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는 내겐 일본의 양심이었다.

그의 작품은 전후 일본의 모습부터, 오키나와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했다.


게다가 아들에 대한 이야기. 아들이 음악을 하게 된 과정을 풀어 쓴 글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그런 그가 3월 3일에 세상을 떴다고 한다.


일본에도 수많은 지식인이 있지만, 그와 같은 지식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일본은 과거를 묻어버리고 있다.


누구도 묻어버린 과거를 들춰내려 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피해자가 가해자를 옹호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요즘, 오에 겐자부로와 같은 지식인들이 우리나라에도 있음을 생각한다. 우리나라 작가들도 지금 현실에 눈 감지 않고 있음을...


오에 겐자부로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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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편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승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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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오에 겐자부로 지음, 윤상인.박이진 옮김, 오자키 마리코 진행.정리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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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무' 아래서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현아 옮김, 오에 유카리 그림 / 까치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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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노트
오에 겐자부로 지음, 이애숙 옮김 / 삼천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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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재능은 왜 죄가 되었나 - 칼로에서 멘디에타까지, 라틴아메리카 여성 예술가 8인
유화열 지음 / 미술문화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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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여덟 명의 여성 미술가를 소개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여성 미술가. 아는 미술가가 몇 명인지 살펴보라.


마리아 이스키에르도, 티나 모도티, 프리다 칼로, 아나 멘디에타, 리지아 클라크, 아멜리아 펠라에스, 아니타 말피티, 타르실라 두 아마랄


라틴아메리카. 멀다. 우리나라에서 물리적으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나라들 아닌가. 게다가 라틴아메리카 예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하고.


프리다 칼로, 보르헤스, 마르케스 정도를 알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다. 네루다도 있고, 세풀베다도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라틴아메리카는 멀게 느껴진다. 그들의 예술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 여성 미술가를 소개하고 있는데, 내게는 프리다 칼로를 제외하고는 처음 만나는 예술가들이다. 언젠가 만난 적이 있더라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예술가들이기도 하고. 


음에 나오는 예술가가 한 말. 이 말이 우리나라 나혜석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참, 시대 한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자신의 예술을 지켜나가는 일이 여성에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여자로 태어나 재능을 갖는 것은 범죄다.' (35쪽) -마리아 이스키에르도


범죄가 되면 안 된다. 여자로 태어나 재능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시대

가 있었으니...


책은 미술가들을 소개하면서 많은 작품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좋다. 읽으면서 이 책에서 이 두 작품을 만났다는 것에서 만족했다.


다른 작품들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들. 한 작가가 그렸다고 하기에는 상당히 다른 경향의 작품들.


그럼에도 두 작품은 마음 속에 다가온다. 강렬하게 다가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타르실라 두 아마랄이 그린 그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림을 보면 된다. 그러면서 라틴아메리카에서 작품 활동을 했던 이들을 기억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태어난 곳을 작품에서 살려내려 했던 그들의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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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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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딱 정의할 수 없는 삶이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어느 순간,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무엇인가에 휩쓸려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 삶이지 않을까?


한 가족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삶도 있겠지만, 그런 삶을 분명 거부하지 않고, 또 큰 불만도 없는데, 그 틀에서 벗어난 삶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지 않은가.


앨리스 먼로가 쓴 소설집. 우연찮게도 첫소설집과 마지막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집에서 이 작품을 끝으로 더이상 작품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 후 작품을 썼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니,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첫번째 소설집에서는 여성들의 삶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 소설집에서는 딱히 여성들의 삶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그냥 우리들 삶이 나온다.


목적을 정해놓고, 또는 틀을 정해놓고 그 틀에 맞춰사는 삶이 아니라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삶들.


그래서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정상가족'이란 말을 떠올렸다. 과연 정상가족이라는 말이 통용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집이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우리말대로 백년해로하는 삶, 그것이 정상가족일까? 그런 삶을 정상이라고 하는 언어로 규정지으면, 다른 삶들은 정상에서 벗어난 삶이 되지 않을까?


먼로의 이 소설집에서는 이런 정상성이 정상이 아님을, 어쩌면 우리 삶은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삶들도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소설에서 이런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제목부터 그렇다. '일본에 가 닿기를'. 우리 삶이 이럴지도 모른다. 나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병에 담아 태평양에 놓아둔다. 그 편지가 일본에 가 닿기를 바라면서.


즉,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다. 가 닿을 수 있을지, 닿지 않을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편지를 쓴다. 그것이 삶이므로.


이런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받아들여야 한다. 정상이라고 규정되어야 할 삶은 없다. 삶은 모두가 정상이다. 그러니 정상가족이란 말도 없다. 아니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정상가족이다.


모든 삶은 정상이고, 모든 가족은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삶.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으면 피하려고 할 것이다. 마음은 이미 떠났지만 몸은 떠나지 못하는 삶을 정상이라는 틀에 가둬놓고 살아가게 된다. 과연 그런 삶이 정상일까? 먼로는 그렇게 묻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끝에서 주인공은 '정상'이라는 말에 갇히길 거부한다.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그녀는 피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다음에 다가올 일을 기다렸다.'('일본에 가 닿기를' 중에서. 41쪽)


바로 이것이 삶이고, 삶은 그렇게 우연과 우연히 겹쳐 이루어진다는 생각. 수많은 우연들 중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집이다.


여기에 이 소설집 끝부분에 실린 네 편의 소설들은 앨리스 먼로의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먼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이 소설들을 읽으면 먼로의 소설에 나온 인물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먼로 소설을 읽으려면 이 소설집에 실린 네 편의 단편 소설을 먼저 읽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한편 한편 모두 읽을 만한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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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뜬금없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빅이슈] 이번 호를 읽다가.


  기부문화. 연말이 되면 참 많은 액수를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억대의 돈을 기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기부한 사람들 명단이 언론을 통해서 공개된다. 좋은 일이다. 있는 돈을 나눠 쓰는 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돌아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자가용을 타고, 그것도 기사가 운전하는 자가용을 타고 다니지 않을까. 이들이 흙을 밟을 때가 있을까? 골프를 칠 때 말고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들이 [빅이슈]를 구입해서 읽을 기회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빅이슈]란 잡지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빅판들이 판매하는 이 잡지를 귀하디 귀하신 분들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연말이 되면 선심을 쓰듯이 거액을 기부하겠지.


결국[ 빅이슈]는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일명 보통사람들이 구입을 할 테고, 어려운 사람과 함께 하는 이 일을 결국은 보통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생각.


보통사람들. 좋은 말이다. 사람들이 특별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모두 보통사람들이다. 힘들 때 서로 도우면서 사는 사람들.


[빅이슈]는 이렇게 보통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잡지다. 그리고 [빅이슈] 이번 호에 나온 내용도 그렇다. 사람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들 이야기.


동물 유튜브에 대한 소개가 되어 있는데, 이는 동물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빅이슈]도 마찬가지지. 신간이 나올 때마다 편지를 써서 신간에 끼워넣는 빅판의 이야기. 그런 빅판에게 편지를 써서 전해주는 사람들 이야기. 함께 사는 동물 이야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쫓겨가는 사람들과 동물들.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라 한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뜬금없는 소리로 마무리를 한다. 귀하신 분들도 경험삼아(?)서라도 지하철을 가끔은 이용했으면 좋겠다. 이들이 지하철 역에서 나와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을 만나고, 빅판에게서 직접 -비서를 시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구입했으면 좋겠다.


이들도 이렇게 보통사람들처럼 행동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들도 다른 세계에서 살지 않게 될 텐데.


[빅이슈] 294호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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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붉은 사랑 -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그대가 있었다
림태주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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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택배가 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시킨 물품이 없는데 무슨 택배? 자세히 읽어보니 보낸 사람이 벗이더군요.


벗이 웬일로 택배를, 무엇을 보냈을지 궁금해 하던 차에,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오고, 받아보니 천혜향 한 상자입니다.


웬 천혜향? 벗은 농사를 짓지 않는데, 천혜향을 보냈다는 것은 부러 마음을 먹었다는 얘기입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할겸 전화를 했더니, 벗이 그러더군요.


"봄이 왔어. 봄향기를 선물하고 싶었어."


그렇습니다. 벗은 봄을, 이 포근하고 따스한 봄을 혼자만 보내기가 아쉬웠던 겁니다.


봄을, 봄향기를 벗이 아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답니다. 그렇게 봄을 내 마음에 심어놓았습니다. 벗이 보내준 봄향기가 온집안을 감싸고 있습니다.


봄은 옅은 색깔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읽고 있던 림태주의 책과 비교해보니, 봄도 붉은 사랑이었습니다.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붉은, 밝고도 따스한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이렇게 봄이 다가왔습니다.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정말 봄이구나, 벗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책도 그렇습니다. 책은 4계절을 각 장으로 나누고 그에 관한 글들이 있지만, 각 장들이 모두 사랑입니다.


따스한 사랑입니다. 계절에 따라 연상되는 색들과 상관없이 모두 붉은 사랑입니다. 그렇게 이 책은 마음을 채우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삶의 요체는 축적과 차지가 아니라 비움과 나눔이다. 조문을 가면 먼저 죽은 자들은 늘 이 두 가지를 명명백백하게 알려 준다. 이것은 사유가 아니라 삶의 감각이다. 이 구체적인 감각이 무뎌지고 만져지지 않으면 그때를 죽음이라고 한다. 죽은 자의 것 중 기릴 것이 있다면, 그가 살아서 얼마나 나누고 베풀었는가이다. 그것을 산 자들은 덕망이라 부른다. 삶을 감각하고 있는가. 나여.' (233쪽)


그렇습니다. 이 글에서 말한 비움과 나눔, 벗은 그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벗으로 인해서 삶을 감각하게 됐습니다. 잠시 무뎌졌던 내 삶의 감각을 깨우는 봄향기를 벗이 보내주었습니다.


벗이 보내준 봄향기, 이 봄향기가 림태주의 책을 내내 감싸고 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사랑으로 충만한 글들입니다. 그 글들에서 붉은 사랑을 느끼고, 붉은 사랑에서 봄향기를 느낍니다.


시작입니다. 사랑의 시작.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짚어보는 일이 아니라, 지금-여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그렇게 봄향기를 나만이 아니라 주변으로 퍼뜨리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봄, 이 봄향기와 같이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런 글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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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3-03-14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향기 품은 페이퍼네요. 친구분과 함께 세상에 봄향기를 마구 퍼뜨리고 계시구요. ㅎㅎㅎ 책 소개도 감동입니다. ^^

kinye91 2023-03-14 13: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봄향기가 세상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