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감사원이 감사를 해서 문제가 많다고 발표를 했더니, 감사원 발표를 어떻게 다 믿냐는 반박이 있기도 했다.

 

감사원의 기능이 감사를 주로 하는 곳이고, 감사란 잘한 것보다는 잘못된 것을 찾아내어 그것을 고쳐가게 하는데 의미가 있는데, 그런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놓고도 정치적이니 아니니 하는 소리나 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답답하다.

 

녹색평론 이번호는 특집이 4대강이다. 4대강에 대해서 많은 글을 실은 것은 아닌데, 4대강에 대해서 좌담을 한 내용을 실어서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

 

국민들이 심정적으로 4대강은 잘못된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감사원 결과도 그렇게 나왔으며, 4대강 사업의 결과로 수질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져서 '녹조라떼'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으니, 이 4대강 사업은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

 

홍수조절도, 수질개선도 되지 못하고 오히려 강의 생태계를 파괴해버린 그 사업으로 인해 엄청난 돈만 낭비하고 말았는데.. 단지 돈만 낭비했다면 그거야 복구하면 그만이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망가진 강, 그리고 강 주변의 논들, 들판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등은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인가.

 

그것이 보상이 가능하기라도 한가? 삶의 뿌리를 송두리채 흔들어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은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잘된 사업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경인운하를 가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경치가 좋은 것도 아니고, 수질이 좋아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배로 물품을 많이 실어나르지도 않고, 관광객도 없는, 직선으로 쭉 정비된 그 경인운하.

 

이는 환경재앙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이보다 더 하다. 이 강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강들이기도 하기 때문이지만, 그 강에 얽힌 삶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삶을 망가뜨려 놓고도 반성하기는 커녕, 그것이 잘된 일인양 떠들어대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이번 호에서 한 4대강에 대한 좌담 내용을 읽으면 4대강 사업이 우리에게 어떤 재앙으로 다가오게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도.

 

해답은 참으로 명쾌하고 단순하다. 그냥 보를 무너뜨리면 된다. 그리고 강 가에 쌓은 콘크리트 제방을 해체하면 된다. 그 다음에는 그냥 강에 맡겨놓으면 된다.

 

강은 힘들게 힘들게 자신의 모습을 복원할 것이다. 그것이 자연이다.

 

길재가 읊었다는 시조...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라는 말처럼, 자연은 우리 인간보다도 훨씬 길게 그 자리를 지킨다. 우리는 자연이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인위가 사라진 곳에 자연이 비로소 자리를 잡는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이번 호다. 여기에 후쿠시마.. 참 질기게도 인정하지 않는 그 재앙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고, 요즘은 계속 '기본 소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기본 소득'이 사회적인 논점으로 떠오르지 않는 건, 우리의 복지는 아직도 먼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나하나, 흐트러지려는 나를 잡아주고 있다. 글들을 읽으며 요즘을 다시 생각한다.

 

절망의 시대...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고... 그런 말이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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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 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 4
김주원 지음 / 민음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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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참 좋은 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문자의 옛이름이기도 하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목적이야 서문에 잘 나와 있으니, 그리고 이 서문은 학교 다닐 때 거의 암기하다시피 배웠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는데...

 

가끔 우리는 한글을 훈민정음 서문과 그리고 학창시절에 배운 용비어천가라든지, 또는 몇몇 고전 작품들에서만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기도 한다.

 

훈민정음이(아마도 해례본이겠지만)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하면서도, 훈민정음을 인쇄한 책을 집집마다 가지고 있지는 않은 현실이고, 또 한글의 제자원리에 대해서도 그냥 학창시절에 배운 것을 끝으로 더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자연스레 나면서부터 배운 한글이기에 더이상의 관심을 지니지 않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만다.

 

하지만 문자를 만든 과정과 그 문자의 쓰임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 우리나라 문자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조사해보면 그렇게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 그냥 알고 있으려니 하는 것 뿐이다.

 

이 책의 처음에서는 바로 이러한 오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우리말을 발명했다고 하는 말을 흔히 하는데... 세종이 발명한 것은 우리말이 아니라 우리 문자라는 사실...즉 훈민정음은 말이 아니라 문자라는 사실에 대해서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과 한글은 세계 기록유산이라고들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훈민정음이라는 책이 세계기록문화유산이라는 사실. 또 한글로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고 했는데.. 사실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문자는 없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다만 한글은 한자가 뜻글자이므로 소리를 잘 표현하지 못하던 것에 비해 음성을 잘 표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이렇게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에 훈민정음 창제의 동기와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고, "훈민정음"이라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도 해주고 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훈민정음" 책은 앞 표지 두 장이 떨어져 나간 것이 원본이고, 그 떨어져 나간 부분을 실록과 언해본을 참조하여 보사(보수)했다고 하는 사실.

 

그리고 상주본이라고 따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책의 크기에서는 원본 크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떨어져 나간 장이 너무 많아 완전한 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마저도 지금은 낱장으로 흩어져 숨겨져 버렸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더하여 훈민정음 창제 원리와 운용원리를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소위 말하는 오랑캐 글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훈민정음 전반에 대해서 알게 해주고 있다.

 

늘 우리가 사용해서 별 관심이 없는 한글. 그러나 한글이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며, 또한 한글에 대해서 많은 일들과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가까이 두고 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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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책장 정리를 할 필요를 느낀다.

 

그럼에도 쉽사리 책장 정리를 잘 못하게 되는데...

 

한 때 내 손을 거쳐 내가 읽고 그것을 다시 아이들이 읽은 우리와 함께 한 책들이기에 그렇다.

 

그렇다고 책을 마냥 놓아둘 수도 없는 일.

 

집이라는 공간이 한정이 되어 있고, 책장은 정해져 있고, 새로운 책들은 계속 들어오고, 또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제는 과거의 책으로만 존재하게 되는 책도 있기 때문에.

 

큰맘 먹고 읽은 책, 그리고 앞으로 보지 않게 될 책들을 끄집어낸다. 그래, 과감하게 처리하자.

 

헌책방에 갖다 줄 책은 갖다주고,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책은 주고, 그럼에도 이도저도 아닌 책들은 폐휴지가 된다.

 

다른 사람의 손으로 들어간 책들은 그들의 쓰임을 계속 할 수 있어서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책들도 많다. 특히 아이들이 보던 참고서, 문제집, 교과서 등은.

 

그리고 시일이 지난 동화책. 이들은 남주기에도 민망하다. 이제는 활자가 달라져버려 읽기에도 불편하다. 고서로써의 가치가 있지도 않다.

 

눈 딱 감고 처리하기로 한다. 혹시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길 바라면서.

한 때 내 일부였고, 아이들의 일부였고, 이들이 머리 속에, 마음 속에 들어와 우리를 구성해주고 있는 책들.

 

헤어져야 할 시간, 과감하게 헤어진다. 새로운 만남을 위해서.

 

이 중 아까운 책들. 헤어짐이 서운한 책들, 몇 권.

 

짱뚱이 시리즈. 시튼 동물기, 안데르센 동화집, 앞집에 살던 친구 베렐레 등등

이제는 다른 곳으로 갈, 그러나 이미 내 일부가 되어 있는 책들.

 

    책 9 -책수집가에게

說法, 如筏喩者, 法尙應捨(금강경에서)


인생 굽이굽이,

건너야 할 강이 얼마.

마지막

망각의 강까지

셀 수 없을 그 강을,

건네주는 배.

뗏목, 나룻배, 통통배, 유람선, 쾌속선……

강마다

다른 것을 타고

건너는

형형색색, 대소경중(大小輕重)

모두 내 삶의

방편.

내 삶,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비상하는 방편.

그러나 

건넌 뒤,

미련 없이 두고 와야 하는

더 함께 할 수 없는

놓아야 할 무엇.

놓아야

쓸모가 있는 것,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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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야기 2 - 한글과 문화 한글 이야기 2
홍윤표 지음 / 태학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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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트인데.. 두 번째 책이다. 한글에 관해서 쓴.

 

1권을 재미있게 읽어서 2권도 계속 손에 들게 된다. 이번에는 작은 제목이 한글과 문화이다.

 

한글로 이룬 문화라고 하기보다는 문화 속에 나타난 한글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커다란 제목을 보면 '예술과 한글', '생활 속 한글1,2", '한글과 놀이문화', '한글과 과학'으로 되어 있다.

 

즉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나타난 한글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하겠다.

 

예술과 한글에서는 한글 서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글이 기본적으로 딱딱한 모양으로, 거의 직선으로 창제가 되었는데, 이것이 곧 곡선의 서체로 변한다는 내용. 이유는 단순하다. 직선으로 쓰기에는 붓이 별로 실용적이지 않다는 것.

 

붓으로 글씨를 쓰다보니, 직선보다는 곡선이 더 쓰기에 편했으며, 그렇게 쓰다보니 수직으로 연결되던 기역자가 사선으로 연결이 되기 시작했고, 3획으로 쓰던 지읒자가 2획으로 쓰게 되었고, 꼭지가 없던 이응이 꼭지가 있는 이응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얘기.

 

이것을 지금 존재하는 여러 책들을 비교하면서 보여주고 있어서 한글이 창제되고 사용되었다는 면에서 그치지 않고 한글의 모양이 때에 따라서 또 쓰기에 따라서 변해왔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한글이 참 많이 사용되었다는 사실. 다듬이돌도 한글이 쓰였으며, 옹기에도, 그리고 버선본에도 쓰였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는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놀이에서도 한글이 광범위하게 쓰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의 문화유산이 일본인들에의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도 '훼손된 한글 문화재' 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단지 일본인들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글로 쓰여진 책들을 장롱의 안쪽이나 벽에 벽지로 바르기도 했고, 어떤 이는 땔감으로 쓰기도 했다고 했으니... 할 말은 없지만.

 

지금도 한글은 멋있는 도배지로 사용되기도 한다. 조금 고풍스러운 음식점에 가면 벽면에 한글 벽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이상봉이란 디자이너는 한글로 옷을 디자인하기도 하니... 한글은 그 자체로도 예술품으로 활용이 될 수 있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는 얘기기도 하겠고.

 

윷놀이라든지, 윷점, 또는 제사상 차리기 놀이 등에서도 한글이 사용되 예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제문으로 쓰일 때 풍부한 감정이 잘 표현될 수 있음을 여러 제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글이 과학적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 장에서는 한글 자체의 과학성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어떻게 한글과 과학이 만났는지, 전신부호로 변용된 한글과 컴퓨터 코드화된 한글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한글에 대해서 많이 알면 알수록 우리 문자인 한글을 사랑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런 책은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한글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으니까.

 

덧글

 

많은 책들에서 년도를 표기할 때 오타가 나곤 한다. 숫자라는 것, 아무리 조심해서 봐도 가끔은 틀릴 수밖에 없는데.. 다행스럽게도 앞뒤를 살피면 제대로 된 년도를 알아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일어났는데... '1935년 1월에 어머니인'이라는 구절에서 1935년이 아니라, 1535년이 맞는 년도일 것이고...

 

용비어천가는 훈민정음 반포 이전에 만들어진 책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떤 곳에서는 1445년이라고 나오고, 어떤 곳에서는 용비어천가 사진 밑에 1447년이라고 나오는데... 판본이 달라서 그런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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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로 머리가 아픈 한 주다. 긴 책을 읽기에는 머리가 정리가 안된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짧은 시집이다.

 

시집이 짧다고 하는 말이 우습기도 하지만, 소품이라고 해야 하나, 시가 많이 수록되지 않은 시집이다. 그리고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주로 나무, 곤충, 삶과 죽음 등을 다루고 있다.

 

제목도 모자나무인데... 죽은 사람들의 모자를 달고 있다는 모자나무, 그런데 이 모자나무는 죽은 사람들만 보아야 하는데, 그 나무를 볼 수 있다는 건, 죽음과 삶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고, 삶이 곧 삶이 아니고, 죽음이 곧 죽음이 아닌 상태. 삶과 죽음이 우리곁에 늘 함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집에서는 이중성을 다루되, 이중성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이것이 그것이고, 그것이 이것인 상태가 된다. 결국 시집의 뒷부분에 가면 작은제목이 '노자의 가르침'인 연작시가 나오는데 노자란 있음보다는 없음을 추구한 사람 아니던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뒤집어 생각하게 한 사람 아니던가.

 

이 시집에서 '노자의 가르침'은 순서를 거꾸로 편집되어 있다. 보통은 1,2,3...이런 순으로 나가는데... 이 시집에서는 8,7,6,...이런 순서로 편집되어 있는데... 이는 앞과 뒤를 구분하는 것이 덧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하여 산을 오르는 길은 곧 내려오는 길임을, 반복되지 않는 길은 곧 죽음의 길임을, 우리의 삶은 이러한 반복을 통해 이루어짐을 말해주고 있지 않을까 한다.

 

여기에 눈에 확 들어온 시 하나. 산문시라고 할 수 있는데... 내용이 내 마음을 끌었다고 할 수 있다.

 

불안을 꿈꾸는 사과... 불안을 꿈꾸는 사람. 결국 불안을 꿈꾼다는 얘기는 자신의 처지를 바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즉 자신을 끝까지 끌고 가본 사람... 그 사람이 자신의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내 자신이 나를 어디까지 보고 있는지, 나를 극한까지 끌고 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

 

'체'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거기부터 시작하는 자세. 그래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

 

지금, 시대... 우리는 '불안'에 떨고 있다. 세상이 다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안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 결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우해 불안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불안 자체를 꿈꾸어야 한다. 그래야만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

 

참, 여러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는 시다.

 

사과나무의 불안

 

  사나과무가 불안한 것은 사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꼭 떨어지기 때문이다. 불안에는 요행이 없다. 불안은 이루어진다. 불안이 이루어지지 안흔 경우는 불안을 꿈꿀 때이다. 불안을 꿈꾸면 불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과나무의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아직 남아 있는 사과나무의 사과알들을 보라. 불안을 꿈꾸는 사과알들이다. 떨어지지 않는 사과알들이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불안을 꿈꾸는 사과들은 더 빨리 떨어진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이지 불안을 꿈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남아 있는 사과나무의 사과알들은 오로지 불안을 꿈꾼 사과알들이다. 떨어져 주려고, 기꺼이 떨어져 주려고 마음먹은 사과알들이다. 불안에 쾌히 시달리자는 사과알들이다. 불안을 꿈꾸는 사과나무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박찬일, 모자나무. 민음사. 2006년.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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