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책방을 개업할 당시에는 무척이나 신이 났었다. 점심 먹을 시간 없이 돈 벌이기가
바빴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실컷 보고 그리고 돈도 벌이니 금상첨화가 아니었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 앞뒤로 책방이 무려 7개가 생겼었다.
처음엔 속이 상했지만.(돈을 나눠 먹으니까) 그러러니 하고 잊어 버렸다.
웬걸 그 책방들이 하나둘 얼마를 못 버티고 계속 문을 닫았다. 2년 정도 한 책방이 제일 오래 했다.
난 참으로 오래 버틴다. 내가 생각하건데 그 이유는 대략 몇 가지인 것 같다.
첫째 주인이 만화를 아주 좋아한다. 그러므로 찾아오는 손님들하고 대화가 된다.
둘째 주인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모두 언니 동생 만들어 버리고 더욱더 어리면
귀여운 내 새끼들로 만든다
셋째 주인이 무척 인심이 좋아 연체료는 아예 받을 생각도 안한다.
(혹 지킴이들보고도 받지 말라고 한다)
넷째 주인의 말씨가 너무 친근하다.(특유의 사투리에 상냥한 말씨라고 한다)
다섯째 주인은 못났지만 항상 웃는다. 그리고 무척 크게 웃는다.
여섯째 주인이 새끼를 낳았는디 모두를 친척으로 안다.
(어린이날이 되면 아이들 선물이 한 보따리다)
일곱째 주인의 남편이 절대 입을 안 연다. 건 10년이 다 되어도 이모 삼촌들에게
깍듯이 존대말을 쓴다.
여덟째 주인이 밥 먹을 시간이면 무조건 밥 먹고 책 빌려라 한다.
아홉째 주인이 성질이 아주 급하여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
( 속상해 우는 이모를 보고 분해서 모 홈쇼핑을 상대로 싸워서 돈 무지 많이 받아 줬다
. 주인은 그때 그 이모의 아버지께 거나한 저녁 얻어먹고 돈을 안받을려고 하는 바람에
명품을 몇 개 선물 받았다. 그러나 주인은 명품을 명품 답게 사용안한다.
덕분에 주인 남편은 아직도 이모의 아버지와 대작하며 주인의 아들은 멋진 이름표를 선물 받았다.)
열번째 가장 큰 사실 ... 주인은 사람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뭣이 순서가 맞았는가 모르겠다. 하여튼 그런그런 이유로 이 책울타리는 벌써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에 접어들었다. 이런 세월 속에 이 책들과 함께 피와 살을 묻고 살건만
나도 언젠가는 저들처럼 문을 닫겠지
돈 보다는 책 한권 더 빌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은 지금의 나.... 그러나 사람들은
책 볼 겨를도 없이 다들 바쁘게 생활하고 그저 나의 손때만 묻고 외롭게 꽂혀 있는 책들....
소설책은 공짜라도 빌려 주겠는데 읽겠다는 이들은 별시리 없구....
만화책은 안되지 환타지도 안되지 인터넷소설도 안되지... 그건 내 돈벌이니까...
이 장사만큼 편한 장사는 또 없지 않은가!! 지킴이들도 다들 만화책을 좋아하니까
얼마든지 봐주고...
여름 되면 돈 벌여 놓는다고 놀러도 실컷 갔다 오라 하고....
그러나 대여점은 망해간다... 오로지 살아남은 책울타리. 전방 학교를 5개를 끼고 있어
그 많은 책방은 어디로 갔나!!! 어제도 교대 앞의 한 곳이 망했는디....
책을 갖다 주는 분이 말한다. 가면 갈수록 이 책울타리 좋은 일만 생긴다고....
물론 좋지... 계속 회원이 느니까 좋고 이젠 책 빌릴 때가 없으니
우리 집에 안 올수는 없으니까 좋지.
그러나 좋은 마음만은 아니다. 그저 슬프다. 만화책이라도 열광하고 클램프의 사진에 빠져
아우성치고 만화의 주인공에 웃고 우는 아이들이 그립다. 신간도 물밀듯이 쏟아졌을 때가 그립다.
오늘 낮에도 일명 말하는 아지매가 차에 잔뜩 실어 반신욕할때 볼꺼라며 한 보따리 가져갔다.
아르미안을 또 보고 레드문을 또 보고 북해의 별을 또 보고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또 보고
또 보고 .....
이젠 서서히 내가 백귀야행이나 환상유애등 그쪽으로 슬슬 권해준다.
천마의 혈족도 그립고 화륜도 그립고 바사라도 그립고.....난 그리운 것이 많다.
아마 이 곳을 그만두어도 내가 버리지 못하는 나의 추억의 만화는 챙겨서 이고라도 있어야겠다.
그럼 K가 한 말 하겠지. " 니가 지금 몇 살이고 내일 모레면 40이다. 비디오 모으제 만화책 모으제 내가 알라를 두 명 아니고 세 명 데리고 산다" 뻔한 말이지...그러면 우리 딸 또 엄마 편 들어주겠지.
"아빠 엄마는 꿈을 먹고 살아요" 킥킥 매번 소현이가 써 먹는 말이지만 그 말에 K는 늘 감동이란다.
나와 만화하고 같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K는 그 세월동안 만화책 한 권 보는 것을 못봤다. 아니 있 긴 있었는 것 같다. 아마 성인만화였지. 고것도 몇 권 보더니 그만두었다. 그런 사람이 이 여자와 산다는 것은 불가사이한 일이지만 어쨌던 잘 살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난 앞으로 10년은 더 해야 되겠다. 그럼 내 나이.... 그건 좀 너무 했지... 한 5년만 더하고 관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