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제비란'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엔 특별한 꽃들이 핀다.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그 주인공이다. 종류도 많고 사는 환경도 달라 쉽게 만나기 힘든 대상들이다.

처음 보는 순간 쪼그려앉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요리보고 저리보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눈맞춤 하고서야 겨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연한 홍색으로 피는 꽃 색깔도 매혹적인데 자주색 점까지 찍혀 더 눈길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입술모양 꽃부리가 독특하다. 하얀색으로 피는 것은 흰나도제비란이라고 한다.

독특한 모양에 색깔, 앙증맞은 모습 모두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렇게 독특하니 관상 가치가 높아 훼손이 많단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먼길 마다하지 않고 발품팔아 꽃을 보러가는 이유가 꽃을 보는 동안 스스로를 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것 때문일 것이다. 금강애기나리와 함께 이 꽃도 톡톡히 한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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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제1낙樂

맑은 창가에 책상을 깨끗이 정돈하고,

향을 피우고,

차를 달여놓고,

마음에 맞는 사람과 더불어 산수를 이야기하고,

법서法書와 명화名畵를 품평하는 것을

인생의 제1낙樂으로 삼았다.

*조선시대 장서가와 서화 수장가로 유명했던 담헌 이하곤(李夏坤,1677~1744)의 글이다. 출사하여 입신양명을 중요한 가치로 삼던 조선시대에 출세에 미련을 버리고 마음 맞는 사람과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삼는다고 한다.

무엇에 대한 가치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사람이 벗을 찾아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가 아닌가 싶다.

지금 내 모습이 어떤지 궁금하거든 친하게 지내는 벗의 모습을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 벗하고 있다면 내 마음이 벗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물에 얼굴을 비추어보듯 내 삶의 향기를 벗의 삶에서 미루어짐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남개연의 모습에서 벗의 얼굴을 본다면 과장일까.

침잠沈潛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서 깊이 사색하거나 자신의 세계에 깊이 몰입한다는 뜻이다.

내 인생의 제1낙樂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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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애기나리(금강죽대아재비)

일부러 발품 팔지 않으면 못보는 꽃이기에 기꺼이 나선 길이다. 길이 멀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꽃이 주는 설렘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인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고 일부러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누리는 마음의 평화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워낙 작은 꽃들이 많고 또 그렇게 작은 꽃에 주목하다 보니 작게 느껴지지 않지만 이 역시 작은 꽃이다. 앙증맞은 크기에 연한 황백색의 꽃이 하나에서 둘, 더러는 세개까지 핀다. 얼굴 가득 자주색 반점을 가져서 더 눈길을 끈다. 작지만 꽃잎이 뒤로 젖혀져서 나리꽃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꽃처럼 꽃에 '애기'라는 이름이 붙으면 대부분 작고 앙증맞은 경우가 많다. 애기나리, 큰애기나리, 금강애기나리가 서로 비슷비슷한데 금강애기나리는 얼굴의 자주색 반점으로 구분하면 쉽다.

이름이 바뀌었지만 내겐 여전히 같은 이름이 정겹다. 애기처럼 귀여운 금강애기나리는 '청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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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박준 시인의 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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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다.

같은 때 같은 곳에 머문다. 몇 사람이 빠져나자 슬그머니 물속으로 들었다. 조심스러운 제 몸의 움직임에서도 일어나는 물결이다. 넘실대는 꽃을 바라보며 멈추었다.

물결이 잠들기를 기다려 길게 내쉬던 숨도 멈춘다. 자신을 품어 생명을 깨웠던 물에 스스로를 비추어 내면을 들여다보는 순간이다. 그 무엇도 침범할 수 없는 고요의 세상에 들었다.

우주를 담은 꽃을 가슴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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