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도 끝은 있다.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든 장마가 오늘 아침은 는개와 함께 한다. 비를 품지 못한 안개는 더디게 움직이며 산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덜어낼 무엇이 남은 까닭이리라. 이어지는 장마기에 폭염으로 지치지는 않는다. 동전의 양면이다. 이제는 여름다울 폭염을 기다린다.

마지막 꽃잎을 떨구는 연蓮이다. 색과 모양, 무엇보다 은은한 향기로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잠깐의 시간이었다. 하나 남은 저 잎마져 떠나보내야 비로소 다음으로 건널갈 수 있다. 연실을 튼실하게 키우고 다음 생을 기약하는 일이다.

볕을 더하고 바람을 더하고 비를 더한다. 무게를 더하고 시간을 더하고 마음을 더하는 동안 깊어지고 넓어진다.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은 자연이 열매를 키워 다음 생을 준비하는 사명이다. 어디 풀과 나무 뿐이랴. 존재하는 모든 것은 현재를 살아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관계의 결과물이다.

깊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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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꽃보다 꽃이 담고있는 사연에 주목한다. 그늘진 곳에 피어 그 화사함이 돋보여 뭇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 무더운 여름 한철 그렇게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에 속으로 더 붉어지는 꽃이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것으로 하여 서로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이름도 상사화相思花라 부른다.

꽃 진자리에 잎 나고, 그 잎의 힘으로 알뿌리를 키워 꽃이 피어날 근거를 마련한다. 숙명으로 받아 안고 희망으로 사는 일이다. 어찌 그리움에 안타까움만 있겠는가. 만나지도 못하면서 서로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것, 사랑이 이러해야 함을 스스로 증명한다.

그 어렵다는 사랑으로 살아 더 빛나는 일생이다. 한껏 꽃대 올렸으니 이제 곧 피어나리라. 잎이 준 사랑의 힘으로?.

때를 거스르진 못한다.
바야흐로 상사화의 계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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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감자난초'
두번째 눈맞춤에서야 얼굴을 확인한다. 작디작은 것이 풀 속에 숨어 있으니 눈에 익혀둔 사람 아니고는 찾기 어렵다. 카메라의 눈을 통해서 겨우 구체적인 생김새와 색을 본다.

둥근 알뿌리가 꼭 감자를 닮았다고 해서 감자난초라고 한다. 그 감자난초와 닮았는데 크기도 작고 색과 모양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황갈색으로 피는 꽃에 안쪽으로 짙은 반점이 있다.

감자난초 중 잎이 2개 나는 것을 두잎감자난초, 두잎난초 혹은 한라감자난초라고 한다. 제주도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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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하늘나리'
누구나 자신만의 경험으로 만난 꽃에 대한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보통은 기쁘고 즐거운 기억이지만 때론 슬프고 화나는 일들도 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전설 같은 이야기로 만났던 꽃을 현실에서 만났다.

여름은 단연 나리들의 세상이다. 종류도 많고 사람들 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기도 하니 여름을 대표하는 꽃임에 분명하다. 그중에는 솔나리나 하늘나리 중 아주 귀하게 만나는 꽃들도 있다.

날개하늘나리는 줄기에 날개를 달고 있는 나리꽃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황적색 바당에 자주색 반점이 있는 꽃은 하늘을 향해 핀다.

중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라나 그 개체수가 적어 환경부가 2012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귀한 녀석인 만큼 그에 걸맞는 대접을 해야 지속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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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곡장론好哭場論'

"좋은 울음터로다. 한바탕 울어 볼 만하구나."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의 ‘호곡장론’에서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칠정이 모두 울음을 자아낸다"고 했다. 슬퍼서 우는것 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연암에 따르면 울음은

"기쁨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노여움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사랑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미움이 극에 달하여도 울게 되고, 욕심이 사무치면 울게 되니, 답답하고 울적한 감정을 확 풀어 버리는 것으로 소리쳐 우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소이다.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뇌성벽력에 비할 수 있는 게요. 복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 웃음과 뭐 다르리요?"

요동벌판의 장대함에 기대어 울어볼만 하다는 연암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지만 사내가 기대어 울어도 좋을 것이 하나 또 있다.

막힌 가슴을 뚫어버릴 듯 장쾌하게 쏟아지는 빗속이 그것이다. 이런 비는 소리까지 맑고 개운하여 멍울진 가슴을 풀어버리에 딱 좋은 구실을 제공해 준다. 비의 장악이라도 두른듯 세차게 쏟아지는 비 앞에 서서 빗소리 보다 더 큰 울음을 토하고 나면 연암이 호곡장론을 지은 까닭을 알만도 하다.

맺힌 마음 이제는 풀어도 된다고 비가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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