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하면 문학 전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대학 시절 '문지'는 '창비'와 쌍벽을 이루는 출판사였다.
문학과 관련된 많은 책들이 나왔고, 많이 읽혔다. 잡지 '문학과지성'도 발간했었고, 나중에는 '문학과사회'로 이름을 바꾸었었고.
우리나라 문학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출판사라는 생각을 한다. '내 서가 속 문학과지성사 책 이벤트'를 한다고 하여 책꽂이를 살펴보니 문지 책이 제법 있다.
그 중에 내가 가장 아끼는 책... 최인훈 전집... 물론 전집을 다 사지는 않았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최인훈의 소설을 미리 사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존에 갖고 있지 않은 최인훈의 소설은 문지에서 나온 최인훈 전집으로 채웠다. 특히 광장은 한 권이 아니라 세 권을 가지고 있는데...
작가가 '광장'을 많이 개작을 했기에, 가지고 있는 '광장'의 결말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시간을 두고 구입했기에, 어떤 책은 가령 '전집9 총독의 소리'같은 경우는 세로로 인쇄되어 있다.
지금 읽으라면 가끔 줄을 놓쳐 낭패를 보기 일쑤인 그런 인쇄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세로 인쇄가 많았으니...
이렇게 읽었던 최인훈 전집... 그것을 펴낸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단순하게 창비는 사회참여적, 문지는 순수문학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최인훈만 해도 순수문학이라고만 할 수 없는 작가 아닌가. 문학을 사회참여와 순수문학으로 명확하게 나눌 수 없음을 요즘은 생각하는데...
최인훈 소설만큼 사회비판적인 소설이 문지에서도 많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청준만 해도 소설이 사회비판적인 것이 꽤 많다. 이청준의 소설도 문지에서 많이 발간되었는데...
여기에 또 보태면 황순원 전집도 있다. 문지에서 좋은 작가의 책을 많이 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문지하면 시가 떠오른다.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은 너무도 유명하지 않은가. 우리나라 시인 지망생이라면 자신의 시집을 문지나 창비에서 내는 것을 꿈꾸지 않았던가. 예전에는.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책장의 한 칸을 차지할 정도로 구입했던 문지에서 나온 시집들이다. 한 권 한 권 읽으며 감동을 받았던, 또는 충격을 받았던 시집들.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인들이 문지에서 시집을 많이도 냈다. 이 중에 나는 최두석의 시와 고정희의 시, 그리고 황지우의 시를 좋아했는데.
나중에는 오규원 시전집1,2를 사서 읽으면서 오규원의 시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했었고...
이런 시집과 더불어 각종 문학에 관한 책들... 그런 책들도 내 책장에 꽂혀 있다. 지금은 잘 읽지 않지만 한때 문학에 관심이 있을 때에 읽었던 책들이다. 그 책들이 나를 떠나지 않고 아직도 내 책장에 남아 있으니.
더 많은 책들이 있었겠지.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나한테는 문지에서 나온 책들이 꽤나 비중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아마도 이 책들에 더해 더 많은 문지 책들이 내 책장으로 오게 되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문지였으면 좋겠다.
요즘은 문학이 위기에 처한 시대라고 하니...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문학에 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이 출판사에서 힘을 보태줄 거라는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