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바이 - 정중한, 마지막 인사
나는 어째서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나와 남편, 그리고 중학생인 딸아이와 초등학생인 아들의 취향을 골고루 만족시키려면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가 제격이고, 그게 아니라면 스토리 전개상 적당한 유머와 속도감은 필수이다. 나 또한 일본 영화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영화 예매 싸이트에서 읽은 "영원한 여행의 도우미가 된 첼리스트"라는 문구에 어쩐지 자꾸만 마음이 끌렸다. 그리하여 남편과 아들아이는 이 영화를 마지못해 관람하게 되었고, 결국 굿바이는 심각한것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과 인생의 깊이를 알지 못하는 아들에게 끝까지 봐 냈다는 성취감(?)을 안겨 준 영화가 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심플하다. 첼리스트였다가 갑작스러운 악단 해체로 하루 아침에 백수가 된 주인공 다이고가 우연히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납관'일을 하게 되면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 심플한 내용중에 영화가 보여주는 다양성이라면 다이고가 납관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망자들이 지닌 각양각색의 사연정도랄까? 그래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다. 하지만 이 잔잔함이 지루해질 즈음마다 간간이 웃음보도 터뜨리게 하고, 눈물도 흘리게 하면서 영화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내용을 다루면서도 기대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준다.
오케스트라의 해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막막해하는 다이고에게 "연령 무관! 고수익 보장."이라는 구인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면접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진행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채용된 다이고는 나중에서야 그곳이 여행사가 아니라 납관일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을 그만두려고 할 때마다 능청스럽게 구실을 만들어내는 사장 이쿠에이와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다이고가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간간이 웃음을 자아내곤 한다.
결국 다이고는 아내에게 숨기고 조금씩 납관일을 배워나가고 죽음이라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주는 이쿠에이에게서 삶을 살아나가는 또 다른 방식도 함께 배운다. 하지만 납관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내 미카와의 갈등, 고향 친구의 백안시, 어릴 적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미움등은 그에게 커다란 괴로움으로 남는다. 이 갈등들이 해소되는 과정은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영화의 후반부를 지루하게 만들어버린다. "죽음"이라는 낯선 세계를 직업으로 갖는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다이고의 표정연기와 사장 이쿠에이의 능청스러움이 영화 초반부를 탄력있게 끌어나간터라 후반부의 뻔한 갈등해소 과정은 꽤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지만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남기는 여운은 아주 깊고도 강해서 나도 이제 어느덧 죽음이란 것을 경험해야 할 나이가 되었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슬퍼지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죽음만큼 평범한게 어디있어! 사람은 누구나 다 죽어..." 좀 더 평범한 직업을 가지라는 아내 미카의 말에 다이고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에게나 다 찾아온다는 점에서 죽음은 보편적이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 지 아무도 모르고, 인생의 끝에 단 한 번 겪는 영원한 이별이라는 점에서 죽음은 두렵고도 특별하다.
그리고....영화를 보고 나서 죽음이라는것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뒤돌아보려 할 즈음 나는 친정아버지를 하늘로 보내드려야 했다. 우리 가족 모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일상에 바빴던 그런 어느 날, 아버지의 죽음은 그렇게 갑자기 찾아왔다. 아빠도 돌아가시는구나....라는 생각.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는 생각. 너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생각. 하지만 고통없이 주무시다 돌아가셔서 다행이라는 생각. 생각. 생각들이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내 마음 속 깊이에서 이 영화의 끝없는 여운과 함께 소용돌이치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