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근대적 공간에 대한 책을 써오신 이순우 작가의 책으로 저는 두번째로 이 책을 보았습니다.

처음 읽은 책은 ‘광화문 육조앞길(하늘재,2012)’으로 서울의 중심거리이자 권력의 심장, 광화문 육조거리의 변천사였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지금도 주한미국 대사관저와 주한영국대사관과 성공회성당이 건재하고 주한 캐나다대사관이 있는 중구 정동의 근대사와 공간변천사입니다.

이미 구한말 대한제국시절부터 미국과 영국이 공사관을 정동에 자리잡은 이후 러시아, 독일, 프랑스가 공사관을 정동에 설치해서 고종시대부터 을사늑약이 이루어지던 혼돈의 시기에 역사의 현장이 되었던 지역입니다.

정동에 있는 러시아 공사관과 아관파천이후 고종이 이어하게되는 덕수궁( 당시는 경운궁)이 이후 대한제국 정치의 중심지가 됩니다.

특히 명성황후가 일본의 자객에 의해 살해되는 을미사변이후 고종은 정동의 러시아공사관으로 파천(俄館播遷,1896.2.11-1897.2.25)을 단행하고 민영환을 러시아에 파견해 러시아황제 니콜라스 2세 대관식을 참여하고 러시아에 병력요청과 군사훈련을 요청하는 임무를 줍니다. 대한제국이 청일전쟁이후 중국의 종주권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일본이 대한제국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하자 고종이 취한 외교적 방책이었습니다.

제정러시아와 대한제국의 숨가쁜 외교전과 그 발단이 되는 을미사변에 대해서눈 김영수 교수의 아래의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미쩰의 시기(눈보라의 시기) : 을미사변과 아관파천 (경인문화사,2012)

100년전의 세계일주: 대한제국의 운명을 건 민영환의 비밀외교 (EBS Books,2020)

그리고 당시 활동했던 러시아 외교관 베베르에 대한 평전도 이미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편집에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와 대한제국간의 관계를 러시아 현지 자료를 가지고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러시아 외교관 베베르와 조선(동북아역사재단,2020)

러시아공사관과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고 다른 공사관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 더 하겠습니다.

서구열강의 공사관 중 최초개설당시와 동일한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는 영국입니다. 1883년 11월 ‘조영수호통상조약(朝英修好通商條約)을 체결한 이후 2022년 현재까지 영국은 최초 공사관을 세웠던 그 자리에서 그대로 외교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대성당이 덕수궁 옆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죠.

저자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이 영사관을 정동에 설치한 이후 다른 서구 열강들이 정동에 영사관을 설치하기 시작해 정동이 대한제국이래 외교의 중심지이자 근대교육의 발상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정동에 이화여고와 배재학당이 있고, 정동교회를 비롯한 기독교시설이 남아있는 이유입니다.

이책이 10여년전 출간된 것이라 이후 정동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길은 없으나 현재 정동에 있는 성공회대성당 앞 건물이 철거된 것 말고 별다른 변화는 없지않나 생각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조선태조의 계비인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릉(貞陵)이 있어서 정동이라는 지역의 명칭이 생겨났다는 점과 도성 안에 있던 이 무덤을 태조의 아들인 태종 이방원ㄴ이 도성 밖으로 이전해 현재는 서울의 성북구 정릉동의 위치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태조 당시 조성된 정릉의 위치를 현재의 주한영국대사관의 위치로 추정한다는 점입니다.

장소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분이 굉장히 드문데 아무튼 흥미로운 책을 읽은 것 같습니다. 재개발을 명목으로 과거의 흔적을 너무도 쉽게 없애버리는 세태를 생각하면 한장의 흑백사진과 과거의 기록을 통해 근대이후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소의 역사 혹은 공간의 역사는 나름 의의가 있지만 관련 서적과 연구서는 굉장히 적은 것 같습니다. 학제적 연구가 필요할 것 같은데 관련저서들은 대부분 건축을 공부하신 분들이 저술하신 것 같습니다.

구한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정집을 위주로 집의 건축적인 미학과 인테리어를 주로 다룬 ‘모던의 시대 우리집(모요사,2022)’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운현궁을 비롯해서 구한말 당시 고관대작들이 집에 어떤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고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이 어떤 생활공간을 꾸몄는지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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