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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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딱 정의할 수 없는 삶이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어느 순간,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무엇인가에 휩쓸려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 삶이지 않을까?


한 가족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삶도 있겠지만, 그런 삶을 분명 거부하지 않고, 또 큰 불만도 없는데, 그 틀에서 벗어난 삶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지 않은가.


앨리스 먼로가 쓴 소설집. 우연찮게도 첫소설집과 마지막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집에서 이 작품을 끝으로 더이상 작품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 후 작품을 썼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니,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첫번째 소설집에서는 여성들의 삶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 소설집에서는 딱히 여성들의 삶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그냥 우리들 삶이 나온다.


목적을 정해놓고, 또는 틀을 정해놓고 그 틀에 맞춰사는 삶이 아니라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삶들.


그래서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정상가족'이란 말을 떠올렸다. 과연 정상가족이라는 말이 통용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집이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우리말대로 백년해로하는 삶, 그것이 정상가족일까? 그런 삶을 정상이라고 하는 언어로 규정지으면, 다른 삶들은 정상에서 벗어난 삶이 되지 않을까?


먼로의 이 소설집에서는 이런 정상성이 정상이 아님을, 어쩌면 우리 삶은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삶들도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소설에서 이런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제목부터 그렇다. '일본에 가 닿기를'. 우리 삶이 이럴지도 모른다. 나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병에 담아 태평양에 놓아둔다. 그 편지가 일본에 가 닿기를 바라면서.


즉,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다. 가 닿을 수 있을지, 닿지 않을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편지를 쓴다. 그것이 삶이므로.


이런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받아들여야 한다. 정상이라고 규정되어야 할 삶은 없다. 삶은 모두가 정상이다. 그러니 정상가족이란 말도 없다. 아니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정상가족이다.


모든 삶은 정상이고, 모든 가족은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삶.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으면 피하려고 할 것이다. 마음은 이미 떠났지만 몸은 떠나지 못하는 삶을 정상이라는 틀에 가둬놓고 살아가게 된다. 과연 그런 삶이 정상일까? 먼로는 그렇게 묻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끝에서 주인공은 '정상'이라는 말에 갇히길 거부한다.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그녀는 피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다음에 다가올 일을 기다렸다.'('일본에 가 닿기를' 중에서. 41쪽)


바로 이것이 삶이고, 삶은 그렇게 우연과 우연히 겹쳐 이루어진다는 생각. 수많은 우연들 중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집이다.


여기에 이 소설집 끝부분에 실린 네 편의 소설들은 앨리스 먼로의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먼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이 소설들을 읽으면 먼로의 소설에 나온 인물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먼로 소설을 읽으려면 이 소설집에 실린 네 편의 단편 소설을 먼저 읽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한편 한편 모두 읽을 만한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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