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의 "국토"를 좋게 읽었었다.

 

그러니 헌책방에서 조태일의 시집을 보는 순간, 망설이지 않고 손에 들게 된 것.

 

예전 그의 시에서는 남성성이 느껴졌다면 이 시집에서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한없는 부드러움, 그러나 그 부드러움은 강함을 껴안고 가는 그러한 부드러움이다.

 

강하게 서로 자기주장만 할 때 한 발 물러서서 조용히 감싸안아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풀꽃같은 사람이 아닐까.

 

그런 사람이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풀꽃을 꺾는다 하지만

너무 여리어 결코 꺾이지 않는다.

 

피어날 때 아픈 흔들림으로

피어 있을 때 다소곳한 몸짓으로

다만 웃고만 있을 뿐

꺾으려는 손들을 마구 어루만진다.

 

땅속 깊이 여린 사랑을 내리며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에

노래 되어 흔들릴 뿐.

 

꺾이는 것은

탐욕스런 손들일 뿐.

 

조태일,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창작과비평사, 1995년.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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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소설을 통해서다.

 

"소년이 온다"

 

한강은 많은 소설을 썼는데, 작년에 이 소설로 한강을 처음 만났다. 물론 이름을 들어보긴 했지만.

 

그리고 한강이 시인이자 소설가라는 것. 마치 성석제와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고.

 

하긴 소설과 시가 확연히 구분되어 한 분야에만 종사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니...

 

최인훈의 "광장"을 보라. 그 소설 속에서 이미 시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작가 최인훈이 주인공인 이명준을 빌려 시 창작을 하고 있는데...

 

더 오래 전으로 가면 "소나기"로 잘 알려진 황순원은 시인으로 시작을 했고, 또 마지막에 시인으로 작품을 썼으니... 시와 소설이 함께 하는 작가들이 많은 것이 이상할 이유가 없다.

 

이상이라는 말이 나오니, 이상은 시와 소설 분야에서도 독특하기로 소문난 사람 아니던가. 한강 역시 시와 소설 분야에서 모두 자기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헌책방에서 이 시집을 보자마자 한강이라는 이름에 그냥 손에 들고 만 시집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이런 시는 이 시집에 없다. 다만 이 시집에 실린 시의 내용들이 이 제목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할 뿐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말이 무엇일까?

 

여러모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늘 저녁에 자신이 곁에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제 저녁은 내 필요할 때만 꺼내 볼 수 있게 넣어 두었으니, 저녁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인가?

 

아무튼 이 시집의 분위기는 대체로 어둡다. 저녁, 어둠, 겨울 등의 시어들이 많이 나와 대체로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무언가 축축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자화상. 2000. 겨울'이라는 시를 보면 방향을 잘못 잡아 결국 파멸로 이르는 초나라 사나이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방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회복기의 노래', '다시, 회복기의 노래. 2008'이라는 시가 있는 것을 보면 시인은 어둠을, 겨울을 이제는 이겨내고 있나 보다.

 

그래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꾸만 어두운 분위기를 내뿜는 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 이 시가 제일 눈길을 사로잡아 계속 몇 번이고 읽게 만들었는데...

 

                    저녁의 소묘 3

                - 유리창

 

유리창.

얼음의 종이를 통과해

조용한 저녁이 흘러든다

 

붉은 것 없이 저무는 저녁

 

앞집 마당

나목에 매놓은 빨랫줄에서

감색 학생코트가 이따금 펄럭인다

 

(이런 저녁

 내 심장은 서랍 속에 있고)

 

유리창.

침묵하는 얼음의 백지

 

입술을 열었다가 나는

단단한 밀봉을

배운다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4년 초판 4쇄. 65-66쪽 

 

흑백의 차가움.

 

이 시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다. 저녁도 붉은 황혼이 들 때 따스함과 편안함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시에서는 유리창으로 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유리창을 얼음의 종이라고 표현해서 차가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유리창은 투명하지만 안과 밖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안과 밖을 보인다는 것을 계기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얼음이라고 표현해서 보이지만 함께 할 수 없음을 그래서 차단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뒷연에서는 이를 '침묵하는 얼음의 백지'라고 표현하고 있고, 그래서 소통이 되지 않으니 자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자신은 단단한 밀봉을 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와 함께 있어야 할, 내 육신에서 심장이 떨어져 나가 서랍 속에 있다는 것은 자신 역시 몸과 영혼이 분리되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들은 보통 심장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심장은 즉 마음이다)

 

결국 유리창은 나와 밖을 가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몸과 영혼으로 가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차갑고 어두운 무채색의 분위기를 이 시가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시집이 마냥 어두운 것은 아니다. 이 시집의 맨 마지막 시 '저녁의 소묘5'에서는 '(살아 있으므로) / 그 밑동에 손을 뻗었다'고 하여 긍정적으로 시집을 마치고 있다.

 

어둠은 밝음을 예비하고 있으니, 그래서 저녁은 서랍에 넣어 두었으니, 이제는 나에게는 밝음이 나타날 거라는 희망... 아마도 이 시집에서 가장 긍정적인 시는 '괜찮아'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 지금은 어둡다. 어두워. 그런데 뭐? 괜찮아. 어둠은 곧 사라질테니... 어둠은 밝기 전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니. 어둠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을테니.

 

그래서 한강의 이 시집을 읽으며 회복기를 기대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참고로 한강의 이 시집에서는 시어들이나 또는 시행이 (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참 많다. 이러한 (  )의 사용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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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온갖 일이 일어나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이것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일어난다.

 

가정에서도 공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온갖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아이들을 보살핀다는 곳에서도, 기강이 바로 잡히고 하나로 움직여야 한다는 군대에서도 잡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순수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연이라는 말처럼 그냥 그렇게 살 수가 없는 세상이라지만, 자꾸만 자기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겠다.

 

종교의 힘으로, 또는 이성의 힘으로 사람들이 윤리적이 되었으면 하는데, 이 윤리 자체가 이미 인위적이고 계획적이고 의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를 강조하는 것은 반대로 윤리가 사라졌다는 말이 된다.

 

그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냥 자연스레 피고, 자연스레 살아가는, 그래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들꽃들처럼 그냥 그렇게 살면 좋겠다.

 

인위적이지 않고, 계산적이지 않고, 무언가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냥 그렇게.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따지고 계산하고 오로지 제 이익만을 위해 무언가를 계획하는 시대에,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그대로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삶 자체가 시인 사람. 삶 자체가 종교인 사람. 삶 자체가 자연인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안수환의 시집을 읽다. 그가 신학과를 나왔다고 하니 종교적인 내용이 시집에 많이 실렸지만, 기독교든 불교든 또는 우리 토속 종교든 그는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다.

 

일이관지(一以貫之)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나에 정통하면 다른 것에도 정통할 수가 있다는 말. 내 종교를 진실하게 믿는다면 남의 종교도 진실하게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그런 점에서 모든 종교는 하나로 귀결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움이고, 그 자연스러움은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안수환의 이 시집에서 제목이 된 시 '저 들꽃들이 피어 있는'이 여러모로 읽기에도 좋고, 생각할 것도 많았다.

 

우리는 시가 순수함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시도 자연의 자연스러움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다. 그냥 읽어서 마음에 담으면 좋겠다. 이 시는.

 

 저 들꽃들이 피어 있는

 

들쥐들이 다니는 길보다도 시는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은 죄를

이 언어로 씻을 수 없음을 절망하는 동안

해가 산마루에 떠오릅니다

허물지 마셔요 당신과 내가 한몸으로

저 해와 산을 가슴에 담는 시간을

허물지 마셔요 어둠이 몰려오면

산딸기 덩굴처럼 엎드린 부끄러움을

우리 곁에 달리 놓을 곳 없습니다

오늘 큰 산과 해를 받들어 몸에 두르고

들꽃들은 저렇게 피었습니다

저것들이 우리 거동 아니면 몸이 아니면

높은 하늘도 땅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들쥐들이 다니는 길보다도 시는

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허물지 마셔요

시보다도 먼저 오는 깨끗한 시간을

아아 날마다 눈부신 이 부끄러움을

다 뽑아놓은 자리에 들꽃들이 피었습니다

허물지 마셔요 당신과 내가 한몸으로

저 해와 산을 가슴에 담는 시간을

허물지 마셔요 저 들꽃들이 피어 있는 시간을

 

안수환, 저 들꽃들이 피어 있는. 문학과지성사. 1994년 재판.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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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미 있지 않은가.

 

'일광욕하는 가구'라니. 가구가 어떻게 일광욕을 하지? 가구는 햇빛을 쬐는 순간 수명이 단축되지 않나? 꼭 그렇지는 않나?

 

하지만 햇빛을 직접 받는 가구가 좋을 리는 없다. 그러니 가구가 일광욕을 한다는 얘기는무언가 일이 생겼다는 얘기다.

 

이 시집은 자연과 인간 생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와 인간 생활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대별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데...

 

시인은 자연에게서는 한 없는 경외심과 편안함을 지니고 자연을 바라본다. (대숲에서, 순장자처럼, 흐르는 물 : 이 시들에서 자연은 긍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인간 생활에 대해서는 고쳐야 할 것으로,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식으로 바라보고 있다.(이 독성 이 아귀다툼, 바보 고기, 노부부: 이 시들에서는 체제에 순응하는 인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지금, 우리는 어떤가? 우리 인간의 삶이 어차피 자연과 공존해야 하지만 인간의 삶 자체는 자연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무한한 것으로 여겨졌던 자연이 결코 무한하지 않음을,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서 자연을 파괴하지만 그 자연이 회복가능할 정도로만 파괴해야 함을 깨달아가고 있는데...

 

시인의 이 시집에서 제목이 된 시는 두 가지를 모두 바라보고 있다. '일광욕하는 가구'

 

왜 가구들이 일광욕을 하겠는가? 홍수라든지, 폭우라든지 하여 집 안에 물이 들어와 가구가 젖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렇게 젖은 가구들을 버리지 않고 다시 쓰려고 하는 모습. 여기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모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태풍이든, 홍수든, 폭우든 자연이 우리에게 가하는 횡포(이를 횡포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하면 자연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를 받아들이며, 그를 다시 자연을 통해 회복하는 모습이 '일광욕하는 가구'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광욕하는 가구

 

지난 홍수에 젖은 세간들이

골목 양지에 앉아 햇살을 쬐고 있다

그러지 않았으면 햇볕 볼 일 한 번도 없었을

늙은 몸뚱이들이 쭈글쭈글해진 배를 말리고 있다

긁히고 눅눅해진 피부

등이 굽은 문짝 사이로 구멍 뚫린 퇴행성 관절이

삐걱거리며 엎드린다

그 사이 당신도 많이 상했군

진한 햇살 쪽으로 서로 몸을 디밀다가

몰라보게 야윈 어깨를 알아보고 알은체한다

살 델라 조심해, 몸을 뒤집어주며

작년만 해도 팽팽하던 의자의 발목이 절룩거린다

풀죽고 곰팡이 슨 허섭쓰레기,

버리기도 힘들었던 가난들이

아랫도리 털 때마다 먼지로 풀풀 달아난다

여기까지 오게 한 음지의 근육들

탈탈 털어 말린 얼굴들이 햇살에 쨍쨍해진다

 

최영철, 일광욕하는 가구, 문학과지성사. 2000년. 41쪽.

 

이 가구들을 자연으로 보지 않고, 우리네 삶으로 보아도 좋다. 우리들 알게 모르게 늙어간 우리들도 한 번 햇볕 쬘 날이 있을테고, 이렇게 버티던 삶들도 쨍쨍해질 때가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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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집 기간: 1월 30일(금) ~ 2월 5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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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참여 방법

- 응모 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서평 방법 : 서평 기간 동안 알라딘 계정으로 서평을 작성 후, <우주, 일상을 만나다> 서평단 발표 포스팅에 알라딘 개인 블로그와 그 외 블로그, 외부 채널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셔야 완료됩니다.



우리 곁에서 만나는 우주!

독일의 인기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별과 우주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들

 

★ 독일 2014 올해의 과학도서상 수상작 ★

 

우주 저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의 일상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지구의 물은 어디에서, 어떻게 오게 되었나?

냄비요리 안에는 어떤 우주원리가 담겨 있을까?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너와 나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건 무엇 때문일까?

 

 

▼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천문학 입문서

저 멀리 우주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우리의 삶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지구가 생긴 지는 46억년이나 지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하나도 둘도 아닌 데다, 가장 가까운 행성인 금성까지의 거리만도 4,500만 킬로미터나 될 정도라니, 어마어마한 숫자들에 오히려 무감각해지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는 우주가 그렇게 먼 세상의 일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에서도 우주를 만날 수 있으며, 소박한 한 끼의 밥상과 이제는 필수품이 된 내비게이션에도 어김없이 우주의 원리는 작동하고 있단다. 그러니 살짝 관심을 가져보라고. 천문학을 만나는 건 작은 관심이면 된다고 설득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하늘과 지구에 대해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져왔다. 최근 국내 개봉되었던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201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흥행만 보아도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우주에 대해 마음 한켠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우주의 끝은 어디이며, 우리는 우주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독일어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저자는, 유명한 과학 블로거이자 팟캐스트 진행자답게 쉽고 재미있게 우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른 아침 불어오는 바람에서 시작해 도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탐색하며 일상에 숨겨진 우주의 흔적을 찾아낸다.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산책하듯이 걷다보면 누구나 우주가 간직한 아름다움과 그 원리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 우리가 먹고, 걷고, 머무는 도시에서 우주를 만나다

우주는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는 어디서 우주를 발견할 수 있을까?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집집마다 갖추고 있는 텔레비전의 위성 안테나는 인공위성의 원리와 역할을 알려준다. 특별한 날에 비싸게 주고 산 귀금속에 소행성 충돌의 역사가 남겨져 있다. 아이들이 뛰노는 공원 땅바닥에는 우주에서부터 날아와 먼지가 되어 내려앉은 별의 흔적에 있고, 꽃들을 헤집으며 꿀을 채취하는 벌의 눈동자에는 항성들의 빛이 담겨있다. 이뿐 아니다. 우리가 삼시 세끼 먹고 마시는 음식에는 오래전 태양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숨겨져 있고 낯선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에는 우주에 떠 있는 위성들과의 교류가, 사계절의 순환에는 기울어진 지구와 달의 만유인력이 존재한다. 그렇다. 느끼면 느낄수록 우리의 일상은 참으로 우주적이다! 이 책은 이처럼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우주의 원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일상에서, 도시에서 우주를 만날 수 있게 한다.

 

▼ 왜 우리는 여전히 별을 사랑하는가

우주는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시와 노래 그리고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고대 그리스의 아낙사고라스는 당대를 지배하던 종교적 교리를 벗어나 태양은 신의 행사가 아니라고 주장함으로써 고향에서 추방당했고,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우주의 중심에 지구를 두지 않았다고 해서 미치광이 취급을 당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최초로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당시의 사람들은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그의 스승 티코 브라헤의 지적 유산을 바탕으로 우주의 법칙을 밝히기 위한 ‘전쟁’을 치렀고, 아이작 뉴턴은 공식을 사용해 물체간의 만유인력을 계산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시공간이 갖는 근본적 구조를 밝혀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

높고 푸른 밤하늘이 주는 낭만과 철학적 사색은 과학과 만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별 한줌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도 우리는 별을 꿈꾸고,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존재를 진실로 알고자 탐구한다. 지나간 역사에서 우주를 탐구함으로써 학문적 발전을 이루고 세상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었듯이, 앞으로도 우리 또한 팽창하는 우주를 향해 나아갈 몫이 많이 남아있다. 저자는 이 책을 넘어 각자의 책꽂이에서 관련된 책을 찾고 더 깊게 생각하며, 더 깊은 우주로 나아가기를 독려한다. 이제 독자들이 이 책을 시작으로 거인의 어깨를 밟고 서서 더 앞으로 나아갈 차례다.

 

책 속으로

지구는 우주의 일부이고, 우주에서 움직이는 행성 중 하나다. 행성이란 항성 주위를 맴도는 천체를 말한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 태양은 항상 중 하나로, 다른 수천억 개의 다른 항성과 함께 우리 은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우리 은하마저도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천억 개의 은하 중 하나일 뿐이니, 우리 존재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구성 성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일상에서 아주 또렷하게 맞닥뜨리고 있다. -8쪽

 

‘낯선’ 생명체는 말 그대로 낯설다. 그 생명체가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하면 결국 무엇을 기준으로 탐색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원칙상 존재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떤 종류의 생명체인지를 근본적으로 밝혀내지 못하는 한, 그 생명체를 찾을 수도,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알아볼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지금껏 찾아낸 843개의 행성에 우리가 인식 가능한 종류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수십 년 이내로 그 생명체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나뭇잎들이 자신이 존재한다는 신호를 전 우주로 내보내고 있는 것처럼, 다른 행성의 식물 또한 존재의 신호를 내보낼 테니 말이다. -95쪽

 

한 숟가락에 담긴 음식물 안에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탄소가 들어 있다. 그중 대부분은 평범한 탄소-12고, 그 외 일부가 탄소-13이다. 하지만 아주 조금일지라도, 방사성인 탄소-14가 존재한다. 음식을 섭취하면서 방사능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인체에 해를 끼치기에는 너무도 적은 양이니. 방사성은 특정 정도 이상일 경우에만 신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작은 손상 정도는 저절로 치유되기도 한다. 어찌됐든 아주 미약한 정도일지라도 전 세계 도처에 방사성 원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146쪽

 

지은이와 옮긴이, 감수자

 

지은이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Florian Freistetter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천문학 연구소에서 소행성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나의 프리드리히-쉴러 대학 천문물리학 연구소, 하이델베르크 루프레흐트-카를스 대학 천문학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2008년에 개설한 우주과학 블로그는 매달 수십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외 여러 권의 천문학 책을 썼으며,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우주의 신비와 천문학의 즐거움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우주, 일상을 만나다》로 ‘2014 올해의 과학도서상’을 수상했다.

블로그 : www.scienceblogs.de/astrodicticum-simplex

 

옮긴이 최성웅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프랑스어와 독일어 통번역가로 일하며, 학습협동조합 ‘가장자리’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KBS 스페셜>의 프랑스어 영상을 번역한 바 있고, 옮긴 책으로 《단단한 독서》, 《창조적 사진 전략》, 《폴, 행복을 찾아서》, 《돌아온 검은 고양이 네로》 등이 있다.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프랑스어 학습 카페(cafe.naver.com/pasdequoi)를 운영 중이다.

 

감수 김찬현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 후 오사카대학교 이학부를 거쳐 도쿄대학교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반물질의 최소 단위인 반수소원자 합성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서 진행중인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 ASACUSA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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