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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벤트]


1. 모집 기간: 1월 30일(금) ~ 2월 5일(목)

당첨자 발표 : 2월 6일(금)

서평단에 선정되신 분은 2월 10일(화)까지 개인정보를 비밀 댓글로 적어주세요!

2월 10일(화)까지 확인이 되지 않으면 선정이 자동 취소됩니다.

서평 기간 : 2월 11일(수) ~ 2월 24일(화)


2. 인원: 5명 (최종 응모자 수에 따라, 추첨 인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참여 방법

- 응모 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서평 방법 : 서평 기간 동안 알라딘 계정으로 서평을 작성 후, <우주, 일상을 만나다> 서평단 발표 포스팅에 알라딘 개인 블로그와 그 외 블로그, 외부 채널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셔야 완료됩니다.



우리 곁에서 만나는 우주!

독일의 인기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별과 우주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들

 

★ 독일 2014 올해의 과학도서상 수상작 ★

 

우주 저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의 일상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지구의 물은 어디에서, 어떻게 오게 되었나?

냄비요리 안에는 어떤 우주원리가 담겨 있을까?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너와 나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건 무엇 때문일까?

 

 

▼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천문학 입문서

저 멀리 우주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우리의 삶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지구가 생긴 지는 46억년이나 지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하나도 둘도 아닌 데다, 가장 가까운 행성인 금성까지의 거리만도 4,500만 킬로미터나 될 정도라니, 어마어마한 숫자들에 오히려 무감각해지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는 우주가 그렇게 먼 세상의 일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에서도 우주를 만날 수 있으며, 소박한 한 끼의 밥상과 이제는 필수품이 된 내비게이션에도 어김없이 우주의 원리는 작동하고 있단다. 그러니 살짝 관심을 가져보라고. 천문학을 만나는 건 작은 관심이면 된다고 설득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하늘과 지구에 대해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져왔다. 최근 국내 개봉되었던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201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흥행만 보아도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우주에 대해 마음 한켠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우주의 끝은 어디이며, 우리는 우주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독일어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저자는, 유명한 과학 블로거이자 팟캐스트 진행자답게 쉽고 재미있게 우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른 아침 불어오는 바람에서 시작해 도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탐색하며 일상에 숨겨진 우주의 흔적을 찾아낸다.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산책하듯이 걷다보면 누구나 우주가 간직한 아름다움과 그 원리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 우리가 먹고, 걷고, 머무는 도시에서 우주를 만나다

우주는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는 어디서 우주를 발견할 수 있을까?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집집마다 갖추고 있는 텔레비전의 위성 안테나는 인공위성의 원리와 역할을 알려준다. 특별한 날에 비싸게 주고 산 귀금속에 소행성 충돌의 역사가 남겨져 있다. 아이들이 뛰노는 공원 땅바닥에는 우주에서부터 날아와 먼지가 되어 내려앉은 별의 흔적에 있고, 꽃들을 헤집으며 꿀을 채취하는 벌의 눈동자에는 항성들의 빛이 담겨있다. 이뿐 아니다. 우리가 삼시 세끼 먹고 마시는 음식에는 오래전 태양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숨겨져 있고 낯선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에는 우주에 떠 있는 위성들과의 교류가, 사계절의 순환에는 기울어진 지구와 달의 만유인력이 존재한다. 그렇다. 느끼면 느낄수록 우리의 일상은 참으로 우주적이다! 이 책은 이처럼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우주의 원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일상에서, 도시에서 우주를 만날 수 있게 한다.

 

▼ 왜 우리는 여전히 별을 사랑하는가

우주는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시와 노래 그리고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고대 그리스의 아낙사고라스는 당대를 지배하던 종교적 교리를 벗어나 태양은 신의 행사가 아니라고 주장함으로써 고향에서 추방당했고,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우주의 중심에 지구를 두지 않았다고 해서 미치광이 취급을 당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최초로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당시의 사람들은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그의 스승 티코 브라헤의 지적 유산을 바탕으로 우주의 법칙을 밝히기 위한 ‘전쟁’을 치렀고, 아이작 뉴턴은 공식을 사용해 물체간의 만유인력을 계산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시공간이 갖는 근본적 구조를 밝혀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

높고 푸른 밤하늘이 주는 낭만과 철학적 사색은 과학과 만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별 한줌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도 우리는 별을 꿈꾸고,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존재를 진실로 알고자 탐구한다. 지나간 역사에서 우주를 탐구함으로써 학문적 발전을 이루고 세상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었듯이, 앞으로도 우리 또한 팽창하는 우주를 향해 나아갈 몫이 많이 남아있다. 저자는 이 책을 넘어 각자의 책꽂이에서 관련된 책을 찾고 더 깊게 생각하며, 더 깊은 우주로 나아가기를 독려한다. 이제 독자들이 이 책을 시작으로 거인의 어깨를 밟고 서서 더 앞으로 나아갈 차례다.

 

책 속으로

지구는 우주의 일부이고, 우주에서 움직이는 행성 중 하나다. 행성이란 항성 주위를 맴도는 천체를 말한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 태양은 항상 중 하나로, 다른 수천억 개의 다른 항성과 함께 우리 은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우리 은하마저도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천억 개의 은하 중 하나일 뿐이니, 우리 존재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구성 성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일상에서 아주 또렷하게 맞닥뜨리고 있다. -8쪽

 

‘낯선’ 생명체는 말 그대로 낯설다. 그 생명체가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하면 결국 무엇을 기준으로 탐색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원칙상 존재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떤 종류의 생명체인지를 근본적으로 밝혀내지 못하는 한, 그 생명체를 찾을 수도,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알아볼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지금껏 찾아낸 843개의 행성에 우리가 인식 가능한 종류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수십 년 이내로 그 생명체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나뭇잎들이 자신이 존재한다는 신호를 전 우주로 내보내고 있는 것처럼, 다른 행성의 식물 또한 존재의 신호를 내보낼 테니 말이다. -95쪽

 

한 숟가락에 담긴 음식물 안에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탄소가 들어 있다. 그중 대부분은 평범한 탄소-12고, 그 외 일부가 탄소-13이다. 하지만 아주 조금일지라도, 방사성인 탄소-14가 존재한다. 음식을 섭취하면서 방사능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인체에 해를 끼치기에는 너무도 적은 양이니. 방사성은 특정 정도 이상일 경우에만 신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작은 손상 정도는 저절로 치유되기도 한다. 어찌됐든 아주 미약한 정도일지라도 전 세계 도처에 방사성 원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146쪽

 

지은이와 옮긴이, 감수자

 

지은이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Florian Freistetter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천문학 연구소에서 소행성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나의 프리드리히-쉴러 대학 천문물리학 연구소, 하이델베르크 루프레흐트-카를스 대학 천문학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2008년에 개설한 우주과학 블로그는 매달 수십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외 여러 권의 천문학 책을 썼으며,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우주의 신비와 천문학의 즐거움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우주, 일상을 만나다》로 ‘2014 올해의 과학도서상’을 수상했다.

블로그 : www.scienceblogs.de/astrodicticum-simplex

 

옮긴이 최성웅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프랑스어와 독일어 통번역가로 일하며, 학습협동조합 ‘가장자리’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KBS 스페셜>의 프랑스어 영상을 번역한 바 있고, 옮긴 책으로 《단단한 독서》, 《창조적 사진 전략》, 《폴, 행복을 찾아서》, 《돌아온 검은 고양이 네로》 등이 있다.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프랑스어 학습 카페(cafe.naver.com/pasdequoi)를 운영 중이다.

 

감수 김찬현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 후 오사카대학교 이학부를 거쳐 도쿄대학교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반물질의 최소 단위인 반수소원자 합성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서 진행중인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 ASACUSA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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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나들이.

 

시집 코너에서 예전에 누군가의 손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울렸을 시집들을 살펴본다.

 

때로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때로는 시인이 좋아서, 때로는 한 번 도전해 봐야지 하는 마음에 시집을 골라든다.

 

박해석.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표지를 들추어 보니 연배가 꽤 있다.

 

이 시집 역시 오래 전에 나왔고. 1996년 판이다.

 

시집 뒤의 발문을 보니 정호승이 글을 썼다. 둘이 대학 동창이라고 해야 할 듯. 비록 박해석 시인은 졸업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등단한 것은 40이 넘어서라고 한다.

 

그러니 그의 시들은 그 안에서 곰삭을 대로 곰삭아서, 그것들이 언어가 되어 나왔을 터.

 

제목이 "견딜 수 없는 날들"이고, 시인이 바라본 우리 현실이 주요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하나 결코 어렵지 않은 시어들로, 어렵지 않은 내용들로 시집이 이루어져 있다.

 

읽으면서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도 있고(투신),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시(별 하나가 내려다 본다)도 있다.

 

현실이 각박하고 힘들더라도 우리는 견뎌야 한다. 견뎌야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견딤이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함께 해야 견딜 수 있다.

 

사람을 이 세상 어려움으로부터도 견디게 하는 힘, 그것은 바로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견딜 수 있는 따뜻한 불빛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따뜻한 불빛같은 존재.

 

시인은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하면 된다고 한다.

 

그랬을 때 우리는 견딜 수 있다. 참으로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이 어려움으로부터 우리를 이겨내게 할테니... 시인의 시 한 편.

 

                          기쁜 마음으로

 

너희 살을 떡처럼

떼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너희 피를 한잔 포도주처럼 철철 넘치게

따르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내가 바라는 것은

너희가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조그만 틈을 벌려주는 것

조금씩 움직여

작은 곁을 내어주는 것

 

기쁜 마음으로

 

박해석, 견딜 수 없는 날들, 창작과비평사. 1996년. 30쪽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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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을 보면 가끔 하얄 때가 있다. 공기는 투명해서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마치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릴 때 여백을 그냥 놓아두지 않고 꼭 흰색으로 칠한 듯, 하얗다.

 

그 하얌이 그냥 안개이면 좋으련만, 요즈음 연무라고 하고, 스모그라고도 하고, 그보다 더한 미세먼지가 기준치보다 높아도 너무 높은 상태라고도 한다.  그냥 안개가 아닌 셈이다.

 

백의민족이라고 하얀 색을 그리도 좋아하던 우리 민족이지만 이렇게 공기마저 하얗게 된 것은 좋지 않다. 무엇보다 이 하얌이 앞을 가린다. 보이지 않게 한다. 그래서 '안개 정국'이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고, 예전에는 '오리무중'이라고도 했으니...

 

가끔 끼는 안개는 그래도 낭만이 있다. 그러나 너무도 자주 목격되는 안개를 빙자한 연무들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이런 안개와 비슷한 상태, 무언가 질척거리고 겉으로는 깨끗한 것 같지만 우리 몸에는 안 좋고, 보여야 할 것 같은데 투명하지 않아 도저히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태.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모습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세상이 이렇게 안개로 뒤덮여 있는 세상 아니던가.

 

기형도의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의 시를 읽으면 너무도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헤매고 있을 뿐이다. 안개 속을 더듬으며 헤매고 있는 상태. 그것이 그의 시에서 느껴지는 마음이었기에 맑은 상태에서 기형도의 시를 좋아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 그의 시가 자꾸 생각났다.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그렇게 해서 읽기 시작한 기형도의 유일한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첫장을 펼치자마자, 이런, 이런,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 세상의 모습이구나. 기형도가 간 지 25년 정도 되었는데(그는 1989년에 세상을 떴다), 어쩜 이리도 지금 현실과 일치할까 하는 감탄이 앞선다.

 

조금 길지만, 오늘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은 그의 시를 보자. 

 

               안개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을 겨눈다. 상처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2004년 35쇄. 11-14쪽 

 

이런 안개 세상에서 안개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면 우리는 우리가 그런 세상의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가 될 뿐이다. 이미 주주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사실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고통으로 창백해진 모습도 역설적으로 '희고 아름다우며, 무럭무럭'이라고 표현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지만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안개에 싸여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냥 안개가 아니고, 연무라고, 스모그라고, 미세먼지가 너무도 많이 섞여 있는 먼지들의 집합체라고 인식하게 되는 순간 변화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87년 이후 우리가 경험해왔던 민주화라는 열매가 이미 다 먹어 없어졌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모든 것이 보이던 시절이 갔음을 알게 해준 이 연무는, 기형도 시의 '겨울'과 같다.

 

우리를 깨닫게 해준. 그의 시를 보자. 마치 '밥과 장미'를 연상시키는 듯한. 모든 것이 황량한 '겨울' 에 우리에게 빛을 주고 온기를 주는 램프와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빵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그것을 알게 해주는 존재는 바로 '겨울'이고 '안개'다. 기형도의 시에서 오늘 세상을 만났다.

 

                     램프와 빵

            - 겨울 판화 6

 

고맙습니다.

겨울은 언제나 저희들을

겸손하게 만들어주십니다.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2004년 35쇄.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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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1-2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망매가 운운하던 김현의 추도사가 기억납니다....김현도 지금은 없는 사람이 되었지만요....
 

 

박재삼은 나에게 '울음이 타는 가을 강'으로 다가온 시인이다.

 

아주 오래 전 시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렇지 않은가. 교과서에 실린 시인들은 왠지 나와는 너무 먼, 이미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그런데 1996년에 이 시집이 나왔다. 90년대에 나왔다는 얘기는 이 시인이 그리 오래 전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로 받아들였는데... 그는 1933년 생이다.

 

아직 살아 있어도 괜찮은 나이인데... 연보를 찾아보니 1997년에 돌아가셨다. 이 시집이 나오고 나서 1년이 지난 다음에 돌아가신 것.

 

그야말로 천상병의 시처럼 '귀천'이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이 시집을 읽으며 이상하게 죽음의 냄새가 느껴졌는데, 그것이 공연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 내용에 제목을 붙이지 않은 '무제'가 9편이나 되고, 나머지 내용도 늙음, 죽음, 망각 이런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왜 죽음에 대한 시가 많은가 했더니, 그가 30대에 이미 고혈압으로 쓰러졌다고 하는 얘기를 이 시집에 있는 민영 시인의 발문을 통해서 알 수 있어서, '아, 그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 죽음은 늘 우리 가까이 있지만, 이 죽음을 인식하면서도 영원을 꿈구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영원을 자연이 대변하고 있다.

 

자연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인간의 모습을 다르게 다가오고, 그는 말년의 이 시집에서 자연과 인간을 대비시키고 있는데...

 

시집을 읽으며 마음이 우울해지곤 했는데, 그럼에도 받아들일 점이 있으니... 바로 우리가 자연을 우리 삶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

 

자연을 제대로 인식할 때야 우리 삶이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 그 점을 이 시집에서 느끼게 됐다.

 

 

하늘의 금석(今昔)

 

한 오십 년 전

그때는 못살았지만

해가 너무 밝아

눈물이 날 정도였는데,

그 눈부신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는데,

이제 와 보면

한정 없이 그립구나.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하여

먹고 입는 것은

비할 수 없이 발전했건만,

그 총대가(總代價)로

부연 하늘을 조석으로 바라보고 사니

누구더러 그때 그 하늘을

돌려달라 할까.

 

박재삼, 다시 그리움으로. 실천문학사. 1996년.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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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에 한 번 삶이 보이는 창을 받아든다.

 

그리고 지난 날 삶을 다시 되돌아 본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던가? 내 주변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던가.

 

지금까지의 삶창은 이런 역할에 충실했다.

 

비루한 세상에서도 희망을 보게 만든 잡지라고나 할까.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내 주변 사람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것.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삶창에서도 지식의 냄새가 풀풀 나더니, 슬그머니(이 말을 해도 괜찮는지 모르겠다) 내 주변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그들의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지식인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글들이 늘어났다.

 

이번호는 그 정점을 이루는가 보다. 20대 청년들 이야기 셋을 빼고는 모두 지식인의 글들이다. 마치 세상일을 그들의 안경을 통해서 보는 듯한 느낌.

 

무언가 자꾸 설명하려 한다는 느낌.

 

이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 무언가 부족한 듯해도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목소리가, 삶이 드러나 있었는데... 그것이 좋았는데.

 

그럼에도 지금 우리 현실을 파악하는 글들이 많음은 부정할 수 없다. 낮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계속 글로 알려주는 것도 부정할 수 없고.

 

현실을 파악하는 힘.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잡지임에는 틀림없는데... 좀더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글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함께 어깨를 걸고 나가는 사람들, 그냥 보통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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