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멈퍼드 건축비평선 - 『뉴요커』 스카이라인 칼럼 1947-1956 문명텍스트 18
루이스 멈퍼드 지음, 서정일 옮김 / 한길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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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루이스 멈퍼드.

 

하긴 건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지가 얼마 되지 않고, 건축이라고 해야 기껏 유명한 사람 이름이나 알고 있는 처지이고, 몇몇 유명한 건물에 대해서 사진을 본 정도니, 멈퍼드라는 사람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그래도 건축비평선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오래 전 글들이지만, 건축이란 이미 100년, 200년 전의 것도 건재하게 우리 앞에 존재하지 않는가. 그러니 건축에 대한 비평글도 굳이 시대를 따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947년부터 1956년 사이에 [뉴요커]지에 칼럼으로 연재된 글들이다. 그러니 미국의 뉴욕이라는 도시와 거의 50-60년 전이라는 시대가 지금 나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가 되기 쉽다.

 

뉴욕이라는 도시에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글을 읽기에는 좀 어렵다. 건축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 구체적인 건축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긴 포기하고, 그가 어떤 자세로 글을 써갔고, 건축에 대해 어떤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읽고, 지금의 우리와 비교해 보기로 했다.

 

건축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미와 기술이 융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와 기술이 융합되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면 자연히 자연과도 어울려야 한다. 그의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공원, 산책로, 살기 좋은 인구 밀도... 고층보다는 저층으로... 등등

 

대도시의 거대한 건축물에 대한 비평에서부터 공공건물에 대한 비평, 그리고 도시계획까지 다 드러나고 있는 비평선집인데...

 

마지막 부분에 나온 말...

 

이 말은 지금도 유용하다. 아니, 우리가 명심해야 한다.

 

희망적 대안은 한가한 몽상이 아니라 현실을 직면하는 능력과 공공적 책임감이 필요하며 지금까지 권한을 휘두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아이비엠사는 탈중심화를 주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데 그들이 좋아하는 모토를 우리 계획당국, 도로 기술자, 은행과 보험사, 부동산 개발업자 그리고 진정으로 시민과 투표권자 모두에게 퍼뜨려야 한다. 생각하라! 320쪽

 

도시 계획을 할 때 교외에 다른 거주지를 마련하고, 도로를 확충하려는 일이 얼마나 헛된지를 멈퍼드는 그 시대에 이미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참 뒤에 우리나라 서울을 보면, 참... 이 사람의 비평글을 도시계획자들이나 행정가들이 전혀 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이 교통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들이 오히려 더 교통문제를 더 일으킨다는 사실을 그가 이미 지적했음에도 말이다.

 

비록 뉴욕의 모습이 그림으로 떠오르지 않아 구체적인 장면들을 상상하지는 못했지만, 건축에 대한 태도에서, 적어도 우리가 건축에 대해서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는 고민하게 되는 책이었다.

 

나같이 단순히 건축에 관심을 가진 사람 말고, 도시설계자나 도시정책입안자, 아니면 도로 기술자 들이 읽으면서 지금-여기에 적용한다면 꽤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꼭 그들만이 아니더라도 나같은 사람도 읽어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멈퍼드가 바란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역시, 생각은 힘이 세다.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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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인간 2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2
메리 셸리 지음, 김하나 옮김 / 아고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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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이다.

 

1,2권을 합치면 총 분량이 800쪽이 넘는 대작이다. 1800년대에 이렇듯 장편소설을 썼다니... 그것도 인류의 미래를 상상해서,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해서 말이다.

 

1권이 개인사를 중심으로 작품이 전개되어 흥미가 떨어졌다면, 2권은 역병으로 인한 인간들의 갈등과 죽음이 묘사되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특히 전세계적인 재앙을 앞에 두고 인간들이 취하게 되는 모습들이 이 소설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어서 과거의 소설이 아니라 현재를 볼 수 있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종말을 앞둔 사람들이 취하게 되는 세 가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우선 정착민과 이주민의 갈등이 이 소설에 나타난다. 자신들이 살던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는데, 그들이 그 곳에 가서 이미 정착해 있던 사람들과 함께 살면 좋겠지만,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된다.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들, 그것은 기존에 살고 있던 집단과 이주해 온 집단을 막론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지니는 태도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들이 갈등을 일으키게 되는데, 평화로운 해결보다는 무력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 소설에서 이 점이 제일 먼저 나오는데, 대륙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영국 사람들을 약탈하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약탈만으로는 인류가 생존할 수 없다. 하여 에이드리언으로 하여금 이들이 평화적으로 서로 합의를 보게 만든다. 이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종말이 눈 앞에 닥쳐옴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장점들을 충분히 살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에이드리언이나 또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어서, 최근에 온갖 재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돕는 오히려 유토피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사회학적 통찰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자신이 살던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는 모습이다. 이미 폐허가 된 곳에서 살 수는 없는 일. 또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곳에서 사는 일 자체는 공포다. 그러기에 다른 곳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곳으로 집단 이주를 한다.

 

청교도들이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갔듯이, 지금도 살기 힘든 사람들이 좀더 살기 좋은 나라를 찾아 떠나듯이 집단 이주를 하는 모습이 이 소설에 나오고 있다.

 

현실이 힘들다면 그곳을 떠나는 것, 이미 고쳐질 가능성이 없으면 떠나는 것, 당연한 일이다. 지구가 살기 힘들어지면 우주를 개척하여 그곳으로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그러나 문제는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났다고 해도 이미 지구 전역에 재앙이 번졌을 때는 그 어디도 살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 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재앙에 직면하지 않게 미리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해주고 있다.

 

역병이라도,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 재앙이라도, 사실은 인간이 최대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 대비는 할 수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이 소설에서도 이런 재앙의 징조는 나타났다고 할 수 있는데(1권에서), 당시 시대의 한계이겠지만, 의사들의, 과학자들의 노력이 묘사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것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이런 것이 예언서의 역할 아니겠는가. 예언서에 있는 대로 된다가 아니라,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라 하는...

 

세 번째는 사이비 종교가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있을 때 그들에게 감미로운 환상을 제공하는 사이비 종교가 창궐한다. 이런 사이비 종교가 창궐했을 때는 이성의 힘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

 

소설에서 에이드리언이 합리적인 말로 이들을 설득하려 해도 이들은 한사코 그의 말을 부정하고, 사이비 종교 지도자의 말에 따른다. 그것이 그들을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못할지라도 그들은 사이비 종교 지도자를 따른다. 그리고 종말을 맞는다.

 

이런 점은 근대나 현대를 막론하고 비일비재한 일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무언가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자신을 맡기려는 태도, 자신의 책임을 다른 존재에게 넘기고 그것에 안주하는 태도.

 

이런 태도는 어려울 때 더 잘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도 한다. 과학기술이 최첨단을 달리는 지금 시대에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으니...

 

그러니 이 소설은 종말을 맞게 되는 인간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그 종말을 맞이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종말이 닥쳤을 때 인간들이 취할 수 있는 태도,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이 소설에 잘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조금 무섭다. 인류가 종말이라는 재앙을 아직은 맞이하고 있지는 않지만, 소행성의 충돌로 지구 멸망의 위기가 닥친다는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도 많고, 인류 종말을 예언하는 예언서들도 있는데...

 

이 소설은 인류 멸망이 역병이라고 하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역병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대책은 없는...

 

그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러나 그런 재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 그것이 바로 인간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은 깨우쳐 주고 있다.

 

읽기가 지지부진했던 1권에 비해 2권에 들어서서는 읽기에 속도가 붙었다. 마치 1권이 마라톤을 하는 사람과 같은 속도였다면, 2권은 특급열차를 타고 달리는 속도와 같다고나 할까.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빨리 빨리 읽게 된다. 그만큼 흥미롭다. 여기에 재난 상황에서 보이는 인간들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으니... 더욱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도 많고.

 

최후의 인간. 이 소설의 맨 앞에서 예언서라고 했고, 실제로 소설의 제일 앞부분에서 어느 동굴에서 발견한 글들을 짜맞추었다고 했으니, 예언서 형식을 띤 소설... 현재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그 미래를 다시 현재에 끌어오는 그런 소설.

 

지금 우리는 메리 셸리가 말한 2000년대를 살고 있다. 비록 그가 말한 최후의 인간만이 살아남은 2100년은 되지 않았지만, 지금 세상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설마? 이 소설처럼.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다. 자본의 욕망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이 소설에서처럼 인간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이 소설에서 귀족들이 위기 때 자신들의 권리를 양보한 것과 같이 자본도 인류를 위해서 충분히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이 소설에서처럼 최후의 인간만이 남지 않고, 인류가 다양한 인류가 계속 존재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런 생각도 하게 만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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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인간 1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1
메리 셸리 지음, 김하나 옮김 / 아고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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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

 

내가 이름을 알게 된 것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였다. 그녀가 영국 낭만파 시인인 셸리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그 책에 나와 있는 설명을 통해서 알 수 있었고, 그 때 그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그 생명체를 만들어낸 박사의 이름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매우 재미있게 "프랑켄슈타인"을 읽었기 때문에, 또 100년 전에 이미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복제 문제와 비슷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그 총기 때문에, 이 책이 나왔다는 기사를 본 순간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제목도 "최후의 인간"이지 않은가. 뜻하지 않은 일로 인간들이 멸망해가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한 소설이겠지 기대하면서, 상당히 흥미진진하겠지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1,2권으로 분리되어 출판되었는데, 지금은 1권만 읽은 상태.

 

주요 등장인물은 여섯 명이다.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라이오넬, 그리고 그의 여동생 퍼디타. 왕자이었으나 아버지가 왕위를 포기하여 귀족이 된 에이드리언과 그의 누이 아이드리스, 여기에 야망을 지닌 사람인 레이먼드, 그리고 그리스 귀족 출신의 여자 에바드네.

 

1권에서는 이 중에 세 명이 세상을 뜬다. 바로 에바드네와 레이먼드, 퍼디타. 그리고 이들의 죽음은 곧 다가올 비극을 예비하고 있는데...

 

단순한 사랑이야기로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에이드리언이 에바드네를 사랑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에바드네는 레이먼드를 사랑하고, 그러나 레이먼드는 퍼디타와 결혼하고, 라이오넬은 아이드리스와 결혼을 하고, 에바드네는 결국 영국을 떠나고 반쯤 정신이 나가있던 에이드리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전개되고 있으니, 이 정도면 흔한 연애소설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첫부분에서는 잘 읽히지 않는다. 이 정도 사랑의 갈등이야 지금 세상에서는 별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1권의 중반부를 넘어서부터 그리스와 터키의 전쟁이 나오고, 그 전쟁에 그리스를 위해서 레이먼드가 참전하면서부터 갈등이 심화된다.

 

이제부터는 단순한 사랑의 갈등이 아니라 사회 문제가 대두된다. 이는 레이먼드의 죽음과 더불어 불길하게 다가온다. 

 

레이먼드의 죽음이 전쟁으로 인한 죽음이라기보다는 전염병으로 인한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물론 그는 소설 속에서 폭발로 인한 사고로 죽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광범위하게 나오고, 그것은 전쟁의 비극과 더불어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린다.  

 

소설에서 먼저 그리스-터키 전쟁에 참전하다 부상을 당해 영국으로 귀국한 에이드리언이 전쟁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스 전쟁의 진짜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어. 그럴싸한 이유를 뒤에 잘 숨겨두었던 거지. 296쪽.

전쟁이라는 격한 시간 속에서 인간의 탈을 쓴 악마로 변모한 거야. 297쪽.

 

다음에 레이먼드를 찾아 그리스에 왔다가 그와 함께 참전한 라이오넬이 목격한 전쟁의 참상, 전염병의 위협이다.

 

모든 인류의 적인 전염병은 6월에 나일 강가에서 뱀의 머리처럼 사악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래 전염병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도 감염이 시작된 상태였다. 그곳이 바로 콘스탄티노플이었다. 321쪽.

 

이런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그리스군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결국 그 두려움이 레이먼드를 홀로 콘스탄티노플 성으로 들어가게 하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하지만 전염병은 여기서 언급만 되고 있을 뿐이다. 전염병의 위험성은 레이먼드와 퍼디타의 죽음 이후 라이오넬의 설명을 통해서 언급이 될 뿐이다. 아직은 영국에서 그 전염병의 위협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생각있는 사람들이 우려를 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라이오넬은 전엽병의 위험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제 다가올 여름에 감염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 그리스는 테살리아 경계에 저지선을 세워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하네요. 402쪽.

 

여기서 1권이 끝난다. 아직 전염병은 영국에 상륙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두려움을 주인공이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이제 본격적인 종말 문학적인 요소는 2권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지금부터 거의 100년 전 소설인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과 유사한 일들이 묘사되어 있음에, 우리 인간의 역사가 이토록 반복을 거듭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쟁의 비인간성. 전염병의 위협.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두 가지 위협 아니던가. 세계 각지에서 전쟁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거나, 고통을 받고 있으며, 에볼라 바이러스가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 아니던가.

 

우리는 지금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떨고 있지 않은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 있듯이 우리도 엄격하게 출입국을 통제하고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한 해결은?

 

단지 공포 속에 빠져 있으면 안되지 않은가. 자, 소설 2권을 읽어보자. 어떻게 대처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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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 - 교실을 리드하고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52가지 수업 매뉴얼
더그 레모브 지음, 구정화.박새롬 번역 및 감수 / 해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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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최고의 교사는 제갈공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갈공명이라고 한 이유는, 교사들이 교실에서 학생들과 만나는 수업 현장에서 하나하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명이 적벽대전에서 한 일을 생각해 보라. 조조의 생각과 행동을 꿰뚫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한다. 마치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조조는 공명에게 완전히 속해 있었다. 공명이 지닌 그런 자세... 전지전능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전지전능이 신의 경지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면, 공명은 분석과 종합을 통한 예측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최고의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은 신이 될 수 없지만 수업 현장에서 공명처럼은 될 수 있다. 학생들의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이끌 수 있을까를 알고 있는 교사이기 때문에, 최고의 교사는 곧 공명이다.

 

그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최고의 교사가 되는가? 그것은 교사들이 수업을 잘 할 수 있는 기법을 익히면 된다는 것이다.

 

교육을 철학으로만 할 수 없으니, 철학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법을 익히고 그것을 수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만 좋은 수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교실을 리드하고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52가지 수업 매뉴얼'이다.

 

사람들은 교육에서 전략과 기법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략이 교육철학에 해당한다면, 기법은 수업에서 행하는 행동, 태도 등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전략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기법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 눈에 보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위대한 가르침은 예술이다' 라고 하면서 '위대한 예술품은 부지런히 연마하여 익힌 기술의 결과'(5쪽)라고 한다.

 

그런 기술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하면서 용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전략과 기법에 대해서 보자.

 

교사와 같이 가르치는 직종에서는 대개는 '전략'이라는 용어를 많이 활용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흔히 가르치는 수단들을 가르칠 때 '전략(strategies)'이 아닌 '기법(techniques)'이라고 칭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전략'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보를 주는 식의 일반화된 접근 방식이라면, '기법'은 보다 구체적이고 특정한 방식을 말한다. - 9쪽

 

하여 기법은 누구나 익히고 연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식을 말한다. 수천 수만 가지의 기법이 있을 수 있어서 자신에게 맞는 기법을 찾아 몸에 익히는 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책을 끝맺는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교육을 예술에 비유한 까닭은 가르치는 일이 어렵고 신중함과 수완이 필요하며, 기법을 익히는 데도 일정한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학교가 직면한 여러 문제 상황을 변화시키고 학업 성취 격차를 감소시킨 교사들의 지혜가 종합되어 있다. - 297쪽

 

그렇다면 이 책의 장점은 무엇인가?

 

교육에서 요즘은 학생들을 중심에 놓고, 배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책은 교육의 중심을 교사에 놓고,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배움을 유발하는 것조차도 교사의 가르침이라는 얘기다. 학생들이 어떻게 배움에 이르게 할지를 최고의 교사들은 기법으로써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배움과 가르침이 상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책이 시대에 뒤떨어진 이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시대에 뒤떨어진, 오로지 교사를 중심에 놓고, 교사의 기술만을 강조하는 책은 아니다.

 

아무리 배움을 중심에 놓더라도 교사의 역할이 있으니, 최소한 교사가 교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익혀야 한다는 주장이니,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이 있다.

 

물론 산업시대의 학생들처럼 엄격한 규칙, 관리 등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거슬리기는 하나, 거슬리는 부분은 건너뛰면 되는 것이고,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자신의 체형이나 기질, 성향에 맞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법들을 나열하는 것은 그 기법들 중에 자신에게 맞는 기법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하기 위해서 이다.  그러니 이 책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수업 현장에서 교사 자신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그것을 강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것의 중심은 물론 학생의 배움에 가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52가지나 되는 기법들이 나와 있고, 그 기법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서, 그 기법을 당장 실험해 볼 수는 있다. 또 자신의 방식으로 몇 가지 기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게 이 책의 장점이다.

 

배움과 가르침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은 배움을 유발하고, 다시 배움이 가르침을 유발한다면 교육은, 아름다운 예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을 예술로 만드는 교사, 바로 제갈공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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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할 거야 - 십대, 지금이 아니면 하지 못할 것들
강신주 외 지음 / 우리학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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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서 세 가지 뜻이 생각났다.

 

제목이 "후회할 거야"인데...

 

너 지금 이렇게 산 다음 "후회할 거야?"라는 의문문인지, 너 이렇게 살면 나중에 "후회할 거야!"라는 명령문인지(왜 명령문이라고 생각하느냐 하면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의미를 강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지금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할 거야" 또는 일을 저질러 놓고 잘못 되었을 때 그 때 가서야 "후회할 거야"라는 평서문인지...

 

어쨌든 상관없다. 어떻게 받아들여도 되니 말이다.

 

아무런 힌트도 없이 제목만 "후회할 거야"인데... 읽으면서 적어도 이 책은 꼰대들(10대들은 기성세대들을 이렇게 부른다. 자기들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 어른들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이 10들에게 훈계하는 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10대들이 거부감을 가지고 읽지는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가끔 어른들은 10대들은 가르쳐야만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무언가를 꼭 가르치려고만 드는 경우가 있다.

 

자신들의 삶을 기준으로 삼아 그 기준에 맞게 10대들을 재단한다고 해야 하나?

 

10대들이 알아서 잘 살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기준으로 불안감을 느낀다던지, 자신들이 해보지 않은 일이면 우선 반대부터 하고 본다든지, 삶을 경제적인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판단한다던지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그러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이 책이 비록 10대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10대들에게 훈계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10대의 곁에서 언제든지 응원해줄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너희들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해보라고... 그러나 그것이 꼭 성공할 것은 아니라고, 실패도 할 거라고.. 그래도 너희들 곁에는 누군가가 있다고... 또 너희들은 그것으로도 스스로 빛나고 있다고...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나는 이렇게 살았으니 너희는 이렇게 살아라 하는 글이 하나도 없다. 그냥 이랬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알아서 결정하라. 후회없는 삶은 없다. 후회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도대체 후회를 하지 않는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겠다는 것인가 하고 주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글들이다.

 

21명의 멘토라고 할 수도 있는데, 참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왔고, 또 살아갈 사람들이 자신들이 거쳐온 10대를 생각하고, 지금 거쳐가고 있는 10대들에게 함께 고민하자고, 함께 살아가자고 하는 글들이다.

 

10대든, 20-30대든, 40-50대든, 60-70대든 어느 나이 대를 막론하고 자신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음이 확실한데, 누가 누구에게 훈계를 한단 말인가. 그냥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인정 속에서 서로의 삶에 대한 존중이 나온다.

 

적어도 이런 자세가 이 책에서는 느껴진다. 그렇다고 포기는 아니다. 네 삶은 네가 알아서 살아라, 내가 알 바 아니다. 이런 식의 느낌이 오지 않는다.

 

인생 선배로서 진정으로 자신의 뒤에 오는 후배들에게 사람다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있는 글들이다. 그런 진정성이 느껴진다.

 

당위적인 말, 모범적인 말은 식상하다.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0대들에게 너희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 모든 일을 해봐라. 이 말도 식상하다.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이미 10대들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10대들에게 말하고 있는 21명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담담히 이야기한다. 실패는 당연히 있다. 후회도 당연히 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을 안 해도 후회한다. 어차피 후회랄 거라면 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이 책에서 10대를 다양하게 보냈던 김현진은 말한다. 10대라는 기간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교집합을 찾을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63쪽)라고.

 

그렇다. 10대라고 해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한계는 10대를 지난 사람들 보다는 넓고도 멀다. 그래서 무언가를 한 번은, 또는 두세 번은 해볼 수 있다.

 

당연히 설렘도 가지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고, 그럼에도 무모함도 가지고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교집합을 찾는 때'. 참 마음에 드는 말이다.

 

교집합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지. 거기에 당연히 후회가 있을 수도 있겠지. 그래서 찾는 과정에서 후회를 하기도 하겠고, 하지 않아서 후회를 하기도 하겠지. 그것이 바로 우리 인생이겠고.

   

꼰대스럽지 않아서 10대들이 쉽게, 재미있게, 그러나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10대와 만나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대들에게 꼰대처럼 훈계만 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유명한 말. 이 말로 끝을 맺는다.

 

"carpe diem!"

 

덧글

 

행운 두 번째. 출판사의 서평 응모에 뽑혔다. 책을 보내준 출판사, 감사하다. 덕분에 책을 읽으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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