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조각 -교육

 

천 조각 퍼즐을 맞출 때,

모양이나 색깔이 눈에 탁 띄어

제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조각,

도무지 그 모양이 그 모양 같고

그 색깔이 그 색깔 같아

어디에 놓아야 그림이 되는지,

온 신경을 써도

찾지 못하고 버럭 짜증을 내게 하는 조각,

한데 이 조각 하나하나가, 천 조각이,

모두 모여 제 자리에 있어야만

퍼즐이 완성되는 것.

남이 알아보지 못할 뿐이지

조각들은 누구에 의해서도 모양이 바뀌거나

망가져서는 절대로 퍼즐을 완성하지 못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것을,

이들이 주변 조각들과 바른 관계를 맺어야만

그림이 되는 것을,

교육 또한 그런 것임을,

 

퍼즐 그림이야 완성되어 나오지만

아이들은 관계를 통해서

그림들을 만들어 가는 것임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귀중한

존재 그 자체임을,

아픈 허리를 도닥거리며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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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은 중도다

 

한 달 조금 지나면

이발소에 간다

자라난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각사각

가위 소리에

불현듯

이발이 중도구나

홀로 감탄한다

 

오두가단 차발불가단(吾頭可斷 此髮不可斷)’

터럭 한 올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어찌 함부로 자르리요

차라리 머리를 자르고 말지

하던 터럭의 극우.

 

속세와의 인연을 끊습니다

터럭 하나도 남김없이

남겨도 될 것을 모두 잘라내

세상을 넘어가

모든 관계를 끊어버리는

터럭의 극좌를 넘어

 

자를 것은 자르고

기를 것은 기르는

이발이 바로 중도임을

한 올 한 올

떨어지는 터럭을 보며

깨닫는다

 

삶도 이발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중도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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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이 흐르는 데.

혼자서는 견딜 수 없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데

물은 흐른다.

조금이라도 낮은 곳이라면

어떤 곳이건

찾아간다.

위압적이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는 듯이.

 

그러나 물이 흐르는 데.

늘 낮은 곳으로 흐르나

더 낮은 곳이 없을 때에는

머물러 썩고 만다.

할 일을 망각하고

모이고 모여 생태계를 바꿔놓고 마는

거대한 댐처럼

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고

우리에게 피해를 준다.

 

물이 흘러야 할 곳

그곳은 낮은 곳.

모여 더 이상 흐르지 않는 곳이 아니라

낮은 곳이라면

땅 속 구석구석으로 스며들거나

하늘을 향해 승화되는 곳

그런 곳,

법이 집행되어야 할 곳.

법은 바로 물()이 흐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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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보되 남은 못 보게 하는 정치는

 

독재다.

정치인이 국민과 멀어질 때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고 하지만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스스로 장막을 만들고

그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 장막을 위해

스스로 선글라스를 쓴다.

나는 볼 수 있지만

상대는 내 눈을 볼 수 없는

그 장막 속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선글라스를 이어받은 장막이

바로 전화,

마주보고 이야기 하면 미세한 표정에서

감정을 들킬 수 있으니

전화로 정책을 의논한다.

의논이 아니라 통보다.

 

보이지 않고 보는 정치

얼마나 무서운 정치냐.

벤담이 이런 정치를 알았으면

-옵티콘을 설계하지는 않았을텐데

독재가 이렇게

선글라스나 전화를 통해서도

올 수 있음을 알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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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2

 

밖을 향해 쏘아올린 수많은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제 자리를 잃고,

 

빠져나간 공허함에 넋을 잃어버리는데

아직도 더 나갈 것들이 있는지

언제 어디서든 따

 

밖이 아니라, 안으로!

안으로!

내 안으로!

 

허공 중에 흩날리고 있는

말들을 잡아,

내 영혼의 샘에 집어넣어야

 

삶은 말들로 충만하다.

 

밖에 흩어져 있는 것들이 아닌

내 안에 차고, 차서

자연히 넘쳐나는 말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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