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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미술관 - 새로운 가치 창조, 미술에서 길을 찾다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혁신의 미술관
미술관련 책을 꾸준히 내시는 이주헌작가님이 혁신이란 키워드로 그림을 풀어낸 책이다.
예술에서 보여지는 스타일과 패턴들이, 다양한 문화와 만나 어떻게 변화하며 또 창의적인 작가들에 의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예술품들을 감상하면서, 보여지는 빈 공간을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메우며 독자적이고 능동적으로 보자는 내용도 담겨있다. 주체가 됨으로서 미술에서 내게 맞는 길이나 해결책, 가치관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
이집트의 그리드 패턴(모눈종이위에 그리기)으로 찾은 정교함에 다이나믹함을 더한 그리스 조각, 브루넬레스키와 마사초의 소실점과 원근법, 이집트의 신들 모습을 혼용한 기독교의 미술품들, 목판화의 가치를 알아 본 수도사들 등 시대를 앞서가며 새로운 것에 두렵지 않았던 이들이 변혁을 이루는 과정을 다른다.
오토매틱드로잉이란 무의식을 이용한 예술, 단순함에서 찾은 아름다움과 경건함, 관찰로 이루어낸 빛의 화가들.
그 이전의 그림들과는 달리 강렬한 명암과 극적인 비대칭과 역동성을 보여준 틴토레토는 샤르트르가 “최초의 영화감독”이라 칭할 만큼 박진감있는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의 혁신은 루벤스에게서 들라크루아와 제리코로 그리고 더 쿠닝에게까지 이어졌다.
스쿠올라 그란테 디 산 로코 벽화 프로젝트의 스케치를 보여주는 공모경쟁 자리에서, 이미 완성한 그림을 가져온 그는 빠르게 그리는 걸로 유명했다고 한다. 거기다 무료로 그림을 제공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그의 그림 <최후의 만찬>은 지금의 눈으로 봐도 새롭다. 마치 위에서 보는 듯한 시선과 어두움, 극단적인 명암법 등은 그의 작품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었다. <최후의 만찬>은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리는 주제인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김기창의 <최후의 만찬>(성경 속 인물들이 조선시대의 모습으로 ) 또한 색다른 그림이다.
누구나 그리는 그림으론 더 이상 유명해질 수 없다 생각한 윌리엄 호가스는, 이야기를 선택했다. 서사가 있는 그림, <탕아의 편력>이나 <유행에 따른 결혼>등은 그 시대의 사회상이 담겨있으며, 화가 셰익스피어라 불렸다고 한다. 이런 그림들을 판화로 찍어내 팔았던 호가스는, 판화저작권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유행에 따른 결혼>은 부유한 상인의 딸과 사치로 파산상태인 백작의 아들이 정략결혼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상인의 딸은 변호사(둘의 정략결혼과 관련해 재산 문제 등을 공증하고 계약서를 쓰기 위해)와 눈빛을 오가고, 백작의 아들은 도박과 주색에 빠져 밖으로만 맴돈다. 상인의 딸과 변호사의 불륜현장에 백작아들이 들이닥친다. 백작아들은 변호사의 칼에 죽고, 변호사는 잡혀서 교수형에 처한다. 상인의 딸은 자살하지만, 그 아버지는 죽은 딸의 손에서 반지를 빼낼 뿐이다.(지금의 막장드라마와 맞먹지 않는가.)
그림 속의 키워드는 무궁무진하다. 이 책의 작가처럼 혁신과 새로운 가치를 읽어낼 수도 있고, 그래서인지 기업의 CEO들이 미술관련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그림으로 투자를 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기업가의 눈엔 그림 속에서도 무언가 가치가 될 만한 것을 찾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설가의 눈엔 이야기가, 혹은 직장인의 눈엔 위로가 담길지도 모른다. 그림은 그래서 매력이 있다. 상황과 위치에 따라 그림은 제각기 다른 모습과 다른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마티스에게 아이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기자가 물었더니.
“즐겁거나 즐겁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라고 했다고 한다.
마티스의 말처럼 정말 그림은 그저 놀이, 잠시 어른임을 잊고 신나게 노는 놀이일지도 모른다.
(210페이지, 티치아노가 아닌 틴토레토라고 써야 하는데 아무래도 잘못 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