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에서 연구를 하셨던 손정목 교수님은 한국의 도시화과정에 대한 역사에 있어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시는 분입니다.

특히 1970년대 강남 개발 과정에 서울시 도시계획 담당 공무원으로 재직하신 바가 있어 정책담당자의 입장에서 직접 경험하거나 일선에서 들은 당시 서울의 도시계획과 국토개발계획의 과정을 직접 설명하셨기 때문에 그 가치가 큽니다.

상당한 수의 서울의 도시계획 혹은 건축관련서들, 도시사회학 관련서 등에서 저자의 책들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의 ‘서울도시계획 이야기1-5(한울,2003)’는 서울의 도시공간, 서울의 도시경관 발달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읽어야할 필독서로 자리잡았습니다. 저 역시 시간이 나면 한번 일독할 예정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책은 2005년 초판이 나왔으니 그 내용이 1945년 해방이후 미군정시기를 거치고 한국전쟁을 거친 후 전쟁복구부터 시작해 1960-1970년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현재 서울의 경관을 이루고 있는 건물들과 도로, 특히 경부고속도로와 영동지역 개발 계획, 그리고 양화대교와 한남대교가 놓이게 된 과정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거리에서 전차가 없어지게 된 경위가 1960년대 미국 대통령 방한행사 퍼레이드 때문에 먼저 없앴다고 하는 대목에서는기분이 착잡하기까지 합니다.

1950-60년대 위정자들은 목표를 놓고 달성하는데만 열을 올렸지 국민에 대한 배려따위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이 되는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거의 종교적으로 이 목표를 추구했습니다.
정작 국민들의 삶에 대해 전혀 의견을 구하지 않고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나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대통령이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근대화를 추구한다고 했지만 당시 고위 관료들이나 대통령 모두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봉건사회를 산탓에 매우 전근대적 지도자였습니다.


마지막의 두 장은 공주에서 발굴된 무령왕릉이야기와 구한말부터 1990년대 말까지의 한국의 자동차산업 발달사가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백제의 고도 공주에서 1970년대 진행된 무령왕릉 발굴은 고고학적으로 세계적 대발견인 동시에 최악의 졸속발굴이기도 했습니다. 고고학 발굴을 단 하룻밤만에 졸속으로 끝냈다는 에피소드애서는 헛웃음만 나옵니다. 고고학 발굴이 무슨 촌각을 다투는 군사작전인것처럼 향한 것 자체가 후진적입니다.

1970년 당시는 정말 너무 많은 군인들이 정치에 참여해 국정을 몰상식하게 운영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사와 도시계획과 관련된 설명이니 도로확장이나 수송수단과 관련된 논의는 피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많이 읽는 책이니 가볍게 읽어보길 권합니다.

서문에 따르면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잡지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어서 중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자주 인용되는 글들이고 재미가 상당합니다.

끝으로 손정목 교수님이 다른 매체에서 인터뷰하신 글을 보면 소개한 ‘서울도시계획 이야기’ 를 별로 달가와허시지 않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분이 일제시대 도시발달사가 전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0여년 정도 밖에 안된 이분의 일제시대 도시발달사 관련 책들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1990년대 중반에 출판된 책인데 구할 수가 없다니 황당합니다.

다시 출판되기를 바라는 책으로

일제강점기 도시계획연구(1990)
일제강점기 도시화과정 연구(1996)
일제강점기 도시사회상 연구 (1996)

등입니다.

영미권의 책들 중 출판된지 60년 이상 된 책들도 절판되지 않고 나오는 현실을 생각하면 한국의 출판계, 특히 학술출판계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