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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 ㅣ 특서 청소년문학 17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1월
평점 :
이 소설은 자신이 살고 싶은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싶은 시기란, 현재 겪는 어려움을 해결한 시기 또는 과거로 돌아가 해결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아니고 현재가 만족스럽다면 현재를 택하면 된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시기를 택하겠는가? 가끔 과거로 돌아간다면? 아니면 지금을 건너뛰고 미래로 간다면?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드는 생각이다. 이 소설은 그런 기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총 4명의 학생이 기회를 얻는다. 그들은 선택되었다. 선택된 이유는? 현재에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는 학생들이 기회를 얻었지만, 학교 밖 청소년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겪는 일이 비슷하고, 사실 이 소설의 주인공 한 명도 학교 밖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겪는 폭력의 피해.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상황. 가해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못 견디고 학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 하지만 그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 죽음을 앞둔 엄마. 가족의 생활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 여기에 아들에게 관심이 없고 자신의 삶만을 추구하는 듯이 보이는 엄마를 둔 아이 등등.
소설은 이렇게 청소년들이 학교나 가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상정하고, 그들이 모여 함께 네 달을 지내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바라보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시간의 문이다.
12월 31일이 되면 현재-과거-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기회를 얻기 위해선 그들은 일주일에 세 번은 자신들의 눈에만 보이는 집(시간의 집)에 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12월 31일에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최종 선택을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된다.
왜 일주일에 세 번은 꼭 집에 와야 한다고 했을까? 그것은 다양한 청소년들이 서로 만나가면서 마음을 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른 사람이 함께 지내다보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도 있고, 자신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네 명이 모두 집에 모이면 시간은 정지한다. 그리고 이들만의 시간이 펼쳐진다. 무엇을 해도 된다. 어차피 밖의 시간은 가지 않으니까. 하지만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 늘 네 명이 모일 수는 없다.
너무도 다른 환경에서 자란 네 명이 며칠만에 신난다 하면서 함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들이 짊어진 각자의 짐은 너무도 무겁다. 이 짐들에 의해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일주일에 세 번... 조금씩 만나가면서 투덜대면서, 갈등하면서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간다. 자신의 고통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통도 눈에 들어온다. 공감을 할 수 있는 마음이 열린다.
밖으로는 닫힌 시간이 안으로는 열린 시간이 된다. 이 열린 시간에 집에 모인 아이들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가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관계. 그런 관계가 청소년기에 필요함을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돌발적인 사건으로 한 명이 떨어져 나간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행동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연장선에 있는 행동이 사회에서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이 된 것이다. 그 행동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인물. 조금씩 바뀌어 왔던 마음이 그 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더 돌아보게 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비록 시간을 선택할 기회는 잃었지만.
그리고 선택의 시간...
남들에 의해 휘둘림을 당했던 인물도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다. 편한 길이 아닌, 자기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길을. 가장 모범적인 아이 역시 자신이 가는 시간을 선택하고... 각자 자신이 선택한다. 남들의 판단이 아닌 자신의 결심으로.
선택을 하면 이들이 함께 지낸 시간이 기억에서 지워진다고 한다. 잊혀질 것을 알면서도 만나는 관계. 머리 속에서는 잊혀지겠지만 마음 속에는 남아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바로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살아온 과정을 모두 기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음 한 켠에 무언가가 남아 있어, 그것이 청소년들의 삶을 이끌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데, 이 소설에서 기억을 지운다는 의미는 바로 그렇게 받아들여도 좋겠다.
잊었지만 남아 있는 어떤 무엇. 또 누군가에게는 잊히지 않는 기억. 그것이 바로 청소년기에 겪는 일들이다.
많은 일들을 겪고,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일탈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모습. 서로 마음을 열고 함께 하면서 남에게서 주어진 삶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모습. 그런 모습이 소설에서 시간의 문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제목이 '시간을 건너는 집'이지만, 원하는 시간으로 무조건 시간을 건널 수는 없다. 소설은 네 명의 인물을 통해서 그 점을 잘 보여준다.
다만, 소설을 읽다보면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집. 또 그런 시간이 필요함을 알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