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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평점 :
괜시리 자꾸 데츠카 오사무와 헛갈리는 이 이름.
데츠카오사무는 전후의 일본에 용기와 희망을, 다자이 오사무는 전후의 일본에 허무를, 둘은 너무 다른데 이름이 같아서 헛갈린다. 후에 알았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필명이란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
여기에 나오는 남동생 나오지가 아마 본인과 닮은 캐릭터가 아닐까.
그리고 본인이 되고 싶은 인물, 누나 가즈코.
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나 귀족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부인할 수 없었던 본성. 결국 나는 귀족입니다라는 유서로 삶을 마감한다.
이혼 후 병든 어머니를 모시는 가즈코, 군대에서 돌아온 아편중독의 남동생 나오지가 주된 인물이다. 사랑없는 결혼을 했던 가즈코는 남동생이 사사받던 작가 우해하라에게 주도적이며 적극적인 사랑을 보이지만, 결국 그것도 허무와 허상.
그래서 가즈코는 편지를 쓴다. 마이 체호프에서 마이 차일드가 된 우해하라, 그리고 마지막엔 마이 코미디언으로. 가즈코는 아이를 낳고, 새로운 생명으로 전쟁과 악몽으로 폐허가 된 새로운 세상을 호기롭게 살아갈 것이다. 자기만의 방식과 자신만의 언어로.
아름다운 것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벚꽃은 날리면서 그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가즈코와 나오지 남매의 어머니는 그 아름다움의 완결체이다. 그 어떤 모습도 우아하고 아름답기에 전후의 혼란과 어둠 속에 사멸한다. 아름다움은 이제 영원불멸이 된다. 훼손될 수 없는 것. 그래서 일까 작가도 작가의 분신같은 나오지도 결국 자살로 끝을 맺는다.
작고 세밀하고 구석진 곳이 아름다운 소설이다. 곳곳에 담겨 있는 다양한 소설들의 인용이, 가슴에 칼자국 남길 듯 아름다운 슬픔, 파멸임을 알면서도 어찌 할 수 없는 허무와 외로움이 겹겹이 꽃잎처럼 쌓여있다.
곧 비가 내리고 계절이 바뀌면, 언제 벚꽃 가득 내려앉았느냐는 듯 세상은 말끔해지겠지.
지는 꽃잎정도는 그저 허무할 뿐이다.
저무는 해도 나에겐 절절하며 마지막의 해라도 다른이들에겐 덤덤하다. 그들에겐 내일의 태양도 내일의 사양도 있을테니. 가즈코는 살아가고 나오지는 떨어졌고, 해는 저물지만, 가즈코의 모습을 보면 저무는 해가 그리 싫지는 않다. 몰락하지만 몰락하지 않은 가즈코의 마음이, 몰락했지만 몰락하지 않으려던 나오지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