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 김진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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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하이든, 드디어 만나다~!

 

1.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추리/스릴러물 혹은 공포물들을 더 자주 찾게 되는데, 그런 장르의 책을 읽다보면 섬뜩함과 시원함이 무더위를 날려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흥미진진한 내용에 몰입하며 읽다보면 어느새 무더위가 저만치 날아가 있곤 한다. 이번에 읽은 <미스터 하이든>은 그런점에서 볼때 지금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고 빠져 들며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의 포인트는 바로 주인공의 심리변화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일반인과는 생각하는 방식이 남다른 주인공이다보니, 사실 주인공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긴 했지만 말이다. 간혹 드라마나 영화속에서 이 책의 주인공과 비슷한 인물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읽으면서 든 생각! 영화로 만들어도 참 괜찮을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계속 영화를 보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 거장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연출로 영화화 확정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또 어떤 느낌일지, 나중에 영화로도 찾아보고 싶은 작품이다.  어떤 인물이 헨리 역을 맡고, 그 역을 어떻게 소화시켜 나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종영된 한국드라마 한편이 생각이 난 다. 바로 <미스 리플리>라는 드라마인데, 그 드라마의 여주인공 이다해씨가 맡은 장미리 라는 주인공과, <미스터 하이든>의 헨리(하이든)는 꽤 많은 점이 닮아 있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결국엔 그 거짓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른다. ​거짓을 정말인것 마냥 믿게 만드는 솜씨, 세상을 향해 사기를 치는 그들의 놀라운 솜씨, 과거의 아픈 상처까지 똑 닮은 그들.

헨리속에서 난 장미리를 보았다. 그러나 비슷한듯 묘하게 다른 그들.

(헨리가 처음엔 리플리 증후군을 가지고 있나 싶었다. 사람을 휘두르고 세상을 속이는 그의 거짓을 보며. 그러나 그는 그가 만든 허상을, 거짓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교묘하게 이를 잘 이용했다. 이 인물 참 연구해볼만한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장미리라는 인물보다 헨리라는 인물이 더 무서운 인물인것 같다. 헨리를 보면 리플리중후군은 물론 사이코패쓰도 생각이 난다. 그런데 한가지로 진단하기 어려운 것은 헨리라는 인물의 특성이 그 모든것을 다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업그레이드 버전같은 인물. 평범한듯 행동하면서 사전에 다 계획하고. 일반 사람들이라면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할 일들을 꾸미고 자기 합리화한다. 그래서 무섭다!)

진실을 왜곡하며, 거짓에 옷을 입히는 헨리. 헨리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말 그것이 진실일꺼라고 믿을것 만 같다. 이미 그가 저지른 모든 만행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지켜 보았기에, 그의 말이 거짓임을 알 수 있었을뿐, 만약 나 역시 소설속 인물에 지나지 않았더라면 나조차도 깜빡 속았을 것이다.

선함과 악함의 묘한 경계에 있는 그를 보며, ​인간의 심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사람임엔 틀림 없다.

***

2. 잘나가는 작가, 성공한 소설가인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아내 vs 내연녀 베티.

성공한 소설가로 알려진 그에겐 비밀이 하나 있다. 그의 모든 작품을 쓴 사람이 아내라는 것. 즉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건 아내인데, 그에겐 내연녀가 있다. 그런데, 내연녀 베티가 임신을 하게 된다. 그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둘 중 하나를. 

 베티에게는 아내와 헤어지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헤어질 마음이 들었던쪽은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아내가 아니라, 베티였다.  그는 베티와 절벽에서 만나기로 하고, 베티의 차를 본 순간 차를 절벽으로 떨어뜨려 버린다. 이제 고민의 순간은 끝났으리라. 그러나, 운명의 장난이 비로서 시작되었다. 베티의 차안에 있었던 것은 베티가 아니라, 그의 아내였던 것이다.


베티를 절벽에서 밀어버림으로써 그는 모든 고민의 순간이 끝났다고 여겼을리라. 그러나, 집으로 돌아왔을때 아내는 집에 없었다. 그리고 베티가 문밖에 서 있었다. 이 장면을 나는 수도없이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헨리는 이때 어떤 심정일까, 어떤 얼굴표정을 하고 있을까 그려본다. (나중에 영화를 보게 되면 이 장면을 연기하는 연기자의 얼굴표정을 유심히 지켜볼것 같다.)

그리고 헨리가 이제 어떻게 행동할지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역시 헨리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나는 헨리의 뒷수습에 놀라고 말았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행동. 나는 헨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헨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그 주변인물들과 헨리의 관계,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헨리를 나는  시종일관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그 관찰은 곧 놀라움으로 변하게 된다. 과연 헨리의 거짓말은 어디까지 불어나게 될 것이며, 헨리의 끝은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증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가독성이 참 좋다!)

더운 여름 스릴러 영화 한편을 본 것 마냥 만족스러웠지만, ​사실 마지막페이지를 덮고나서는 뭔가 아쉬움이 남았는데, 그것은 웬지 뒷이야기에 뭔가가 더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 계속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명쾌한 결말이라기 보다는 뭔가 생각을 좀 더 하게 만드는 결말이랄까.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런 장르에 이런 여운을 가져다주는 결말도 크게 나쁜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는 참 알듯, 모를듯한 인물임엔 틀림없다. 그를 생각하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복잡하게 엉켜있는 실타래를 안고 있는 나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실을 안고 있는 헨리가 그려진다. 어떤 복잡한 사건도, 어떤 당황스러운 사건도 헨리는 교묘하게 빠져나갈것 만 같다.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가 참 어려운 인물이다.


책뒷표지에 보면 사이컬러지투데이에 이 책에 대한 평을 이렇게 내렸다. '재치있고 사악한 심리 미스터리!' . 그렇다 나역시 그말에 공감한다. 무더운 여름, 이런 심리 미스터리 한편 어떠실지? 거짓으로 쌓아올린 인생이 자신의 한순간의 실수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 한 남자. 그 남자의 거침없는 뒷수습.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 흥미진진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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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17: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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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프랑스 육아 - 유럽 출산율 1위, 프랑스에서 답을 찾다
안니카 외레스 지음, 남기철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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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직 아이는 없지만, 조카들을 돌보면서 나름 간접육아경험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관련 책들을 읽어두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는것 같고. 이번에 읽은 책은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프랑스 육아>라는 책이었다. 사실, 나는 프랑스 육아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책제목에 프랑스 육아를 거론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배울바가 많은 나라이며, 배울점이 많은 육아법이 아니겠는가. 프랑스인들은 행복한 부모에게서 행복한 자녀가 나온다고 믿는다(p19)고 한다. 그리고 나역시 그렇게 믿는다. 자고로, 부모가 행복해야 자식들도 행복한 법이리라.


맞벌이 부부나, 소위 잘나가는 부부들을 보면 아이를 갖기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면 피임을 하기도 하고, 부로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 애쓴다. 친구중에는 아이가 간절하지만, 임신이 되지않아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보다가, 이렇게 아이를 낳을 수 있음에도 일부로 피해가는 사람들을 볼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아이는 신의 선물인데 말이다. 2장에서 말했다. '아이를 갖기에 완벽한 때는 없다!'고 말이다. 완벽한 때를 기다리느라, 정작 필요한 순간, 신의 선물이 내게 당도하지 못할수도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프랑스인들은 아이 갖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직 젊은 나이거나 번듯한 집이 없거나 확실한 직업이 없어도 아이를 낳는다.(p25)고 한다. 물론 번듯한 집이 없고 확실한 직업이 없을때 아이를 낳게 되면 앞으로 막막해지긴 할 것이다. 어떤 일이든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니. 프랑스인들은 도대체 어떤 육아를 하는 것인지 더 궁금해졌다.


사실, 저자가 처음부터 프랑스에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독일에 살고 있다가, 프랑스로 이주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만약 독일에 계속 살고 있었더라면 여전히 아이 낳기를 두려워했을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육아와 프랑스 육아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지 못했기에 왜 그러한지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알게 되었다. 프랑스 사람들과 독일 사람들의 마인드 자체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는데 가령 독일 부부들은 상당수가 배우자와 비슷하거나 똑같은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약 60퍼센트 이상의 부부들이 서로 비슷한 학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 프랑스 부부들은 약 33퍼센트만 교육수준이 비슷하고 그 비율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학력은 곧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직결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앞으로의 일에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동반자역시 자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이하는 것이리라.

독일 사람들에 비해 프랑스 사람들이 더 개방적인 성격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음을 느꼈는데, 그것은 육아에서도 적용되었다. 다소 미래애 대한 두려움을 많이 안고 사는 독일 여성의 경우 자연히 아이를 가질때 모든 조건이나 요소를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독일 사람, 프랑스사람에게만 극한된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정부의 사고방식 역시 독일 정부의 그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부부 지원 정책이 아닌 자녀가 있는 가정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 결혼은 경제적인 안정을 가져오는 안식처가 아니며, 남편은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아빠 또는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p51)는 것이다.  의식이 깨어있달까. 좀 더 개방적인 이런 마인드는 참 좋은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독일과 프랑스의 사고방식과 마인드를 알 수 있었다. 자연스레 그들의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서도 말이다. 더불어 저자의 경험과, 지인의 경험담을 읽으며 육아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그 안에는 임신,출산등의 모든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독특했던 점은 분만이라고 하면 그냥 단순히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의 주도하에 아이를 낳는 장면만 떠올랐었는데 유별난 분만법(태아가 태어나자마자 탯줄을 자르지 않고 탯줄이 저절로 떨어질때까지 1~3일 기다리며 출산한다던지, 피가 묻어 있는 태반의 일부를 먹고 싶다면서 그렇게 해야 자식과 하나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던지)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더랬다. 믿음이야 본인의 자유이긴 하지만, 독일의 여성들은 (물론 이런 여성들은 일부이긴 하겠지만) 지나치게 신경쓰며, 지나치게 생각하며 출산을 하고 분만을 하는것 같다. 반면 프랑스인들의 출산의 목적은 순조롭게 아이 낳기라고 하는데 아마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는걸 추구하는 것일테다.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될지, 다음 아이는  언제 낳아야 될지 엄마라면 한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다. 이 책에도 그 부분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지금 자녀와 함께 있는 부모들에게 유익할 것 같다. 더불어 워킹맘 부분도 언급하고 있는데, 그 부분 역시 일과 육아를 사이에 두고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좋은 조언이 되어 준다. 프랑스 사람들의 마인드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이런 마인드는 나역시 배우고 싶다. 물론 실제 부딪히게 되면 나 역시 또 고민에 휩싸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너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완벽함이란 것이 때로는 자신을 더 지치게 만들고, 그것은 아이에게도 전염될테니 말이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거, 그 말 정말 백배공감한다. 나역시 언젠가는 엄마가 되겠지. 프랑스 사람들의 마인드와 육아법이 그때 큰 도움이 될것 같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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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아이 운동의 힘 - 행복한 영재를 만드는 똑똑한 운동 습관
정주호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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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놀러오는 조카들과 변함없이 놀아주는 나. 조카들은 커가는데 (그래도 아직 어리다보니; 뜀박질하며 몸으로 노는걸 좋아하는지라, 어느새 내 체력은 바닥이 나고 만다.) 나의 체력은 늘 고갈되는것 같은. 그래도 체력이 많이 소모될때마다 "아이고, 이모 충전 해야 겠다." 라고 하면 자동으로 귀여운 조카 두녀석이 "이모 힘내세요~" 노래를 불러준다. (세뇌학습? ㅋㅋ) 노래가 끝날때까지 좀 쉬다가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다시 벌떡 일어나 뜀박질을 해야만 하는 ㅎㅎ 그래도 조카들의 깔깔 거리며 웃는 소리를 듣는 것도 즐겁고, 나는 자연스레 운동이 되니 일석이조라 생각하고 늘 놀아주었더랬다. 한바탕 놀고 나서 식사를 할때면 어머니께선 늘 첫째(조카)에게 밥을 많이 먹어야 키가 큰다고. 많이 팍팍 떠먹으라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늘어놓으시곤 하신다. 내가 봐도 이녀석 꿰작꿰작 밥먹는것도 시원찮고 키도 또래 아이에 비해 작아보이긴 한다. 그래도 부모가 큰편이니 아이도 크지 않을까 싶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또 그것도 아니라는. 이왕이면 좀 건강하게 자랐으면 싶고, 또 이왕이면 날씬하고 키도 컸으면 싶은게 부모 마음 아니겠는가. 이모 마음 역시 같다는 ^^


<하루 10분 아이 운동의 힘>을 읽었다. 책을 딱 보자마자 조카들이 생각이 나더라는. 일단 매주 놀러오는 조카들과 띰박질을 하며 운동을 한다고 여겼는데 이런 체계적인 운동을 가르쳐주고 집에서도 해보라고 하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었다. 사실 집에도 운동과 관련된 책은 서너권 있는데, 다 어른들 기준으로 쓰여진 책이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기게 뭔가 적절치 않은 느낌에 따로 운동을 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를 위한 책을 읽었으니 이제부터라도 매주 하나하나 가르쳐주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 아이들에게 책에 나오는 준비운동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지금까지 준비운동은 수영장에서 물에 뛰어들기 전에만 해야되는걸로 착각하고 있었던 ^^;; 책에 따르면 운동을 시작하기 전, 체온을 높이고 근육을 풀어주는 준비운동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한다. 무리한 운동을 시작하게 될 경우 근육이 놀라 근육통이나 경련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제자리 걷기, 개구리 뒷다리 스트레칭하기, 다이빙 스트레칭하기, 좌우 기지개펴기, 고개돌리기, 어깨돌리기, 허리돌리기, 허리숙이며 다리스트레치 하기를 따라해보았다. 역시 아이들이라 그런지 몸에 참 유연하더라는. 나는 이미 몸이 굳어버린 탓에 양손이 바닥에 닿지 않아 끙끙거렸지만, 요녀석들은 얼마나 유연하게 해내던지. 개구리 뒷다리 스트레칭을 가르쳐주자, 뭐가 그리 우수운지 깔깔 거리면서 응용동작까지. 어느새 개구리 남매로 변한 녀셕들이 팔딱팔딱 뛰기까지 하더라는; 이 나이때의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라도 함께 한다는것 자체가 즐거운 가 보다. 운동을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놀이로 생각하며 깔깔되며 즐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던.  역시 공부든, 운동이든 이렇게 즐기면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습관화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을테고 말이다.


이번주에는 준비운동만 가르쳐주고 준비운동 동작을 하며 놀았는데, 다음주부터 두가지 동작씩을 가르쳐 주어야 겠다. 가르쳐준 준비운동을 잘 숙지하고 있는지 다음주에 시켜본다고 했으니, 아마 집에서도 연습해볼 듯 하다.  이 책에는 키성장운동(48가지)과 체중조절운동(48가지) 실려 있는데, 수직 동적운동과 유산소 근력운동으로 이루어진 이 운동을 매일 하면 절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이 해야 된다는 건데, 나는 주말만이라도 두동작씩 가르쳐주고, 전주에 함께 해본 운동을 같이 하면서 놀아주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키성장운동과 체중조절운동의 각 동작들이 사진으로 실려 있어, 쉽게 따라해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좋았다. 뿐만 아니라, 각 동작들이 어디에 좋은지도 동작 위에 작은 글씨로 기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기차며 발끝닿기 운동은 균형감각을 키우고 폐활량을 늘리는 유산소운동(p150)이며, 누워서 무릎당기기는 허리 근육을 풀어주며 무릎관절과 고관절을 풀어주는 동작으로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p166)고 한다. (그 아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런 편집이 마음에 든다.)


제목만 봤을땐 운동에 관련된 내용만 수록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뒷부분에는 아이의 식사습관에 관련된 내용도 수록되어 있었다.

(앞부분에도 운동외 관련내용이 실려 있었는데 신장별 표준체중과, 신체테스트를 통한 아이의 상태를 체크해보는 표가 실려 있는데 그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첫째(조카)가 이제 1학년인데, 신체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욕심까지 들더라는 ^^;)

간혹 방송에서 비만인 아이들이 등장하며, 비만의 위험성을 보도한 적이 있었는데, 비만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잘못된 식사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당분이 많은 식사, 자극적인 식품, 인스턴트식품, 탄산 음료와 에너지 드링크, 야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은연중에 인스턴트 식품 (이녀석들이 라면을 좋아하다보니;;) 을 본의아니게 자주 먹였던 것 같은. 이제부터라도 건강식에 신경써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또한 '키성장 4주 식단표'와 '체중 조절 4주 식단표'도 실려 있으니, 내 아이를 위하는 것이니만큼 식단표를 참조하면 좋을 듯 하다. 책에서도 말한다. 아이를 건강하게 지키고 싶다면 부모님의 건강부터 체크하고 아이와 함께 운동을 시작하라고. 이제부터 아이와 함께 즐겁게 운동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아이의 건강은 물론 본인의 건강까지 좋아질테니! 나 역시 조카들 건강챙기느라, 나까지 절로 운동이 될듯하다.^^ 이 책은 한번만 보고 말 책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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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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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와 강제징용의 문제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더불어, 아픈 상처이며,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나는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두렵고 무서웠다. 아픈 과거와 마주할 자신도 없었거니와 부로, 그 과거를 들추어내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용기를 내본다. 용기를 내어 나는 이제, 세 소녀를 만났다.


다행이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의 문제를 다루었다고 해서, 어둡고 슬프기만 한 소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이야기자체가 담담하게 흘러가서 오히려 읽기 편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덮고 나서는 그 담담함에 더 가슴이 미어졌던 것 같다.) 나는 왜 이런 편견을 가졌을까. 슬프고 암흑한 시기라도 그곳엔 희망도 있고, 사랑도 있을텐데 말이다. 비록 그 미래가 어찌될지 알 수 없더라도 말이다. 이 책을 읽기전 책 띠지의 문구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던 것 같다. "꺽이고 짓밟혀도 스러지지 않고 꿈꾸는 꽃"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이 한문장이 모든것을 압축해 설명해 주었다. 가슴이 저려왔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에게 맡겨진 영실, 부모를 잃고 화월각이라는 큰 기생집 주인의 손에 자란 은화, 일본 앞장이인 아버지를 두고 있는 부유한 집안의 정인. 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른 이 세 소녀는 친구가 된다. 우정을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은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며 그저 운명일 뿐이라며, 좀 더 건설적인 일을 해보자는 이야기까지 나누는 세친구. 우정맹세를 하며 그녀들은 진정한 친구가 되기로 한다. 그녀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세 소녀를 보며, 어릴적 추억에 빠져든다. 시기는 달라도, 나 역시 이렇게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 있었다. 그녀들처럼 서로 믿고 의자하자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각기 서로의 자리에서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서,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그녀들 역시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된다. 미래는..운명은 예측할 수 없기에 그래서 더 슬픈것 같다. 특히나 암흑한 시기라면 말할 것도 없다. 야무지고 똑똑하고 순수했던 그녀들. 누가 그녀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버린걸까? 세상을 탓해야 하는 걸까? 마음이 어지럽게 휘날린다. 물론 세 소녀의 미래가 모두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무풍지대에 사는 공주로 여겨졌던 정인은 끝까지 무풍지대의 공주로 남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정인은 정인대로의 고민이 있었고, 또 책속에 드러나지 않는 고민을 품고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은화와 영실의 눈에서 바라본 정인은 여전히 무풍지대의 공주였고, 자신의 처지가 더욱 더 가혹하게 느껴질 것이다. 특히나 모질고 험한 일을 겪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낸 은화에게는 더 할 것이다. 


기생의 손에 자랐기에 결국 기생이 되버릴 운명이라 여겼던 은화. 은화는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고 싶었을 것이다. 운명을 거스르고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그렇게 도망쳤지만, 결국 운명은 그녀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만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왜 운명은 그렇게 가혹한걸까? 비단 소설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종종 그런 가혹한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거스르려고 할 수록 더욱 더 삶을 옥죄는 그런 운명 말이다.


책속에서는 세 소녀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영실의 이모 을순, 을순의 정부인 장사꾼 나카무라, 정인 네 머슴으로 있었던 칠복, 칠복의 탈출을 돕는 정한우, 엘리트 테일, 칠복을 연모하는 점순, 노무 아들 다나카, 그 다나카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상국등.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듯, 책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삶의 방식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책을 읽는 3자의 입장에선 누구의 삶은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다. 왜 그렇게까지 할까 싶은 이들도 많았다. 특히 상국의 행동을 볼땐 안타깝고 답답함이 더했다. 그러나 그들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얼마 없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니, 그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그 시기를 견뎌내고 있었단 생각이 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칠복을 연모하는 점순과 칠복, 그리고 영실의 만남 부분이었다. 영실을 바라보는 칠복을 보며, 영실 역시 자신과 같은 처지(위안부일꺼라 생각한)라 생각하고 막말을 내뱉는 점순. 자신이 좋아하는 칠복이 자신과 영실에게 대하는 태도가 다름에 더욱 더 분풀이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분풀이에 나라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아니라고 소리치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영실은 그런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점순은 흥분해서 악을 썼다. 길가던 사람들도 점순을 흘깃거렸다. 영실은 할 말이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점순을 여기서 만나고 또 그런 오해에 휘말리다니. 점순이 앞에서, 나는 아니라고, 나는 위안부가 아니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겪은 아픔을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영실은 점순에게 다가가 어깨를 껴안았다. 그녀의 시린 마음을 안아 주고 싶었다. (p 177~178) 

마음이 시렸다. 멍했다. 답 답 했 다.

 우리 몸이 더러워진 것은 우리 뜻과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에요.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죠. 우리는 전쟁을 원한 적도 없고 전쟁에 미친 군인들을 위무할 생각도 없었어요. 그건 미친 바람이 지나간 자리일 뿐이에요. 바람은 곧 잠들꺼에요. (p243)

 

자살을 결심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 병원에 실려간 은화에게 한 여자가 말했다. 여자의 이 말이 계속 귓가에 남았다. 바람은 곧 잠들꺼라는 그녀의 말. 그래. 미친 바람이 지나간 자리, 그 바람은 곧 잠들겠지. 하지만, 이 바람이 남긴 흔적은 상처는 바람처럼 쉽게 사라지진 않을텐데...

 

누군가는 말했다. 곧 지나갈꺼라고. 세월이 약이라고. 그렇게 파란만장했던 그 시기도 그렇게 지나간다고... 끔찍했던 악몽의 순간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묵직한 돌 하나가 계속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지옥 같던 일본을 벗어나면 모든 것이 편안해질 줄 알았다. 지난날의 고통은 잊은채로 새로운 물길이 생겨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어수선하고 그 어떤 것도 약속된 것이 없었다. (p355)

 지금은 세상이 어지러운 시기, 잘 견디어 내야 한다. 광풍이 불때는 몸을 낮추고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삶의 지혜다. (p379)

 

지금은 어떤가. 일제 감정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좋은 세상이 아니던가. 그런데 변한 것이 있나 생각하니, 가슴속 묵직한 돌의 무게감이 더해왔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점점 사라져가지만 잊혀져야 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은 여전하다. 담담하게 풀어낸 그녀들의 이야기가 그래서 더 가슴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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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6 1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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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통찰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리고 남겨진 난제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4
앨런 구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명현 감수,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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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우주와 관련된 소재를 다룬 영화들을 재미있게 보았다. 우리의 우주는 무궁무진한 신비로움으로 가득차 있다. 사실, 과학적인 지식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단 목차로 먼저 살펴봤는데, 그 중 몇몇은 내 눈을 반짝이게 만들었다. 처음의 걱정스러움과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은 일반독자도 (과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 있었다. 또한, 각각의 내용들이 너무 길지 않아 읽는데도 한결 수월했던 것 같다.


과학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양자컴퓨터, 블랙홀등의 다양한 과학책들을 종종 구입해서 읽곤 한다. 물론, 너무 두꺼운 분량의 책들은 읽는데 어려움이 있을듯하여 이런류의 지식과 정보를 주는 책들은 '살림지식총서'의 책들을 애용하는데, 내용도 분량도 적당한듯하고, 무엇보다 지적허기를 채워주고 있어 좋아한다. 함께 첨부한 사진을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책 <우주의 통찰>은 다루고 있는 내용만큼 그 분량도 많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21편의 각각의 분량이 그리 길지 않아 (짧게는 7장, 많아도 20장 내외),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과학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과학은 제목 그대로 우주와 관련된 것들이다. 앨런 구스의 '우주론의 황금시대', '급팽창 우주', 양자원숭이, 구성자이론, 브레인이론등 다양한 이론들을 접하게 되는데, 실제로 이런 과학적인 이론들은 우주, 또는 미래를 주제로 한 영화속에서 많이 등장하곤 한다. 그런 영화들을 좋아하는 탓인지 몰라도 자연스레 이런 이론들이 흥미로워졌다. 그래서  책읽는 시간이 더 즐거웠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류의 책들은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 일단 목차부터 살펴보고 관심가는 주제부터 하나하나 골라보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그렇게 하나하나 섭렵하고 알아가는 재미, 이런 류의 책들은 그런 앎의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사실, 엣지재단(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석학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와 견해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벌이는 비공식 모임)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런 엣지에서 선정한 내용이라 그런지 유익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물리학, 천문학, 응용수학등 다양한 관점에서 파헤친 우주를 들여다보게 된다. 신비로운 우주. 그 우주의 본질을 조금씩 알게 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우주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엣지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선별한 글이라고 하는데, 이중 상당수는 엣지 온라인에서 동영상이 함께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언제 시간을 내서 한번 찾아보아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

처음 목차를 보았을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내용은 마틴 리스의 '매트릭스 안에서' 였다. 아마도 매트릭스 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던 것 같다. (그외에도  션 캐럴의 '우주는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와 세스 로이드의 '양자 원숭이', 데이비드 도이치의 '구성자 이론'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나는 '마틴 리스'라는 분이 누구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자면 '마틴 리스'는 우주론학자아자 천체물리학자라고 한다. 500편이 넘는 연구논문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신분이라는 말에 더 기대가 되었더랬다. 게다가 이분은 내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부분인 블랙홀, 은하형성, 우주배경복사, 감마선 폭발, 퀘이사 등 우주론의 기초가 되는 중요개념들에 대해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p158)고 한다.

​영화를 보면 이런 주제를 많이 접하게 된다. 바로 다중우주의 개념이다. 자연의 근본 법칙과 관련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최고의 이론, 즉 초끈이론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우주가 실제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야 하며, 자연의 법칙도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가 나와야 함을 말해준다. (p162) 우리가 흔히 부르는 우주라는 것은 무한한 무언가의 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 역시 마찬가지다. 이 법칙 역시 우리가 부르는 우주안에서만 통용되는 법칙이며, 수많은 우주의 다른 우주속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법칙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생명이 또다른 모습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보신분이라면 이 분의 이야기에 더 흥미를 가질지도 모르겠다.

 생명과 복잡성은 정보처리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존재는 유기체의 생명이 아니라 일종의 하이퍼컴퓨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우리 우주, 혹은 다른 우주가 자기 안에 우리 인간의 두뇌, 혹은 우리가 상상 할 수 있는 컴퓨터, 세스 로이드가 컴퓨터와 관련해서 말한 한계수준에 거의 도달한 컴퓨터조차도 훨씬 뛰어넘는 막대한 복잡성의 출현을 허용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다소 특이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슈퍼 컴퓨터, 혹은 하이퍼컴퓨터는 실체의 간단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 우주의 커다란 부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뒤따른다. 만약 이런 시뮬레이션이 우주 그 자체보다 훨씬 많은 숫자로 존재한다면, 우리가 그 중 어느 하나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 우리는 자신을 견고한 물리적 실체의 일부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착각이 아닐까? 혹시 우리가 어떤 신, 이를테면 그 시뮬레이션을 가동하고 있는 존재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개념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p165)

​영화속에서 이런 소재의 이야기들을 참 많이 접한다. 그런 영화를 볼때마다 탄탄한 구성에 놀라기도 했지만,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놀라웠는데, 그들의 상상력의 바탕의 근원속에는 이렇듯 우주의 개념과 과학적인 접근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물리적 세계 그자체가 아닌것은 아닐까? 그저 허황된 망상이겠거니 생각하면서도 생각은 꼬리를 물고, 나만의 상상에 빠져들곤 했었더랬다. 그런데 마틴 리스라는 분이 나의 허황된 망상이고 상상에 불과했던 내용들을 과학적으로 조목조목 짚어주신다. 더불어 이와 관련하여 21세기가 제기한 위협과 기회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가장 가까운 시일내 발생할 것 같다고 말씀하신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의 발달의 부작용을 보며 나도 심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SF소설에서나 등장할것 같던 일들이라고 웃고 넘기기에 기술의 변화속도는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내용과 자식의 전달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남겨진 난제들까지 살펴보며 생각의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

이렇듯, 이 책속에서는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다. 엣지에서 선정한 독창적인 글들이라 그런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더불어 과학책이라고 해서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거나 다소 문장을 어렵게 늘어놓는 책이 아니라 (읽기 버겁게 만드는 책이 아니라)점에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또한  14장의 아인슈타인의 엣시 심포지엄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이론만을 쭈욱 나열한 책이 아니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인터뷰, 의뢰한 글 , 강연을 옮겨 적은 글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 문체가 딱딱하지 않다. 어떤 글은 인터뷰기사를 읽듯 재미있게, 어떤 글은 강의를 듣듯 눈을 반짝이며 보게 되는데, 그것이 이 책의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 책은 동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격식을 차리지 않는 대화를 통해 과학계의 최신 동향을 제시한다. 진정한 제3문화의 정신에 따라 모든 내용이 전문용어도 방정식도 사용하지 않고 일상용어로 표현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p5) 처음 서문에서 이 문장을 보았을때만 해도 그 것이 이렇게 큰 장점으로 적용될줄은 생각지 못했더랬다. 과학서적이라고 하면 그저 딱딱하고 어려운 책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도 조금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편견을 말끔히 씻어준 책이다. 요근래 읽은 과학서적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 같다.

​우주의 그 신비로움을 어찌다 밝힐 수 있을까(우주의 본질을 어떻게 다 꿰뚫을 수 있을까)만은 그 단면이라도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우주의 기원과 미래를 살펴보는 시간, 더불어 그로 인한 변화와 남겨진 난제까지 살펴보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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