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에 관한 글들 

녹색평론 120호를 읽다.  

이번 호까지 벌써 세 번째, 원자력에 대한 글들이 눈에 띈다. 물론 예전에도 원자력을 반대하는 글들이 실렸지만, 거의 6개월이 흐른 지금에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책은 내가 읽은 바가 적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녹색평론이 앞서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원자력이라는 괴물은 핵무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이는 가장 비민주적인 발전임을 수차례 주장해왔는데도,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이 있고 잠시 동안만 언론이 다뤄줄 뿐... 그 다음에는 게 눈 감추듯 원자력에 관한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고 있다.  

왜 안 다루고 있는지, 못 다루는 것은 아닌지는 이 책에 '방사능과 언론'이라는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반감기가 아무리 짧아도 몇 십년에서부터 몇 십만년 아니 몇 십억 년까지 있는 이 방사능 물질이 유출이 되었는데,,, 몇 달만에 관심을 접다니... 아무렇지도 않은양 지내고 있다니... 

이것은 지식인들의, 언론인들의 책임방기 아닌가. 

왜 자꾸 문제를 제기해 불안을 조성하냐고? 허... 바다에 유출된 방사능이 사라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바다 생물들이 제 자리만 지키고 있단 말인가? 바람이, 공기가 일본에만 머문단 말인가? 

보이지 않기에, 그 부작용이 몇 년에서 몇 십년이 지나야 나타나기에 우리가 느끼고 있지 못할 뿐 위험은 지금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방사능의 위협을,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요나스의 이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전체적 지식은 점점더 비교적인 것이 되어 일반인들에게 전달하기 어렵게 되고,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에서 소외된다. (요나스, 책임의 원칙:기술 시대의 생태학적 윤리, 서광사  278쪽) 

그러니 일반인들은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모를 수밖에.

하지만 위험을 녹색평론이 계속 경고음을 내어 알려주고 있다.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경고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지 않나?

따라서 녹색평론은 요나스의 이 말을 실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정은 최고의 선을 획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최고의 악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후자의 생각만이 항상 우선권을 가지며, 또 필연성이라는구실을 가진다.(요나스, 같은 책 79쪽) 

우리는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 최악의 상태를 생각하고, 이 최악의 상태가 도래할 가능성이 0.00001%라도 있으면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난 이 생각에 동의한다. 

녹색평론을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최소한 우리는 최악의 경우가 예상되는 일들은 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머리를 울린 글 

배병삼의 글이다. 유교와 시장이라는. 

이 글에서 맹자가 양혜왕에게 했다는 말, 하필왈리(何必曰利)잇고?  

하, 왜 하필이면 이로움을 말하냐?  

의로움을 말해야지 하는 이 맹자의 첫구절에서 유교는 시장을 반대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배병삼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유교도 시장을 반대하지 않는다. 상당히 긍정한다. 다만 시장은 시민의 영역이고, 정치의 영역은 아니라고 말한다. 

맹자가 양혜왕에게 한 말은 왕은 시민사회의 영역에 관여하지 말고, 정치의 영역에, 즉 공공의 영역에 힘써야 한다는 뜻으로 말했다고 한다. 왕이 시장의 영역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그 나라는 힘들어진다는 이야기... 

머리에 갑자기 대통령이 떠올랐다. 

최고경영자를 자처하는 대통령. 맹자가 그 분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허... 몇 천 년 전 맹자가 어찌 이리도 시대를 앞서갔을꼬?  

공자, 맹자를 배운 사람이 이리도 많은데.. 왜 대통령에게 하필왈리(何必曰利)잇고 하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을까 하는 생각. 

맹자를 가까이 불러 이야기를 듣지 않아서 그런가?   

 

덧글 

요나스의 책은 과학자들, 기술자들,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아니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우리는 너무도 앞선 첨단 과학기술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 인간이 지녀야 할 책임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이야기한 책은 없다. 

요나스, 책임의 원칙 : 기술 시대의 생태학적 윤리, 서광사, 1994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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