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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는 한글 ㅣ 우리말글문화 총서 1
김슬옹 지음 / 마리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세계에 자랑스레 내놓을 수 있는 우리 문자. 한글.
세계에서 만든 사람과 방법이 알려져 있는 문자, 한글.
하지만 한글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질문을 바꾸자. 우리는 한글을 얼마나 자랑스레 여기며 잘쓰고 있는가?
말로는 과학적이고 창의적이며 편리한 문자라고 하면서도 지금 우리나라 곳곳을 둘러보면 과연 우리가 한글을 잘쓰고 있는지 살펴보면 아니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길거리에 보이는 간판들은 외국어가 많으며 (외래어가 아니다. 외래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지만 우리말이 된 말이니) 하다못해 공공기관 이름들까지도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니 말이다.
대표적으로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곳 몇군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한국통신은 KT가 되었으며 담배인삼공사는 KT&G가 되었고, 국민은행은 KB라고 하고, 한국방송공사는 KBS, 문화방송은 MBC라고 하는 형편이니, 무슨 한글 사랑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이런 현실에서 한글의 소중함을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 나라에서조차 한글을 외국어로 바꾸고 있는 형편이니 말이다. 국경일에서 제외됐다가 다시 국경일이 된 지도 몇 해 되지 않았고...
하지만 그럼에도 한글은 우리 문자다. 우리들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자다. 사라져서는 안될 문자이기도 하고.
이 책은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한글 관련 유적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글길부터 시작해서 한글박물관, 한글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유적 등등을 소개하고 있다.
참 많은 곳에 한글을 기념하는 유적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이토록 많은 한글 유산이 있었는데, 그냥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있으니, 어디서든 한글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한다.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한글 유적들을 자세히 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또 저자인 김슬옹이 이야기하듯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훈민정음을 제대로 읽고 배우는 과정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보편 교양을 가르친다는 중등교육에서 훈민정음 해례 언해본을 강독하는 과정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그래야 한글이 왜 좋은 문자인가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훈민정음만이 아니라 한글의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한글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질 수 있을 테니까.
한글, 다시 한번 우리가 쓰고 있는 문자를 생각하고, 한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준 책이다.
덧글
한글에 대한 역사와 정보를 알려주는 책인데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오타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144쪽에 '신숙주는 훈민정음 관련 모든 저술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라고 되어 있는데...
145쪽에 (성삼문은) '신숙주와 마찬가지로 <<운회>> 번역을 제외하고는 훈민정음 관련 저술에 모두 참여했다'라고 나온다.
이 문장이 모호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신숙주도 <<운회>> 번역에 참여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성삼문만 빠진 것인지...
차라리 문장 순서를 '<<운회>> 번역을 제외하고는 신숙주와 마찬가지로 훈민정음 저술에 모두 관여했다'라고 했으면 명확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더해 집현전 학사들이 훈민정음 관련된 작업을 요약하면서 147쪽에 성삼문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운회>>를 언문으로 번역'이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명백한 실수다. 빼야 한다. 분명 성삼문은 <<운회>> 번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