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와 연금술사 - 신화상징총서 5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이재실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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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와 연금술사는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엘리아데의 이 책을 읽으면 이들에게는 짙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장장이는 금속을 변형시키는 일을 하고, 연금술사 역시 물질을 변형시키는 일을 한다. 그런 변형이 지금 우리 시대에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겠지만.


엘리아데는 이를 신화적 상징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연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물질들을 우리에게 내놓는다. 즉 자연이 출산을 하는 것이다. 그런 출산을 대장장이와 연금술사는 시간을 앞당겨 우리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과거에 대장장이와 연금술사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즉 자연이 보여주는 일들을 인간이 보여줄 때 그에게는 신성성이 부여되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 신화들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연금술 하면 마법을 떠올리고, 얼토당토않다는 생각을 지금은 하지만, 과학이 현실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지금의 사고방식을 잠시 뒤로 젖혀두고 과거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생각하면, 연금술은 자연이 하는 일을 인간이 하고 싶다는 욕망, 또 인간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그들에게 대장장이는 불을 통해 용광로에서 풀무와 망치를 통해 이 물질을 다른 물질로 변형시키는 존재였으니, 연금술사와 비슷한 기능을 했다고 여겨질 만했다.


이런 연금술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신화를 살피는 일이 과거를 살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한 일이라면, 연금술을 살피는 일도 거기에 해당할 것이다.


엘리아데는 이렇게 말한다.


'연금술을 통해서 물질의 완성에 참여하는 동시에 인간은 자신의 완성을 견고히 하게 된다. ... 자연을 변화시키는 책임을 맺게 됨으로써, 인간이 시간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176-177쪽)


자연의 시간을 인간의 시간으로 바꾸어 놓는 일, 그것이 대장장이와 연금술사의 역할이었다는 것. 지금은 자연의 시간보다는 인간의 시간이 우세하다는 생각이 드니, 연금술사들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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