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European Hegemony: The World System A.D. 1250-1350 (Paperback)
Abu-Lughod, Janet L. / Oxford Univ Pr / 199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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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유럽과 서구가 세계를 장악하기 이전의 세계를 다룬 이 책은 1250- 1350년간의 100여년 간의 세계를 다룹니다.

왈러슈타인 (Wallerstein)의 세계체제론(The World System)을 이론적 틀로서 분석했으며 프랑스/벨지움에서 시작해 이탈리아 제노아((Genoa)/베니스(Venice)를 거쳐 이라크/시리아/이집트를 거쳐 인디아 북부, 인도네시아 그리고 말라카 해협을 지나 중국에 이르는 13세기의 전세계를 다룹니다.

13세기의 세계체제는 전형적인 다극체제로 세 군데의 중심지역이 존재했습니다.

이태리 제노아/베니스를 거점으로 하는 유럽 중심, 수에즈/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중동의 이집트 등 이슬람 중심 그리고 실크로드의 끝으로 송/원/명을 아우르는 중국 중심입니다.

세계체제는 13세기에 다극체제로 재편 (restructuring)되었으며 이 체제는 몽골의 원의 확장으로 유목민족의 영향력이 러시아/서유럽에 까지 미쳤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원의 유라시아 통합으로 육상 실크로드의 통합도 완성되었으나 12세기에 있었던 유럽의 십자군 전쟁(The Crusade)의 여파로 13세기 이후 육상을 통한 유럽과 아시아간의 거래는 완전히 이슬람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이슬람의 영향은 14세기 원의 유라시아 지배력이 약화되고 이후 명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며 더 확실해졌습니다.

마르코 폴로로 대표되는 이태리 상인 세력은 아나톨리아에 거점을 마련하고 육상 실크로드를 통해 원과 직접거래를 해 부를 축적했으나 원의 세력 약화와 이슬람의 영향력 확대로 더이상 육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해상을 통해 아라비아 반도와 북인도를 통한 경로로 중국대륙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동쪽의 중국은 명나라 때가지 동중국해와 말레이 반도 그리고 멀리 아라비아와 동아프리카까지 영향력을 넓혀 재해권을 장악했으나 저자가 보기에는 미스터리한 이유로 그 영향력을 포기하고 내부로 침잠하고 이후 해게모니를 잃게 됩니다.

16세기 포르투갈이 바스크 다 가마의 세계일주 항로를 일주한 이후 인도양 및 말라카 해협의 재해권은 이들의 손아귀에 들어갑니다.

명이 주자학을 국교로 정하고 원나라와 다르게 국내정치와 제후국들간의 조공무역만 허용함으로서 인도양과 남중국해에 힘의 공백이 생겼고 포르투갈은 그 공백을 치고 들어온 것입니다.

16세기 이후 근대세계 (the Modern World)는 소위 ‘서구의 부상(The Rise of the West)’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는 서구 자체의 산물 (invention)이 아니라 이미 13세기 유럽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이전의 다극 체제의 유산이 그대로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아래 결론의 문장을 그대로 소개합니다:

“ Europe did not invent the system, since basic groundwork was already in place in the thirteenth century when Europe was still only a peripheral and recent participant. In this sense, the rise of the west was facilitated by the preexisting world economy that it restructured. “ (p 361)

14세기 말 다극화된 세계체제가 흔들리게 된 요인은 몽골과 중국에서 전파된 흑사병 (the Black Death)이 주요인으로 논의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유럽의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력이 약해졌으며 이는 이태리를 중심으로 하던 유럽의 해상세력이 포르투갈로 또 17세기 이후 영국으로 이동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여기에 14세기까지 최고의 선진기술을 자랑하던 국제적 위상을 가졌던 중국이 지배 이데올로기가 주자학으로 바뀌면서 중화주의를 추구하게 되고 여진과 몽골을 비롯한 북방 기마민족의 침략을 방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게 됨으로서 그동안 누려왔던 남중국해와 인도양에서의 힘의 우위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몰라 알 수 없는 이유로 명이 세계체제에서 물러났다고 언급합니다. 서구 학자의 인식의 한계이겠죠).

이 책이 출간된 시기는 1989년으로 소비에트 공산블럭이 붕괴된 직후로 이후 발생하게 될 발칸반도의 인종청소(Ethnic Cleansing)도 미국이 장악하게 될 일극체제도 이슬람의 미국본토 침공도 모두 발생되기 이전입니다.

물론 신자유주의가 지배했던 지난 20년의 영향으로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도 예측할 수 없었던 조금의 희망은 있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세계체제론의 이론적 타당성을 둘째로 치더라도 아직 이 책에 대한 서평은 본 적이 없네요.
영어권에서는 꽤 알려진 클래식 텍스트인 것 같은데 한글 번역본이 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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