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멈퍼드 건축비평선 - 『뉴요커』 스카이라인 칼럼 1947-1956 문명텍스트 18
루이스 멈퍼드 지음, 서정일 옮김 / 한길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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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루이스 멈퍼드.

 

하긴 건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지가 얼마 되지 않고, 건축이라고 해야 기껏 유명한 사람 이름이나 알고 있는 처지이고, 몇몇 유명한 건물에 대해서 사진을 본 정도니, 멈퍼드라는 사람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그래도 건축비평선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오래 전 글들이지만, 건축이란 이미 100년, 200년 전의 것도 건재하게 우리 앞에 존재하지 않는가. 그러니 건축에 대한 비평글도 굳이 시대를 따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947년부터 1956년 사이에 [뉴요커]지에 칼럼으로 연재된 글들이다. 그러니 미국의 뉴욕이라는 도시와 거의 50-60년 전이라는 시대가 지금 나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가 되기 쉽다.

 

뉴욕이라는 도시에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글을 읽기에는 좀 어렵다. 건축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 구체적인 건축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긴 포기하고, 그가 어떤 자세로 글을 써갔고, 건축에 대해 어떤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읽고, 지금의 우리와 비교해 보기로 했다.

 

건축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미와 기술이 융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와 기술이 융합되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면 자연히 자연과도 어울려야 한다. 그의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공원, 산책로, 살기 좋은 인구 밀도... 고층보다는 저층으로... 등등

 

대도시의 거대한 건축물에 대한 비평에서부터 공공건물에 대한 비평, 그리고 도시계획까지 다 드러나고 있는 비평선집인데...

 

마지막 부분에 나온 말...

 

이 말은 지금도 유용하다. 아니, 우리가 명심해야 한다.

 

희망적 대안은 한가한 몽상이 아니라 현실을 직면하는 능력과 공공적 책임감이 필요하며 지금까지 권한을 휘두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아이비엠사는 탈중심화를 주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데 그들이 좋아하는 모토를 우리 계획당국, 도로 기술자, 은행과 보험사, 부동산 개발업자 그리고 진정으로 시민과 투표권자 모두에게 퍼뜨려야 한다. 생각하라! 320쪽

 

도시 계획을 할 때 교외에 다른 거주지를 마련하고, 도로를 확충하려는 일이 얼마나 헛된지를 멈퍼드는 그 시대에 이미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참 뒤에 우리나라 서울을 보면, 참... 이 사람의 비평글을 도시계획자들이나 행정가들이 전혀 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이 교통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들이 오히려 더 교통문제를 더 일으킨다는 사실을 그가 이미 지적했음에도 말이다.

 

비록 뉴욕의 모습이 그림으로 떠오르지 않아 구체적인 장면들을 상상하지는 못했지만, 건축에 대한 태도에서, 적어도 우리가 건축에 대해서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는 고민하게 되는 책이었다.

 

나같이 단순히 건축에 관심을 가진 사람 말고, 도시설계자나 도시정책입안자, 아니면 도로 기술자 들이 읽으면서 지금-여기에 적용한다면 꽤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꼭 그들만이 아니더라도 나같은 사람도 읽어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멈퍼드가 바란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역시, 생각은 힘이 세다.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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