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붉은 사랑 -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그대가 있었다
림태주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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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택배가 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시킨 물품이 없는데 무슨 택배? 자세히 읽어보니 보낸 사람이 벗이더군요.


벗이 웬일로 택배를, 무엇을 보냈을지 궁금해 하던 차에,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오고, 받아보니 천혜향 한 상자입니다.


웬 천혜향? 벗은 농사를 짓지 않는데, 천혜향을 보냈다는 것은 부러 마음을 먹었다는 얘기입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할겸 전화를 했더니, 벗이 그러더군요.


"봄이 왔어. 봄향기를 선물하고 싶었어."


그렇습니다. 벗은 봄을, 이 포근하고 따스한 봄을 혼자만 보내기가 아쉬웠던 겁니다.


봄을, 봄향기를 벗이 아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답니다. 그렇게 봄을 내 마음에 심어놓았습니다. 벗이 보내준 봄향기가 온집안을 감싸고 있습니다.


봄은 옅은 색깔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읽고 있던 림태주의 책과 비교해보니, 봄도 붉은 사랑이었습니다.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붉은, 밝고도 따스한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이렇게 봄이 다가왔습니다.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정말 봄이구나, 벗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책도 그렇습니다. 책은 4계절을 각 장으로 나누고 그에 관한 글들이 있지만, 각 장들이 모두 사랑입니다.


따스한 사랑입니다. 계절에 따라 연상되는 색들과 상관없이 모두 붉은 사랑입니다. 그렇게 이 책은 마음을 채우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삶의 요체는 축적과 차지가 아니라 비움과 나눔이다. 조문을 가면 먼저 죽은 자들은 늘 이 두 가지를 명명백백하게 알려 준다. 이것은 사유가 아니라 삶의 감각이다. 이 구체적인 감각이 무뎌지고 만져지지 않으면 그때를 죽음이라고 한다. 죽은 자의 것 중 기릴 것이 있다면, 그가 살아서 얼마나 나누고 베풀었는가이다. 그것을 산 자들은 덕망이라 부른다. 삶을 감각하고 있는가. 나여.' (233쪽)


그렇습니다. 이 글에서 말한 비움과 나눔, 벗은 그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벗으로 인해서 삶을 감각하게 됐습니다. 잠시 무뎌졌던 내 삶의 감각을 깨우는 봄향기를 벗이 보내주었습니다.


벗이 보내준 봄향기, 이 봄향기가 림태주의 책을 내내 감싸고 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사랑으로 충만한 글들입니다. 그 글들에서 붉은 사랑을 느끼고, 붉은 사랑에서 봄향기를 느낍니다.


시작입니다. 사랑의 시작.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짚어보는 일이 아니라, 지금-여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그렇게 봄향기를 나만이 아니라 주변으로 퍼뜨리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봄, 이 봄향기와 같이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런 글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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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3-03-14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향기 품은 페이퍼네요. 친구분과 함께 세상에 봄향기를 마구 퍼뜨리고 계시구요. ㅎㅎㅎ 책 소개도 감동입니다. ^^

kinye91 2023-03-14 13: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봄향기가 세상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