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The Great Recession) 여파로 수많은 미국인들이 중산층으로 살지 못하고 하위로 내려갔다는 사실은 많은 책에서 극히 일부 건조하게 사실을 나열했을 뿐 각 개개인이 이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 글이 없었습니다.

이 책의 미덕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미국 사회에서 하루아침에 부동산 가격 폭락과 경기침체로 집과 직업을 잃은 수많은 미국인들이 어떻게 자동차에서 생활하며 아마존의 창고일과 무료 캠핑장을 찿아다니며 살게 되었는지, 저자가 무려 3년을 추적하고 이들과 교감하며 쓴 글입니다.

자신들의 개인적인 아픔을 저자에게 털어놓아 책이 완성된 사실도 놀랍지만 이들이 나름 어떻게해서든 삶을 지탱해가려는 노력은 매우 눈물겹습니다.

대부분 60-80대 노인들로 복지제도가 허약한 미국 자본주의체제 하에 무방비로 해고된데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집까지 잃게 되자 이들은 어쩔수 없이 RV또는 트레일러같은 차량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홈리스(homeless)라고 불리워지는 걸 두려워하면서 ‘벤에 사는 사람들 (vandwellers)로 불리길 자청하고 온라인상 스스로를 돕는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십시일반으로 서로 돕습니다.

미국의 파워엘리트들이나 기득권층이 세상에 보이기 싫어하는 미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실체를 사회학적으로 접근하기 좋은 보기 드문 저널리스트의 심층취재기이지만 또한 매우 미국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책에서 보듯, 사회보장지원금( social security)이 부족해 노인들이 어려운 삶을 살수 밖에 없는 현실은 미국의 경제체제를 남김없이 복사해 적용해온 한국사회에도 이런 유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합니다.

정치권에서 복지를 무슨 ‘시혜’처럼 생각하고 복지제도가 커지면 일을 안한다는 둥 헛소리는 좀 그만 했으면 합니다.

국가의 역할이 국가의 구성원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것이지 구성원의 한 부분인 기업의 이윤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국가가 거대은행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쓰면서 잘못을 저지른 거대은행은 살려준 반면 (bail out), 은행의 영업으로 모기지를 설정하고 집을 샀던 일반 중산층들이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게 된게 2008년 금융위기의 결과입니다.

여파는 아직도 계속됩니다. 30여년간 지속된 저금리 정책으로 금융정책(monetary policy)을 쓰지 못하게 되자 미국 금융당국은 돈을 푸는 양적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QE)을 시행합니다. 이렇게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울 유발하면서 동시에 경기를 자극합니다. 미 금융당국은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 것 같은 신호를 받으면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두어들이면서 금리 인상을 시작합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금리인상은 어느날 갑자기 생긴게 아닙니다. 일차적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양적완화이고, 역사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면서 지속적으로 유지된 ‘비정상적인’저금리’때문입니다.
QE와 금융정책이 어떻게 무용지물이 되었는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중앙은행이 과연 유효한 정책을 펼수 있는 정책기관인지 여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별도로 다룰 예정입니다. 금리는 화폐의 가치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국가의 국력과 경제력을 나타내기도 하고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와도 밀접해 여기서는 간략하게만 짚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이책은 이전에 소개한 경제학자 조셉 스티그리츠 박사의 ‘불평의 대가(열린책들,2013)’의 현장보고서 같은 책입니다.

같이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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