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화'
계절의 변화를 아는 지표로 삼는 것들 중에서 꽃만큼 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 생의 주기가 짧아 사계절 중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초본식물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흰색으로 피거나 붉은색으로 피는 꽃에 노랑 꽃술이 유난히 돋보인다. 색은 달리 피어도 이름은 같이 부른다. 서로를 빛나게 하는 꽃잎과 꽃술의 어울림이 좋다. 모든 힘을 꽃에 쏟아부어서 그럴까 열매를 맺지 못하고 뿌리로 번식한다.
 
가을을 밝히는 꽃이라는 의미로 추명국(북한명)으로도 불리지만 서리를 기다리는 꽃이라는 뜻의 대상화가 정식 명칭이다. 봄맞이가 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름을 가졌듯 가을의 의미를 이름에 고스란히 담았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대상화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이 10여 종에 이른다.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가을 서리에 맥 못추는 것들로 대표적인 것 역시 초본식물들이다. 이름에 가을의 의미를 품었지만 순리를 거스리지는 못한다는 듯 '시들어 가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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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든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신경림 시인의 시 "길"이다. 나의 길을 돌아본다. 나는 내 길을 걷고 있나.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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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 秋日
竹分翠影侵書榻 죽분취영침서탑
菊送淸香滿客意 국송청향만객의
落葉亦能生氣勢 낙엽역능생기세
一庭風雨自飛飛 일정풍우자비비

대 그림자 파랗게 책걸상에 앉고
국화는 맑은 향기를 보내 나그네 마음을 가득 채우네
뜰 앞에 지는 잎 뭐가 좋은지
쓸쓸한 비바람에 펄렁대누나

*조선사람 매헌 권우(1363∼1419)의 시다. 조선전기 원주목사, 예문관제학, 세자빈객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이다.

된서리 내렸다지만
국화의 기상을 꺾지는 못한다.
어떤 이는 술잔 나눌 이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누이를 생각하며
다른 이는 은일에 벗하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가을을 떠올린다.

난 술도 못하고
생각할 누이도 없고
더군다나 은일은 꿈도 꾸지 못하기에
그저 바라만 볼 뿐ᆢ.

각시覺時 -불현듯, 알아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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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뿔투구꽃
비슷한 종류의 꽃들은 거듭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어서 구분이 된다. 하지만 봐도봐다도 구분이 어려운 것들이 있다. 내게 있어 그중 하나가 이 투구꽃 집안이다.
 
일반적으로 투구꽃이라고 부르는 것이야 흔하게 볼 수 있어 그런가 보다 싶은데 여기에 수식어가 붙으면 곤란해진다. 노랑투구꽃, 각시투구꽃 여기에 놋젖가락나물, 백부자에 또 바꽃으로 가면 더 혼란스럽다. 직접 본 것도 그런데 보지 못한 것들이 많으니 더 아리송하다.
 
세뿔투구꽃은 우선 5각형이나 3각형의 잎에서 차이가 있어 그나마 구분할 수 있겠다. 꽃은 하늘색으로 피었다가 점차 옅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세뿔투구꽃은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고유종으로 2012년부터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식물의 각기 특성을 올바로 알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많다. 기회되는데로 실물을 접하며 그 차이를 알아가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처음 본 것으로 만족하며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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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
우여곡절을 겪으며 바다를 품고 있는 해국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올해는 이러저런 이유로 그 바다의 해국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철이 조금 지난 것이라도 봐야겠기에 서해바다로 갔다.

동해의 울진, 남해의 완도와 서해의 변산 그리고 제주 검은돌 해변의 해국까지 두루두루 보았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존재감을 뽑내고 있었다. 터전을 떠나 내 뜰에 들어온 해국도 꽃을 피워 아쉬움을 달래주었지만 해국은 바다에서 봐야 제맛인 것을 안다.

나고 자란 환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향한 그리움을 온전히 담는 것은 한치의 다름도 없었다. 바다를 향한 그 진한 속내를 품었으니 내 가슴 언저리에 해국 향이 스며들었으리라 짐작한다.

바닷가에 자라는 국화라고 해서 해국이라 하기에 바다를 빼놓고는 떠올릴 수 없는 꽃처럼 내게 해국은 벗들의 따스함을 온몸을 느끼게 해준 꽃이다. 울진과 제주의 벗들을 오롯히 품게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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