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김동식 소설집 6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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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었던 김동식 소설은 기발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발상이 특이했고, 내용의 전환도 예상하지 못하게 일어났고, 결말 역시 새롭단 느낌을 주었다.


결코 길지 않은 소설들. 그리고 일상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일상에서 겪음직한 일들이 소설에 나왔는데...


이번 소설집은 좀 결이 다르다고 해야겠다. 기발한 발상이라기보다는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내용들이 소설로 쓰였다고나 할까.


책 제목이 된 소설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는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고... 물론 소설에서도 매트릭스를 언급하고 있으니, 읽는 사람은 두 작품을 연결지으면서 읽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더 연결고리를 찾으면 '장자'에 나오는 '호접몽'을 들 수 있다. 


꿈 속에서 나비를 쫓는 것이 장자인 내가 꾼 꿈이냐, 아니면 나비가 꾼 꿈이냐 하는, 그런 현실과 꿈이 명확히 구분이 안 되는 상태. 이 소설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는 바로 그런 상태를 소설로 썼다고 할 수 있다.


영원히 잠들어야 하는 사람, 절대로 깨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 한 명 있고, 그 사람의 잠 속에서 인류가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 내용 전개.


이 소설과 '스위치 하나로 바뀌는 내 세상'이라는 소설은 기존 김동식 소설의 틀을 따라가는, 상상으로 현실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는데, 나머지 소설들은 공포물이나 추리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살인 사건이 이 소설집에 많이 등장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반전이 일어나게 만든 소설들이 많은데... 인간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통해서 인간들이 지닌 욕망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평생 안 가지 음식만을 먹어야 한다면?'이라는 소설, 우리가 흔히 한 번쯤 생각해 본 문제 아닌가. 이런 질문은 당신이 무인도에 간다면 꼭 가져가고 싶은 물건 세 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통하는데...


사람이 안 먹고 살 수는 없는데, 평생 단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도대체 어떤 음식을 선택할까? 평소 자신이 먹고 싶어했던 음식을 선택할까? 아니면 건강을 생각해서 선택을 할까? 아님 자신이 평소에 자주 먹던 음식을 선택할까?


소설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질문이 실행이 되려면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환경을 도박에 빠진 사람, 또는 돈이 꼭 필요해서 자신과 교환한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그렇다. 돈 또한 우리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니, 돈과 음식을 교환한다는 발상은 결국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선택하라는 말과 같다.


돈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은 단 한 가지 음식만 먹으며 살아가려는 사람과 같다는 발상이라고 해야 할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선택하는데, 소설에서는 사람을 선택한 사람이 나온다.


사람을 선택했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람을 먹어야 하니, 결국 돈만 추구하다가는 사람을 죽이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공포물을 겸비한 비현실적인 발상이지만, 그런 발상과 전개를 통해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돈과 같은 한 가지에만 매달려서는 결국 자신도 제대로 살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관계다. 그리고 관계는 자신이 만들어간다. 그렇게 관계를 만들어가지 않고 주어지기를 바라면 삶은 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 '목격자'라는 소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래서 '스위치 하나로 바뀌는 내 세상'에서는 스위치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결국은 자신이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집 끝에 실린 이 소설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들을 맺고, 다양함 속에서 살아가는데, 그런 다양함 속에서 자신과 다른 존재들이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은 결국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그런 관계 맺기를 만들어주는 스위치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음을 소설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 있다고 본다. 자, 나도 마음 속 스위치를 내 스스로 작동시켜야겠다.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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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 특서 청소년문학 17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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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자신이 살고 싶은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싶은 시기란, 현재 겪는 어려움을 해결한 시기 또는 과거로 돌아가 해결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아니고 현재가 만족스럽다면 현재를 택하면 된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시기를 택하겠는가? 가끔 과거로 돌아간다면? 아니면 지금을 건너뛰고 미래로 간다면?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드는 생각이다. 이 소설은 그런 기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총 4명의 학생이 기회를 얻는다. 그들은 선택되었다. 선택된 이유는? 현재에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는 학생들이 기회를 얻었지만, 학교 밖 청소년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겪는 일이 비슷하고, 사실 이 소설의 주인공 한 명도 학교 밖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겪는 폭력의 피해.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상황. 가해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못 견디고 학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 하지만 그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 죽음을 앞둔 엄마. 가족의 생활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 여기에 아들에게 관심이 없고 자신의 삶만을 추구하는 듯이 보이는 엄마를 둔 아이 등등.


소설은 이렇게 청소년들이 학교나 가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상정하고, 그들이 모여 함께 네 달을 지내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바라보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시간의 문이다.


12월 31일이 되면 현재-과거-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기회를 얻기 위해선 그들은 일주일에 세 번은 자신들의 눈에만 보이는 집(시간의 집)에 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12월 31일에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최종 선택을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된다.


왜 일주일에 세 번은 꼭 집에 와야 한다고 했을까? 그것은 다양한 청소년들이 서로 만나가면서 마음을 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른 사람이 함께 지내다보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도 있고, 자신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네 명이 모두 집에 모이면 시간은 정지한다. 그리고 이들만의 시간이 펼쳐진다. 무엇을 해도 된다. 어차피 밖의 시간은 가지 않으니까. 하지만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 늘 네 명이 모일 수는 없다. 


너무도 다른 환경에서 자란 네 명이 며칠만에 신난다 하면서 함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들이 짊어진 각자의 짐은 너무도 무겁다. 이 짐들에 의해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일주일에 세 번... 조금씩 만나가면서 투덜대면서, 갈등하면서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간다. 자신의 고통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통도 눈에 들어온다. 공감을 할 수 있는 마음이 열린다.


밖으로는 닫힌 시간이 안으로는 열린 시간이 된다. 이 열린 시간에 집에 모인 아이들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가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관계. 그런 관계가 청소년기에 필요함을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돌발적인 사건으로 한 명이 떨어져 나간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행동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연장선에 있는 행동이 사회에서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이 된 것이다. 그 행동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인물. 조금씩 바뀌어 왔던 마음이 그 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더 돌아보게 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비록 시간을 선택할 기회는 잃었지만. 


그리고 선택의 시간... 


남들에 의해 휘둘림을 당했던 인물도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다. 편한 길이 아닌, 자기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길을. 가장 모범적인 아이 역시 자신이 가는 시간을 선택하고... 각자 자신이 선택한다. 남들의 판단이 아닌 자신의 결심으로.


선택을 하면 이들이 함께 지낸 시간이 기억에서 지워진다고 한다. 잊혀질 것을 알면서도 만나는 관계. 머리 속에서는 잊혀지겠지만 마음 속에는 남아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바로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살아온 과정을 모두 기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음 한 켠에 무언가가 남아 있어, 그것이 청소년들의 삶을 이끌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데, 이 소설에서 기억을 지운다는 의미는 바로 그렇게 받아들여도 좋겠다.


잊었지만 남아 있는 어떤 무엇. 또 누군가에게는 잊히지 않는 기억. 그것이 바로 청소년기에 겪는 일들이다. 


많은 일들을 겪고,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일탈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모습. 서로 마음을 열고 함께 하면서 남에게서 주어진 삶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모습. 그런 모습이 소설에서 시간의 문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제목이 '시간을 건너는 집'이지만, 원하는 시간으로 무조건 시간을 건널 수는 없다. 소설은 네 명의 인물을 통해서 그 점을 잘 보여준다. 


다만, 소설을 읽다보면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집. 또 그런 시간이 필요함을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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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

kinye91 2022-10-08 09:4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2-10-07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kinye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kinye91 2022-10-08 09:4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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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법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었다. 법정 드라마가 가끔 나오는데, 검사가 주인공일 때도 있고, 변호사가 주인공일 때도 있다. 판사는? 잘 모르겠다.


법원의 세 축이 판사-검사-변호사다. 어느 한 축으로 기울지 않는다. 검사와 변호사는 서로의 주장을 법률 근거를 들어서 제시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다. 이를 통합해서 판단하고 판결을 내리는 존재가 판사다.


그런 판사들의 세계는 어떨까? 판사들의 세계는 알기 어렵다. 검사나 변호사는 언론에 자주 노출이 되는 반면 판사는 언론에도 잘 노출되지 않는다.


그리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고 하는데, 판결문은 참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많다. 그들은 법정 높은 곳에서 판결을 내리듯이 판결문에서조차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다. 그래야 권위가 생기는가.


이 책은 판사들의 세계를 다룬 소설이다. 물론 완전 허구는 아니다. 작가가 판사고, 자신이 겪은 일들을 상상을 가미해서 표현한 팩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판사들의 세계를 잘 느낄 수 있다.


판사들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판사들은 판결을 할 때 망치를 두드리지 않는다는 사실. 


땅! 땅! 땅! 이것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런 권위적인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하긴 판사도 사람인데... 사람이기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 그럼에도 법에 의해 판결을 내려야 하는 판사들의 고충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다양한 사건이 제시되고, 그 사건이 법원에서 어떤 판결로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소설. 어떤 사건은 결말을 내지 않고, 또 1심 판결만 나오고 항소심에서 어떻게 판결이 내려질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배석 판사 두 명을 주인공으로 삼아 법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 소설 속에서 정의는 무엇일까? 법은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까? 그럼에도 법이 지니는 한계는 무엇일까까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마지막 장이 국민참여재판으로 끝나고 있는데, 다수결이 아닌 끝장 토론을 통해서 만장일치로 결정하게 하는 모습은 왠지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생각나게도 하는데, 다른 사람의 운명이 걸린 일이니 판사만이 아니라 국민들이 참여하는 방법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박차오름 판사의 활약상이 처음에는 통쾌하고 웃음을 자아내지만, 뒤로 갈수록 임바름 판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서 통쾌함은 줄어들지만, 법에 대해서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함무라비 법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것이 사실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라는 점. 그렇다면 법관은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 또한 시민들 또한 자신들의 권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


이것이 이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이 말, '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이 되지 말라'는 말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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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루나 +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 옛날 옛적 판교에서 + 책이 된 남자 + 신께서는 아이들 + 후루룩 쩝접 맛있는
서윤빈 외 지음 / 허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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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문학상이라는 상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됐다. 과학문학상이니, 작품들은 우리가 말하는 SF소설들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최근에 SF소설들이 많이 발표되었고, 수준도 매우 높아져서 읽는 재미를 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김초엽의 작품들이 그랬고, 그런 점에서 한국과학문학상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집 역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최근 SF소설 경향을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또 이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 하는 호기심. 총 6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대상 한 편, 우수상 한 편, 가작 네 편이 실려 있다.


각 소설들이 저마다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공간과 시간이 다를 뿐,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대상을 받은 작품인 서윤빈이 쓴 '루나'는 제주도 해녀들의 삶을 우주 밖으로 끌어왔다고 보면 된다. 제주도라는 섬에서 물질만 하다가, 육지로 나가고 싶어하는 해녀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좀더 넓은 세상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주 밖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이라는 설정으로, 그리고 그 해녀들 중에서 지구에서 온 사람을 구해준 결과 지구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는 과정이 전개되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떠나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렇게 선택되지 못했지만, 자신도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 이것은 우리들이 지니고 있는 모습이다. 서윤빈은 그러한 우리들의 욕망을 우주 밖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김혜윤이 쓴 '블랙박스와의 인터뷰'는 김쿠만이 쓴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과 김필산이 쓴 '책이 된 남자'와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죽어가면서 자신의 기억을 다른 존재에 남겨 생명을 연장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기억의 영속성이라는 면에서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블랙박스에 자신의 기억을 이식한 사람, 라디오에 이식한 사람 등등이 나오지만, 그들은 영원하지 않다. 왜냐하면 기계 역시 수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통해 사람들은 영생을 꿈꾸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이 된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책으로 자신의 기억을, 지혜를 모두 남겨 영생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불타 버리고 마는 책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우리의 기억만을 남긴다고 과연 그것이 영생일까?


소설 중에 '뇌'만 남겨 영생을 꿈꾸었던 사람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뇌만 남아 기억이 남아 있다고 해도 과연 그것을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책이 된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또 블랙박스로 이식된 자아 역시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에서처럼 프로그램이 살아 있는 것처럼 등장하는, 소위 인공지능 시대에 그런 인공지능들을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세 작품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사람과 인공지능, 또 영생이라는 면에서 생각할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성수나가 쓴 '신께서는 아이들을'은 좀 다른 결을 지닌 소설인데, 이 소설을 '윤회'의 관점에서 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죽고 태어남. 그런데 소설에서 다루는 죽은 존재들이 아이들이다. 이 세상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의 문제를 소설이 다루고 있다고 봐도 된다.


그런 아이들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여기에 인간들의 먹고자 하는 욕망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이 멍이 쓴 '후루룩 쩝쩝 맛있는'이라는 소설은 발상이 독특하다. 마치 김동식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의 혈관을 요리로 하는 외계인이라? 3등급 행성이 된 지구이기에 인간의 요리가 불법인 우주. 그러나 현지에서 공급하면 불법이 아닌, 그러한 법률의 구멍을 찾아 자신들의 음식을 지켜내는 외계인들.


먹고 먹어서 혈관에 쌓인 노폐물들, 그것이 맛있는 요리의 비결이 되니, 그렇게 외계인에게 자신들의 혈관을 제공하고, 인공 혈관을 달고 나온 인간들이 음식을 생각하면서 침을 흘리게 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소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장식 축산을 비판한다고 할 수도 있고, 자신들의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무분별하게 먹어대는 인간들의 모습을 비판한다고도 할 수 있는 소설.


이렇게 이번 수상집에 실린 소설들은 시간이나 장소가 환상적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그것이  SF소설들이 지닌 매력이기도 하겠지만, 발상의 독특함도 내용의 흥미진진함도 갖추고 있는 작품들이 많아서 다음 수상작도 기대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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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거니즘 만화 (리커버 한정판) - 어느 비건의 채식 & 동물권 이야기
보선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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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니즘. 간단하게 말하면 채식주의라고 할 수 있다. 채식주의도 다양해서 하나로 정리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채식주의자의 범주가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비거니즘에 대해서, 또 채식만이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만화로 표현하고 있다.


  왜 비건이 되었는지 부터 시작한다. 비인간 동물도 슬픔과 고통을 느낀다는 진실이 주인공을 비건으로 살아가게 했다고 한다.


  이는 바로 공감이다. 다른 생명체에 대한 공감.


  그렇다고 먹지 않고 살기는 힘들다. 먹어야만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생명의 목숨으로 자신의 목숨을 이어간다.


  우리 목숨은 다른 목숨에 빚지고 있는 셈인데, 그렇다면 이 소중한 목숨들을 내 목숨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반드시 공감이 필요하다.


  다른 존재에 공감하는 능력, 그런 공감이 있으면 꼭 비건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바꿔갈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당신들은 비건이 되어야 해. 꼭 채식을 해야 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존재들에게 공감하고, 가능하면 다른 존재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자고 한다.


  육식을 끊지 못하겠으면 적어도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농장에서 나온 고기를 먹자고 한다.


  공장식 축산이 아닌 동물들이 어느 정도는 복지를 누리면서 살게 해주는 그런 육식. 


  제품에 '동물복지'라는 표시가 있다고 하니, 비건이 아니더라도 그런 실천, 비록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지만, 그런 실천들이 모이면 동물들 복지도 좋아지고, 그만큼 우리 세상도 행복한 쪽으로 움직이리라고 주장한다.


한꺼번에, 또 단 한 번에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고 한다. 천천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해야 해'라는 말보다는 '하고 싶다'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바꿔보자고 한다.


그렇게 행동하고 싶다고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자신의 삶을 바꿔가는 일. 그 일은 꼭 비건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생명들을 위해서 또 지구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된다.


제목은 '나의 비거니즘 만화'으로 채식에 관한 내용도 많지만,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무기력했던 삶에서 비건이 되면서 점차 집 밖의 생활을 넓혀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도 흥미를 끌고, 점점 채식을 위한 장소가 늘어가고 있음을 잘 알려주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비건을 위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고 하니, 비건은 이제 우리 삶에서 하나의 식사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당장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일. 이런 일도 비거니즘에 해당하고, 구제 옷을 사서 입는 일도 마찬가지고.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채식을 하는 때를 지닌다면 이 역시 비거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곳에서 나온 고기를 먹는 일도 그렇고, 모피로 만든 제품을 입지 않는 일도 비거니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비거니즘이란 다른 생명체 또 지구에 공감해서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태도(행동)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을 이 만화는 잔잔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아멜리의 생활을 따라가다 보면 비거니즘이라고, 비건이라고 마냥 어렵게 생각하고 있던 일이 내 생활에서도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는 일이 행복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길임도 알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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