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김동식 소설집 6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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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었던 김동식 소설은 기발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발상이 특이했고, 내용의 전환도 예상하지 못하게 일어났고, 결말 역시 새롭단 느낌을 주었다.


결코 길지 않은 소설들. 그리고 일상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일상에서 겪음직한 일들이 소설에 나왔는데...


이번 소설집은 좀 결이 다르다고 해야겠다. 기발한 발상이라기보다는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내용들이 소설로 쓰였다고나 할까.


책 제목이 된 소설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는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고... 물론 소설에서도 매트릭스를 언급하고 있으니, 읽는 사람은 두 작품을 연결지으면서 읽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더 연결고리를 찾으면 '장자'에 나오는 '호접몽'을 들 수 있다. 


꿈 속에서 나비를 쫓는 것이 장자인 내가 꾼 꿈이냐, 아니면 나비가 꾼 꿈이냐 하는, 그런 현실과 꿈이 명확히 구분이 안 되는 상태. 이 소설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는 바로 그런 상태를 소설로 썼다고 할 수 있다.


영원히 잠들어야 하는 사람, 절대로 깨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 한 명 있고, 그 사람의 잠 속에서 인류가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 내용 전개.


이 소설과 '스위치 하나로 바뀌는 내 세상'이라는 소설은 기존 김동식 소설의 틀을 따라가는, 상상으로 현실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는데, 나머지 소설들은 공포물이나 추리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살인 사건이 이 소설집에 많이 등장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반전이 일어나게 만든 소설들이 많은데... 인간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통해서 인간들이 지닌 욕망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평생 안 가지 음식만을 먹어야 한다면?'이라는 소설, 우리가 흔히 한 번쯤 생각해 본 문제 아닌가. 이런 질문은 당신이 무인도에 간다면 꼭 가져가고 싶은 물건 세 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통하는데...


사람이 안 먹고 살 수는 없는데, 평생 단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도대체 어떤 음식을 선택할까? 평소 자신이 먹고 싶어했던 음식을 선택할까? 아니면 건강을 생각해서 선택을 할까? 아님 자신이 평소에 자주 먹던 음식을 선택할까?


소설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질문이 실행이 되려면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환경을 도박에 빠진 사람, 또는 돈이 꼭 필요해서 자신과 교환한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그렇다. 돈 또한 우리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니, 돈과 음식을 교환한다는 발상은 결국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선택하라는 말과 같다.


돈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은 단 한 가지 음식만 먹으며 살아가려는 사람과 같다는 발상이라고 해야 할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선택하는데, 소설에서는 사람을 선택한 사람이 나온다.


사람을 선택했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람을 먹어야 하니, 결국 돈만 추구하다가는 사람을 죽이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공포물을 겸비한 비현실적인 발상이지만, 그런 발상과 전개를 통해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돈과 같은 한 가지에만 매달려서는 결국 자신도 제대로 살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관계다. 그리고 관계는 자신이 만들어간다. 그렇게 관계를 만들어가지 않고 주어지기를 바라면 삶은 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 '목격자'라는 소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래서 '스위치 하나로 바뀌는 내 세상'에서는 스위치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결국은 자신이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집 끝에 실린 이 소설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들을 맺고, 다양함 속에서 살아가는데, 그런 다양함 속에서 자신과 다른 존재들이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은 결국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그런 관계 맺기를 만들어주는 스위치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음을 소설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 있다고 본다. 자, 나도 마음 속 스위치를 내 스스로 작동시켜야겠다.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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