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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대학생들이 던진 33가지 질문에 답하기
엄경희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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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신동엽의 산문시1였다. 

그의 시에는 탄광의 광부들도 하이데거, 장자, 러셀의 책을 읽으며, 정치인의 이름은 몰라도 극작가는 알고 있으며,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고 시인의 집에 놀러간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사회인지, 신동엽이 꿈꾸던 세상, 그런 세상이 온다면 평화로운, 그리고 풍성한 삶이 영위되는 사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지은이는 왜 시가 어려울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우리네 교육이 잘못되었음을, 시는 어려움을 본질로 하고 있지만, 이 어려움이 곧 시읽기의 즐거움임을 알게 교육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학교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시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지은이는 대학 강의 경험을 통해 질문을 32개로 정리해서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에 대해서 학술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이야기식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의 질문은 32개인데, 왜 시가 어려운가를 추가하면 33개의 질문이 된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우리가 시를 읽으면서, 또는 배우면서 느끼거나 생각했던 문제들이다. 이에 대한 지은이의 답변은 매우 친절하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더구나 이 책의 장점은 각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거기에 해당하는 시를 예로 들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어가면 자연스레 최소한 32편의 시를 읽게 된다. 더 많은 시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최소 32편의 시를 읽으면 시에 흥미가 없던 사람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가 한둘쯤은 나오게 마련이고, 그렇다면 이 책은 그 자체로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예로 들고 있는 시들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두었기에 시집을 사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주고 있으니 시에 대한 책으로 이 책만큼 일반인들에 다가가기 쉬운 책은 별로 없다고 본다. 

또 다른 장점은 각 질문의 끝에 사유의 끈이라는 또 다른 글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 사유의 끈은 시를 설명한 부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시와 이런 책이 무슨 상관이 있어 할 수도 있는데, 책의 앞부분에서 지은이가 '생각과 호기심과 지식 욕구를 자극하고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고 했듯이 이런 책들은 시를 좀더 잘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무슨 책을 읽을까? 좋은 책 없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32권이 넘는 책을 읽는이의 눈 앞에 펼쳐놓는 이 책은 이 부분으로도 많은 도움을 준다. 

이렇게 사유의 끈에 소개된 책들과 많은 시들을 읽으면 우리도 신동엽의 산문시1에 나와 있는 사람들처럼 풍부한 감성과 지성을 소유하고 살지 않을까.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고, 정치인보다는 예술인들을 더 대우하는, 대통령과 시인이 대등한, 아니 대통령이 시인의 집을 방문하는 그런 사회라면... 

시는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이해하기 위해 지성을 단련시킨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바로 시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공감하는 능력, 그것은 사회를 좀더 좋은 쪽으로 가게 한다. 공감은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비폭력, 평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남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신동엽의 시에 나와 있는 그런 사회일테고, 그런 사회가 바로 민주공화국 아닐까... 

비약을 해서 이야기하면... 플라톤은 자신의 공화국에서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했는데, 반대로 우리는 이런 의미에서 공화국에서는 시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야 한다.  

시가 마냥 어렵다고 느낀 사람, 학교 다닐 때 시험을 위해서 시를 배웠지, 그 이후엔 시는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 번 이 책을 읽어보자. 시는 어렵지만, 그냥 어려워서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고, 어렵기에 더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라는 사실, 그리고 시는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또 다른 나인 남을 위해서 함께 살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산문시1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의 삼등대합실 매표소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 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탱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건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신동엽 전집, 창작과비평사, 83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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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제정되어 발표된 날이다. 제헌절이라고,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국경일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 헌법이 법 중에서 가장 상위법이고, 모든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느냐 되지 않느냐 최종적으로 판별하는 기관이 헌법재판소인만큼 헌법은 우리의 삶에 깊숙히 관계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린 헌법을 알고 있을까? 

헌법에 대해서, 우리나라 최고법으로서 국민의 4대의무가 나와 있다고 배우기만 했지, 헌법의 전문이나, 법 조항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을까? 

오죽했으면 몇 년 전 촛불집회 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에 나와 있는 구절을 외치고, 노랠 불렀을까. 

헌법이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또 민주시민을 양성함을 교육의 목표로 삼는다고 공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헌법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아니, 헌법이 어떤 조항으로 이루어졌는지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그냥 헌법이 있다. 아니면 최소한 헌법 제1조만을 이야기 하고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공화국이라면 책임있는 시민이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우리는 헌법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우리에게 군림하는 법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위해 존재하는 법으로 말이다. 

이수열이 한자로 이루어진 헌법을 우리말로 고쳐쓴 책이 있다. 

이수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대한민국 헌법, 현암사 

그리고 '김두식의 헌법의 풍경'도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국민의 의무라는 짐에 눌려 있는지도 모른다. 헌법을 알면 국민의 의무만큼 국민의 권리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니 국민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해야 국민의 의무를 다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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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 - 수도원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페터 제발트 지음, 손성현 옮김 / 문학의숲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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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제목이 수도원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이다. 

그렇다고 종교적인 얘기만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오히려 종교적인 얘기보다는 삶의 기술,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던가. 삶의 목표를 정하는데 있어서 잘못된 방향으로 잡지는 않았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각 장의 제목만 붙여도 좋은 삶의 방식이 된다.  

앞만 보고 달려 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추라고 이야기 하는 '정지 신호판을 든 사람들' 

고요함으로 우리의 인지 능력을 자극해 우리의 감각을 활짝 꽃피우게 하는 '너의 작은 방에 머물라' 

그래서 '목적지에 이르려거든 속도를 줄여'야 하고, 이런 느린 속도 속에서는 고요함이 찾아와 그 고요함은 '고요히 흐르는 강물이 화물선을 나른다'고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를 '들으라, 낮추라, 받아들이라'고 하며, 이에 자신의 '건강한 삶, 건강한 영혼'을 지니고, '누구든 당신을 만나면 더 행복해지게 하라'고 한다. 

이런 삶의 방식은 곧 '다른 모든 사람의 모든 것이 되'고,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 주면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바로 그 이웃을 사랑해야 하며, '이 세상 모든 것은 선물'이라는 자세를 지니면 곧 우리는 우리 삶을 '사랑하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고 한다. 

무엇인가 쫓기는 듯한 삶에서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자신의 삶과 다른 존재의 삶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모든 존재를 소중히 여기며 느리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이다. 

거대한 빙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타이타닉호에 탄 듯한 우리 세상에 이러한 삶의 기술은 우리를 빙산과 부딪치는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란 말,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아날로그의 삶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 

단지 좋겠다가 아니라,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 

그런데 조용히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물론 자신의 방에서도 할 수 있지만, 이런 수도원 같은 곳이 지금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게 해야 할 교회들이 이러한 성찰적 삶에서 더 멀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바벨이 성전(聖殿)에게

들을 귀 있는 자는 듣고,
볼 눈이 있는 자는 볼지어니,
내 실패를 문자로 남긴 까닭을.
 

하늘에 다가갈수록 하느님과 멀어지고
위로 솟아오를수록 지옥으로 내려가고
외양이 웅장할수록 영혼은 초라해지고
내가 살찔수록 백성은 수척해지니
하느님과 소통하고자 하던 나 자신이
백성들과의 소통을 막는 장벽이 되었으니.

낮은 데로 임하소서
하늘은 저 높은 곳에 있어
우리가 올라야 할 곳이 아니라
저 낮은 곳에 있어
우리가 내려가야 할 곳이라는 걸.

오를수록 나를 잃고
내릴수록 나를 찾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저 높은 곳에서
말을 잃고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귀 있는 자는 듣고.
눈 있는 자는 보아라.
내 실패가 문자로 남은 까닭을.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장소만 탓할 수는 없다. 알았으면 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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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향기에 취하다 - 만민보 민중의소리 알다문고 2
강경훈 외 10명 지음 / 민중의소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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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희망버스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간다. 

희망을 찾아서, 아니 희망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이 사람들이 보내는 향기는 물대포로도 씻을 수가 없다. 세상을 향해 이 향기는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날아가고 있다.

그러나 참여는 하지 않더라도 이 희망버스에 마음을 실어보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단지 버스에 타고 있지 않을 뿐, 버스에 탄 것과 다를 것이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눈에 보이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때 세상은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희망버스에 탄 사람들이 내보내는 향기와 비록 버스에는 타지 못했지만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면서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바뀌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내보내는 향기가 합쳐져 우리 세상을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변하게 하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 우리가 주변에서 만날 수도 있지만 언론에서, 그것도 주류언론에는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 그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다. 

특히 이번 만민보 2권에서는 문화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각자가 제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찾아 하는 모습에서 이들의 향기에 마음에 즐거워진다. 

이번에 나온 사람들을 보자. 

아나운서 고민정, 시사평론가 김종배, 정윤주, 권범철, 고 이진원, 김보경, 최현, 이아린, 김대주(1박2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람이다), 송기정, 김태현(개그맨 아니다), 이종연, 김정현, 조희경, 박준성, 김옥진, 김종영, 최진혜, 김태형, 꿀벌마을 사람들, 박대정, 김선경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냥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사유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 

결국 생각없는 최선은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한데, 이들은 생각하면서, 사회를, 역사를, 민중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일을 하기에 그들의 일에서는 향기가 난다. 

그리고 이 향기는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또 이런 삶을 나도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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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교문을 넘다 - 학생인권 쟁점탐구
공현 외 지음, 인권교육센터 ‘들’ 기획 / 한겨레에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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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인권, 교문을 넘다"이고, 학생인권쟁점탐구가 작은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은 교문을 넘어 안에서 밖으로 나오려 하고, 인권은 반대로 교문을 넘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교문이라는 말은 우선 굳게 닫혀 있는 모습이 떠오르고,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대상이라기 보다는 안과 밖을 가르는, 그리고 안과 밖이 명확히 갈려 있음을, 안과 밖을 연결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우리의 학창시절을 생각해 봐도, 교문에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는, 학교에서 정한 시간이 되어야만 가능하지 않았던가. 이 곳을 나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절차가 필요했다. 무언가를 먹고 싶어 밖에 있는 가게에 가고 싶어도, 아니 준비물을 깜박 잊고 와 사러 나가려 해도 담임이 외출증을 써 주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는 철옹성, 그것이 바로 교문 아니었던가. 

자기 스스로 배우고 싶어 온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굳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대상이 바로 교문이기도 하다. 배우고 싶어 왔다면 그곳은 입출입이 자유로운 곳이었으리라. 그래서 교문이라는 말에는 이미 반인권이 담겨 있단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은 학교는 이미 반인권, 비인권적인 요소가 많은 곳이기에 고쳐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너무도 비인권적이라 안에서 스스로 고칠 능력을 상실했으므로, 교문을 넘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인권이 이렇다고 주장해야 한다는 뜻, 인권은 주어지지 않고, 스스로 깨쳐나가야 하니, 인권을 가지고 교문 안으로 들어가라고, 문을 열어달라고, 애원하지 않고, 당당히 넘어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안으로 들어간 인권은 다시 교문 안에 갇히지 않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교문을 넘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되, 다시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때서야 학교는 인권이 실현되는 장으로서 기능을 하게 된다. 

이런 인권을 실현하는 기본이 바로 사람이라는 말에 담겨 있다. 사람을 삶,앎이라고 하지 않던가. 삶을 알기 위해서는 경험을 해야 하는데, 이 경험은 자신이 직접 겪은 체험을 통해 나오지 않던가. 이렇게 삶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사람 사이. 이 때 사이를 관계라고 하면 관계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어떤 무엇이 아니라, 사람들이 삶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무엇이다. 이 삶들이 서로 제대로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즉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인권이다. 즉 인권이 무시되었을 때 사람, 인간으로 살아가니는 커녕 그저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존재로만 남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나의 권리, 너의 권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을 아는 사람들의 권리,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 그것이 바로 인권이다. 

이 인권이 학생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이 침해받고 있는가. 

우리는 학생을 사람으로도, 인간으로도 대우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는가. 사람이기 전에, 인간이기 전에, 너희들은 학생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두발부터, 몸에 대한 권리, 체벌,양심, 휴대전화, 양심의 자유, 자율이라는 이름의 강제 학습, 정치적인 또는 집회의 권리, 그리고 사랑까지 다 통제하고 규제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바로 이 점들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나가고 있다. 

대전제로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이라고, 인간이라고 따라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이야기하고 이것이 학생이라고 얼마나 통제받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끔 쟁점이 되는사항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한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들이 주장하듯이, 잃어버린 자유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 하기(249쪽) 때문이다. 이게 인권이야. 너희는 지금 이것이 없어라고 알려주려 들었다면 이미 그 자세 자체가 인권에서 멀어지고 있게 되는데, 그 점을 잘 알고, 인권에 대한 생각을 읽은이가 스스로 정리하게 해주고 있으니...'아!'에서 끝나지 않고, '뭐지? 어떻게 해야 하지?'가지 나아가게 하고 있다. 

그리고 3부에서는 지금까지 고민했던 인권의 내용에 대한 기초적인 생각거리를 정리해주고 있다. 이것들은 흔히 학생인권 하면 뒤따라오는 반론들에 대한 재반론을 하는데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단 생각이 든다. 

인권, 인권.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있는 나라, 비록 지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구실을 못한다는 평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인권은 우리 시대의 화두다.  

그래서 인권은 교문을 넘어야 한다. 단지 학교 내에서만 인권, 인권 하면 안 된다. 처음에 인권의 불모지대인 학교로 인권이 담을 넘어 들어가야 하겠지만, 이 인권은 반드시 다시 교문을 넘어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 때서야 인권은 보편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날을 꿈꾸며, 인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지란 희망을 지니게 된다. 

덧말 

72쪽에서 루이 15세라고 했는데... 프랑스 대혁명 당시 처형당한 왕은 루이 16세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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