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시리즈 만화를 구입했더니 그 세트로 딸려 왔다.

 

몇 년 전에 나온 만화라 그런가?

 

핵과 자연은 상반된 것인데, 핵반대가 결국 자연을 살리자는 운동이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이 만화가 핵 반대 만화들과 세트가 된 이유도 나름 납득이 된다.

 

휴대전화(핸드폰)를 팔아서 쌀을 사면 된다는 그런 소리를 하던 사람도 있었는데, 휴대전화는 없어도 사람이 죽지 않지만 쌀은, 음식은 없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그 자명한 진실을 망각했으니, 이런 비극도 없다.

 

그래서 우리 주변은, 특히 대도시는 온통 콘크리트 뿐이다. 이러한 대도시에 농사를 짓겠다고 했더니 하천법인가 뭔가로 강이 오염된다고 안된다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고.

 

그러니 대도시 아이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자신의 입으로 들어오는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생명체의 소중함을 체험할 기회도 별로 없게 된다.

 

오로지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고 있을 뿐이다.

 

길거리를 보아도 아이들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걷고 있다. 위험한 도로를 건널 때에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휴대전화가 이미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게임 속에 빠져들게 하는 게임기 기능을 하고 있을 뿐이니...

 

여행을 가도 아이들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멋과 맛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오직 이들은 자그마한 휴대전화에 자신의 눈을 고정시킨 채, 열심히 손가락 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만화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느껴가는 여름이의 이야기.

 

그런 여름이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들 밥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가 있다.

 

만화라는 장르의 특유의 친숙함과 여름이라는 캐릭터 덕으로 재미있게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재미에 자연의 생명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농사 만화라고도 , 교육 만화라고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예전에 우리가 접했던 자연을 만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하면 된다.

 

만화를 보면서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느끼면 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면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면 더욱 좋고.

 

아이들이 읽을 만한 만화다. 아니 읽어야만 하는 만화다. 부모들이 함께 보고 이야기를 해주면 더욱 좋은 만화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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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책방에 가다.

 

많은 책들은 또다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책들, 시집...

 

우연히 눈에 띠면 기분이 좋다.

 

이번엔 김광규 시집이다.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이다.

 

이 시집에서 가장 친숙한 시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다.

 

이러고 싶지 않은데, 우리는 지금 이 시에 나오는 사람들과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지는 않는지.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지금은 먹고 살기 바쁜 일상에 젖어 더이상의 꿈을 꾸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시에서는 4.19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면, 지금 우리는 87년의 기억을 지니고 있는 것 아닌가.

 

단지, 과거로... 그 때는 열정이 넘치던 때로, 그러나 지금은 다 지나간 그냥 과거일 뿐인... 그런 모습으로.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하는데... 과거는 바로 현재를 이끌어 갈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낵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 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우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김광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학과 지성사, 1982 3쇄. 58-60쪽

 

슬프다. 지금 내 처지가 이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세상이 변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변하는 모습이. 에고.

 

그래서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이 '소'라는 시, 정말, 가슴에 와닿는다. 내가 지니고 있는 뿔. 나도 뿔을 가지고 있음을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데...

 

 

산비탈에 비를 맞으며

소가 한 마리 서 있다

누군가 끌어가기를 기다리며

멍청하게 그냥 서 있다

 

소는 부지런히 많은 논밭을 갈았고

소는 젖으로 많은 아이를 길렀고

소는 고기로 많은 사람을 살찌게 했다

 

도살장으로 가는 트럭 위에

소들이 가득 실려 있다

죽으러 가는지를 알면서도

유순하게 그냥 실려 있다

 

소들은 왜 끌려만 다니는가

소들은 왜 죽으러 가는가

소들은 왜 뿔을 가지고 있는가

 

김광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학과 지성사, 1982 3쇄.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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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소 부품 비리 문제로 몇 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중지하고 있다. 날이 많이 무더워지고 있는데,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하지 못함으로써 심각한 전력난이 우려된다고 연일 언론에서 떠들어 내고 있다.

 

예비 전력이 관심 단계라는 둥 하여간 며칠 간 계속 전력에 대한 문제를 방송에 내보내고 있는데...

 

원자력 발전이 전력에서 중요한 비중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원자력이라는 것이 다른 말로 하면 핵인데, 게다가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그런 큰 사고가 났는데, 아직도 원자력, 원자력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 역시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자력 발전을 가동 중지했지만 심각한 전력난을 겪지는 않았는데, 일본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렇듯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자력 발전이 우리나라에서는 필수불가결하다고 하는 건지, 원자력 발전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부품 비리라는 부분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원자력이 대안이 아니라고, 다른 대안 에너지가 많다는 주장이 예전부터 많았는데, 우리는 너무나 무관심하게 지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만을 바라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이 참에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지하고 있는 이 때, 우리들의 생활이 어떠한지 철저하게 성찰을 하고, 정말로 지속적인 삶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지.

 

예전에 나온 책이지만 에너지 대안을 찾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우리는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다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에 타도 있다는 경고를 많이 듣고 있음에도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에너지 공급의 방법을 바꾸려는 근본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지 눈 앞에 선하다.

 

언론에서도 또 학자들도, 시민들도 우리의 생활을 성찰하고, 원자력이 아닌 다른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 원자력 발전소가 멈춘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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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고른 두 번째 시집. 아니, 요즘에 고른 시집으로는 세 번째다. 헌책방에서 시집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형서점에 가면 시집을 전시해 놓은 서가가 계속 줄고 있는 현실에서.. 좋은 시집을 헌책방에서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한 축복을 받기 위해 가끔은 헌책방에 갈 일이다.

 

이번 시집은 풍자시집이다. 예전에는 시인으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요즘은 "고양이 학교"의 저자로 더 잘 알려진 김진경의 시집.

 

아마도 90년대 초반 우리나라 현실을 비판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리라.

 

이런 풍자시집은 잘못하면 때가 지나 시대와 맞지 않게 되고, 또 풍자를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해질 수도 있다.

 

이 시집도 마찬가지다.

 

무지렁이(이런 표현이 맞는지... 무지렁이라고 말해지는 사람들은 사실, 자기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이고, 또 이들은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사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지를 몸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농민의 입을 빌려 당시 지배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상황을 모르는 사람은 이 시를 곧이곧대로 해석해서 내용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이 시집에서 풍자하고 있는 내용이 지금에도 유효하다는 사실.

 

세월이 흘러 민주화가 되었다는 지금에도 이 시집이 유효하다는 사실은 서글픔을 넘어선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한다.

 

세상에, 아직도 이렇다니...

 

뉴스에 보니 송전탑 건설 반대로 농민들이, 그것도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서고 있는 현실과 미국이라는 거대 제국에 아직도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라든지... 참...

 

하여 남에게 빌붙어 잘 살려고 하지 말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을 이 시집의 제목으로 삼고 있으니... 명심할 일이다.

 

이 시집을 풍자시집이라고 알게 해주는 시가 있다. 그 시는 '확인'이다.

 

확인

 

우리가 노예라면

"노예이다"에서 시작하자.

우리의 땅이 식민지라면

"식민지이다"에서 시작하자.

다른 나라 군대가

우리의 땅을 짓밟고 있다면

"짓밟고 있다"에서 시작하자.

이렇게 시작되지 않는 민주는

진열대에 놓여 있는 미국산 담배이름이다.

 

김진경, 닭벼슬이 소똥구녕에게, 실천문학사, 1991.  71쪽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자리에서 시작하자는 이 시는, 그래서 다른 시들이 풍자적인 의미를 담고 있음을 파악하게 해준다.

 

이런 풍자시집... 그 땐 그랬지 하고 끝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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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풍물시장을 가다.

 

풍물시장과 동묘 벼룩시장이 연결이 된다.

 

이 곳을 다 돌려면 발품이 많이 든다. 다리도 아프고, 또 많은 사람들 속에서 머리도 아프고.

 

풍물시장답게 노인들이 많다.

 

옛것에 대한 향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싸다는 얘기도 된다.

 

예전 놋그릇도 사고, 또 나무 조각도 사고,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LP 턴테이블도 샀다.

 

물론 잘 알지 못하면 수업료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턴테이블도 마찬가지다. 그냥 이것만 있으면 LP판을 돌려 음악을 들을 수 있겠거니 했던 무지함.

 

턴테이블을 돌리려면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 수업료를 지불한 것이 아깝지 않다고 해야 하나...덕분에 더 많은 발품을 팔았지만.

 

풍물시장에서 내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곳은 헌책방이다. 작은 책방이 아니다.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고서라는 값나가는 책이 아닌, 정말로 주인의 품에 안겨 읽힐 책들이 말이다.

 

이런 서점에 들어가면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별로 없다. 물론 핑계다. 다른 물품들을 보아야 한다는 핑계로 헌책방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시가 꽂혀 있는 서가로 간다.

 

그리고 죽 훑어본다. 얼마 걸리지 않는다. 이 중에 맘에 드는 시집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집어든다.

 

시집 가격은 대체로 1000원이기 때문에 가격 부담도 없다.

 

이번에 고른 시집은 두 권. 그 중에 한 권인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집에 "접시꽃 당신2"가 있기에, 그리고 이제는 그가 국회의원이 되었기에, 처음 그의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린 시집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 그지 없다. 그냥 집어든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 사랑이 절절하게 드러나 있다. 그런 사랑, 가슴 아프게 다가오지만...너무 많이 알려진 영화로도 만들어진 '접시꽃 당신' 말고, 이런 시, 그냥 조용히 마음에 스며드는 시.

 

봉숭아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

 

도종환, 접시꽃 당신, 실천문학사, 1990. 16판. 75쪽

 

그리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교사로서, 또한 전교조 교사로서 그가 고민했던 내용들이 4부에 시로 담겨져 있다는 사실.

 

그래서 그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만을 이 시대 담고 있지 않고, 시대의 아픔을, 제자들에 대한 사랑도 이 시집에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에 다른 어떤 책에 소개되어 알고 있었던 '앉은뱅이 민들레'란 시와 '김선생의 분재'라는 시는 여전히 맘에 울림을 주었으며, 또한 이 시집의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시, '답장을 쓰며'는 지금,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겹쳐져서 여전히 쓰라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시의 마지막에 나온 '우리의 생명을 기쁨과 고마움으로 누리는/그날은 반드시 오고야 만다./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라고 했던 시인.

 

이제 그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제는 시에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도종환 스스로, 국회의원 도종환으로서, 정치인 도종환으로서 그런 날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그는 시를 배신하지 않게 된다.

 

그걸 기대한다. 그것이 헌책방에서 이 시집을 구한 보람이기도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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