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 평론가가 2014년에 발표한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읽다가 포기한 기억이 있다. 평론가가 쓴 책은 어렵다는 편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당시 내 독력(讀力)이 지금만 못했기 때문이었는지, 하여간 여러 번 읽기를 시도했다가 끝까지 못 읽고 중간에 관뒀다. 다행히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끝까지 다 읽었다. 읽다가 못 읽겠으면 전처럼 중간에 관둬야지, 라고 생각한 게 오히려 끝까지 읽는 힘이 된 것 같다(글 한 편의 길이가 짧기도 하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저자가 2010년 이후에 발표한 글들 중에 짧은 글들을 모으고 손봐서 엮은 책이다. 90편 조금 못 되는 글들을 슬픔(1부), 소설(2부), 사회(3부), 시(4부), 문화(5부)로 나눠 배치했다. 지난 7,8년의 글을 모아보니 슬픔에 대한 것들이 많아서 제목에 '슬픔'이라는 단어를 넣었다고 한다. 슬픔에 대한 글을 유독 많이 쓴 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때문이기도 하고 2017년 1월 23일 저자의 아내가 수술을 받은 일 때문이기도 하단다. 


저자는 슬픔에 관해 쓴 글을 모은 제1부에서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는 일의 어려움 혹은 불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슬픔이나 고통에 대해 공감한다, 연민한다는 식의 표현을 쓴다. 하지만 타인의 슬픔이나 고통에 백 퍼센트 공감하거나 연민하는 일은 어렵거나 가능하지 않다. 예컨대 부모를 잃은 사람의 슬픔은 부모를 잃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고, 자식을 잃은 사람의 고통은 자식을 잃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똑같이 가까운 사람을 잃었다 해도 각자의 관계와 경험은 저마다 다르기에 쉽게 공감하거나 연민하기 어렵다(이를테면 부모와 사이가 좋았던 사람이 부모를 여읜 경우와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이 부모를 여읜 경우).


그렇다고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영원히 포기해야 하는가. 그건 절대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고 직접 창작하고 공유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서로의 슬픔을 공부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슬픔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두운 영혼에 잠식되고 만다. 세월호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 앞에서 피자며 짜장면 따위를 폭식했던 인간들과 다름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죄없는 국민 수만 명을 학살하고도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칭하는 몰인격한 존재가 되고 만다.


건축학을 잘 모르면서도 글짓기는 집짓기와 유사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면(紙面)이 곧 지면(地面)이어서, 나는 거기에 글을 짓는다. 건축을 위한 공정 혹은 준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식을 생산해낼 것. (중략) 둘째,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건축에 적합한 자재를 찾듯이, 문장은 쓰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중략) 셋째, 공학적으로 배치할 것. (5쪽)


케어란 누구에게 시간을 주는 일 (6쪽)


아내가 수술을 받은 날 우리는 병실에서 껴안고 울면서도 나는 아내와 다른 곳에 있는 것만 같았고 그 슬픔으로부터도 아내보다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런 일들을 겪고 무참해져서 이제부터 내 알량한 문학 공부는 슬픔에 대한 공부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8쪽)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제대로 앎' 그 자체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 (38쪽)


소설이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소설을 읽으면 겸손해지고 또 쓸쓸해진다. 삶의 진실이라는 게 이렇게 미세한 것이구나 싶어 겸손해지고, 내가 아는 건 그 진실의 극히 일부일뿐이구나 싶어 또 쓸쓸해지는 것이다. (57쪽)


내 사랑은 두 번 죽는다. 한 번은 운명에 의해서, 또 한 번은 나에 의해서. (76쪽)


사고는 '처리'하는 것이고 사건은 '해석'하는 것이다. '어떤 개가 어떤 날 어떤 사람을 물었다'라는 평서문에서 끝나는 게 처리이고, '그는 도대체 왜 개를 물어야만 했을까?'라는 의문문으로부터 비로소 시작되는 게 해석이다. 요컨대 사고에서는 사실의 확인이, 사건에서는 진실의 추출이 관건이다. 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 사고가 일어나면 최선을 다해 되돌려야 하거니와 이를 '복구'라 한다. 그러나 사건에서는, 그것이 진정한 사건이라면, 진실의 압력 때문에 그 사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무리하게 되돌릴 경우 그것은 '퇴행'이 되고 만다. (115쪽)


대통령(大統領)이 대통령(大痛靈)이면, 우리 중에 가장 크게 아파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204쪽)


어렵고 지루한 소설이나 영화를 보거나 그것을 칭찬하는 평론가를 볼 때 화가 난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들로부터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가장 대중친화적인 소설이나 영화라고 칭송되는, 그러니까 쉽고 재밌기만 한 작품을 보다가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 작품들이 나를 포함한 대중을 '아무 생각 없이 재미만을 탐닉하는 소비자' 정도로 얕잡아 보고 있는 것 같아서다. 나는 거기서 '지갑을 열어. 그리고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즐겨. 넌 원래 그렇잖아.'라는 속삭임을 듣는다. (3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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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경의선책거리에서 열린 세계 책의 날 행사에 다녀온 지 오늘로서 일주일이 지났다. 작년 세계 책의 날 행사는 우천으로 취소되었기에 올해 행사가 무척 기대되었다. 다행히 올해는 날씨도 좋고(행사 후반에는 비가 내린 듯하지만) 참가한 출판사나 관람객도 많아서 성황리에 잘 마친 듯하다.


주최측으로부터 장미꽃 한 송이와 책 한 권도 선물받았는데, 선물받은 책이 마음에 안 들어 얼굴을 찌푸리고 있자니 어떤 분이(아마도 행사요원이었던 듯하다) 책을 2만원 상당의 책 교환권으로 바꿔주시고 계셨다. 냉큼 달려가 가지고 있던 책을 반납하고 교환권을 받아서 읽고 싶었던 책 두 권을 샀다. 


그 중 하나가 북유튜버 '겨울서점' 김겨울 님의 책 <독서의 기쁨>이다. 책 읽는 장소, 책 읽는 자세, 책 읽을 때 사용하는 도구, 책에 밑줄을 긋는지 안 긋는지, 필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등등 책과 관련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책 중반에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독서 역사를 회고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 공부 외에 허락된 유일한 오락이 독서였고, 그게 취미이자 습관으로 굳어져 현재에 이르렀다는 고백에 깊이 공감. 중고등학생 때는 참고서 사고 남는 돈을 모아서 책 사고, 대학생 때는 알바해서 번 돈으로 책 사고, 현재는 버는 족족이 책을 산다는 고백에도 '이건 내가 쓴 글인가' 싶었다.


저자는 전자책 어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TTS 기능을 이용해 책을 '듣기'도 한다는데, 눈으로 읽을 때 쉬이 읽히지 않는 책이 있다면 귀로 들어보라는 조언에 솔깃했다. 줄간격이 좁아서 오랫동안 멀리했던,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을 전자책으로 구입해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겨울서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GPfjyMkN7uAmzfRpXL-AxQ)





어젯밤엔 Y 인터넷서점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통해 알게 된 웹툰 작가 의외의사실 님의 책 <퇴근길엔 카프카를>을 읽었다. 만화라서 금방 읽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정말 금방 읽었다. 근데 만화라서 금방 읽었다기보다는, 만화에 나오는 책들을 대부분 읽었기 때문에 금방 읽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이 책은 저자가 민음사 블로그에 연재한 <의외의사실의 세계문학 읽기>를 엮은 것이다. 연재 기간 동안 저자는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을 한 권씩 읽고 해당 문학 작품에 관한 만화를 그렸다. <체호프 단편선>, <등대로>, <오셀로>, <죄와 벌>, <위대한 개츠비>, <픽션들>, <순수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페스트>, <오이디푸스 왕>, <보이지 않는 도시들>, <변신, 시골의사>, <나를 보내지마>까지 모두 열세 편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필사적으로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교롭게도 저자가 고른 열세 권 중 두 권빼고 다 읽었다(!!).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인지 다 알고 읽으니 아무래도 책장이 술술 넘어갈 수밖에.


당연하게도 읽지 않은 책에 관한 만화는 상대적으로 찬찬히,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 중 하나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다. 알베르 카뮈의 작품으로는 <이방인>밖에 읽지 못했는데, 알베르 카뮈의 작품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저자가 소개하는 작가의 생애나 작품에 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이런 인용문이 나온다.


늘 스스로를 살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 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그 외의 것들, 건강, 청렴, 순결성 등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입니다. 

(알베르 카뮈 <페스트> 중에서, 264쪽)


요즘 한창 A형 간염이 유행이기도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 - 잘못된 전통이나 관행, 조직의 적폐 등등 - 은 병균이고 부자연스러운 것 - 건강, 청렴, 순결성-은 일정 정도의 의지와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경지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소설 자체의 줄거리나 내용을 보면 딱히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뭔가 주제 사라마구 느낌?), 대체 이 문장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궁금해서 이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강추 도서이므로 큰 사이즈로 첨부한다.


<퇴근길엔 카프카를>을 다 읽고도 잠이 오지 않아서 읽은 책이 <박완서의 말>이다. 이 책도 Y 인터넷서점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김하나 작가님이 입이 닳도록 찬사를 보내셔서 구입했는데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 X 100000 좋다. 필독서로 지정해야 함.


이 책에는 박완서 작가님이 1990년대에 했던 일곱 번의 인터뷰 혹은 대담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여러 지점이 흥미로운데, 첫째는 '작가의 탄생' 면이다.


박완서 작가는 어쩌다 작가가 되었을까. 문학 소녀였고, 서울대 국문과에 진학하기도 했던 박완서 작가가 결혼 후 평범한 전업주부로 지내다 마흔이 되어서야 <나목>으로 등단해 소설가로 커리어를 쌓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에는 더욱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결혼 후에도 한국 소설을 즐겨 읽었는데 남성 작가들이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읽을 때마다 '이런 여자가 어딨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진짜 여자, 현실의 여자, 살아 있는 여자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계기는 박수근 화백의 그림이 엄청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는 알게 된 것이었다. 알려진대로 박완서 작가와 박수근 화백은 젊은 시절 미군 PX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사이다. 박완서 작가는 박수근 화백이 얼마나 고생하며 생계를 잇고 그림을 그렸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데, 박수근 화백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거래하며 엄청난 돈을 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박수근 화백에 관한 논픽션을 쓰기로 했고, 쓰다 보니 한계에 부딪쳐 픽션으로 장르를 바꿨는데, 그렇게 탄생한 <나목>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둘째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1931년생인 박완서 작가는 페미니즘을 알지도 못하고 배운 적도 없다고 말한다. 여자라서 집안에서 차별받은 적도 없고, 아들딸 구분 없이 교육시킨 어머니 덕분에 당시로서는 드물게 여성의 몸으로 국내 최고 학부까지 입학했다. 그랬기 때문에 다른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부당하고 불공평한 지가 눈에 더 잘 들어왔고, 나중에는 상대적으로 덜 부당하고 덜 불공평했다고 여겼던 자신의 삶에도 엄연한 차별의 요소가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전쟁 통에 아버지와 오빠가 죽고 엄마와 딸인 나만 남자, 엄마가 "집안이 바로 되려면 네가 죽고 오빠가 살아남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한 식이다. (이는 사노 요코가 한 경험과도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가부장제 안에서 엄마가 딸을 온전한 딸로서가 아니라 아들 대신, 또는 아들이 되지 못한 존재로 여기는 경험은 나 역시 한 적이 있고 지금도 하고 있기에 어떤 전율 같은 것을 느꼈다. 


본인은 페미니즘에 관해 잘 모른다고 말하지만, 말씀 하나하나가 페미니즘 개론서에 나올 법한 문장들이고, 어떤 발언은 2019년을 살고 있는 현대 여성들도 미처 가닿지 못하는 생각들이라서 귀감이 되었다.


"사실 기득권을 쥔 쪽은 깨어날 필요가 없는 거구요. 남자가 기득권자인 건 확실하잖습니까? 그 점은 정권의 관계하고도 참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의 경우 절대로 정권을 쥔 쪽이 그냥 내놓는 법은 없었잖습니까? 결국 빼앗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러려면 조금은 더 슬기롭고 표독스럽지 않으면 안 돼요. 달래지 않아도 주는 사람은 없어요." (93쪽)


"말로써 쉽게 남녀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젊은 여자들, 만만한 남자를 만나서 쉽게 평등을 이루려는 약은 여자들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135쪽)


"페미니즘을 의식했다기보다는 남자들이 쓴 인기 있는 소설의 여성상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이건 남자가 원하고 바라는 여성이다 생각해서 여성의 실제 모습을 보이고자 한 것이었죠. 남자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환상적으로 처리된 것에서 벗어나 실제 여성의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 주체적인 소설이 바로 페미니즘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145쪽)


"효부는 있어도 효녀는 없거든요. 차를 타고 가면서 라디오를 들어보면 시어머니가 방문했을 때에는 극진하게 해드리고, 친정어머니가 다녀가실 때에는 찬밥 같이 먹고 차비 5000원을 드릴까 말까 고민했다고 해요. 이런 것을 우리 스스로 미덕이라고 느낍니다. 효란 자기를 길러준 사람에게 자연적으로 우러나는 가장 인간적인 마음이거든요. 그런데 효자는 효부 아내만 두면 저절로 되는 거예요. 남자도 여자 부모에게 똑같이 할 수 있나요?" (164쪽)


셋째는 '기분 나쁜 인터뷰어에 대처하는 태도'다. 김하나 작가님도 팟캐스트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에는 아주 기분 나쁜 인터뷰어가 둘 나온다. "남자의 경우에는 군대라는 게 있고 더러는 운동권에 휩쓸리기도 하고 반항도 하게 되는데 여자에게는 그런 게 전혀 없거든요.", "아버지와 오빠로 대표되는 남성의 부재라는 것이 선생님에게 뭔가 운명적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같은 발언은 인터뷰어의 현실 인식과 역사관, 나아가 인성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발언이라고 생각하는데, 박완서 작가는 대놓고 화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아주 굽히지는 않는 태도로 인터뷰를 이어간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일본어 세대인 작가가 우리말에 대해 느끼는 애정의 깊이다. 얼마 전 다른 책에서 박완서 작가가 도스토예프스키나 투르게네프 같은 작가들의 책을 일본어로 읽었다는 글을 읽고 새삼 놀랐다. 생각해보니 박완서 작가는 1931년생이고 일제 강점기에 학창시절을 보냈으니 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어로 된 책을 읽었던 건 당연하다. 해방 후 작가는 학교에서 처음으로 우리말로 쓴 글을 배우고 시조나 가사 같은 전통 문학을 공부하며 국문학도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깊은 만큼 글을 쓸 때에도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했다는데, 앞으로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이게 얼마나 공들여 쓴 단어이고 문장이고 글인가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책의 내용과는 상관 없이, 90년대까지만 해도 얼마나 책이 잘 팔렸는지를 알수 있는 대목들도 많이 나와서 흥미로웠다. "세칭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20판에서 30판씩 꾸준하게 팔리고", "<서 있는 여자>는 한 여름에 2,3만 부씩 팔린다.", "지금이야 소설 같은 거 10만 부쯤 팔리는 게 우습지만" 같은 발언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크게 변했는지 새삼 느꼈다. 요즘은 1만 부도 안 팔리는 책이 허다한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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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19-04-3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의 글을 참 좋아하는데, 꼭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키치 2019-05-01 09:45   좋아요 0 | URL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8년 알라딘 서재의 달인/북플 마니아로 선정되었다는 소식 듣자마자 선물이 언제올까 기다렸는데 드디어 왔습니다. 선물은 도라에몽 다이어리와 피넛츠 일력, 모비딕 머그입니다. 도라에몽 다이어리가 화면보다 예뻐서 완전 심쿵 ㅎㅎㅎ 사이즈도 큼직해서 실용적일 것 같아요.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그나저나 예전에는 리뷰/페이퍼/TTB 각 분야에서 달인/마니아를 따로 선정했는데, 이제는 서재의 달인과 북플 마니아도 통합해서 선정하네요. 그만큼 마니아로 선정되는 분들의 수가 줄고, 마니아 선정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일 텐데, 과연 저는 올해에도 알라딘 서재의 달인/북플 마니아로 선정될 수 있을까요 ㅎㅎㅎ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듭니다 ㅠㅠㅠ


선정되신 분들 모두 축하드리고, 알라딘 서재지기 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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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1-0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라에몽 다이어리와 피너츠 일력, 좋은 것 같아요.
키치님,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밤 되세요.^^

키치 2019-01-03 07:1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

syo 2019-01-02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치님 축하드립니다!! 저하고 완전히 똑같은 구성으로 받으셨네요^-^ 컵은 랜덤발송인 것 같던데

키치 2019-01-03 07:16   좋아요 0 | URL
syo 님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 한 해도 좋은 책 많이 만나시기 바랍니다 ^^

카알벨루치 2019-01-0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하곤 컵만 달라요 축하합니당 ^^

키치 2019-01-03 07:16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 님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메오 2019-01-0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컵 종류가 여러가지군요 ^ 축하합니당^^

키치 2019-01-03 07:16   좋아요 0 | URL
컵만 랜덤이군요 ^^ 감사합니다!

해피클라라 2019-01-0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치님 축하드려요^^
 

동생이 오른쪽 가슴에 멍울이 만져진다 했는데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니 가벼운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일단은 조직 검사를 해봐야 정확한 진단이 나온다고 해서 집 근처 대학병원에 검사 신청을 해놓고 대기 중인데 기다리는 마음이 여간 불안하고 무거운 게 아니다. 


동생이 멍울 얘기를 꺼낸 게 최근이 아니고 올해 초쯤인데 그 때 나는 얼마 간의 목돈을 쥐어주며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만 건넸을 뿐 동생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도록 이끌지는 않았다. 동생도 나이가 서른이 넘었고 제 앞가림을 하고 있으니 불편하면 제가 알아서 하리라 여겼지, 동생이 지금 얼마나 불안하고 겁먹었는지, 그래서 병원에 갈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지는 상상도 못했다. 


지금 내가 가장 무서운 건 동생이 내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고, 동생이 내 곁에서 사라지지 않게 붙잡을 힘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간절히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는 돈도.


하필이면 이때 엄마가 친척 동생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때는 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적이 있었기에(아주 잠깐이었지만)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부러운 마음부터 들었는데, 그건 그저 그가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과 안정된 수입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일 뿐, 공무원으로서 하는 일이나 앞으로 살게 될 인생에 대한 부러움은 아니다. 


다만 안정된 직업을 최고로 치는 엄마가 친척 동생의 소식을 전하며 은근히 부러움 & 남에게 자랑할 거리 하나 없는 자식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는 건 어쩔 수 없이 불편했다. 아니, 엄마의 자랑거리가 되지 못해서 죄송스럽다고 해야 하나. 아니, 더는 엄마의 자랑거리가 되기 위해 살지 않아서 후련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이 나이 먹도로 돈도 못 모으고 남들한테 내세울 만한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닌 내가 그저 미련하게 여겨졌을 뿐이라고 해야 하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좋고 내 삶에 대해서도 그럭저럭 만족한다. 다만 이 일이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안정된 수입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건 불만족스럽고, 어떻게든 그걸 손에 넣은 사람을 보면 엄청 부럽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아주 부럽지 않은 것도 아닌 애매한 감정에 휩싸인다. 


이건 비혼으로서 기혼인 사람을 볼 때 느끼는 감정과 유사하다. 어쩌면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싫어하는 것도 아닌 브랜드의 백을 볼 때나, 내 취향은 아니지만 남들이 잘생겼다고 하는 연예인을 볼 때의 감정과도. '저건 내 것이 아니야. 근데 저게 내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누가 거저 주면 가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내 걸 버리진 않을 거야.' 


누군가는 이걸 같잖은 오기나 아집이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나조차도 그렇게 여기는 마음이 일말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게 날 아주 죽여버리기 전까지는 붙잡고 있고 싶다. 어떻게 되나 - 내가 정말 끝까지 아무 것도 안 되는지 - 두고 보자고. 


아무튼 11월은 끝나가고 있고 다사다난했던 2018년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바라면서 시간이 빨리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건은 빠르게 흘렀으면 좋겠고, 동생과 보내는 시간은 더디게 흘렀으면 좋겠다. 연말이라고 흥청망청 살지 말고 돈 아끼고 돈 모으고 동생과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야지.


후회할 짓은 하지 말고, 후회할 짓을 했으면 깔끔하게 반성한 다음 더는 후회하지 말자. 이 다짐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다.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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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8-11-30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디 동생분 좋은 결과 있으시길 ㅜㅜ

키치 2018-11-30 22:35   좋아요 0 | URL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편안한 불금 &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bookholic 2018-12-0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제 동생도 머리 시술을 해서 한참 걱정을 했었어요... 키치님의 동생분 증상도 정말 별것 아니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키치 2018-12-01 09:31   좋아요 0 | URL
bookholic 님 동생분은 이제 괜찮으신가요. bookholic 님께서도 걱정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함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따뜻한 마음으로 주말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서니데이 2018-12-01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치님, 동생분의 일로 걱정 많이 되실 것 같아요. 기다리는 검사 결과가 좋게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키치 2018-12-01 09:3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함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따뜻한 마음으로 이 주말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영어회화 핵심패턴 233> 9주차 학습을 마쳤습니다. 교재 구입하고 학습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 주차 학습만을 남겨두고 있다니 감개무량합니다 ^^ 


이번 주에는 추석 연휴를 이용해 진도를 많이 나갔습니다. 그동안 팟캐스트 업로드 속도에 맞추어 하루에 한 패턴씩만 학습했는데, 10월 첫째주까지 책 한 권을 마치려면 진도를 더 많이 빼야겠더군요. 그래서 하루에 6~7패턴씩 학습했습니다. 학습은 예전처럼 QR 코드를 이용해 음성 파일을 청취하고 노트에 문장을 받아쓰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번 9주차에는 what, who, which, where, when, why, how 등 의문사를 이용한 패턴과 should, have to, had better 등을 이용한 패턴을 학습했습니다. 패턴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여행, 출장, 비즈니스 등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사용되어 있어서 가능한 한 꼼꼼하게 학습했습니다. 학습한 내용이 모두 제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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