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소망이던 붓을 잡았다. 13회차, 부자연스러운 몸으로 길지 않은 수업을 짧지 않게 보냈다. 그 과정을 이수한 기념으로 붓이 하나 생겼다.

매일 붓을 잡는다. 책장 앞에 작은 서안을 놓고 주변에 먹물과 벼루를 대신할 접시를 놓았다. 우연하게 얻은 큰벼루를 둘 곳이 마땅찮은 이유지만 맞춤한 접시니 그것으로도 되었다. 서안 위에 종이를 놓고 문진으로 있는 누른 뒤 붓을 드는 그 순간의 단정함이 좋다.

받아둔 채본이 제법 되니 앞으로 일용할 양식인 샘이다. 손과 붓이 친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과정을 낙으로 삼기로 했으니 순리에 따르면 될 것이다.

볕 좋은 오후 묵향이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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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끌망 서각 전시회
2020. 12. 20(일)~2021.1.24(일)
전남 곡성군 섬진강로 1465 가정역주차장

*'끌망서각회'는 섬진강 기슭에 사는 이들이 모여 나무에 마음을 새기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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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盡

오늘은 그 오늘이 다함이 없거늘
나쁜 짓은 날로 많아지고
내일은 그 내일이 끝이 없거늘
좋은 일은 날로 적어지는구나

(이천이십년 가을 야암 쓰고 새기고 탁본했다)

*無盡을 호號로 쓰는 이는 글자만 보아도 반갑다. 이름을 얻는다는 것이 주는 가늠할 수 없는 무게를 스스로 품었으니 여기에 무엇을 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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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如之水
마음이 물과 같도다.

볕좋은 날, 그 볕을 품은 돌의 온기가 꽃으로 가득 피어난 곳에서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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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기다림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때면 나는 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루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곽재구의 시 '기다림'이다. 누군가는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읽겠지만 누군가는 이제 새로운 희망을 봅니다. '기다림'의 값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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