閉門閱會心書 폐문열회심서
開門迎會心客 개문영회심객
出門尋會心境 출문심회심경
此乃人間三樂 차내인간삼락

문 닫고 집에 있을땐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다.
문 열고 나가서 마음이 맞는 손님을 맞아들인다.
집 밖에 나서면 마음에 끌리는 곳에서 좋은 경치와 만난다.
이것이 내 인생의 세 가지 낙이니라.

*조선사람 象村상촌 申欽신흠(1566~1628)의 인생삼락이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 공감하며 가끔 떠올려보는 문장이다.

오늘 숲 나들이는 너희를 보고자함이 아니었다. 발길이 닫는 곳이 숲이였고 그곳에 너희들이 있었던거다. 하여 반겨주는 벗처럼 눈맞추고 가만 있기만 할뿐이다. 속살 그대로 보여주는 늦가을부터 봄까지의 숲은 애써 감추고자 치장하는 한여름 숲과는 분명 다른모습이다. 그러기에 볼 수 있는 너희들이다.

지금의 숲은 이미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난 후다. 노루귀, 깽깽이풀이 꽃을 떨군 자리에 현호색 마져 비켜가고 진달래 꽃잎 떨어지면 각시붓꽃과 더불어 다양한 난초들이 피어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들 때를 알아 피고 지는데 인간만이 늦다 빠르다며 호들갑이다.

이제서야 알겠다. 내가 어느때 숲을 찾는지. 봄 숲에는 키큰 나무들이 잎을 내 햇볕을 가리기 전에 삶이 준 모든 과정을 마쳐야하는 숨가픈 열정이 있다. 무엇인가 내놓아 싸늘해진 내 가슴을 그 열정으로 채우기 위해 숲으로 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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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에 나서면 마음에 끌리는 곳에서 좋은 경치와 만나는 게 낙이다.

내놓아 빈 가슴 한구석에 담아온 숲의 열정을 이제 나는 다가올 시간을 견뎌갈 힘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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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 울진 바닷가 어디라고 했다. 낡은 트럭에 커피와 몇가지 차를 준비해두고 오는 이들을 맞이하는 중늙은 여인이 있다. 전국을 떠돌다 이곳이 마음에 들어 방을 얻어두고 매일 바닷가로 나온다고 한다.

 

낡은 트럭 주변에는 트럭만큼이나 허술해보이는 다양한 화분이 있다. 커피를 내리는 이의 성정이 짐작되는 부분 중 하나다. 차도와 바닷가를 구분하는 울타리 사이에도 어김없이 화분이 놓였다.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을 나눌 화분들은 무심한듯 동해를 품고 있다. 서로를 위로하는 마음이 동해바다 만큼이나 깊고 넓어 보인다.

 

아주 특별한 인연의 울진 바다와 조금씩 더 친해지는 중이다.

 

다시, 꽃마음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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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말발도리'

식물들의 사는 환경은 제 각각이다. 기름지고 볕 좋은 곳에 터전을 잡고 사는 식물이 있는 반면 옹삭하기 그지없는 바위틈이나 돌 위에서 사는 종류도 있다. 어쩌다 운이 나빠 그런 곳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여기기에 척박한 곳을 근거지로 삼아 살아가는 종이 따로 있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 사는 다양한 모습을 떠올려 본다.

 

물길을 따라 사람의 길이 나고 꽃 아니면 가지 않았을 첩첩산중 길에 발걸음을 했다. 빨리 움직이는 차 안이라지만 눈에 익은 것이나 낯선 식물이나 눈에 띄기는 매한가지라 가던 길을 멈추고 눈맞춤을 한다.

 

매화말발도리다. 숲이 봄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때에 생강나무, 히어리 등과 비슷한 시기에 핀다. 바위틈에 자리잡고 작은 종모양의 하얀 꽃은 아래로 향한다. 여린 가지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말발도리 종류의 꽃은 꽃이 진뒤 달리는 열매가 말발굽에 끼는 편자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매화말발도리는 다른 말발도리에 비해 일찍피며 꽃이 흰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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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괭이눈'

먼길 나선 길에 말로만 듯던 만항재를 올랐다. 안개 자욱한 고갯마루에서 차를 멈추고 숲으로 들어가 처음 만난 식물이 이 선괭이눈이다. 선명한 노랑색으로 강한 인상이다.

 

올봄 두번째 만항재에 올라 제법 군락을 이루고 활짝 핀 무리를 만났다.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나 멀리서 무리를 보는 것이나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어 반갑다.

 

씨앗 모양이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 하여 괭이눈이라 불리는 식물이 제법 있다. 차이가 분명한 것에서부터 미세한 차이로 이름을 달리하고 있으니 따로 두고 보면 구분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애기괭이눈, 흰괭이눈, 산괭이눈, 바위괭이눈, 가지괭이눈 등 다소 복잡한 괭이눈 집안을 대표하는 괭이눈의 꽃말은 '순간의 아름다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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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치마'

때가 되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가만 있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마음을 다하여 기회를 만든 후에야 온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꽃을 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멀리 있어 보지 못하고 아쉬워만 하다가 오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먼길을 나섰다.

 

죽령 옛길을 올라 그늘진 경사면에서 첫눈맞춤을 했다. 올해는 강원도 어느 숲에 이어두번째로 소백산에서 만났다. 몇번의 눈맞춤이 있었다고 꽃을 대하는 마음이 한결 느긋하다. 빛을 품고 제 속내를 드러내며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꽃마음이 불원천리 달러온 그 마음에 닿았나 보다. 반짝이는 보랏빛 꽃술을 품는다.

 

처녀치마, 특이한 이름이다. 땅바닥에 퍼져 있어 방석 같기도 한 잎에서 치마라는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꽃이 필 때는 작았던 꽃대가 활짝 피면서 쑥 올라온다고 한다. 어린 꽃부터 성숙한 꽃까지 봤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차맛자락풀이라고도 하며 비슷한 종으로는 칠보치마와 숙은처녀치마가 있다. 숙은처녀치마는 지리산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올해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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