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터리풀
볕이 드는 숲 언저리가 붉은빛으로 물든다. 붉음이 주는 가슴 뛰는 순간을 놓칠세라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 본다. 간혹 불어오는 바람결을 타고 달려드는 꽃빛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 정신을 차릴 마음은 애초에 없다. 빼앗긴 마음을 돌려세우기가 쉽지 않다.

한여름으로 달려가는 숲에 짙은 자홍색의 작은 꽃들이 빽빽하게 뭉쳐 줄기의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핀다. 하늘의 별이 지상으로 내려와 붉은 별잔치를 하는 모양이다.

지리산에 사는 터리풀이라는 의미의 지리터리풀이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하얀색의 꽃이 피는 터리풀 역시 한국특산종이며 꽃 색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나무 그늘 속에서 느린 걸음으로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는 길가에는 노루오줌, 도라지모시대, 원추리, 큰뱀무, 둥근이질풀 등 무수한 꽃들의 잔치가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지리터리풀이 보여주는 붉은빛의 꽃의 향연을 놓치면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올해는 간밤에 내린 비와 짙은 안개 속에서 한 눈맞춤이라 특유의 붉은빛이 가려져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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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묘역을 조성하고 그 관리를 위해 한쪽에 밭을 일구셨다. 들고나는 길이 풀로 덮여 옹삭하다고 들르란다.

새벽 길을 나서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 5일장에 들러 가져간 몇가지를 넘기고 큼직한 문어 두마리를 사신다. 집에가서 죽이라도 써 먹으라니 마다할 수가 없다.

애초기와 씨름하며 산소가는 길도 밭둑도 다 베고 나니 집안 뒤안 언덕에 대나무며 잡풀을제거해야 한다. 지붕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이 성가신 까닭이다. 그러고도 한가지 더 남았다. 여나무 그루 감나무에 약도 하자신다. 어렵사리 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려는 모양이다. 이 모든 것을 오전 중에 마쳐야 한다.

오랜만에 집에 오니 마음보다 몸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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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난초
여리디여린 것이 어쩌자고 하필이면 척박한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을까. 바위 위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듯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홍자색 꽃을 꽃대 끝에 모여서 핀다. 간혹 하얀색의 꽃이 피는 것도 만날 수 있다. 꽃은 한쪽으로 치우쳐서 달린다. 길고 날씬한 잎 하나에 꽃대가 하나씩으로 올라와 꽃을 피운다. 하나하나의 모습이 단촐한 것에 비해 무리진 모습은 풍성해 보이는 꽃에 더 눈길이 간다.
 
생긴 모양과 어울리는 이름을 가졌다. 작고 앙증맞아서 병아리난초라고 한다. 병아리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로는 병아리풀과 병아리다리가 있고 병아리다리는 실물을 확인하지 못했다.
 
자생하는 곳의 조건과 작아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아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식물이다. 한번 눈에 들어오면 의외로 사람사는 곳 가까이 있는 것도 확인이 된다.
 
매년 보는 곳을 찿았다. 몇개체가 바위 끝자락에 겨우 붙어 있다. 그 무리 속에 하얀색의 꽃을 피운 개체가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심한 가뭄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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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나도야 물들어간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대의 곤한 날개 여기 잠시 쉬어요
흔들렸으나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작은 풀잎이 속삭였다
어쩌면 고추잠자리는 그 한마디에
온통 몸이 붉게 달아올랐는지 모른다
사랑은 쉬지 않고 닮아가는 것
동그랗게 동그랗게 모나지 않는 것
안으로 안으로 깊어지는 것
그리하여 가득 채웠으나 고집하지 않고
저를 고요히 비워내는 것
아낌없는 것
당신을 향해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자라 허공을 당겨 나아가듯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여간다는 것
맨 처음 씨앗의 그 간절한 첫 마음처럼

*박남준 시인의 시 "나도야 물들어간다"다. 사람, 스며들 틈을 내어주고 서로 물들어 새로운 향기를 만드는 일이 어디 쉬우랴.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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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곡 김재승 서예 초대전
筆遊墨影 필유묵영
 
2022. 7. 7 (목)~ 8. 7(일)
전라남도립미술관 분관
아산조방원미술관
 
손으로 쓰는 글씨에 주목한다. 그것이 펜이든 연필이든 붓펜이든 그냥 붓이든 상관 없다. 그저 하루 한시간 붓을 들고 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붓글씨에 주목하게 된다.
 
잠깐의 인연이 닿아 손수 글씨를 쓰는 것을 보았고 붓잡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짬을 내 그분의 전시회에 다녀왔다. 간혹 눈에 들어온 것도 있고 대부분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나는 얻었으니 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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