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목나무'
때를 맞추지 못하여 꽃을 보지 못하고 열매만 보다가 꽃을 만났다. 비와 안개가 만남을 방해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오랫동안 눈맞춤 했다. 높은 곳을 오르는 맛을 알게하는 식물 중 하나다.

독특한 꽃이 잎에 올라 앉아 피웠다. 대부분 쌍으로 앉았으니 더 눈요기거리다. 긴 꽃자루 끝에 짧은 꽃자루를 내고 두세개의 꽃이 핀다. 이 특이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야산 정상부에서 열매로 먼저 만나고 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에서 꽃을 만났다. 먼 길 돌고 돌아 만났으니 같은 곳을 다시 가면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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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며 臨鏡贊
멀리서 바라보면 곱기가 부귀한 사람 같은데 다가서서 살피면 비쩍 말라 산택山澤에 숨어 사는 피리한 사람 같다. 이마와 광대뼈는 시비와 영욕의 처지를 잊은 듯하고 낯빛은 온화해서 사람을 상하게 하거나 사물을 해칠 뜻이 없는 것 같다고들 한다. "광대뼈의 솟은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라고 한 것은 민사문閔斯文이 내 관상에 대해 말한 것이고, "눈동자의 정채가 사람을 쏜다."라고 한 것은 조학사趙學士가 내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약해서 말조차 타지 못하건만 사람들은 내게서 진晉나라 정남대장군征南大將軍 두예杜預를 기대하려 든다. 용모가 세상을 움직이지 못할 뿐인데도 사람들은 나를 '태현경太玄經'을 지은 한나라 양웅楊雄 처럼 본다. 내가 두 손을 모으고 천천히 보폭을 짧게 해서 걷는 것을 본 사람은 염락의 어진 이(주돈이와 정호ㆍ정이 형제)를 본뜬다고 의심하고, 내가 형상을 잊은 채 멍하게 앉은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장자莊子와 열자列子의 현묘함을 엿보려는 것으로 의심한다.

아! 내 일곱 자의 몸뚱이를 아는 사람은 몇 명 있지만 한 치 되는 내 마음을 아는 자는 누가 있을까? 위로는 하늘이 나를 알고 아래로는 내가 나를 안다. 벗으로는 덕중德重 임상정林象鼎이 나를 칠팔 분쯤 알고 선배 중에서는 치회稚晦 조현명이 나를 오륙 분쯤 안다. 노자는 "나를 알아주는 자가 드물면 내가 귀하다."라고 했다. 아! 한 사람 조구명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조구명趙龜命(1693~1737). 18세기 조선 영조 대에 활동하며 문장 팔대가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알렸다. 조구명이 20대 초반에 자신의 모습을 본 후 쓴 글이라니 믿기지 않은 자기성찰로 읽힌다.

"너 누구니?"
거울을 보지 않고 산지 오래다. 그 흔하다는 셀카도 찍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면허증 갱신을 위해 찍은 증명사진을 받아 들고 놀라서 한 말이다. 그렇게 낯선 모습을 마주한다.

"위로는 하늘이 나를 알고 아래로는 내가 나를 안다."라는 말에서 주춤거린다. 하늘이 나를 아는 것이야 속속 들여다보니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나를 얼마나 알까. 더욱, 나를 아는 이는 누구일까? 자발적으로 사회적 단절을 하며 제 마음 편한대로 살고자 하는 이가 스스로를 돌아 본다.

수막새 표정을 보며 살그머니 번지는 미소는 어쩌면 알 수 없었던 속내를 들킨 것이 아닌가 해서다. 거울 보듯 너를 통해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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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박균호, 갈매나무

수십 년간 늘 손에서 놓지 않았던 책을 한동안 일부러 멀리했다. 요사이 딱히 책을 대신할 무엇이 생긴 것도 아닌데도 손에서 놓은 책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그 틈을 파고드는 책이 생겼다.

"알고 보면 인문학도 재미난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오래된 새책'으로 인연이 있는 교사이자 북 칼럼니스트인 박균호의 책이다. "나는 어쩌다 책과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 사람들에게 책 읽는 재미로 안내하고 있다. "가장 실천하기 쉬운 인문학적 행위"가 바로 독서라는 저자 박균호의 시각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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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0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0-08-20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했답니다. 이 책을 사는 걸로요...
 

#시_읽는_하루

햇빛의 선물

시방 여릿여릿한 햇빛이
골고루 은혜롭게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고 있는데,
따져보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무궁무진한 값진 이 선물을
그대에게 드리고 싶은
마음은 절실하건만
내가 바치기 전에
그대는 벌써 그것을 받고 있는데
어쩔 수가 없구나
다만 그 좋은 것을 받고도
그저 그렇거니
잘 모르고 있으니
이 답답함을 어디 가서 말할 거나

*박재삼의 시 '햇빛의 선물'이다. 50여 일의 긴 장마에 폭우로 많은 것을 잃었다. 늘 그리워하던 햇볕이지만 그저 2~3일의 땡볕도 견디지 못하고 푸념하기 일수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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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현삼'
매번 다니던 길도 때를 맞추지 못하면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설령 때맞춰 갔더라도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역시 볼 수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 앞서서 주의력이 요구된다.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는 길에서 만났다. 언듯 보기에는 꽃이 핀건지 아닌지도 모르게 작은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놓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신기하다.

검붉은 보라색의 꽃에 노랑 꽃술이 돋보인다. 윗쪽의 꽃잎이 더 길어 모자를 눌러쓴 모양새다. 자세히봐야 그것도 확대해야 보일만큼 작아서 더 집중하여 관찰하게 만든다.

현삼, 토현삼 등 같은 식구들인데 구별 포인트가 확실하디지만 봐도 구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높은 산 숲 속에 비교적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하니 비슷한 때 같은 곳을 찾으면 다시 확인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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