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치 한통을 비우면서 남은 자잘한 신김치를 모아 김치만두를 만들었다. 김장김치를 덮었던 배추겉잎들도 버리기 아까와 다져 넣었는데 질긴 맛이 많이 나 괜히 넣었나 좀 후회가 되기도... 그래도 남편과 원재는 맛있다며 쪄내기가 무섭게 입으로 쏙쏙 넣기 바쁘다. 만두피까지 직접 만들진 못했지만 그래도 쟁반 가득 나란히 놓여있는 만두를 보니 괜히 뿌듯~~~해지는 이 마음!!! 옛날 나 어릴적 우리 엄마도 만두 빚어 내 입에 넣어 주실 때 이런 마음이셨을까???*^^*

  
찜통에 들어가기 전 한 컷! 남편이 만든것도 섞여 있는데 의외로 손맵시가 있는 편?! 내가 만든것이랑 구분이 안 간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1-3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잘생긴 만두예욧! 우린 설때 큰집가서 만들어야겠어요.
행복한 시간이었군요. 보기도 좋고, 행복이 솔솔 풍겨와요~~~ ^^

책향기 2008-01-31 14:41   좋아요 0 | URL
만들땐 힘들어도 끼니나 간식으로 그만이에요. 순오기님도 맛난 만두 만드셔요*^^*

조선인 2008-01-31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어어어어어 모범이십니다. ㅠ.ㅠ

책향기 2008-01-31 14:42   좋아요 0 | URL
움홧하하하하~ 부러우시죵?? 근데 모범까진 아니어요 쑥스럽습니다^^;;

뽀송이 2008-01-31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군침 돌아요.^^
저도 요즘 김치만두가 무지 땡겼는데 먹고 싶어용.^^;;
남편분 솜씨가 훌륭하셔요.^^

책향기 2008-01-31 14:44   좋아요 0 | URL
겨울에는 역시 김치만두가 최고죠? 남편 솜씨 칭찬해 주신거 전해줄게요^^

아영엄마 2008-01-3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잘 생긴 만두들이군요. 맛도 좋았을 터이니 가족들이 금방 다 드셨을만 합니다.^^ 저는 직접 만들 엄두 못내고 명절 때 시댁 가서나 함께 만들곤해요.

책향기 2008-02-01 14:49   좋아요 0 | URL
저도 직접 만든건 작년부터에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저도 큰 맘 먹어야 만든답니다.

미즈행복 2008-02-01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슬퍼요. 저는 저런거 못 먹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것 중 하나가 바로 김치손만두인데... 흑흑흑...
"서울에서 제일 맛있는 집" 이란 책에 부암동 손만두집이 맛있다고 나와서 찾아가서 먹었으나 제가 기대한 맛이 아니었어요. 아, 집에서 만든 맛난 김치손만두 먹고파요. 흑흑흑.....
너무 맛있게 생겼어요. 여기서 풀무원 김치만두를 사먹었는데 맵고 맛 없어요. 아, 먹고싶어요. 먹고싶어요. 아, 슬퍼요. 흑흑흑...
-불행히도 제 친정엄마는 음식솜씨 꽝이셔서 제게 저런거 못 만들어주시고, 시어머님은 바쁘셔서 못 만들어주시고, 저건 손이 너무 많이가서 누구더러 만들어달랠수도 없고, 안 팔고, 제가 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고, 흑흑흑..... 너무 부러워요. 앙앙~~~-

책향기 2008-02-01 14:51   좋아요 0 | URL
에공... 어쩌죠? 미즈행복님이 가까이에 계셨더라면 당장 불러서 만두국 대접해 드릴텐데...

마노아 2008-02-01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집도 담주에 만두 빚기로 했어요. 사진 보니 침이 꿀꺽이에요^^

책향기 2008-02-01 14:54   좋아요 0 | URL
와... 마노아님이 빚은 만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 알콩달콩 빚은 만두 사진으로 올려주셔요^^

프레이야 2008-02-0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나 책향기 님, 진짜 이쁘게 잘 만들었네요.
저도 올만에 만두 빚어보고 싶어요.
예전엔 명절때마다 엄마가 만두피랑 속이랑 다 준비해주면 여동생이랑 저랑
빚었거든요. 왕만두로요. 냉동실에 꽉꽉 채워 얼려두면 뿌듯~했어요.

책향기 2008-02-01 23:47   좋아요 0 | URL
정말 예뻐요?? *^^* 저도 엄마 옆에서 만두 빚었던 추억이 새롭네요.

씩씩하니 2008-03-0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올 겨울 만두 한번을 못빚었어요..
언능 해야되는데...옆지기랑 아이들도..만두 해달라구..제촉인대...
님..너무 단정한 만두가,,하니 입맛 쫘~~~~~~~악 당기는걸요..ㅎㅎㅎ

책향기 2008-03-04 10:00   좋아요 0 | URL
날 따뜻해지기전에 얼렁 해 드셔요~ 이제 며칠만 지나도 봄나물이 입맛을 쫘~~~~~~악 당길거 같아요^^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혜지가 독서토론 모임에서 세번째로 읽은 책과 감상문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는 판타지 등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나무' 역시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여러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나무'는 정말 놀라운 책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작가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그는 단순히 기발한 생각으로 재미만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다. 현재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혹은 미래에나 일어날 법한 기막힌 상황들 속에서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내가 인상깊게 읽었던 이야기는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투명피부' 인데, 피부가 투명해져서 남들과는 다른 모습을 갖게 된 어느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몸 속의 핏줄, 장기 등이 모두 보이는 그의 모습에, 다른 사람들은 혐오감을 느끼고 그를 피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서커스단을 찾아가는데, 그 곳에서 자신을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이 대해주는 여자 단원을 만난다.

    '투명피부'는 우리가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사람들, 즉 소수의 사람들에게 갖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비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도 예전에 이렇게 편견을 갖고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내가 6학년 때의 일이다. 한 아이가 나와 같은 반이 되었는데, 그 친구는 알고 보니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자폐아였다.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에 나는 그 친구를 조금씩 피하고, 어쩌다 단체 활동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같이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투명피부'를 읽고나서는 그런 나의 행동을 반성하게 되었고, 앞으로는 소외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 다른 이야기는 '황혼의 반란'이다. 이 이야기는 현재 우리가 직시하고 있는 노인문제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이 점점 사라진 젊은이들이 결국엔 CDPD라는 곳으로 노인들을 버리기에 이르게 된다. 이 때문에 생겨나는 노인들의 반감을 표현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는 2주에 한 번씩 찾아뵙는 나의 친할아버지가 생각났다. 가족과 함께 할아버지 댁을 찾아뵈면, 나는 가족간의 끈끈한 정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이렇게 당연히 공경해야 할 노인들을 버린다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지금의 우리와 사회를 있게 해주신 분들이다. 게다가 우리들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기 때문에, 그들을 단지 나이가 많은, 멀리 해야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그렇게 여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상상력을 뿌리로 해서 이리저리 이야기의 가지를 뻗어나갔다. 이런 점을 보면 '나무'라는 제목은 참 잘 어울리지 않는가? 나는 아직 '나무'의 모든 이야기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 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나의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럴 지도 모르고, 아직은 사회경험이 부족한 학생이기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음에 한 번 더 읽어서 이번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더 많이 느끼고 싶고, 작가의 숨겨진 뜻을 찾으면서 나의 상상력도 함께 키워 나가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1-2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우리 애들은 다 읽었는데, 저는 아직 못 읽었어요.
혜지양의 리뷰로 맛을 보고 간도 보고... 감사! ^^

책향기 2008-01-30 14:23   좋아요 0 | URL
저도 혜지덕에 읽었는데 사물과 현상을 다르게 볼 줄 아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답니다.^^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 33
김동인 외 지음, 현상길 엮음 / 풀잎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007년 혜지가 독서토론 모임에서 읽은 후 쓴 감상문


"수난이대"는 일제강점기에 한 쪽 팔을 잃은 아버지와 6.25전쟁 직후 한 쪽 다리를 잃은 아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내용을 담은 단편소설이다.

박 만도는 일제 강점기 징용때 한 쪽 팔을 잃었다. 그는 어느 날 전쟁터에 나간 아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간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처럼 장애인이 되어 있었다. 다리 한 쪽을 잃은 것이다. 처음 아들을 봤을 때, 만도는 실망하고 화도 났지만 곧 마음을 바꾸고 아들과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로 한다.

희망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에 만도마저도 진수가 외다리가 됐다는 것에 절망했다면, 그들은 아마 더 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에 이어 아들까지 불구가 되었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게다가 전쟁이 끝난 직후였기 때문에 그들은 가난하기까지 했으니 그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희망을 잃지 않고, 가족에게 서로 의지했기에 불구가 된 상황이 힘들더라도 꿋꿋이 이겨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오늘날에는 극도로 가난하거나 신체에 장애가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고 절망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은 전쟁 직후가 아니라 아주 편한 시대에 살고 있어서 그런 듯 싶다. 좀 더 편안한 것만 찾으려 하고, 어려운 일은 도전해 보지도 않으려 한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산다면, 정작 저말로 어려운 시기가 온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만도와 진수처럼 서로 도와가며 어려움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1-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생의 필독서 '수난이대' 참 찡하지요.
따님이 독서모임에서 착실하게 독서의 내공을 쌓고 있군요.
독서의 힘이 발휘되어 빛나는 사람이 되기를!

책향기 2008-01-27 14: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우리 딸이 이 글을 보면 무지 좋아하겠는걸요!!^^
 
소설 동의보감 - 상 소설 동의보감 3
이은성 지음 / 창비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7년 혜지가 독서토론 모임에서 읽은 후 쓴 감상문

나는 소설 동의보감을 읽기 전에는 허준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었다. 그저 조선의 명의였다는 것밖에는 전혀 알지 못했는데, 소설에서라도 허준과 우리나라의 전통 의술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설 동의보감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사람은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였다.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다 해서 아들과도 인연을 끊고, 허준의 공부를 위해서 자신의 몸까지 내주었다는 것을 읽고나서 과연 이 세상에는 유의태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유의태는 굉장히 냉정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유의태의 신념, 성격에 좋은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피붙이로서의 정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실력을 인정하는 사람을 수제자로 삼는것은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힘든 일이지 않을까? 또한 수제자에게 자신의 몸을 내준다는 것도 그 시대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아니 오늘날이라 하더라도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허준이 명의가 된것은 물론 허준의 피나는 노력과 성품 덕분이기도 하지만, 유의태의 가르침도 꽤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스승인 유의태의 가르침도 중요했지만 허준의 끊임없는 노력도 본받을만 하지 않은가? 의원이 되기 위해 7년동안 유의태의 집에서 힘든 내색하지 않고 혼자서 의학 지식을 깨우치는 것은 대단한 인내심이 없고서야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그는 내의원이 되고도 편안함만을 추구하지 않고, 오직 가난한 백성들의 병을 봐주면서 지냈다. 혜민서의 일은 내의원들이 제일 하기 싫어하는 의무였지만 그는 마다하지 않고 힘든 일을 도맡아 했으며 병자들을 무료로 고쳐주기도 했다.

이렇듯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해 끝까지 노력하는 허준의 끈기와 노력, 그리고 그를 알아본 유의태의 신념등은 오늘 날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변함없이 본받아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1-2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바닥을 보며 글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막막함을 느끼는데
아이들에게 쓰라고 할 때 아이들도 쓰기가 버겁겠구나 생각하곤 해요.
이렇게 긴 글을 생각을 정리하며 써내는것이 만만치 않을텐데 잘 하네요.
저의 아이가 그러지 못해 알라딘에 올려진 아이들의 글을 볼 때마다 부러움이 생깁니다.

책향기 2008-01-25 16:05   좋아요 0 | URL
승연님 칭찬 감사합니다. 이 감상문은 2007년 초에 읽고 쓴거라 제가 보기엔 많이 부족한 듯 싶어요. 마지막 결론도 허준과 스승에 대해 써내려가다 허둥지둥 내린듯 해서 다시 고치게 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참았답니다.^^ 나중에 읽어보고 스스로 느낄 날이 오겠지 싶어서요.
 

       

어제 딸아이와 함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고 왔다. 태왕사신기를 보면서 "어떻게 문소리가  연기를 저렇게밖에 못하지??"라고 내내 못마땅했었던 차에 어느 TV프로그램에서 그녀가 태왕사신기와 이 영화에 겹치기 출연하면서 태왕사신기의 신녀 역할에 몰입하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담담히 인정하는 태도를 보니 드라마를 보며 실망했던 그녀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결론은 "역시 문소리!"라고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고 싶었다는 것!^^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이 결승전에서 덴마크에 분패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도 아픔 하나씩은 다 지닌 채 비주류의 길을 걷는 이들을 내세우고 있다. 비인기종목이라서, 여자라서, 아줌마라서 마이너리티인 그들이 겪어야 하는 설움은 비단 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라면, 아니 아줌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문소리의 아줌마 연기에 더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을 터뜨리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것이다. 마트에서 쭈뼛쭈뼛 "세일!"을 외치는 모습이나 후배가 먹다남긴 한약을 버리지 않고 아들에게 억지로 먹이려는 모습, 남편을 찾아갔다가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만원짜리 뭉치를 남편 친구에게 툭 내던지며 밥이나 챙겨먹으라 전해달라던 모습등을 연기하는 문소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재주를 딱 알맞게 발휘해 낸다.

김정은은 사실 운동선수 캐릭터에 가장 안 어울리겠다 싶었던 배우였는데, 예상외로 배역을 잘 소화해 낸것 같다. 감독대행으로 부임했을 때의 모습을 볼 땐 어쩐지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어정쩡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선수들을 휘어잡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되는 감독대행으로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지영의 감초 연기는 기대 이상으로 빛나서 영화를 맛깔나게 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자연스러운 경상도 사투리와 뽀글이 파마, 단순 털털한 그녀의 성격은 갈등이 고조에 달해갈 때 순식간에 긴장을 해소시키며, 보기만 해도 웃음을 끌어내는데 충분한 것이었다.

제일 이해가 안 갔던 것은 엄태웅의 캐릭터였다(연기는 훌륭했다). 유럽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뛰다 감독으로 부임해서 선수들에게 유럽의 선진 훈련 방식을 도입하려 애쓰는 그는 처음에는 아줌마들을 비인간적으로 무시하고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없으며 협회임원에게 과도할 정도로 버릇없이 대드는 캐릭터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줌마들을 전폭적으로 믿고 선수들을 아끼는 감독으로 180도 변하게 되는데 그 계기가 물론 있긴 하지만 성격의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다고 느껴져 조금 아쉬웠다. 초반 감독으로 부임했을때 겉으로는 냉철하지만 그래도 드러나지 않게 선수들을 아끼는 마음을 조금 보여줬더라면 나중에 "지더라도 지금 이 순간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선수들을 독려하는 그가 더 와 닿았을텐데...



영화의 결말을 알면서 본다는 것은 사실 한 김 빠지는 위험부담을 갖고 들어가는 것인데, 이는 김지영과 조은지, 그리고 특별출연한 다른 조연배우(성지루, 하정우 등)들의 코믹연기와 의외의 상황 설정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으로 충분히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 거기다가 여자들간의 끈끈한 우정, 부부애, 선후배간의 유대감등은 보는 이들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을 적절히 교차시키는 감독의 연출력이 대단하다. 스포츠 영화가 보편적으로 내보이는 갈등, 극복, 화합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들의 삶에 끊임없이 매진하는 주인공들의 진심을 감독이 과도한 꾸밈없이 그대로 투영해준 덕분 아닐까? 

임 순례 감독은 "마지막 한 방울의 땀과 호흡까지 쏟아내며 최선을 다한 자에게 진정한 승리가 찾아온다는 진실을 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이번 영화를 통해 생애 최고의 순간은 1등으로 승리하는 그 순간이 아니라 "좌절 금지, 희망 권장!"을 외치며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는 그 순간이 바로 각자의 삶에 있어서 "생애 최고의 순간"임을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 임감독이 인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진심은 영화를 보러 오는 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듯 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1-2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못 봤는데 님의 후기에 아주 감동이에요! 다음주에나 볼 수 있으려나~~~~~

책향기 2008-01-27 14:18   좋아요 0 | URL
아이고...칭찬에 기쁘면서도 쑥스럽네요. 이 영화 꼭 보셔요. 정말 재미있어요^^

ragsu 2008-01-26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잘 봤습니다. 아이들과 꼭 보러가고 싶어졌어요~~~

책향기 2008-01-27 14:14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전 중학생 딸아이와 봤는데 재미있게 잘 보더군요. 근데 아줌마의 억척스러움이 묻어나는 장면에서는 따라 웃지 못하고 "왜 그러는데?" 하고 잘 이해를 못하긴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