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지리(地理)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집니다. 더구나 그 장소( 場所)가 도읍이었다면 정치사를 이야기하는데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은 중국의 수도로 읽은 중국사로서 각 도읍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역추적해 각각의 수도의 역사를 밝히는 방식으로 서술됩니다.
52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이지만 대중강좌와 주간지 연재물을 기반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읽는데 큰 부담은 없습니다.
그래서 각 수도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의 여러 왕조의 이야기를 종횡으로 넘나듭니다. 4천년전 주(周)나라부터 신해혁명 (辛亥革命)이후의 중국 근현대사를 망라하기 때문에 자칫 산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시기를 집중적으로 고찰하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중국사 전반을 살피는데는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가장 큰 부분은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長安), 즉 시안(西安)입니다. 가장 많은 왕조가 도읍으로 시안을 택했기 때문이기에 그에 얽힌 이야기도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국을 처음통일한 진(秦)의 시황제(始皇帝 )의 무덤이 위치한 곳으로 잘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반면 현재 중국의 수도인 북경( 北京)은 제일 마지막 장에서 서술되면서 가장 최근의 큰 이벤트인 북경 올림픽을 다루고 있습니다.
북경이 중국 북부의 유목세계와 만리장성 이남의 농경세계를 통치하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라는 점도 적절한 언급 같습니다.
명이 청태종 홍타이지 (皇太極)에 의해 무너지는 것도 북경의관문인 산해관(山海關)이 무너진 것이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리적 위치가 동북쪽으로 치우쳐 있어 만주와 몽골초원으로의 접근이 유리한 것도 유목민족인 거란의 요(遼), 만주족의 금(金)과 이를 계승한 청(淸)이 북경을 수도로 삼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책의 출간시기가 2018년이므로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은 이책에 다루어지지 않고 다만 G2의 일원으로서 현재의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대국굴기 (大国崛起)가 어떻게 투영되는지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난징(南京)을 배경으로 일어난 홍수전 (洪秀全)이 일으켰던 태평천국의 난 (太平天國─亂)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청나라 말기 서양의 기독교에 자극받아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으로 과거에 낙방했던 유생이 어떻게 기독교를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이 사건은 청의 멸망에 어떤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천자( 天子)로 여겼던 황제와 화이론 (華夷論)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황제국에 서구제국의 영향이 정치체제에 미친 최초의 사례가 아닌가 싶어서 그렇습니다.
중국사는 한국사와 불가분의 관계이고 조선의 16-17세기를 읽으며 상대방인 중국에 대해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직도 관심은 16-17세기에 있지만 차차 그 앞뒤의 시기도 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조선과 중국을 지배해온 화이론 (華夷論)은 특히 관심이 가는 주제입니다.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한 조선은 병자호란 당시 ‘삼전도의 굴욕’ 을 당할 수 밖에 없었고 정조이후 집권한 노론중심의 외척세도가들도 이 존화양이론(尊華攘夷論)에 갇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었지만 중국을 유목민족의 입장에서 바라본 ‘반 중국역사(살림,2018)’을 읽었던 것도 중화론적 입장의 중국사를 다르게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책은 ‘반중국역사’에 비해서는 중국의 전통적 화이론적 입장의 저술로 생각됩니다.
끝으로 이 책이 꽤 재미있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짧은 시간 2쇄를 찍은 이유는 분명히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