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ght Eaters : The New Science of Plant Intelligence (Hardcover)
Zoe Schlanger / HarperCollins Publishers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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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에 관련된 책을 별로 읽은 기억이 없는데 책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데뷔작가인 저자는 환경전문 저널리스트로 일을하다 식물학 관련 최신 논문과 책을 접하면서 식물학에 빠져들게 되고 관련 글을 미국의 여러 잡지에 기고하게 되고 또 미국과 남미 그리고 유럽의 식물학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또 그들의 필드트립에 참여하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우선 젊은 데뷔작가가 호기심에 이끌려 직장을 그만두고 바로 전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작업하는 게 가능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2024년 미국과 영국에서 출판된 책인데, 저는 영국판으로 읽었습니다.

식물학에 문외한인 제가 봐도 책에는 놀라운 내용이 많습니다. 주로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식물학자들의 최신 연구성과가 소개되는데, 우리가 흔히 식물은 수동적( passive)이라는 편견을 깨는 사례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식물 중에는 꽃가루 수분을 위해 의도적으로 벌과 같은 곤충들을 유도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과 가까운 친척식물(kin)이 가까이 있을 경우 경쟁을 피해 뿌리와 잎이 의도적으로 친척식물의 잎과 뿌리를 피해 경쟁을 피해 협력( cooperation)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협력을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적인데 학자들 중 식물간의 소통(communication)을 연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서로간 화학물질( chemical components)을 내서 소통을 하는데, 꽃이 내는 향기가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런데 학자들은 식물들은 동물이나 인간과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소통을 하고 서로 돕는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주변에 있는 식물들과 잎모양과 형태를 그대로 따라 변해 주변 식물과 구별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생존을 위한 전략이겠으나 이 책에서 처음 본 경우라 경이롭습니다.

책의 말미에는 인간과 인간의외의 생명채(nonhuman)가 같이 사는 방식을 고민하는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논의가 나옵니다.

인간이 생태계의 가장 우월한 존재라는 19세기 유럽식 사고방식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현실에서 인간과 같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권리 ( animal right) 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다소 급진적인 견해도 소개됩니다.

사실 식물학 논의에서 시작되었지만, 새롭게 밝혀진 식물의 행동과 소통 그리고 생존방식에 대한 연구결과는 함께 사는 지구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며,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도 이어집니다.

서구의 참정권(suffrage)는 백인남성에서 백인여성 그리고 유색인종으로 확대되는데, 역사적으로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했던 (nonhuman)이들의 권리가 확대되온 역사였고, 이런 맥락에서 역시 비인간영역인 동물과 식물의 생존권도 사회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구의 법률가들이 식물이나 동물들이 개발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다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대목은 타당하고 논리적인 한편 매우 놀랍다고 생각했습니다.

식물학이 한국에서 별로 주목을 받는 분야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직 이 책은 한국어 번역이 되지 않았습니다.

영어판의 경우 식물학에 그리고 식물 분류학(taxonomy)에 불가피한 라틴어 학명이 등장해 매우 곤혹스럽지만 저자가 의외로 라틴어 풀이도 같이 해주고 있어 읽기의 어려움은 없습니다.

생물학 중 특히 진화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리 책을 통해 다양한 식물학 분야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학문이나 마찬가지자만 맥락을 알기 위해 역사적인 설명은 불가피하고, 그런 의미에서 과학사나 인류학, 곤충학 등 인접분야의 학자들의 설명과 주장이 같이 들어가 논의가 더 풍부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제목인 ‘the light eater’는 빛을 먹는 생명체로 풀이할 수 있는데 광합성을 식물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파악한 직관적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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