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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빙하기를 맞으며

                        - 비정규직 양산의 세상에서


엄동설한!

빛나는 가을이 지나고,

세상이 하얗게 덮여

뼛속까지 동장군 칼날이 들어올 때,

태초에

유목민들은

세상은 끝났다고

다른 세상을 찾아 떠나갔으니

유목민들에게

세상은 

원형이 아니라

직선이었으므로

하얀 세상은

세상의 끝이었으므로,

또 다른 초록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었으므로.

하여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


세월이 흘러 흘러

정착민이 된 인간에게

하얀 세상은

곧 다가올 푸른 세상에 대한

예고였으니

그들에게 세상은 돌고 도는

원이었으니.

하얀 세상에서

즐기고 쉬면 되는 것이었으니

정착민에게 하얀 세상은

쉼터이었으니

인류의 의식이 개명한 이래

하얀 세상은

세상의 끝에서 쉼터로 변해왔는데……


다시 돌아온 하얀 세상은

원형도 직선도 아닌

나선형 직선이었는지

더 춥고 더 힘들게

칼날 끝에 서게 하였으니

가야 할 곳도, 머물 곳도 없는

현대판 유목민들은

갈 곳을 잃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있을 뿐인데……


역사는 순환한다지만

지금 겨울은 너무도 가혹해

수천 수만 년 일궈온

정착민의 생활이 깨져

어디론가 쫓겨 가고 있는

삶뿐이니.


지금은 빙하기.

다시 빙하기를 맞으며

빙하기에도 끝이 있음을

기억하는 

기억해 내어 견뎌야만 하는

추운 겨울

삶의 빙하기.


1)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 - 천규석의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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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 금수회의록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같은 종끼리 삼삼오오 모여 있다

긴급한 일이라도 있는 양

서로가 긴장한 얼굴이다

 

숲에서 힘을 발휘하는 종족이 먼저 말을 꺼낸다

숲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종족도 말을 꺼낸다

숲에도 끼지 못하는 종족은 그 자리에도 없다

모두가 다른 종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것이 가장 긴급하다고

이것은 정말 필요하다고

저마다 자기 말을 하는데

 

모두가 다른 말이다

모두가 말만 뱉는다

모두가 듣지 않는다

말들만 거기 맴돈다

 

서로 튕겨진 말들이

그곳에 머무는 동안

그 자리에 끼지도 못하는 동물은

제 삶을 살아가기에 급급하다

 

그곳에서 나온 말들은

먼 곳의 이야기일 뿐

결코 자신들의 삶과 맺어지지 않는다

서로는 모두 다른 종일 뿐이다

 

결코 소통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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