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Went Wrong?: The Clash Between Islam and Modernity in the Middle East (Paperback)
Lewis, Bernard / Perennial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2001년 9/11이 일어난 지 얼마 안 있어 출간된 영어권 최고의 중동학 석학의 책입니다.
영국계 미국인(British American)으로 중동학 (Middle East Studies)의 최고 석학 중 한명으로 꼽히는 프린스턴 대학의 버나드 루이스(Bernard Lewis)의 책입니다. 초판은 2002년 1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나왔습니다.

서구의  보수(conservative) 입장에서 어떻게 이슬람을 바라보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가 원하던 바는 아니었겠지만 이 글은 9/11이전에 발표되었던 글과 같이 묶여 9/11의 충격의 여파가 체 가시지 않았던 때 발간되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끌기 충분했었습니다. 발간당시 이책은 미국에서 이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필독서처럼 취급이 되었지요.

책 제목이 '(이슬람사회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입니다. 은연 중에 이슬람이 서구에 비해 '잘못된' 사회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한 짧지만 편견이 숨어있는 제목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1683년 오스만 제국이 합스부르크 왕국(Habsburg Monarchy) 및 폴란드 리투아니아 연합왕국 (Polish- Lituanian Commonwealth )그리고 신성로마제국(Holy Roman Empire)과 맞선 두번째 비엔나 함락의 실패 (the failure of the second Ottoman siege of Vienna)이후 서구의 힘에 이슬람이 압도되었고, 이후 이슬람은 서구세계가 걸어온 근대화(modernization)의 길을 제대로 걷지 못해 서구세계에 비해 이슬람세계가 뒤쳐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많은 서구의 역사가들이 오스만 제국에 의한 콘스탄티노플 함락(Fall of Constantinople, 1453; 비잔틴 제국은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당하면서 멸망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후 콘스탄티노플은 이스탄불로 이름이 바뀌지요)을 서구세계가 이슬람에 굴복당한 첫 장면으로 묘사하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인 것 만큼이나 이 제2차 비엔나 함락 실패는 서구세력의 힘이 이슬람을 압도하는 역사적 전환점( turning point)로 대체로 보고 있습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근대화라는 서구적인 물질문명과 이슬람세계가 서로 상반되고 또한 갈등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달리 보면 이슬람세계가 서구화(Westernization)라는 전지구적 보편적 문화에 저항적이라는 의미이고, 이 갈등이 종식되기 위해서는 이슬람이 서구세계의 문화에 포섭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서구중심주의(Eurocentrism)적 접근법입니다.

문명의 충돌(clash of civilization)이라는 말은 그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보수적 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이 동명의 저서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버나드 루이스의 시각역시 이 보수적 학자의 견해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버나드 루이스의 이책이 서구사회와 이슬람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서구사회의 우월함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면, 사무엘 헌팅턴의 책은 서구를 일반적인 것으로 규정하면 서구의 이상적인 세계지배에 도전하고 있는 이슬람국가들 및 경제적인 발전으로 서구에 위협이 되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항하여 서구가 어떻게 그 힘의 우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국제정치전략적인 측면에서 다룬 책일 뿐입니다.

두 책 모두 서구사회를 일반적인 사회, 혹은 정상적인 사회로 보고 그 외의 사회들은 이 일반적인 사회에 도전하는 덜 발전된 사회로 보는 명백한 이분법적 서구중심주의가 들어가 있습니다.

영어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 이들이 영어라는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한국인들이 한국어로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 모든 것을 이해해 한국적이지 않은 측면도 한국적으로 해석하는 것처럼, 영어권의 사람들도 모든 것을 영어적 사고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중동사회를 볼 때도, 아시아 사회를 볼 때도 이들은 항상 그 나라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언어를 바탕으로 자신과 다른 세계의 지식을 체계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비영어권에 대한 지시을 오로지 영어로 쓰여진 책에 의존해 이해합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고 따라서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언어를 쓰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할 텐데 일반적으로 다른 언어를 배워야 할 필요를 그들은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제가 볼 때 이런 영어권 사람들의 다른 세계에 대한 무심함은 떄로는 신기하기조차 합니다. 한국에 5년이상 주재해 있었으면서도 한국어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이들도 많이 봤습니다.
이들이 오만하게 보이는 것이 과연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미국은 9/11이후 확실한 증거가 없음에도 이라크를 공격했고 결국 그들이 원하는 전리품을 챙겼습니다. 사담 후세인이 제거되고 오사마 빈 라덴이 제거되었지만 중동지역의 정세불안까지 모두 해소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IS라는 새로운 테러조직이 발생하여 서구사회를 유협하고 점차 그 영향력을 아시아지역까지 넓혀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9/11의 보복을 다짐하고 이슬람국가를 자신의 입맛대로 보는 이들은 모두 네오콘 (Neo Conservative)라는 보수적 정치세력으로 이들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여 전세계적인 양극화를 만들어내는데 공헌한 세력이기도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사실 미국에서도 2008년 경제위기 (2008 credit crisis)를 겪으면서 사실상 그 정점을 찍었습니다.

시각(perspective)은 그 자체가 이미 정치적 성격을 보입니다. 서구가 서구이외의 세계를 타자화하여 자신들 이외의 것은 덜 발전된 것이거나 비정상적으로 보는 서구중심주의적 시각은 단지 이슬람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한자문화권인 한국에서도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한국인 자신조차도 서구중심주의적 시각에서 현실과 역사를 바라봅니다. 이는 반드시 교정되어야 합니다.


서구열강이 19세기 말 이 땅에 들이닥치기 이전 한국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보았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그래서 더더욱 있습니다.   전근대적인 것이라고 폄하를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세상을 보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잊혀져가는 수많은 한문전적들을 새롭게 해석해야 하는 중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텍스트 해석의 문제도 마찬가지로 정치적이고 하나의 큰 주제이기 때문에 별도로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알기에 앞서 자기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사실 모든 배움의 출발점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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