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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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분들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참 좋다 )
착하게 살고 따뜻하게 살고 싶어지는 책. 조금은 느리고 어리숙한 삶, 그래도 괜찮다고 해주는 말들. 좋아하는 초코다이제와 아메리카노, 좋은 것 옆에 좋은 책. 옆구리에 살도 쪼금 붙은 듯 하다 ㅎㅎ 좋은 지방일거야. ㅎㅎㅎ

햇볕을 열심히 모은다고 해가 되지 않듯이, 시간을 열심히 모은다고 오늘이 되지는 않는다. 햇볕을 모아두는 식물은 없다. 나는 사력을 다해 사는 나무를 본 적이 없다. 생명의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순환의 과정이라는 것을 저들은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농경족의 습성으로 여름 햇볕을 모아서 겨울에 쓰려고 시도했다. 살을 까맣게 태웠지만 겨울에 체온이 데워지는 효과는 없었다. 이제 새들을 보고 똑똑해진 나는 온기가 있는 말들을 품어서 부화하는 데 주력한다. 햇살 좋은 날 데워진 공기를 마시고 보드라운 햇볕을 쥔다. 따로 목표는 없다.

돈에는 행복도 고통도 기쁨도 우울도 없지만 사람들은 그걸 돈의 속성이라고 착각한다. 그건 내 마음 때문이지 돈 때문이 아니다. 돈이 그 모든 것의 조건이고 행복이나 사랑이 그 결과라면, 새나 나무나 강아지나 구름이나 별들은 불행한 것인가.
나의 고통과 평온은 내 마음이 원인이다. 돈이 뭐가 중요해.
그러므로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정말이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마음을 더 믿어보기로 하자.

탐욕의 언어로 믿음을 정의하지 말자. 믿는 마음을 더럽히지 말자. 믿음은 바라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자신의 마음을 지켜보는 것이다. 나의 유익과 기대 때문에 누군가를 힘들게 하거나 자신을 옭아매게 해서는 안 된다. 믿음은 내 마음을 지키고 다스리는 일이다. 나의 욕심을 잠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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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28 22: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많이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책 같아요. 저는 이런 스타일의 책이 좋더라구요 ^^ 맥주랑 같이 안드시면 좋은 지방이 맞습니다~!!

mini74 2021-11-28 23:00   좋아요 6 | URL
뜨끔. 지금은 남편과 노가리에 맥주 ㅎㅎㅎ 고추장에 노가리 찍어먹으며 북플보고있어요 새파랑님 ㅎㅎ 저도 이 책 자주 꺼내 볼 듯 합니다 ~

청아 2021-11-28 23: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에세이로 월동준비 하셨네요ㅋㅋㅋㅋ집에 맥주가 떨어졌는데 댓글을 봐서 저는 슬퍼졌습니다. 안주는 있는데..😭
좋은 밤 되세요ㅎㅎ🙋‍♀️

mini74 2021-11-28 23:22   좋아요 6 | URL
아. 가까운데 계심 맥주 보내드릴텐데 ㅠ 저희집은 맥주로도 월동준비 ㅎㅎ 미미님도 좋은 밤 보내세요 *^^*

오거서 2021-11-30 21:59   좋아요 2 | URL
미미님 월동준비로 맥주 한짝 들여놔야겠어요~ ^^

청아 2021-11-30 22:09   좋아요 1 | URL
흑맥주 한박스 고민중입니다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11-28 23:3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절로 따뜻해지고 위로가 되는 책이네요. 겨울에 어울리는 책 인것 같아요~~
저는 옆구리에 많은 살이 붙었어요^^

mini74 2021-11-29 00:04   좋아요 6 | URL
저도 ㅎㅎ 올 여름엔 튜브없이 뜰 거 같아요 ㅎㅎ 페넬로페님 편한 밤 보내세요 ~

scott 2021-11-29 00: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나의 욕심을 잠그는 일!

저의 욕심 !책! 주문 그만 하는 일!
ʕっ˘ڡ˘ςʔ

mini74 2021-11-29 00:43   좋아요 5 | URL
그건 좀 ㅎㅎ

오늘도 맑음 2021-11-29 1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시인이군요^^
제 마음이 그래서 일까?
시인들이 늘 안쓰럽더라구요.
당연히 시인의 글은 너무 멋집니다. 그러나
현실에 너무 찌들어서 일까요? 옮겨주신 문장들이 제겐 겉도는 느낌이들어 슬픕니다.
진짜 죄송하게도~ 저는 mini74님의 글이 더 좋습니다.ㅎㅎㅎㅎㅎ
12월 부터 많이 추워진다고하니, 감기걸리지 않게, 건강관리 잘하셔야해요~!!!

mini74 2021-11-29 15:17   좋아요 4 | URL
저도 시인들하면 좀 짠해요.ㅠㅠ 오규원님 시에도 보면 시인들이 제일 싼 800원 ㅠㅠ 맑음님이 너무 맑으셔서 오히려 더 감흥없으실수도 있어요 ㅎㅎ 맑음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

행복한책읽기 2021-11-29 17: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돈이 중요한데요. 것도 엄청^^;;

mini74 2021-11-29 17:34   좋아요 3 | URL
ㅎㅎ 저도 그래요 가끔 정신승리중입니다 *^^*

오거서 2021-11-30 22:02   좋아요 1 | URL
돈이 중요하죠. 책 주문할 때 특히! ^^
 
가르시아 마르케스 - 카리브해에서 만난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클래식 클라우드 29
권리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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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콜레라사대의 사랑을 따라, 작가의 삶과 이야기가 담긴 곳을 여행하는 책.
가보가 살았던, 사랑했던, 글을 썼던, 배신했고, 떠났다가 돌아왔던 장소와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아 써내려간 이야기들의 처음이었던 그 곳. 시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와 카리브해의 파도, 그 속에 묻힌 죽음과 아픔조차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마술의 주문으로 노란 나비들이 되어 떼지어 나는 곳.

그 곳에서 마콘도를 거닐고, 가보를 만나고, 마술같은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여정의 책이다. ( 여행가고 싶다 ㅠㅠ)

고전 시가에서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에 대한 욕망은 아직도소설의 존재 이유를 말해 준다. 가보의 책을 읽다 보면 ‘어디서 약을팔아?‘가 어느덧 이 약, 3개월 할부 돼요?‘로 바뀌는 과정을 거치게된다. 그는 평생 할 말이 흘러넘쳤다. 오죽하면 자서전 제목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일까?

가보는 은둔하는 자에 대해 가장 탁월하게 묘사한작가 중 하나다. 은둔하는 사람들을 비참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코믹하게 묘사하면서 우리 인간은 대부분 은둔하면서 죽어 간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마치 가죽이 생명을 잃으면서 안으로 조금씩 말려들어 가듯이 쭈그러든 우르술라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죽음의 현상인 것이다.

에스파냐어권에서 가보는 ‘마마갈리스타 mamagalista‘ 즉, 익살의대가로 불린다. 가보를 떠올리면 나는 야자수에 묶여 있는 해먹에누워 맥주를 마시며 세 페이지에 한 번 낄낄거리게 되는 책을 읽는장면이 생각난다. 그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고 폭포 같은 말솜씨와바느질 자국 없는 이야기는 출구를 찾을 수 없게 만든다.
그는 만성 우울증 환자가 비루한 삶으로부터 회피할 수 있게 단단한 몰입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끝을 알고 싶지 않고 그의 이야기안에서만 머무르고 싶게 만든다. 그는 손가락으로 한곳을 응시하고독자가 그 손가락에 의지하는 동안 능구렁이처럼 그 손가락을 타고넘어간다. 농담에 웃어 버리는 순간 독자는 최면에 걸려 버린다. 가보는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최면을 걸까?

독수리 타법에, 작가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맞춤법과 문법 오류를 자랑하던 그였지만, 디테일만큼은 오류가 없었다. 자서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낙천주의와 소심함을 결점으로 뽑았으나, 이런요소들은 소설의 디테일을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된다. 조직적으로짜인 듯 짜이지 않은 듯 현란한 직물 공예를 연상케 하는 그의 디테일은 그가 ‘인물‘을 묘사할 때 뿜어져 나온다. 축구공 생김새도 몰랐던 친구가 축구 해설가가 되고 축구를 하다 부상을 당한 사촌이 집스를 한 김에 볼링을 공부해 챔피언이 되는 장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선수 메시의 발재간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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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1-27 18: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가 추가되었군요!! 저도 사야겠습니다.(일단 열심히 아르테시리즈 모으는 중ㅋㅋㅋㅋ)😳

mini74 2021-11-27 18:59   좋아요 6 | URL
저도 왠지 자꾸 사게 되는 시리즈입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1-11-27 19:22   좋아요 4 | URL
미미님, 저의 아르테 최애는 ‘모차르트’에요. *^^*

청아 2021-11-27 19:27   좋아요 5 | URL
읽게됨 모차르트부터 읽을래요!!😍

scott 2021-11-27 21:27   좋아요 2 | URL
아르테 시리즈 중
저의 최애는 <레이먼드 카버>와 <페르소아>
이 책의 저자들이 실제로 작품 번역(카버는 평전 번역 하신 분/실제로 카버의 두번째 아내와 만난기도 하쉼)하고 김한민 번역가는 실제로 리스본에서 2년 동안 거주 하면서 언어도 공부 하고 페르소아 흔적을 찾아 다녀서
아르테 시리즈 중에 가장 알찹니다 ^ㅅ^

mini74 2021-11-27 21:24   좋아요 2 | URL
김한민작가님 좋아해요 조카를 위해 형과 함께 만든 그림책 stop 은 아이랑 저랑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이에요 ~~ 저도 페르소아 좋아요 스콧님 *^^*

청아 2021-11-27 21:28   좋아요 2 | URL
미뤘던 레이먼드 카버도 그냥 사야겠어요.😅 12월이 빨리오길!!

대장정 2021-11-27 19: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르테시리즈 넘 비싸요ㅠ😒 가와바타 야스나리 한권 있어용~~

mini74 2021-11-27 19:04   좋아요 4 | URL
ㅎㅎ 그죠 한 12000원 정도면 좋을텐데. 그래도 지만지보단 덜 사악하다는 *^^*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대장정님 ~~

scott 2021-11-28 00:48   좋아요 2 | URL
대장정님 허연 시인이 쓴 야스나리 잘 썼습니다
이 시리즈는 가격이 사악 하기 때문에 건너 뛰면서 보시면 됩니다

건너 뛸 시리즈
-뭉크
-루터
-베토벤
-쇼팽(오탈자 지뢰밭!)
-푸치니
-차이콥스키
-단테
-니체
-셰익스피어
-데이비드 흄
**제 개인적인 기준 ㅎㅎㅎ입니돠!

앞으로 출간 예정 기대작은
-구스타프 말러
-카프카
-하루키옹 (??)
입니돠 ^ㅎ^

유부만두 2021-11-27 19: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멋진데요?!!! 찜 띰 찜 했어요. 저도 여행가고 싶어요.

mini74 2021-11-27 19:28   좋아요 4 | URL
사진들 보니 마음이 막 설레요 ㅎㅎ

페넬로페 2021-11-27 1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얘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늘 궁금한데 마르케스편이 나왔네요~^
코난 도일은 조금 실망했는데 이 책은 어떨지 궁금해요^^

mini74 2021-11-27 19:52   좋아요 4 | URL
그냥 마르케스가 살았던 곳을 여행하는 작가를 엿보는?! ㅎㅎ 이었습니다 *^^*

새파랑 2021-11-27 19: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콜럼비아 가보고 싶어요 ^^

mini74 2021-11-27 19:53   좋아요 4 | URL
저도요. 근데 그 쪽 바퀴가 크다그래서 ㅎㅎㅎ

청아 2021-11-27 19:54   좋아요 4 | URL
헉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11-27 20:46   좋아요 3 | URL
저도 가고 싶어요~~
나라가 좀 위험해도요 ㅎㅎ

페넬로페 2021-11-27 20:54   좋아요 4 | URL
바퀴가 크다는 말이 무슨 뜻?

mini74 2021-11-27 20:55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바퀴벌레 ㅠㅠ

페넬로페 2021-11-27 21:00   좋아요 3 | URL
저 사오정인가요? ㅋㅋ
나름대로 그 나라가 굉장히 위험해서 총,, 무기쪽을 생각했는데 그것이 바퀴와는 연관이 안 되더라고요 ㅎㅎ

청아 2021-11-27 21:07   좋아요 2 | URL
그럴수도 있죠뭐!ㅋㅋ페넬로페님 질문에 크게 웃었어요ㅋㅋ귀여웠어요😆

scott 2021-11-27 21:28   좋아요 3 | URL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일반 버스 타면 저얼대로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 하지 않고 도중에 소자품들 홀라당 도둑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냥 콜롬비아산 커피 마시고 세계테마 기행으로만 ^0^

scott 2021-11-27 21:25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콜롬비아 일반 시민들은 굉장히 착합니다
문제는 오랜 세월 동안 사악한 카르텔로 무기와 드러그 밀매 납치 등 거의 정부와 전쟁을 수시로 벌여서 위험 한 곳이기도 하지만

안전한 지역과 위험 지역으로 나눠져 있어서 여행자들 안전한 곳안에만 돌아 다니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그러나 항상 조심해야 함 ㅜ.ㅜ)

scott 2021-11-27 21:26   좋아요 4 | URL
바퀴 크기 만큼
거미 크기가
새 크기와 비슷 한 곳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1-11-27 21: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따라 여행 가고 싶네요^^

mini74 2021-11-27 21:26   좋아요 4 | URL
저도 넘 가고 싶어서 새계테마기행 열심히 보고있어요 ㅎㅎ

scott 2021-11-27 21:2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옹
<백년의 고독> 최애 작품 중 한권! ㅎㅎ

이야기를 위해 살다 추천 합니다 ^^

mini74 2021-11-27 21:26   좋아요 4 | URL
이야기를 위해 살다! 여기서도 언급이 되더리고요. 기억할게요 스콧님.*^^*

그레이스 2021-11-27 2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리즈 신간 소식을 몰랐을까요?
미술가, 문학가는 꼭 사서 모으는 중인데 ㅠ

mini74 2021-11-27 23:30   좋아요 2 | URL
전 추천도서에 떴더라고요. 어여 사라고 ! 이런 분위기로 ㅎㅎ *^^*

그레이스 2021-11-28 00:07   좋아요 2 | URL
저도 있네요
자세히 안봐서...ㅎㅎ

서니데이 2021-11-28 0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가긴 멀지만, 가보면 좋은 곳 많은 것 같아요.
중남미는 여행의 초급자가 가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mini74 2021-11-28 09:39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스파피필름 2021-11-28 07: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행가고 싶다2ㅠㅠ 저도 클래식클라우드 좋아해요~~저자가 누구냐에따라 좋은 것도 별로인 것도 있지만... 저는 모네, 페르메이르, 페소아 좋았던거 같아요. 곶감처럼 하나씩 출간되니 그맛이 더 합니다 ㅋㅋ 요책도 읽어봐야겠어요^^

mini74 2021-11-28 09:40   좋아요 3 | URL
앗 모네 페르메이르! 저도 좋아해요 *^^*

레삭매냐 2021-11-28 1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르테 요 시리즈에는 그림과
사진이 풍부해서 진도가 쑥쑥
나가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mini74 2021-11-28 21:28   좋아요 0 | URL
ㅎㅎ맞아오 매냐님 기분좋게 진도가 쑥쑥 나가지요 *^^*

라로 2021-11-28 2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책을 찜하면 안 되는 팔자인데도 찜하고 싶다아~~~. 미니님!!!흑흑흑

mini74 2021-11-28 21:29   좋아요 0 | URL
라로님 저도 11월엔 이제 그만이라고 결심한지 이틀만에ㅠㅠㅠ
 
혁신의 미술관 - 새로운 가치 창조, 미술에서 길을 찾다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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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미술관


미술관련 책을 꾸준히 내시는 이주헌작가님이 혁신이란 키워드로 그림을 풀어낸 책이다.

예술에서 보여지는 스타일과 패턴들이, 다양한 문화와 만나 어떻게 변화하며 또 창의적인 작가들에 의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예술품들을 감상하면서, 보여지는 빈 공간을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메우며 독자적이고 능동적으로 보자는 내용도 담겨있다. 주체가 됨으로서 미술에서 내게 맞는 길이나 해결책, 가치관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

이집트의 그리드 패턴(모눈종이위에 그리기)으로 찾은 정교함에 다이나믹함을 더한 그리스 조각, 브루넬레스키와 마사초의 소실점과 원근법, 이집트의 신들 모습을 혼용한 기독교의 미술품들, 목판화의 가치를 알아 본 수도사들 등 시대를 앞서가며 새로운 것에 두렵지 않았던 이들이 변혁을 이루는 과정을 다른다.

오토매틱드로잉이란 무의식을 이용한 예술, 단순함에서 찾은 아름다움과 경건함, 관찰로 이루어낸 빛의 화가들.

 

그 이전의 그림들과는 달리 강렬한 명암과 극적인 비대칭과 역동성을 보여준 틴토레토는 샤르트르가 최초의 영화감독이라 칭할 만큼 박진감있는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의 혁신은 루벤스에게서 들라크루아와 제리코로 그리고 더 쿠닝에게까지 이어졌다.

스쿠올라 그란테 디 산 로코 벽화 프로젝트의 스케치를 보여주는 공모경쟁 자리에서, 이미 완성한 그림을 가져온 그는 빠르게 그리는 걸로 유명했다고 한다. 거기다 무료로 그림을 제공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그의 그림 <최후의 만찬>은 지금의 눈으로 봐도 새롭다. 마치 위에서 보는 듯한 시선과 어두움, 극단적인 명암법 등은 그의 작품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었다. <최후의 만찬>은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리는 주제인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김기창의 <최후의 만찬>(성경 속 인물들이 조선시대의 모습으로 ) 또한 색다른 그림이다.






 

누구나 그리는 그림으론 더 이상 유명해질 수 없다 생각한 윌리엄 호가스는, 이야기를 선택했다. 서사가 있는 그림, <탕아의 편력>이나 <유행에 따른 결혼>등은 그 시대의 사회상이 담겨있으며, 화가 셰익스피어라 불렸다고 한다. 이런 그림들을 판화로 찍어내 팔았던 호가스는, 판화저작권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유행에 따른 결혼>은 부유한 상인의 딸과 사치로 파산상태인 백작의 아들이 정략결혼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상인의 딸은 변호사(둘의 정략결혼과 관련해 재산 문제 등을 공증하고 계약서를 쓰기 위해)와 눈빛을 오가고, 백작의 아들은 도박과 주색에 빠져 밖으로만 맴돈다. 상인의 딸과 변호사의 불륜현장에 백작아들이 들이닥친다. 백작아들은 변호사의 칼에 죽고, 변호사는 잡혀서 교수형에 처한다. 상인의 딸은 자살하지만, 그 아버지는 죽은 딸의 손에서 반지를 빼낼 뿐이다.(지금의 막장드라마와 맞먹지 않는가.)

 

그림 속의 키워드는 무궁무진하다. 이 책의 작가처럼 혁신과 새로운 가치를 읽어낼 수도 있고, 그래서인지 기업의 CEO들이 미술관련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그림으로 투자를 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기업가의 눈엔 그림 속에서도 무언가 가치가 될 만한 것을 찾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설가의 눈엔 이야기가, 혹은 직장인의 눈엔 위로가 담길지도 모른다. 그림은 그래서 매력이 있다. 상황과 위치에 따라 그림은 제각기 다른 모습과 다른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마티스에게 아이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기자가 물었더니.

즐겁거나 즐겁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했다고 한다.

마티스의 말처럼 정말 그림은 그저 놀이, 잠시 어른임을 잊고 신나게 노는 놀이일지도 모른다.

 

(210페이지, 티치아노가 아닌 틴토레토라고 써야 하는데 아무래도 잘못 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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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5 16: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호가스 그림 좋아 합니다! 수많은 에피소드를 품고 있어서 그림이 품고 있는 당시 사회 풍속들이 넘 흥미로운! 틴토레토면 최후의 만찬을 그린 이딸리아인! 티치아노는 수십년후에 활동 했던 화가 인데 저자 이주헌님의 실수 한거 편집자가 모름! 역쉬 미니님! 미술사 고수 이쉼 ^^!

mini74 2021-11-25 16:57   좋아요 5 | URL
호가스 그림 넘 좋죠. 애견 퍼그랑 그린 그림도 넘 좋고 ㅎㅎ 무슨 그런 부끄러운 ㅠㅠ 고맙습니다 *^^*

청아 2021-11-25 16: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류도 찾아내는 미니님!!!😍
이 리뷰읽고 호가스의 그림 검색해보니 놀라워요! 영화 파노라마처럼 생동감 넘치네요

mini74 2021-11-25 16:56   좋아요 5 | URL
탕아의 편력도 넘 재미있지요. 그래서 그 시대 인기 최고였나봐요 *^^*

새파랑 2021-11-25 17: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즐겁거나 즐겁지 않거나 ㅋ 그림도 책도 비슷한거 같아요 ^^
역시 재미있는건 막징이죠~!! <유행에 따른 결혼> 재미있을거 같아요 ㅋ 역시 미술천재 미니님 👍

mini74 2021-11-25 17:23   좋아요 5 | URL
그죠. 그림도 이야기가 담긴 책, 책은 머리로 그림을 그리며 읽는 책 ㅎㅎ

프레이야 2021-11-25 17: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주헌 님이 읽어주는 그림 이야기 좋아해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화가, 오류까지 짚어 주시는 미니 님 대단해요. 책 담아갑니다 ^^

mini74 2021-11-25 17:22   좋아요 5 | URL
참 쉽고 재미있게 쓰시는 거 같아요 *^^*

서니데이 2021-11-25 17: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술관과 혁신은 가깝지 않은 단어 같았는데, 제목으로 쓰니 괜찮네요.
잘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mini74 2021-11-25 18:34   좋아요 5 | URL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1-11-25 18: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믿고 보는 이주헌작가의 글이네요.
미술, 그것도 혁신에 대해서라, 넘 혁신적입니다.
서니데이님 말씀에 공감해요~~
사실 원근법도 혁신인거죠^^
윌리엄 호가스 작가 또 알고 갑니다~~

mini74 2021-11-25 18:35   좋아요 5 | URL
그죠. 생각보다 혁신이 자주 일어난 곳이 예술쪽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레이스 2021-11-25 18: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분은 왜이렇게 책을 많이 쓰시는걸까요?ㅠㅠ
~의 미술관 다 있는데...
또 나왔네요.
채워넣어야 할 것 같은 강박!
안돼 절대 안돼~~ 😂

mini74 2021-11-25 18:59   좋아요 5 | URL
저도 다 있어요. 줄 맞춰서 꽂아놨답니다 그레이스님 ㅎㅎ

오거서 2021-11-25 22: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혁신의 미술관인데 표지에서 미술관이 보이지 않네요. 정말 ‘혁신’을 강조하고 내세운 책이군요. 저자 직함과 이름이 크게 강조된 것은 혁신적이지 않네요.

mini74 2021-11-25 22:49   좋아요 2 | URL
ㅎㅎ 이 책 자체가 미술관이란 뜻 같아요. 혁신의 아이콘이라 작가가 생각하는 그림들을 모아놓은 책이랍니다 *^^*
 
『도련님』의 시대 1 - 나쓰메 소세키 편 세미콜론 코믹스
다니구치 지로 그림, 세키카와 나쓰오 글,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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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를 만화로 만나기
작가가 살던 시절, 혼란스런 일본의 모습, 작가의 집을 거쳐간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사람들. 책 집필의 계기와 방향, 영향을 받은 사건들 등이 흥미롭다. 영국유학시절에 생긴 병, 부양의 의무, 변화하는 일본, 제국주의와 그에 반기를 드는 아나키스트들 사회주의자들 이야기. 그 속에 잠깐 안중근의사를 만난 내용도 담겨 있다.
일본을 너무나 사랑했지만 짝사랑같은 것이 되고만 라프카디오 헌도 등장한다.
메이지유신 시절 일본지식인들의 고뇌와 좌절, 그리고 도련님의 집필과정 등이 담겨있다.
그림이 눈에 익어 봤더니 ~ 다나구치 지로 ~ 다. <고독한 미식가> 의 작화가로 데즈카오사무문화상 대상에 프랑스 문화예술공모 훈장인 슈발리에를 받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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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4 17: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로옹 그림 사릉하고 이 시리즈 소세키옹 내면까지 깨알재미와 유머가 가득 ^^

mini74 2021-11-24 17:32   좋아요 5 | URL
스콧님 말씀대로 넘 재미있어요 ㅎㅎㅎ

오늘도 맑음 2021-11-24 17: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을것 같아요^^안중근 의사를 만나셨다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mini74 2021-11-24 17:34   좋아요 5 | URL
그냥 잠깐 ?! ㅎㅎ 이 시대의 일본지식인들의 목소리가 다양했던 터라 더 흥미있었어요 ~

청아 2021-11-24 17: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옷 안쪽에 검은 고양이 은근 디테일하게 그렸네요ㅎㅎ요즘 그래픽노블 내용이 알찬것 같아요 저도 찜~♡

mini74 2021-11-24 17:36   좋아요 5 | URL
저 고양이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주인공 입니다. 나름 복묘라고~ 복묘는 맞는듯 합니다. 소설이 대박이 났으니까요 ㅎㅎ 재미있고 내용도 알차요 ~

대장정 2021-11-24 19:47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긴 봄날의 소품이란 책에보면 저 고양이가 잠깐 나오는대요, 소세키 집안의 초대 고양인데 떠돌이였다네요.

scott 2021-11-24 23:52   좋아요 2 | URL
이 그래픽 노블은 일반 노블 보다 수준이 높은
일종의 소세키옹의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당시 사회상과 소세키옹의 삶을 알려줍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1-11-24 18: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시리즈도 있군요~~
찜합니다^^

mini74 2021-11-24 18:02   좋아요 4 | URL
그림도 좋고 내용도 풍부합니다 *^^*

새파랑 2021-11-24 18: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만화로 만나는 소세키군요~!! 후기작에 대한 내용도 있나요? 전 소세키 전기작 보다 후기작이 좋더라구요 ^^

mini74 2021-11-24 18:53   좋아요 3 | URL
그 시대 소세키와 교류한 다양한 인물들이 나옵니다. 다른 작품의 소재가 된 인물들 이야기도 나오고요. 여기저기 책 속 인물이나 이야기가 나와요 *^^*

독서괭 2021-11-24 18: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유리문 안에서>에도 고양이 이야기 나오던데, 시선은 좀 건조한 느낌이더라구요. 그림체가 좋네요^^

mini74 2021-11-24 20:18   좋아요 2 | URL
고양이 이름은 지어주지 않았다고 어이, 혹은 고양이로 불렀다고 하네요. 이 분 산책이란 만화책도 좋아요. ~

오거서 2021-11-24 2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대놓고 스포 ㅎㅎㅎㅎㅎ
덕분에 또 웃었어요 ^^;

mini74 2021-11-24 21:47   좋아요 1 | URL
오거서님 웃으셨다니 좋네요 *^^*

오거서 2021-11-24 21:52   좋아요 2 | URL
이번에 유쾌한 웃음. 미니님께 감사! ^^

서니데이 2021-11-24 2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니구치 지로면...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하다가 고독한 미식가 였네요.
도련님의 시대도 이 작가의 책 중에는 유명한 책이지만,.^^
잘읽었습니다.mini74님, 좋은 밤 되세요.^^

mini74 2021-11-24 23:19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고독한 미식가 팬? ㅎㅎ 편한 밤 보내세요 *^^*

페크pek0501 2021-11-25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재밌겠는 걸요.
소세키를 만화로 만나면 어떻게 될지...
저는 소세키의 도련님을 읽었죠. 제가 좋아하는 작가예요.^^

mini74 2021-11-25 18:40   좋아요 0 | URL
일본엔 소세키의 도련님도시락을 파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도련님 도시락

그레이스 2021-11-25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저하던 책인데 리뷰보고 보고싶다는 생각입니다

mini74 2021-11-25 18:40   좋아요 1 | URL
인간적인 모습 창작과정 등을 알게 돼서 좋았어요 *^^*
 

전쟁에 대한 참혹한 기록들

<아연 소년들>
(소년병, 가끔은 영웅을 꿈꾸고, 아직 삶도 죽음도 전쟁도 잘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끌려가, 아연으로 된 관에 살점 몇 덩이로 담겨져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다. )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두울수록 별은 더 잘보인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고통과 암흑은, 별도 없는 절망일뿐이란 생각이 든다.
어린 청년들이 선동당해 혹은 강제나 사기로 맨몸뚱이로 전쟁의 최전선에 선다. 사지가 잘리고 온 몸이 갈가리 찢겨져 날아간다. 죽어가는 병사들은 뜨거운 모래 위에서 진갈색빛 피를 흘리며 어머니를 부른다.
조국은 그들을 기만하고 버렸다. 열악한 환경에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고 동성이건 이성이건 강간과 매춘, 폭력과 무자비함이 존재하는 곳.
인간답다는 걸 버리고 인간이었음을 잊어야 살 수 있다. 그러나 살아남아 뒤돌아보니 그 시절의 나를 나는 용서할 수 없다. 마약과 술, 그리고 마지막엔 자살이다. 혹은 무표정한체 밤마다 전우들의 절규와 자신을 향해 오던 선임들의 발길질을, 자신앞에서 터져버린 동기의 내장, 그 물컹거림의 꿈에서 깨어나 의자 밑으로 문 뒤로 숨어 온 몸을 옹그린체 고통과 악몽이 끝나길 기다린다.
그들에게 안식처는 없다. 그들 자신의 과거와 지금이 지옥이기에 어떤 장소에서든 이젠 그 곳은 지옥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지옥을 무시했다. 끌려가거나 선동되고 속아서 간 그들을 손가락질하며 어리석다고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잊었다. 전쟁에 나섰던 청년들도 왜 그 곳 사막에서 피를 흘렸는지 명분조차 없음에 더 울분을 참을 수 없다. 동정도 연민도 존경도 없다. 그렇게 그들은 조국에게 버려졌고 주변인들에게선 낯설어졌다.
만약 내 아이가 태어난다면 절대로 전쟁터엔 보내지 않겠다던 젊은 병사의 말이, 그 병사의 처절한 경험에 의한 것이기에 더욱 큰 울림이 있다.

어머니들은 아직 소년같기만 한 어리기만 한 아이를 무덤에 묻었다. 혹은 미쳐버린 아이를 면회하기위해 음식을 만드는 내내 눈물을 흘린다. 사지없이 돌아온 아이가 혹여 자살을 선택할까 두려워 잠 들 수 없는 어머니도 있다. 차갑고 낯선 눈동자의 아이를 보며 예전의 내 아이는 아프간에서 죽어버렸다며, 전쟁에 보낸걸 후회하는 어머니도 있다.
강간에 이어 너무나 모자란 보급품에 매춘을 나서는 여성군인들 이야기도 있다. 악몽을 안고 돌아온 그녀들에겐 낙인과 말없는 발길질이 날아든다.
죽거나 술에 취해거나 , 정상인듯 하지만 실제론 전혀 정상적이지 못한 너덜한 내면을 대강 기워 살아가는 이들.
아무도 원하지 않았고 영광도 대의명분도 없는 곳에서 소중한 젊음들이 쓰레기처럼 버려져 쌓였다. 그러고나면 가끔 싸구려 아연관에 대강 담겨져 조국으로 돌아오지만, 부모들은 그 시신이 자신의 아이인지 확인도 못한체, 눈물로 무덤을 채운다.
그 곳의 후덥한 바람과 날리는 모래들은 기억할까. 낡고 닳은 군복,아무 성능도 없는 방탄조끼, 부실하다못해 벌레가 우글거리는 배급,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푸시킨과 도스토옙스키에게 구원을 구하던 그 밤, 폭력과 살의가 번뜩이는 사막의 밤, 청춘들의 시신들 위로 별도 뜨지 않던 그 밤들을.



<책 속 문구 >


1.며칠 전에 치과에 다녀왔어요……… 다들 괴혈병에 걸리고 치조염에걸려서들 돌아왔거든요. 염소산을 얼마나 많이 먹었게요! 이 하나를 뽑았고, 이어서 두번째 이도 뽑았어요…… 하도 아파서 그 충격에 마취제가 잘 안 들었어요) 갑자기 말이 터져나오는데……… 멈출 수가 없는 거예요…… 여의사가 혐오스럽다는 듯 나를 쳐다보더군요. 얼굴에 고스란히 다 드러나더라고요. ‘이 남자는 입은 피범벅을 해가지고 계속 떠드네 하는 표정이었죠. 나는 모두가 우리를 바로 그런 눈으로 바라본다는사실을 깨달았어요. ‘이 사람들은 입은 피범벅을 해가지고 계속 떠드네.…’중사, 특수부대 전사

2. 탄참전 병사들을 모두 영웅이라고 치켜세울 때였죠. 용맹한 국제용사들이라고요. 우리 아들은 살인자였지만요…… 아들은 다른 이들이 그곳에서 한 일을 여기서 했기 때문에 살인자가 됐어요. 똑같은 일을 두고다른 이들에게는 메달과 훈장까지 수여했으면서…… 도대체 왜 우리아들만 심판대에 세운 거죠? 아들을 그곳으로 보낸 사람들은요? 살인을 가르친 그 사람들 말이에요! 나는 아들에게 살인을 가르치지 않았다고요……… (쓰러지듯 주저앉아 비명을 지른다.)아들은 내 주방용 손도끼로 사람을 죽였어요…… 아침에 도끼를 가져다 다시 찬장에 넣어놓았더군요. 마치 스푼이나 포크를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은 것처럼………나는, 아들이 두 다리 없이 돌아온 그 엄마가 부러워요…… 술에 취해 엄마에게 행패를 부려도요. 온 세상을 미워하고…… 짐승처럼 엄마에게 덤벼들어도요.

3.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악령들』에 나오는 구절이다. ˝확신과 인간, 이둘은,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르다…… 모두가 다 잘못이다…… 모든사람들이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면!˝ 도스토옙스키는, 인류는문학과 과학에서 규정하는 것보다 자신에 대해 더 많이, 훨씬 더 많이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만약 내가 도스토옙스키를 읽지 않았다면, 나는 엄청난 절망에 빠져을 것이다.

( 1. 이 책의 배경은 아프간전쟁이다. 쿠데타로 친소정권이 들어섰지만, 그에 대한 반발로 무자헤딘이란 반군 게릴라들 단체들의 공격으로 내전이 시작되었다. 친소정권을 돕기위해 소련은 아프간파병을 결심했다. 외세에 정복된 적 없는 아프간은 생각보다 힘든 상대였고, 근 10년을 끈 전쟁은 소련의 베트남전쟁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의명분도 없이 수많은 자본과 무기, 어린 병사들의 목숨을 앗아간 무의미한 전쟁이었다. 그리고 이 전쟁이 소련의 몰락을 과속화시켰다는 설도 있다. 2차대전 참전은 내 나라와 내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아프간에 간 병사들에겐 명분도 영웅도 없고, 멸시와 경멸 속에서 괴로워했다.
2.작가님은 이 글을 쓰면서 아프간 참전 병사나 전사자의 어머니 등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

(작가님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로 접했다.
2차대전 당시 독소불가침 조약을 깨고, 독일은 소련을 침공했다. 수 많은 러시아의 여성들이 군에 참전했다. 마스코트나 사기진작의 효과도 있었지만, 실제 그들은 명사수로 혹은 정말 전쟁동료로 활약했다. 그러나 전쟁 통에 상관과 침대를 같이 쓰기도 하고, 독일군에 붙잡히면 참혹한 고문과 죽임을 당한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전쟁에 참전한 사실을 숨겨야 한다. 못마땅한 시선과 같은 여성들의 배타적인 행동들. 전쟁은 여성들을 두 번 아니 수 십번 죽인다. 여성으로서의 삶, 인간으로서의 삶, 군인으로서의 삶, 동료로서의 삶. 나라를 지키려 나섰지만 그 길엔 명예도 위로도 없었다. 동료들이 외면하고 여성들이 손가락질 하는 나라가 버린 여군들.
그들은 조국을 위해 환영 받으며 군대로 갔지만, 남자들이 개선장군처럼 돌아올 때, 마치 개구멍을 찾듯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돌아와야 했다. 2차대전 참전 후 경멸을 받았던 여군들과, 소련의 수치라며 외면받는 아프간군인들의 모습이 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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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1-21 15: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덜한 내면을 대강 기워 살아가는 이들‘...이 말 가슴을 후벼파네요ㅠㅇㅠ 전쟁상황에서는 정신과 육체에대한 고삐풀린 살육이 인간성 상실을 극도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mini74 2021-11-21 15:59   좋아요 4 | URL
전쟁을 겪은 후의 삶은 육체든 영혼이든 참혹했어요. . 그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이라서 감정이입이 돼서 힘들었어요. ㅎㅎ 미미님 얼마 안 남은 주말 오후지만 즐겁게 보내세요 *^^*

라로 2021-11-21 16: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쟁 이야기 나오는 책을 잘 읽기 힘들어요,,, ㅠㅠ

mini74 2021-11-21 16:14   좋아요 4 | URL
저도 전쟁 군대 이야기는 읽고나면 후유증이 좀 길더라고요. 근데 손이 아니 눈이 가요. 이 분 책은 ㅠㅠ

scott 2021-11-21 17: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주말에 무거운 책 완독 하셨군요
전쟁은 이제 강대국들의 게임(새로운 무기 실험 하는)터가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용기 있게 전쟁의 민낯을 알린 작가님 용기 대단합니다

지난주 NYT 프런트 페이지에 아프간 난민들 팔 다리가 없이 목숨 걸고 국경을 건너가는 사진이 떴는데 가다가 얼어 죽더라도 탈레반 통치 아래서 살 수 없다고 ㅠ.ㅠ

mini74 2021-11-21 17:38   좋아요 4 | URL
너무 맘이 아파요. ㅠㅠ 중세를 사는듯한 이슬람 율법학자들이며 탈레반들도 잔인하고 ㅠㅠ 작가님도 글을 쓴 뒤 후유증으로 힘들었다시네요.

그레이스 2021-11-21 18: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ㅠ 리뷰만 읽는 것으로도 힘드네요.
아무 것도 할수 없는 방관자가 된 기분!

mini74 2021-11-21 18:59   좋아요 4 | URL
뭐라든 어떤 이유든 정말 전쟁은 절대 일어나면 안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더라고요 ~

서니데이 2021-11-21 2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목의 아연과 소년들이 잘 어울리지 않아서, 책 소개를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이 작가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를 읽으면서 알게 된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mini74 2021-11-21 22:32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도 잘 지내고 계시지요. ~ 서니데이님도 편한 주말밤 보내세요 ~

짜라투스트라 2021-11-21 21: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에게 정말 큰 감정적 동요를 준 책입니다. 이 작가 책은 다 그런 듯...

mini74 2021-11-21 22:33   좋아요 2 | URL
실존인물들의 이야기라 더 그런 거 같아요 ㅠㅠ

페넬로페 2021-11-21 22: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작품 이군요.
전쟁의 참혹함을 이런 형태로 뀨준히 적어가는 작가가 참 대단해 보입니다.
전쟁, 특히 아프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ㅠㅠ

mini74 2021-11-21 22:33   좋아요 3 | URL
아프간은 지금도 진행중이지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1-11-21 22: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리뷰만 읽는 것도....ㅜㅜ
전쟁과 폭력은 정말 소름 끼치도록 싫은 단어에요!!ㅜㅜ
그래도 읽어 내시고, 리뷰도 쓰시고 용기 있으십니다^^

mini74 2021-11-21 22:34   좋아요 4 | URL
제가 좀비영화나 귀신 나오는 건 아무렇지 않은데ㅠㅠ 사람이 가장 따뜻하면서도 또 가장 무서운 존재인거 같아요.

새파랑 2021-11-21 22: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쟁에 대한 참상이 끔찍하게 나오나봐요. 미니님 리뷰만 봐도 화나고 끔찍하네요 ㅜㅜ 그와중에 날카로운 도선생님~!!

mini74 2021-11-21 22:48   좋아요 4 | URL
도선생님 언급이 꽤 나와요. 가장 바닥일때 찾게 되는 구원의 책 느낌, 이렇게 쓰고보니 도선생님이 무슨 교주같네요 ㅎㅎ

새파랑 2021-11-21 23:06   좋아요 5 | URL
도선생님 특별판을 이제 읽어야 할거 같아요 ㅋ 장식으로 남길순없으니~!!

독서괭 2021-11-21 2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엇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몇년째 담아두기만 하고 있는 책인데, 같은 작가군요! 리뷰만 봐도 너무나 참혹하네요ㅜㅜ 요즘 역사에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고 있는데, 이 책도 보고싶어요.

mini74 2021-11-21 23:19   좋아요 2 | URL
여군과 아프간참전용사들의 처지가 비슷했어요 그래서 작가님이 너무 힘들었다던 전쟁을 다시 기록하고 글로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

2021-11-22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도 맑음 2021-11-22 13: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참혹하지만, mini74님의 시 처럼 아름다운 리뷰에 내용이 가슴 속 깊이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예전 처럼 실시간으로 자주 찾아 뵙지 못하지만서도,mini74님의 팬으로써 리뷰를 꾸준히 찾아보고 있습니다.
외유내강의 울 mini74님의 글은 제게 많은 영감이 되어집니다. 좋은 글 늘 감사해요~!!

mini74 2021-11-22 18:15   좋아요 3 | URL
오늘고 맑게 살고 계시죠 맑음님 *^^* 마음도 맑고 고우신 분 ㅎㅎ 항상 힘되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기운을 얍!!!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1-23 2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눈도 오고, 이제는 가을이 아니라 겨울 첫 추위 같은 느낌입니다.
따뜻하게 입고 감기 조심하세요.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mini74 2021-11-24 12:32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안부댓글 감서해요 *^^*

페크pek0501 2021-11-25 14: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살 말고 뭐 방법이 없을까요?
저도 과거를 돌아보면 그땐 왜 그랬을까, 한숨이 쉬어지고 후회하는 때가 있어요.

mini74 2021-11-25 17:27   좋아요 0 | URL
그러니 전쟁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될 일 이란 생각이 더 강하게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