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문

                                                  권 혁웅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 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 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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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궁쥐였어요!] 서평단 알림
나는 시궁쥐였어요! 동화는 내 친구 57
필립 풀먼 글, 피터 베일리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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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궁쥐였어요!>라는 제목만 놓고 보자면 이 책은 약간 시시해 보이기도 할 것 같다. 표지 그림만 봐도 시궁쥐가 아이로 변해 어느 마음 착한 부모를 만나 행복하게, 인간답게 살아가려고 했지만 예기치 않은 고난을 겪다가 결국은 다시 부모에게 돌아간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겠거니 하는 추측이 가능했고 따라서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예측에 이 책을 가볍게 여긴다면 그건 커다란 실수라고 말하고 싶다. 200페이지가량 되는 이 책을 펼치면 첫 장부터 필립 풀먼이라는 작가의 상상력과 유머, 그리고 인간의 깊은 내면을 꿰뚫는듯한 그의 통찰력에 놀라게 될테니까...

책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독특하다. 필립 풀먼이 어린 독자들도 암울하고 현실비판적인 이야기들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작가소개에 나와 있는데, 이 책 또한 예외가 아니다. 작가는 이야기의 전개 중간중간에 <진실의 회초리일보>라는 신문 지면을 끼워넣는데, 신문 기사를 통해 세상을 풍자하는 그의 이야기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맨 첫장에 나오는 바람둥이 왕자의 결혼에 대한 신문기사만 봐도, 왕자와 오릴리아양의 결혼기사 바로 밑에 "바람둥이로 유명한 왕자의 예전 여자친구들에 대한 기사 - 2,3,4,5,6,7,8면"이라고 끝내 왕자의 사생활을 폭로하고야 마는 언론의 저속한 속성에 독자들은 웃을수 밖에 없을 것이다. 풀먼은 이 신문을 통해 언론매체가 대중들에게 진실을 어떤 식으로 호도하고 은폐하는지, 때로는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도 않은 언론의 가식적인면을 매우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필립 풀먼이라는 작가의 장점이 세상을 풍자하고 비트는 솜씨가 뛰어난 것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는 구두 수선공인 밥 아저씨, 어느날 밤 무도회에 나타나 왕자와 사랑에 빠진 왕자비, 쥐였다가 소년으로 변한 로저, 로저를 구경거리로 만들어 학대하는 탭스크루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주인공들이 아닌가?! 이야기 속에 신데렐라, 구두장이와 난장이, 올리버 트위스트등의 동화 이미지가 섞여 있는데, 이 또한 너무나 자연스럽고 재치있게 인용된지라, 그저 작가의 상상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그의 상상력이 단순히 재미만 선사하지는 않았다. 그는 주인공 로저를 편견에 치우치고 자기 욕심만 챙기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에게 내던져 버린다. 탭스크루가 로저를 이용해 돈을 벌고 학대하는 모습이나 학교 선생님, 경찰관, 철학자, 의사등의 직업을 가진, 소위 교육을 받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로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의 눈으로 판단해버리는 모습은 오늘날의 수많은 사회부조리 그 자체다. 나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는 많은 이들이 로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동안 나는 과연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를 되짚어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 작품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지만 청소년과 어른이 읽어도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인것 같다. 중2인 딸아이가 읽고 나서 한 말은 "재미있어!! 하지만 쉬운 작품은 아니야~"였으니까...수많은 천조각을 정성껏 바느질 해 하나의 작품이 되는 퀼트처럼 풀먼은 이야기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요소는 모두 집어넣은것 같다. 그런데 결코 그것이 조잡해 보이지 않는것은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품의 밑바닥에 끊임없이 흐르는 인간에 대한 "사랑"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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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이 자살하다니... 정말 충격적이고 안타깝다. 아이들도, 재능도 그녀의 삶을 지탱해주지 못할 만큼... 무엇이 그녀를 힘들게 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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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동아 2008.9.1 - 17호
과학동아 편집부 엮음 / 동아사이언스(잡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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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사로 나온 <있다? 없다? 별난 신종 생물을 찾아서>를 읽어보니 우리가 밑반찬으로 흔히 해 먹었던 뱅어포가 1980년대에야 학계에 보고된 새로운 신종 생물이란다. 최근에는 매년 1만종이 넘는 신종 생물이 발견되고 있다고 하니, 이 지구상에 얼마나 다양한 생명이 살고 있는지 가히 놀랄만 하다. 우리나라 과학자도 남극에서 신종 미생물을 발견했는데, 세종기지의 이름을 따 "세종기아"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올해는 국제과학연맹과 세계기상기구가 정한 네 번째 "국제 극지의 해(IPY)"라고 한다. 화보로 북극의 자연 환경과 서식 동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소문난 과학자>는 과학사에 너무나도 유명한 초파리 실험을 통해 "멘델의 유전법칙"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토마스 모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스트레스에 대해서 자세하게 파헤친 기획기사도 있으니 공부에 시달릴 우리 학생들이 잘 읽어보면 스트레스쯤은 거뜬히 이겨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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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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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조지 오웰의 <1984>나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와 비교되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에 더하여 나는 이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고 <가타카>라는 영화도 함께 떠올렸다. 부모로부터 우수한 유전자만을 물려받아 결점이 없는 아이를 태어나게 하는 미래사회에서 자연의 섭리대로 태어난 빈센트! 그는 심장질환, 범죄자가 될 가능성등 결점투성이 유전자를 가진 자신의 운명에 굴하지 않고 우주비행사가 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그런 빈센트를 보며 꽤나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영화 <가타카>가 유전자에 의해 상류계급과 하류계급으로 나뉘는 새로운 신분사회를 그려낸데 비해 <기억전달자>는 마을 구성원들이 동등한 생활을 하는 평등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일단 태어난 아기들이 그 마을의 구성원으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조너스가 살고 있는 마을은 범죄, 기아, 가난, 장애, 이혼 등이 없는 평온한 곳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을 사람들은 쾌락, 환희, 색깔, 음악 등을 느끼지 못한다.

마을의 원로들은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되는 모든 기억들을 <기억보유자>만이 간직하게 하고, 사람들의 감정과 본능을 통제한다. 치밀한 통제하에 마을에서는 해마다 50명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이들은 기초가족에 배정된다. 아이들은 열 두살이 될 때까지 원로들에게 끊임없이 성격과 재능이 관찰된 후 각자의 적성에 맞는 최적의 직위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열 두살 기념식때 조너스는 <기억보유자>로 선택된다.

조너스는 <기억전달자>로부터 인류의 역사를 이루는 수많은 기억들을 전달받는 훈련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배고픔과 전쟁등의 기억을 전달받을 때는 참기 어려운 신체적 고통까지 느끼지만,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그가 모르고 살았던, 그리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그 모든 기억들은 마을의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기억보유자>에게 봉인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기억보유자>덕분에 조너스가 살고 있는 마을은 치우침이 없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듯 보인다. 심지어는 집집마다 가구 배치까지 똑같고, 내리막이나 언덕도 없는 지형이라 조너스는 기억을 전달받는 훈련과정에서 "언덕"의 개념을 알았을 정도이다.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유기적이면서도 완벽한 시스템을 이루고 있는 곳! 하지만 엄청난 권위를 지닌 <기억보유자>도 컨트롤할 수 없는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임무 해제>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임무 해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독자들은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조너스는 기억전달자가 그들 마을의 체제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실체를 보여주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만약 태어난 아기들이 마을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할 것으로 판명되거나 노인이 되어 직위를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그들은 <임무 해제>되어 마을에서 사라지게 되는데, 마을 사람들은 물론 조너스도 <임무 해제>된 아기나 노인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 채 살아왔던 것이다. 조너스는 보육사인 아빠가 따로 집으로 데려와 노력을 기울였던 아기 "가브리엘"이 마을에 부적합한 아기로 판명되어 <임무 해제>될 것이라는 말을 떠올리고 아기와 함께 마을을 탈출한다.

"하느님이 행하신 일을 보라, 하느님이 굽게 하신 것을 누가 능히 곧게 하겠느냐?"(전도서 7장 13절) - 영화 <가타카>의 주제를 함축하는 이 말은 <기억전달자>를 통해서도 같은 울림을 준다.  그런 점에서 조너스가 마을에서 탈출할 때 데려간 아기의 이름이 <가브리엘>이라는 것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완벽한 사회, 완벽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 신의 영역인 태어남과 죽음까지 통제하는 인간의 오만함! 작가는 "하느님의 힘"이라는 뜻을 가진 대천사의 이름 <가브리엘>을 아기에게 부여함으로써 그 오만함을 경고하는 듯 하다.

사람들은 전쟁, 질병, 기아, 가난, 장애, 차별이 없는 유토피아를 늘 꿈꾸어 왔다. 하지만 "결국 그런 이상향도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라는 의문부호가 남는것은 어쩔 수 없는 아이러니인것 같다. 결국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아무데도 없는 나라>일 뿐, 현실은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지금껏 반복되어 온 역사처럼 싸우고, 굶주리며, 차별받으며 괴로와 하며 살아갈 것이다. 조너스는 진짜 삶에 그런 고통이 있는 걸 알면서도 <늘 같음 상태>로 안주할 수 있는 마을을 빠져나왔다. 그에게 놓인 진짜 삶이 과연 아름답기만 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책장을 덮으며 조너스의 삶이 더 이상 가짜 삶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조너스는 말한다. "저는 사랑이라는 느낌을 좋아하게 되었어요."라고... "어쩌면 사랑이란 살아가는데 위험한 방식일지도 몰라요."라고 그는 걱정하지만 사랑이야말로 삶에서 찾아오는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를 내는 원천이라는걸 조너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할 여지를 많이 던져주고 있다. 또 미래사회의 암울한 면을 흡입력 있게 풀어나간 내용이 꽤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론 우리말의 어감을 잘 살려 번역하려 애쓴 번역가의 노력을 칭찬해 주고 싶다. 조너스의 친구 애셔가 세살 때 "Snack"과 "Smack"을 혼동하여 말하는 부분을 "맘마"와 "맴매"로 번역한 센스는 이 작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매끄럽게 잘 살려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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