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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찰관의 사람공부
이배동 지음 / 정신세계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찰관을 보면 괜스레 주눅이 들 것이다. 자신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상하게 경찰은 친절한 사람으로 다가오지 않고 위압적인 어쩌면 만나지 않아야 될 사람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경찰서에 간다는 사실은 무엇을 잘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피의자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얼마 전에 끝난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경찰서에 진술하러 가는데 평범한 노동자가 얼마나 떨던가. 그런 곳이 바로 경찰서이고, 그런 곳에서 근무하는 되도록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경찰이다.
그런데, 그런 경찰만 있을까? 왜 우리는 우리를 도와준다는 경찰을 두려워할까? 민중의 지팡이라는 이름을 들어야 하는 것이 경찰이 아닐까?
일제시대에는 순사온다는 말이 호랑이 온다는 말을 대체했다고 하던데, 그 순사에 대한 인상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요즘 경찰은 많이 달라졌다. 또 달라지려고 하고 있고.
우리 주변에서 소소한 사건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그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는가. 경찰들도 근무조건이 많이 나빠졌다고 하는데... 그들에게도 여유가 있어야 다른 사람을 더 위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보니 새벽 2시 출동이 기본이던데... 경찰을 짭새라고 비하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욕설에 폭행도 당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던데...
그럼에도 이 책을 쓴 경찰관은 '감지도'라는 것을 발휘한다. 상대의 행동이나 마음의 상태를 감지해서 그 상태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다.
경찰 생활 초기에 너무 힘들어했지만, 자신이 12년 전부터 체득하기 시작한 감지도를 발휘하고부터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이젠 자신의 마음도 객관적으로 읽고, 다른 사람들을 대할 수 있다고... 그 감지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감지도'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에서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별 일이 다 일어나는데, 그때 자신의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고 상황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더 심한 갈등으로 나가지 않게 된다. 이 책에서 보여준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경찰이라고 해서 피의자를 무조건 힘으로 제압하거나 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그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하게 하는 모습... 그런 모습이 너무도 잘 나와 있다.
이런 경찰을 만난다면 사람들은 두려워하거나 피하기보다는 반갑게 먼저 인사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찰들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한다.
오늘도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관, 그럼에도 시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