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루저의 나라 - 독일인 3인, 대한제국을 답사하다
고혜련 지음 / 정은문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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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동아시아예술사를 공부하신 고혜련 박사의 책입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당시 외국인이 본 당시 조선에 대한 책들도 주로 영미권에 치중되어 있고, 간혹 러시아 외교관이 본 대한제국에 대한 책은 보았지만 독일인이 본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조선은 일단 호기심을 자극할인한 요소가 있습니다.

이 글은 저자가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 도서관에서 찿아낸 19세기 말-20세기 초의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조선을 여행한 세 독일인의 조선 답사기입니다.

세편의 답사기는 각각 독립적으로 아무 순서없이 읽어도 무방합니다. 첫번째 프러시아 제국의 산림청 공무원 크노헨하우어의 강원도 당고개 금광 답사기로 대한제국 당시 제국주의 열강세력에게 고종이 광물채굴권을 주고 이익의 25%를 상납받아 고종의 비자금인 내탕금(內帑金)을 조성하고 고종은 이 돈으로 헤이그 밀사를 파견(1907)하고 의병 지원을 합니다. 즉 대한제국 당시 고종이 열강에 이권을 나누어줘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던 사실이 이 구체적 사례로 보아 재정여건이 열악한 대한제국의 궁여지책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러시아의 일개 공무원인 크노헨하우어는 25%수익 상납을 부정적으로 보고 고종이 탐욕스럽다고 평가합니다. 그건 그들 독일인의 시각이고 내탕금의 존재를 몰라 가능한 생각이죠.

이 찻번째 답사기는 사실 그냥 답사기가 아니고 크노헨하우러가 프러시아로 돌아간 이후 1901년 베를린 독일 식민지협회에서 강연한 내용입니다.

두번째는 독일의 동아시아 예술사가 에쎈의 답사기로 1913년 조선의 경성과 이왕가박물관 등을 둘러본 글입니다. 이책의 저자와는 학문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저자는 이 글을 소개하기 전 독일의 동아시아 예술사의 학맥 계보를 설명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책의 제목에 들어간 ‘유아한 루저’라는 말은 이 두번째 글에서 나온말로 에쎈은 경제활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담배나 피우는 양반 계급을 ‘우아한 루저’로 생각했습니다. 독일제국의 동아시아 예술 특히 공예분야가 전문인 에쎈은 당시 조선에서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이 사회의 최하층인 천민이라는 사실에 문화적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지배계급인 양반은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체 성리학적 질서에만 순응해 결국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는 의미로 ‘우아한 루저’라고 말한 것입니다.

이런 냉소에도 에쎈은 조선의 문화가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조선의 우월한 문화가 이어지지 않는 걸 안타까와 합니다.

세번째 글은 독일의 지리학자 라흐텐자흐의 백두산여행기입니다. 1933년도 글입니다. 이베리아 반도를 연구하는 지리학자인 라흐텐자흐는 한반도의 지리와 이베리아를 비교연구하기 위해 조선을 찿아 한반도 전역의 자리를 탐사했는데, 책에는 이 중 백두산 탐사기만 실려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강도’라고 표현된 백두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하는데 조선의 독립군의 일부가 아닐까 저자는 추정합니다.

저자가 각 답사기 앞에 설명한 각 시기에 대한 배경설명은 간략하지만 꽤 밀도가 높은 글입니다. 특히 머리말의 ‘대한제국의 낯선 이방인’은 독일 위주로 정리되어 있지만 대한제국의 근대화노력에 독일인들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구한말의 독일인 뮐렌도르프는 중국 텐진에 주재하던 독일 외교관 출신으로 대한제국이 구미국가들과 조약을 맺고 외교협상을 하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비록 독일은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상황에서 외교적 중립을 지켰지만 말입니다.

또 하나 유럽인들이 조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아는 경우는 20세기 초 구미에 밀어닥친 일본문화의 영향으로 일본의 시각을 통해 조선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이 책의 번역판본에 대한 정보는 일러두기에 나와있고 각종 인용출처는 본문에 병기되는 방식을 따랐습니다. 하지만 도판목록이외 관련 출처도서목록이 없는 건 의외라고 생각합니다. 본문 총 313쪽으로 쉽게 읽히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21세기의 일본은 과거처럼 선진국이라고 할 수도 없고 별로 생산적인 나라라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과거에 얽매인 나라라는 생각이 더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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