 대단한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사실은 청나라가 사실상 옛 몽골제국 황실의 공인을 받아 나라의 정통성을 인정받은 기마민족의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무예와 말타기는 따라서 학문보다 더 큰 정체성을 이루는 근간이었습니다.

당나라와 함께 중국대륙을 200년 이상 통치한 청나라는 제국으로서 만주뿐만 아니라 내몽골과 외몽골, 위구르 이슬람, 티벳지역까지 그 영토가 확장된 대제국이었습니다.

특히 티벳과 신장지역의 위구르 이슬람 지역은 직할통치보다 자신들의 지역에 맞는 통치를 하기 위해 자치권을 주었습니다. 이슬람 문화도 티벳 불교 문화도 모두 편견없이 받아들인 겁니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청나라의 준가르 초원 정복은 청나라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상징하는 것으로 너무 간략하게 서술된 것이 아쉽습니다.

미국의 중국학자 퍼듀라는 분이 이 청나라의 준가르 원정에 대한 연구서 (China Marches West,Harvard,2005) 를 썼습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볼 생각인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서구의 지역연구의 폭과 깊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청나라의 전성기인 옹정제, 강희제 연간에 이루어진 정복으로 이를 위해 청나라는 러시아와 네르친스크 조약 카흐타 조약을 채결해 러시아와의 국경분쟁을 마무리 지어야 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청의 대 러시아 외교는 ‘몽골문제’의 일부로 파악해 한족 출신 관료들이 철저하게 배제되었고 이 두 조약의 언어도 만주어 몽골어 러시아어 라틴어에 한정되었으며 이 조약의 중재를 위해 당시 중국에 와 있던 예수회 선교사들이 참여하였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청과 러시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러시아의 동진이 자명한 가운데 여러 분쟁이 있었겠지만 이에 대한 내용은 한국독자들애게 거의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크게 다가옵니다.

저자께서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책은 청나라의 정치에 관련된 책이고 청나라의 이원적 통치구조에 대해 서술해 개론서를 기대한 독자에게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론서 수준의 책만 여러권 나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의미한 시간 낭비라고도 생각합니다.

300쪽 내외의 책에서 상당히 밀도있게 청나라의 정치 작동방식을 설명했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청나라를 연구하면서 만주어로 된 사료를 인용한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고 느껴졌습니다.

최근 나온 중앙아시아나 유목민족 관련 서술들에 이들의 문자로 이루어진 사료를 직접 해독해서 연구한 책들이 나오고 있는 건 고무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뿐 아니라 기타 언어라고 취급받았던 언어들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일제시대 교육을 받아 일본어가 능통한 학자분들이 일본어 자료에만 의존하는 관행은 그 자체로 매우 나태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누르하치와 홍타이지에 관한 예전에 읽었던 책을 소개합니다.

누르하치( 돌베게2015)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산수야,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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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국가 중심의 역사가 아닌 해양사의 관점, 국가의 변방에 위치한 도서 (島嶼) 입장에서 역사와 주민의 삶을 바라 본 연구서입니다.

오가사와라제도라는 이름을 이 책에서 처음 보았는데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입니다.

이전에 주강현 교수님이 쓴 일본 오키제도 (隠岐諸島)와 독도와의 관계에 대한 책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독도 강치 멸종사, 서해문집,2016) , 이 책은 오키제도 이외 잘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부속도서에 대한 또다른 연구서입니다.

이무래도 주권국가 단위의 국가사나 지배계급 위주의 정치사나 왕조사에 익숙한 독자에게 이 책의 서술방식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오가사와라 제도라는 북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외딴섬에 사는 사람들이 근대 대항해 시기와 포경선 수렵 밀렵선의 시기를 지나 세계대전과 일본의 대륙 및 해양 침탈 정책시기를 거치며 어떻게 삶을 헤쳐왔는지가 주된 관심사입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첫째 시기는 16세기에서 21세기 현재까지를 망라합니다.

둘째, 16세기 범선이 주도한 대항해 시기와 해적들이 창궐하던 시기를 거쳐 19세기 이후 일본 근대국가 성립과 미국의 포경선과 수렵 밀렵선들이 태평양으로 밀려들던 시기를 지나 재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이후 미국의 군사력이 태평양을 압도하는 시기까지 커버합니다.

셋째, 17-19세기 선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폭압적 지휘체계로 인해 도서 지역의 해방구로 탈출한 이들이 많았고 이들이 정착했던 섬 중 하나가 오가사와라라는 점입니다. 일종의 치외법권지대로 국가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해서 상대적 자유를 누렸던 지역이었습니다.

넷째, 아시아 지역 뿐 아니라 대항해 시대부터 유럽출신을 비롯한 다양한 이들이 도서에 몰려 살면서 포경선이나 수렵선들에 물품을 팔고 농사를 지으면서 사는 다민족 다이아스포라(Diaspora)를 형성했던 곳입니다.

북태평양의 고래잡이, 특히 미국의 포경산업과 극동 러시아와 알래스카에 이르는 지역에서 행해진 물개 수달 등의 모피무역에 대해서는 별도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미국이 콜롬비아 강을 탐험하고 멕시코와 전쟁을 해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를 빼앗은 이후에도 자신들의 서부개척은 미국 서부가 끝이 아니라며 이후 하와이와 필리핀을 복속하며태평양으로 진출하고 고래잡이와 수렵을 해서 중국과 교역을 합니다. 이와 같은 미국의 태평양 진출은 초기 미국의 산업 자본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 이런 영향력 확장이 제국주의는 아니라고 홀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도쿠카와 막부 시절부터 주권을 행사하려던 일본이 1870년대 이 지역을 주권지역으로 포함시켰고 이후 일본 본토에서 개척이민이 시작됩니다. 같은 시기 일본은 아이누들의 지역인 홋카이도를 병합하고 오키나와를 복속시켜 근대국가의 모습을 잡습니다. 홋카이도 개척의 사례는 오가사와라개척에도 준용됩니다.

여섯째, 일본의 아시아 팽창정책과 함께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오가사와라 제도의 섬들은 일본의 병참기지와 해군기지로 바뀌고 정책에 따라 섬 주민들을 일본 본토로 소개시킵니다. 난민화의 시작입니다.

일곱째, 일본의 패전이후 미국은 일본이 지배하던 ‘남양군도(
南洋群島)를 접수해 태평양을 세력권에 넣기 시작했으며 하와이에서 괌을 지나 필리핀에 이르는 태평양 전역에 해군기지와 미사일 발사대, 무기 실험을 행하면서 대륙세력안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containment)하는 정책을 취합니다.

오키나와에 미군기지가 새워졌고 오가사와라에도 미군 기지가 세워져 이전에 이 섬에 살던 주민들 대부분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체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사망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섬 주민들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병참기지때문에 삶에 어려움을 겪었고, 미국이 섬을 접수한 이후로는 군사적인 목적때문에 태어난 고향에 가보지도 못하는 기막힌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에 따라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일본이건 한국이건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오키나와에서 성범죄를 비롯한 미군들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건 한국에 위치한 미군기지 주변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가사와라 제도의 이오지마(硫黄島)주민들이 제2차세계대전 말, 미군의 일본 지상군 공격 전투 때문에 일본본토로 소개(疏開)된 이후 70여년간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고 되돌아가지 못한 체 고령으로 세상을 등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전쟁으로 고향땅에 돌아가지 못하는 한국의 실향민들과 그 후손들의 삶과 겹쳐 보입니다.

미국이 필리핀에서 해군기지를 폐쇄하고 한국의 기지를 용산에서 평택으로 옮기고 있고 중국을 겨냥한 사드미사일을 경상도 지역에 배치하려는 가운데 제주도에도 해군기지를 지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방전략을 잘 모르는 제가 봐도 미국은 이미 본인들이 중국과 러시아를 타격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자신들의 기지를 지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의 친미 기득권층은 아무소리도 못하고 당하고만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적대시하는 건 그들 입장에 이해가 되지만 한국은 입장이 당연히 미국과 다릅니다. 간단히 한국에 우호적인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바보짓입니다. 당장 경제적 손실이 옵니다. 더구나 미국은 미군에 소요되는 경비마저 한국에 내라고 하니 이건 말도 안되는 상황입니다.

군인들은 유일하게 ‘살상(殺傷)을 전문으로 하는 직책으로 답이 없는 조직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도 교수들과 학자들이 새로 발명한 무기가 없었으면 미군 수뇌부도 전쟁에서 졌을 수도 있습니다.

최소 말도 않되는 소수의 엘리트들의 자의적 결정으로 역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건 막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모르긴 해도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나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이나 다 같은 황인종으로 별로 다른 정책을 펼 이유를 몰랐을 것입니다. 1960년대까지도 백인과 유색인종의 화장실을 달리 쓰던 인종주의 국가에서 그리고 자신들 세계 이외에 무관심한 나라에서 아시아의 조그만 패전국에 대해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대륙의 라이벌을 막기 위해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이상의 생각을 했으리라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한국에 이식한 통치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현상유지 정책 ( status quo policy)를 펴고 일본과 한국에 군정을 실시했을 것이고, 제2차세계대전의 전범들을 다시 전후 일본 사회의 지도세력으로 불러들여 미국의 정책을 따르게 했을 것입니다.

이 책의 말미에 미국이 일본의 통치하에 있던 ‘남양군도’를 신탁통치의 대상으로 정하고 실제 그리했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미국은 마찬가지로 일본의 식민지로 전쟁 중 ‘일본땅’이던 한반도에서 ‘신탁통치’를 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소련과 북쪽에 대한 신탁통치를 논의한 건 구한말 이래 러시아의 영향력 하에 있었던 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에 대해 선뜻 미국이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내용은 다른 연구서를 좀 더 찿아보아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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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nshots: How to Nurture the Crazy Ideas That Win Wars, Cure Diseases, and Transform Industries (Paperback) - '룬샷' 원서
Safi Bahcall / St. Martin's Press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쓰기에 앞서 저자의 독특한 이력과 이 책이 철저히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시작할까 합니다.

저자는 2대째 ( the second generation) 물리학자 집안 출신으로 역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물리학계를 떠나 민간 산업계(business)로 뛰어들자 부모들이 매우 걱정했다고 합니다. 컨설팅 회사 메킨지를 거쳐 현재 암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테크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이력은 때로 그가 왜 이 책을 지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 이 책에 왜 물리학 개념이 차용되었는지도 설명해 줍니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전혀 다른분야에 적용해 보는 방법은 이미 검증된 ‘새로운 설명’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이 책은 철저한 미국식 ‘혁신’에 대한 글입니다. 당장 한국에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압도적인 군사기술력에 놀라 새로운 군사기술의 혁신없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평가를 하고 군부 내에 새로운 군사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개념의 무기와 군사장비 체계를 만들어 나갑니다.

학계의 황당하고 실현불가능할 것 같은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예상대로 관료주의에 찌들린 군부 최고위층은 이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군인들은 시기가 언제이든 나라가 어디든 대체로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 루즈벨트(FDR)는 학계출신인 이 프로그램의 제안자를 지지해 일을 실현시키고 결국 전쟁에서 이깁니다.

MIT 교수 출신인 바네바 부시 (Vannevar Bush)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한국에서 가능할까요? 저는 냉정하게 봤을 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제목인 룬샷 (Loonshot)은 그 사전적 의미가 무시된 프로젝트( a neglected project)라는 말입니다. 이 의미는 ‘황당해서 무시된 프로젝트 ‘라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습니다.

흔히 황당한 생각을 하면 ‘몽상가’라느니 현실감각 없다느니하는 핀잔을 듣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의 모든 선구자들은 거의 대부분 당대에 ‘바보’취급당했습니다.

하늘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Geocentric theory)이 ‘정설’이던 중세 말 유럽에서 지구가 괘도를 따라 돈다는 지동설(Heliocentric theory)를 주장하는 천문학자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 취급받았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그의 생전 발표되지 못하고 그의 사후 발표된 것은 이론 이유였습니다.

한국의 조직이나 업무체계가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이런 황당한 하지만 창의적이고 여태본적 없는 발명이나 프로젝트를 지지할 수 있는 환경인가 그리고 저자가 강조하듯 한국의 여타 조직의 체계(structure)가 이런 룬샷을 포용할 수 있는가라곶 묻는다면 제 대답은 ‘No’입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조직은 제가 경험한 바로는 ‘튀는 사람’을 반기지 않습니다.

참모라고 들어가서 ‘yes man’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죠. 이런 환경과 조직 구조에서 일종의 농담처럼 한 말이 실제로 실현이 된다거나 조직 상부에서 ‘실패해도 좋으니 한번 시도해 보라’는 지시를 할 수 있을까요? 예산까지 주면서 말이죠.
전 못한다고 봅니다.

위의 룬샷의 정의에서 ‘무시된 프로젝트’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런 케이스는 황당해서 버려졌거나 서가에 처박혀 있던 아이디어를 되살린다는 의미입니다.

최초 아이디어가 공개될 당시 황당했지만 시간이 지나 실현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저자는 이런 경우를 ‘False Fail’ 즉 실패로 보이지만 실패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즉 과거 황당했던 프로젝트를 ‘재활용’하는 경우입니다.

아무튼 이 책 내용을 다 언급할 필요는 없고 다만 몇가지 포인트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황당한 프로젝트(loonshot)은 P-type/ S-type 두 종류입니다. P-type은 Product와 관련되고 S-type은 Strategy와 관련됩니다. 전자는 기술혁신이나 신기술과 관련이 있고 후자는 기존 기술에 전략만 바뀌면 된다는 것입니다. 전자에 매몰되어 결국 사업이 망한 경우로 미국의 항공사 Pan Am이 소개되고, 후자는 현재도 살아있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입니다. 기술자 출신 회장과 전문경영자 출신 회장의 극명한 경영방식 차이를 보여주죠.

저자는 흔히 언급되는 기존 제품에 대한 꾸준한 혁신( sustainable innovation)과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버리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혁신( disruptive innovation )을 구분하기 어렵고 이론적 주장이라고 언급하는데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이 책은 물리학의 상전이(phase transition, 相轉移)개념을 경영조직에 적용한 경우로 즉 물질의 구성요소가 전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온도가 낮아지면 물이 얼음이 되고 얼음이 다시 물이 되는 것처럼 조직도 동일한 사람과 동일한 CEO가 있어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발조직은 동료들간의 평가를 우선순위로 놓고 각각의 프로젝트 별로 횡적 조직을 이루어야 하며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은 좀더 수직적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타이트한 컨트롤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개발자 조직(loonshot) 과 기존 제품 생산판매조직( franchise)는 분리되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중재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물리학적 개념을 조직론에 차용하는 발상 자체가 일단 놀랍지만 일견 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문화보다 조직 채계(structure)를 강조하는 건 그래서 이해가 됩니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흥미있는 책입니다.

다만 현대적인 사례뿐만 아니라 상당히 오래된 과학사의 사례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언급된 ‘The Needham Question’은 경제사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쉽지 않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은 유럽인들이 ‘ 중국이 수천년간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종이 화약 나침반 등을 먼저 발명하고도 어떻게 과학혁명은 변방인 서유럽에서 시작되었나?’라는 질문입니다.

일견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서유럽 중심주의가 저변에 깔린 질문으로 경제사적으로는 ‘왜 산업혁명이 서유럽 특히 변방인 영국에서 최초 시작되었나?’ 라는 질문으로 연결되고 결국 ‘왜 서유럽은 경제발전이 이루어지고 다른 지역은 경제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나?’ 라는 질문으로도 이어집니다.

위의 질문에 나름의 답을 구하는 책들은 아마존에서 검색하면 숱하게 나옵니다.

이 질문은 서양의 19세기 이래의 제국주의적 발전에 대한 ‘우회적 답변’일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외 지역이 정말 발전하지 않은 것이 맞나?’ 라는 또다른 질문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아무튼 꽤 흥미로운 조직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을 위해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흥미로운 ‘미국’의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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