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이 트인다 - 녹색 당신의 한 수
황윤 외 지음 / 포도밭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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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정도 있으면 국회의원 선거다. 아직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은 상태인데... 어찌될런지 모르지만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지리라.

 

정치권은 다시 정치권력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국민들의 관심은 저 멀리 달아나 있으니, 그들만의 선거가 될 확률이 높아질까 걱정이다.

 

그만큼 정치권에 대한 사람들의 실망감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놈이 그 놈이다라는 말이나, 그 정당이 그 정당이다라는 말이 그런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투표를 하지 않으면 그 놈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당선될 것은 확실하고, 마음에 드는 정당도 인물도 없고, 이래저래 사람들은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정치는 중요하다. 사람을 정치적 인간이라고 하지 않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치와 먼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우리네 삶 자체가 정치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치를 도외시할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지 않고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가 내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 아니므로.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한 뒤, 그 선택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눈을 치켜뜨고 지켜보고, 압력을 넣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이보다 좋은 방법은 내 삶에 좋은 쪽으로 영향을 주는 정당을 선택하는 일이다. 정당들의 정책을 잘 살펴보고, 어떤 정당의 정책이 내 삶을 좋은 쪽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인지 판단하고 그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다.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내가 선택 안한다고 해서 내 삶에 영향이 없어지지 않기에.

 

때마침 녹색당의 책이 나왔다. 이 책은 녹색당의 출사표라고 보면 된다. 녹색당이 주로 실천하겠다는 공약 10개가 나와 있고, 이 공약과 더불어 비례대표로 출마할 사람 5명의 출마의 변이 실려 있다.

 

내가 남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좀더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정치계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이 이 다섯 사람의 출마의 변에 잘 나타나 있다.

 

생활정치, 우리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서로 함께 웃으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들은 비례대표로 나서는 어려운 결단을 했다. 이들의 결단이 투표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직 의문이지만, 이렇게 행동으로 나섰다는 것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

 

적어도 그 놈이 그 놈인 우리나라 정치계에 그 놈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고, 명확하게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제시한 공약을 어떤 형태로든 기득권을 쥐고 있는 정당에서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이들은 누구보다도 아래에서 힘든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생활했다는 점에서 커다른 의미가 있다.

 

또한 이들의 주장은 나만 잘살자는 것도 아니고, 힘없는 사람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자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 아무리 소수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니, 이들의 주장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동물권, 먹거리·농업, 탈핵, 민주주의, 기본소득, 성평등·인권, 기후·에너지, 노동·일자리, 주거, 교육에 걸쳐 명쾌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그 공약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하여 이 책 제목처럼 우리나라 정치계에도 제발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다. 숨통이 트이는 것, 정치계에 소수정당이 들어간다는 것도 있지만, 이들이 그동안 의사를 전달하기 힘들었던 일반 국민들의 의사를 정치계에 끌고 들어간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도 숨통이 트인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작은 제목처럼 "녹색 당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가 막힌 한 수. 이 작은 제목을 끊어 읽기에 따라 "녹색당,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고, (이러면 정치권에 심한 회의감을 지니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녹색당은 그런 회의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중요한 한 수라는 의미가 된다) "녹색, 당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미래 세대는 녹색이 다수일 수밖에 없는, 녹색을 외면하고는 정치를 할 수 없는, 또는 생존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녹색을 지지해야만 한다는 의미가 된다)

 

어떤 형태로든 지금 변화가 필요한 시점, 녹색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는 이 녹색을 중심으로 우리의 생활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들의 공약에 관심을 가지기를... 이들의 공약과 다른 정당의 공약을 비교해보기를...

 

선거가 끝난 뒤 그 공약들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살펴보기를, 지켜지지 않으면 우리의 권리를 행사해서 지켜지게 해야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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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2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제목 멋지네요! `녹색당, 신의 한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kinye91 2016-01-24 12:49   좋아요 0 | URL
네. 어떻게 끊어 읽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지만, 결론은 비슷하다고 봐요. 지금은 우리 삶과 밀착된 정치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하니까요. 녹색을 표방한 녹색당이 결국 이 작은 제목의 맨 끝에 있는 `수(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요.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Acquaintance Rape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로빈 월쇼 지음,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 미디어일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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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이다. 이 말이 심하게 느껴진다면 "성폭행"이다. 그것은 서로가 마음이 있는 썸도 아니고, 서로의 만남을 이어가는 데이트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의 합의하에 육체관계를 맺는 섹스도 아니다.

 

한 사람에 의해 다른 한 사람이 또는 여러 사람에 의해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강제로 성관계를 당하는 일이다. 이것은 범죄다. 당연히 범죄인데... 이 책의 제목이 이렇게 나온 것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또는 당한 일을 '강간'이나 '성폭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일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떨 때 사람들은 '강간'이라고 명확하게 인식하는가? 바로 이 책에는 강간의 좋은 사례(참, 이 말 쓰기도 민망하다. 좋은 사례라니, 이런 역설이 있다니... 하지만, 이것은 경찰이나 검찰이 기소하기 좋고,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 이것도 가능성일 뿐이라는 게 우습다 - 많다는 것이다)가 나와 있다.

 

좋은 사례의 피해자는 대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처녀로 그녀는 어느 날 오후 두세 시경, 돌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의 벙문안을 가다가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괴한에 의해 공격을 당한다. 그 남자는 칼이나 총, 혹은 쇳조각 같은 흉기를 지니고 있으며, 그녀가 소리 지르지 못하게 주먹을 날려 턱뼈를 부러뜨린다. 그리고 적어도 한 번 이상 그녀을 칼로 찌른 후 수풀로 끌고 가서 강간을 한다. 피해자는 이미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계속해서 극렬하게 저항하고, 그 덕분에 어느 남자 경찰관에게 발견돼 마침내 목숨을 건진다. 이후 공식적인 의료 검진을 통해 피해자의 질 속에 남아 있던 정액이 가해자의 것으로 밝혀지고, 마찬가지로 가해자 몸에 묻어 있던 혈흔과 피부 조직은 피해 여성의 것으로 확인도니다. 또한 피해자의 온몸에 난 상처들 역시, 사건 당시 가해자가 갖고 있던 흉기로 인한 것임이 판명되기에 이른다.  218쪽.

 

아마, 이 지경에까지 이르려면 강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다. 아니, 주로 목숨을 잃어야지만 강간살해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인식을 지니고 있으니, 알고 지내던 사람, 그것도 데이트를 하거나 또는 그전에 이미 성관계를 맺고 있었던 사람에게 '강제로' 당했다고 해도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많았고, 또 무언가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강간'은 아니었다고 피해자가 생각하거나 (가해자는 말할 것도 없다. 피해자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이 책에 나와 있는 사례들을 보면 이렇게 관계를 맺은 다음 가해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피해자을 집에까지 데려다 분다. 이 생각 없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화의 문제라고 이 책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그런 사회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가해자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강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 신고가 되는 경우가 1/5도 채 안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알고 있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 사례들이 미국의, 그것도 17년 전의 미국 사례라고 우리가 안십해도 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는 미국보다 성에 관해서는 더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성에 관해 상당히 개방적인 미국에서도 이렇게 알고 있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 많이 일어나고, 일어나는 빈도에 비해 신고 건수는 적고, 처벌 건수는 더욱 적은데...

 

우리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네가 처신을 잘못해서 그래'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은 나라니...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얼마나 많을지 두려워진다.

 

특히 조금 권력이 있단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만지고 놀리고 하는 것이 일상화되다시피 했는데... (그많은 유명인들의 성추행 사건 보도들을 보라. 이들은 잠깐의 실수라고 하거나, 기억이 안난다고 하거나, 잘못한 게 없다고 한다. 피해자가 받을 고통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언론도 마찬가지로 흥미 위주로 기사를 쓰지. 피해자의 인권은, 감정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이것이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떤 통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성경험을 한 청소년들은 약 4%정도라고 하고, 이들의 첫 성경험 평균 나이가 15세 전후라고 나와 있는데, 우리나라 나이로 15세 전후라고 하면 만으로 따져도 중학교 3학년 또는 고등학교 1학년이다. 이들의 성경험이 과연 모두 합의에 의한 성관계일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도 이렇게 그것이 '강간 또는 성폭행'이라는 생각없이 그냥 어쩔 수 없는 일, 일어날 수 있는 일, 또는 자신이 잘못해서, 유혹해서 생긴 일이라는 인식으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서울의 모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 모 대학에서 벌어진 성추행, 성폭력 사건도 따지고 보면 그냥 쉬쉬하고 넘어갈 뻔한 일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오히려 피해자가 더 피해를 보는 일도 생기고 하니, 아마도 신고 없이 넘어가는 일은 우리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아는 사람에 의한 강제적 성관계, 즉 싫다는 의사 표현을 했음에도 물리력이나 또는 심리적 압박을 통해서 강제로 맺은 관계는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닌" 바로 "강간"이라고... "성폭행"이라고.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찌 미국이라는 나라의 일만이겠는가. 우리에게도 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이것은 여자만의 일이 아니다.

 

피해를 여자가 당하더라도, 그 여자의 주변에는 남자가 있다. 함께 고통을 받을 남자가 있으니, 역시 이런 일은 남녀 모두의 일이다. 서로가 예방하고, 또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 몇 가지 대응방법이 나와 있으니 그것을 참조해도 될 듯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응보다는 예방이 더 우선이다. 인식 개선이 우선이다.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그리고 법률적으로도 명확하고 단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이루는 남자와 여자가 모두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

 

이 책 학교에, 집에 비치해두고 두고 두고 참조해보면 좋을 듯하다. 남일이라고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하면 안된다. 이건 우리 모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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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진실 - 누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나
곽동기 지음 / 615(육일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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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아니다.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사실을 가리고 있다고 생각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인 것이다. 사실을 가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발표할 때마다 말이 달라지고, 질문에 대하여는 교묘하게 피해가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사실을 발표한다고 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벌써 한 해가 지났고, 두 해가 다가온다. 특별조사위원회가 발족이 되었지만 이상하게 반쪽짜리 조사위원회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권한도 없는 듯하고.

 

전국민이 두 눈으로 목격한 그런 참사에 대한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사회가 어떻게 투명사회이고, 공정사회이고, 신뢰사회가 될 수 있겠는지...

 

유언비어를 유포한다고 사람들을 처벌하는데, 유언비어는 사실이라고 발표한 내용들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을 때, 더이상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나온 자기들끼리의 추측, 추론이 아니던가.

 

이런 유언비어를 없애는 방법은 단 하나다. 사실을 사실대로 공개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실이다. 많은 유언비어들에서 나오는 의문제기를 하나하나 사실에 기초해서 발표를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세월호의 진실'이다.

 

이 책에서는 세월호를 둘러싼 온갖 의혹들을 다루고 있다. 사고 원인, 사고 경위, 선원들 구조 과정, 해경의 출동과 구조활동, 정부의 대응, 언딘이라는 업체, 또 구원파 등등 그간 세간에서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점들을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과학을 전공한 학자답게 사실에 기초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무엇이 해명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온 질문에 제대로 해명을 한다면 당연히 '세월호의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사실이 밝혀져야, 그래야 진실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야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방지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고 자기보다 힘이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할 때 나온다. 그러면 사고는 재발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진정한 책임을 지지 않았기에, 대책도 일회적인 임시방편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책임진다는 것, 이것 어떻게 보면 너무도 간단하고 쉬운 일이고, 다른 면에서는 너무도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왜냐하면 책임진다는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그대로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를 밝히고, 그것에 대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아직도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발족시켰지만 (이 책은 이 법과 조사위원회가 발족되기 전에 이를 촉구하는 의미로 쓰여졌다. 검찰로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안된다는 판단에서 이런 위원회를 요구하고 있는데... 특별법이 이상하게 변질되면서, 조사위원회의 힘이 약화되었고, 권한이 축소된 그들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원들과 해경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고 있다.

 

두 해가 다가오도록 어느 하나 해명된 것이 없으니,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저 차가운 진도 앞바다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세월호의 인양과 더불어 세월호의 진실도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런 진실, 도대체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 책에서 잘 정리되어 있으니, 우리는 이 책에서 제기된 질문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어떻게 결과를 정리하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월호에 대한 진실 규명은 우리 사회가 어떤 수준에 있는가, 우리 국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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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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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책을 읽어야 하나?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은 대통령, 그리고 군 장성들.

이들은 전쟁이 나면 최선전에 뛰어들지 않는다. 이들은 전쟁이 나면 지하벙커로 들어간다. 안전한 곳. 포탄과 거리가 먼 그 곳으로 들어가 지도를 펼치고, 명령을 내린다.

 

전쟁터에서 터지는 포탄소리, 신음소리, 사방으로 튀는 피들은 이들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그저 병력의 이동과 점령된 지역이 지도 위에 있을 뿐이다.

 

'원피스'란 만화에서 니코 로빈이 하는 말이 있다. '지도 위에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정확한 표현은 이미 머리에서 잊혀졌지만, 이런 내용이었다는 기억은 있다)

 

사람이 보이지 않기에 명령을 내리기가 쉽다. 그냥 이들에게는 지도상의 영토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에게 전쟁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현실을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필요를 100% 채우고도 남는다.

 

전쟁을 다룬 책이나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진실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왜 제목이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일까?

 

여성성. 이것은 바로 생명과 직결된다. 포용성, 사랑은 바로 여성성이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요소라고 한다. 그래서 여성이 정치를 하면 갈등보다는 융합을 추구한다고 한다. (물론 이 때 여성은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 사회학적 여성을 가리킨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고 해서 다 포용, 융합, 사랑을 기본 원리로 삼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따라서 여성성, 남성성은 사회학적인 개념이다) 

 

이런 여성성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전쟁에서 포용과 융합, 사랑은 증오 뒤로 사라져 버린다. 죽지 않기 위해서 죽여야 하는 상황. 분노, 슬픔, 증오와 같은 요소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는 때가 바로 전쟁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서 죽어갔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죄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단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했던가. 이게 바로 전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은 여자의 얼굴, 즉 여성성을 지닐 수 없다.

 

그럼에도 전쟁에서도 여성성이 발현될 때가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점이 곳곳에 나온다. 이 책이 전쟁에 참여한 소련군 중에 여성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기에, 전쟁에서 여자지만, 여자일 수 없었던 그런 장면들이 주로 나오는데, 그럼에도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부상병을 치료해주는 간호사들, 그 전쟁의 와중에서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몸부림 등이 잘 나와 있다.

 

전쟁터에서도 악세서리를 하고, 예쁜 옷을 입고, 아름다운 꽃들을 보면 감탄하는 그런 여성들의 모습에서 전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없는 여성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여성의 모습, 전쟁이 지속되면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점이 이 책의 많은 부분에 나와 있다. 전쟁은 결코 여자의 얼굴을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전쟁을 반대하게 만든다.

 

다른 어떤 점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어떤 형태로든 전쟁은 안된다라는 생각을하게 한다는 것이다.

 

비록 여성들이, 그것도 나이 어린 여자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갔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영웅 칭호가 아니라 사회의 싸늘한 시선이었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 찾아간 남자의 집에서 온갖 구박을 받는 모습, 마치 난잡한 생활을 하고 온 사람처럼 인식하는 사회의 눈들이 이들을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힘들게 한다.

 

이런 사회의 시선보다 더 힘든 것은 이들이 전쟁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는데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옷 입는 것부터 신발 신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까지 군대와는 다른 생활을 해야 했기에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전쟁이란 어떤 형태로든 일어나서는 안된다. 가장 훌륭한 정치가와 장군은 전쟁을 막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도 이 책은 정치가들과 장군들이 읽어야 한다. 이들에게는 여전히 전쟁은 너무 멀리 있고, 지도상에만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지도상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을, 전쟁터에 있는 사람을 보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피와 살이 있는, 따스함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어떤 고통을 받는지,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이들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음을 너무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래, 읽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정치가들이 읽지 않는다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읽어야 한다. 전쟁이 바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데 이 책만큼 좋은 책은 없을 것이다.

 

전쟁에 대하여 살아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 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결코 낭만이 아니다. 그것은 참혹한 현실이다. 가급적이면 피해야 하는.

 

이 작업을 이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정말로 해야만 하는 훌륭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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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찰관의 사람공부
이배동 지음 / 정신세계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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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찰관을 보면 괜스레 주눅이 들 것이다. 자신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상하게 경찰은 친절한 사람으로 다가오지 않고 위압적인 어쩌면 만나지 않아야 될 사람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경찰서에 간다는 사실은 무엇을 잘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피의자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얼마 전에 끝난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경찰서에 진술하러 가는데 평범한 노동자가 얼마나 떨던가. 그런 곳이 바로 경찰서이고, 그런 곳에서 근무하는 되도록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경찰이다.

 

그런데, 그런 경찰만 있을까? 왜 우리는 우리를 도와준다는 경찰을 두려워할까? 민중의 지팡이라는 이름을 들어야 하는 것이 경찰이 아닐까?

 

일제시대에는 순사온다는 말이 호랑이 온다는 말을 대체했다고 하던데, 그 순사에 대한 인상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요즘 경찰은 많이 달라졌다. 또 달라지려고 하고 있고.

 

우리 주변에서 소소한 사건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그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는가. 경찰들도 근무조건이 많이 나빠졌다고 하는데... 그들에게도 여유가 있어야 다른 사람을 더 위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보니 새벽 2시 출동이 기본이던데... 경찰을 짭새라고 비하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욕설에 폭행도 당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던데...

 

그럼에도 이 책을 쓴 경찰관은 '감지도'라는 것을 발휘한다. 상대의 행동이나 마음의 상태를 감지해서 그 상태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다.

 

경찰 생활 초기에 너무 힘들어했지만, 자신이 12년 전부터 체득하기 시작한 감지도를 발휘하고부터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이젠 자신의 마음도 객관적으로 읽고, 다른 사람들을 대할 수 있다고... 그 감지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감지도'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에서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별 일이 다 일어나는데, 그때 자신의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고 상황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더 심한 갈등으로 나가지 않게 된다. 이 책에서 보여준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경찰이라고 해서 피의자를 무조건 힘으로 제압하거나 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그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하게 하는 모습... 그런 모습이 너무도 잘 나와 있다.

 

이런 경찰을 만난다면 사람들은 두려워하거나 피하기보다는 반갑게 먼저 인사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찰들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한다.

 

오늘도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관, 그럼에도 시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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