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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3
이나미 지음 / 책세상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소장 정치학자가 본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에 대한 책으로 서구에서 생각하는 자유주의(liberalism)과는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른 한국에서의 자유주의라는 사상이 어떻게 나타났으며 한국의 소위 '보수'세력들에 의해 어떻게 향유되고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데 사용되어 왔는지, 그리고 구한말 도입 이후 자유주의가 어떻게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과 결합해 제국주의(Imperialism) 를 합리화해 왔는지 그 원인을 살핍니다.
저자에 따르면 자유주의는 서구에서 발생 당시부터, 자본가 계급의 '재산과 교양'을 기반으로 하여 처음부터 빈곤계급을 포괄하지 않은 상태로 인간의 자유평등과 합리주의를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자유주의의 이중성이 나타나고 저자는 이에 주목합니다.
애초부터 자본가계급(capitalist class or boourgeoisis,資本家階級) 을 대상으로 발전된 자유주의를 한국의 기득권세력은 '자유'를 자신의 재산권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신의 재산만 지킬 수있다면, 집권세력은 그 어떤 세력이어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이러한 현실인식은 한국에 자유주의가 도입되고 난 후 어떻게 군부독재세력이 집권을 할 수 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가능하게 합니다. 자신의 재산권만 지킬 수 있다면 누가 통치해도 상관없다는 이들의 '천박함'이 독재세력들이 집권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열어 주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자유주의에서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경제적 자유만을 강조하다보면 이것이 다수 민중의 복지를 추구하는 민주적 정치적 자유주의와는 전혀 상반된 의미를 강조하게 되고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또한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유주의(특히 경제적 자유주의)는 개인의 이익과 경쟁을 당연시하는 이유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Winner Takes All) 는 논리의 사회진화론, 그리고 더 나아가 힘센 문명국가가 힘이 약한 비문명 국가 또는 후진국가를 식민지로 포섭해 '문명화'를 시켜준다는 제국주의와의 공존을 그다지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승열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이런 시각은 또한 서구가 아시아보다 우월하다는 서구중심주의를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각입니다.
이런 서구중심주의적 시각은 20세기의 수많은 비극을 잉태했습니다. 19세기말부터 시작된 서구의 제국주의 열강의 국제적 경쟁은 끝내 두번의 세계대전으로 세계를 몰아넣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은 세계대전 이후 전후 복구를 위한 정책으로 큰 영향을 끼친 케인즈주의 정책의 일시적 우위이후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행정부가 기본 기조로 삼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시대를 풍미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그 영향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따라서 21세기하고도 17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보면 경쟁과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역시 위에서 설명한 '경제적 자유주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런 이유로 민주국가의 통치원리에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개념을 함께 받아들여 경쟁과 개인의 이익을 절대시 하는 자유주의를 다수 국민 지배로 균형을 잡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수의 지배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개인의 이익과 재산권의 절대화는 결국 사회를 극한의 양극화(polarization)로 몰고 갑니다.
수구 반공주의 정부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한국의 양극화 (polarization)가 극대화되고, 결혼율이 떨어지고 자살률이 올라간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찿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제 개인적이 사족(蛇足)을 붙입니다.
지난 대선 유승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바른정당'이 제대로된 한국의 '보수'를 표방하고 나섰습니다. 지지율이 미미해 찻잔 속의 폭풍으로 끝났지만, 결국 한국 보수의 미래는 바른정당이 표방하는 '보수'의 이념이 어떻게 한국에 자리를 잡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보수를 표방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올바른 의미에서의 '보수'정당이 아닙니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군사독재정권 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 당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민정당까지 그 원류가 올라갑니다), 사실상 수구 반공을 표방하는 정당입니다.
보수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원칙에 대한 소신이라든가 법치주의에 대한 관념이 전무합니다. 지난 박근혜정부 시절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탈을 쓴 전제 왕조국가의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 할 민주주의 국가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으며, 모든 통치관계는 통수권자와의 친소관계를 통한 권위주의로 일관되었습니다. 당시 자유 한국당이 한 일이라고는 '거수기'역할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터 한국에 진짜 보수세력이 나타나야 하고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국민들이 응원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집권민주당은 중도 보수에 속해 있지만, 한국에서 중도 보수가 아닌 보수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습니다. 정의당이 속한 진보도 그 외연을 넓혀야 겠지만 제대로 된 이념에 굳게 뿌리박은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이 이제는 자리를 잡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언제나 비이성적 결정을 해온 60-70대만이 지지하는 자유한국당은 그래서 앞으로 그들의 수구 반공주의의 스탠스를 바꾸지 않는 한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들은 지난 10년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공동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