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자 - 마음글방 15
이석호 옮김 / 세계사 / 1992년 9월
평점 :
품절


회남자. 

이름을 많이도 들어봤다. 여러 책을 읽을 때 회남자에 나오는 말이다고 많이 인용이 되던데, 정작 회남자란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공자, 맹자, 묵자, 한비자까지야 들어보았다 치더라도 회남자라니... 

회남자가 회남왕 유안이 쓴 책이라고 하는데... 유안은 결국 반란을 도모하다가 일이 여의치 않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유안이 혼자 쓴 책인지, 여러 사람이 함께 쓴 책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유안의 사상을 대변한다고 보고, 중국의 사상이 유교로 정립되어 가는데 결정적인 시기가 바로 한무제 때이고, 이 때 공자를 중시하는 유교보다는 노자를 중시하는 유안의 이 저서는 아마도 용납될 수 없었으리라. 더불어 유안 자신까지도. 

하여간 회남왕 유안의 저서라 하여 회남자라고 한다는데, 이 책에는 수많은 고사들이 나온다. 우리들이 생각할 수 있는 수많은 고사들, 이 고사들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아마도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으리라. 

이 책에서는 법치보다는 인의로 다스리는 국가를, 그리고 인의로 다스리는 나라보다는 무위로 이뤄지는 사회를 좋은 사회라 하고 있다. 

그래서 공자 학풍은 무위가 무너진 시대에 나온 차선책이라고 하고, 한비자의 법치는 인의도 무너진 시대에 행해지는 풍토라고 하여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그가 반란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 

안다는 것과 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역설적으로 알려주고 있단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인간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때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때를 알지 못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드니... 

이 책은 차근차근 읽어야 한다. 원문이 없음에도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기도 하지만, 한 편 한 편을 머리 속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나를 변화시키고, 행동을 변화시키면, 세상이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 이 책에 나오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킨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 사람들 한 명이 나라를 구할 수도 있음을 이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지 않던가.  

현명한 사람, 인의를 행하는 사람, 무위를 행하는 사람 하나만으로도 그 나라가 안전할 수 있다는 말은 우리가 무엇에 힘써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에 나온 구절... 지금 소위 정치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말이다. 

정치를 하는 근본은 힘써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근본은 비용을 충족시키는데 있으며, 비용을 충족시키는 근본은 시기를 뺏지 않는데 있고, 시기를 뺏지 않는 근본은 일을 줄여주는데 있으며, 일을 줄여주는 근본은 용(용)을 절약하는데 있고, 용을 절약하는 근본은 천성으로 돌아가는데 있다.(520-521 쪽) 

이 회남자에서는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왕은 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두어야 하는 말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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