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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 - 카리브해에서 만난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ㅣ 클래식 클라우드 29
권리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평점 :
백년의 고독 콜레라사대의 사랑을 따라, 작가의 삶과 이야기가 담긴 곳을 여행하는 책.
가보가 살았던, 사랑했던, 글을 썼던, 배신했고, 떠났다가 돌아왔던 장소와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아 써내려간 이야기들의 처음이었던 그 곳. 시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와 카리브해의 파도, 그 속에 묻힌 죽음과 아픔조차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마술의 주문으로 노란 나비들이 되어 떼지어 나는 곳.
그 곳에서 마콘도를 거닐고, 가보를 만나고, 마술같은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여정의 책이다. ( 여행가고 싶다 ㅠㅠ)
고전 시가에서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에 대한 욕망은 아직도소설의 존재 이유를 말해 준다. 가보의 책을 읽다 보면 ‘어디서 약을팔아?‘가 어느덧 이 약, 3개월 할부 돼요?‘로 바뀌는 과정을 거치게된다. 그는 평생 할 말이 흘러넘쳤다. 오죽하면 자서전 제목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일까?
가보는 은둔하는 자에 대해 가장 탁월하게 묘사한작가 중 하나다. 은둔하는 사람들을 비참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코믹하게 묘사하면서 우리 인간은 대부분 은둔하면서 죽어 간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마치 가죽이 생명을 잃으면서 안으로 조금씩 말려들어 가듯이 쭈그러든 우르술라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죽음의 현상인 것이다.
에스파냐어권에서 가보는 ‘마마갈리스타 mamagalista‘ 즉, 익살의대가로 불린다. 가보를 떠올리면 나는 야자수에 묶여 있는 해먹에누워 맥주를 마시며 세 페이지에 한 번 낄낄거리게 되는 책을 읽는장면이 생각난다. 그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고 폭포 같은 말솜씨와바느질 자국 없는 이야기는 출구를 찾을 수 없게 만든다. 그는 만성 우울증 환자가 비루한 삶으로부터 회피할 수 있게 단단한 몰입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끝을 알고 싶지 않고 그의 이야기안에서만 머무르고 싶게 만든다. 그는 손가락으로 한곳을 응시하고독자가 그 손가락에 의지하는 동안 능구렁이처럼 그 손가락을 타고넘어간다. 농담에 웃어 버리는 순간 독자는 최면에 걸려 버린다. 가보는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최면을 걸까?
독수리 타법에, 작가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맞춤법과 문법 오류를 자랑하던 그였지만, 디테일만큼은 오류가 없었다. 자서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낙천주의와 소심함을 결점으로 뽑았으나, 이런요소들은 소설의 디테일을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된다. 조직적으로짜인 듯 짜이지 않은 듯 현란한 직물 공예를 연상케 하는 그의 디테일은 그가 ‘인물‘을 묘사할 때 뿜어져 나온다. 축구공 생김새도 몰랐던 친구가 축구 해설가가 되고 축구를 하다 부상을 당한 사촌이 집스를 한 김에 볼링을 공부해 챔피언이 되는 장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선수 메시의 발재간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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