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은 중도다
한 달 조금 지나면
이발소에 간다
자라난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각사각
가위 소리에
불현듯
이발이 중도구나
홀로 감탄한다
‘오두가단 차발불가단(吾頭可斷 此髮不可斷)’
터럭 한 올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어찌 함부로 자르리요
차라리 머리를 자르고 말지
하던 터럭의 극우.
‘속세와의 인연을 끊습니다’
터럭 하나도 남김없이
남겨도 될 것을 모두 잘라내
세상을 넘어가
모든 관계를 끊어버리는
터럭의 극좌를 넘어
자를 것은 자르고
기를 것은 기르는
이발이 바로 중도임을
한 올 한 올
떨어지는 터럭을 보며
깨닫는다
삶도 이발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중도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