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심붓꽃'

유독 강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꽃이 있다. 현실의 모습과 사진이 주는 간격에 차이가 있다지만 그것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먼 곳에서만 들리던 꽃소식이 눈앞에 펼쳐지지 그야말로 황홀한 세상이다.

 

작디작은 것이 많은 것을 담았다. 가냘픈 모양도 온기 가득한 색깔도 색감의 차이가 주는 깊이도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다. 여리여리함이 주는 유혹이 강하여 손에 쥐어야할 욕망을 불러온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어떤이의 결혼식에서 첫눈맞춤 하고 제주도에서 보다가 법정스님이 머물렀던 불일암에서 다시 만난다. 올해는 내 뜰에서 느긋하게 만난다.

 

자명등自明燈일까. 마음자리의 본 바탕이 이와같다는 듯 스스로 밝다. 하룻만에 피고 지는 꽃의 절정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어 더 주목받는다. '기쁜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날의 슬픔은 그날로 끝났고 그날의 즐거움도 그날로 끝났다"

*문장 하나에 걸려넘어진다. 우연히 내게 온 오래된 책 머릿말에 담긴 문장이다. 정채봉 선생님의 "눈을 감고 보는 길"이다. 초판본이 2001년이니 20년을 건너와 손에 들어온 셈이고 다시 새로운 글로는 만나지 못할 일이기에 아주 특별한 인연이라 여긴다.

그동안 주목해 온 생각과 맥이 통하는 단어나 문장을 만나면 바짝 긴장하거나 반대로 한없이 풀어지는 기분을 경험한다. 최근에 만났던 서예가 박덕준의 글씨 '평담平淡'이 그랬고 이 문장에서 다시금 만났다.

"가슴에는 늘 파도 소리 같은 노래가 차 있었고 설혹 슬픔이 들어왔다가도 이내 개미끼리 박치기하는, 별것 아닌 웃음거리 한 번에 사라져 버리곤 했다."

바로 이어지는 문장이다. 바다를 처음 본 선상님에게 그것도 동해바다의 특별한 느낌을 평생 간직했다고 한다. 이제 바다의 넓고 깊은 품에 안겨계실까?

어디서 차용한 것인지 내가 쓴 문장인지는 잊어버린 '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을 소망한다'와도 다르지 않다.

"그날의 슬픔은 그날로 끝났고 그날의 즐거움도 그날로 끝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모란牧丹은 화중왕花中王이요

모란牧丹은 화중왕花中王이요 향일화向日花는 충신忠臣이로다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요 행화杏花는 소인小人이라 국화菊花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梅花는 한사寒士로다

박朴꽃은 노인老人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少年이라 규화葵花는 무당이요 해당화海棠花는 창기唱妓로다

이 중에 이화利梨花는 시객詩客이요 홍도紅桃 벽도碧桃 삼색도三色桃는 풍류랑風流郞 인가하노라

*조선사람 김수항(金壽長)이 지은 시조다. '해동가요'를 편찬했다. 지금도 여창가곡 편수대엽으로 불리운다.

꽃에 사람의 마음을 투영하여 이러니저러니 온갖 미사여구를 붙였다. 지금 시대와 사뭇 다른 마음이기도 하지만 달리보면 크게 다르지도 않다. 꽃을 보는 마음도 시대와 그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에 당연한 일이다.

모든 꽃은 제 각각 고유한 결과 향을 지녔다. 피는 시기와 모양, 자라는 환경은 각기 다르나 보는 이의 가슴에 향기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건넨다. 누리고 못 누리고는 오직 받는 이의 몫이지 꽃을 탓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여름을 부르는 비가 내린다. 온 세상이 촉촉하게 젖었다. 하윤주의 노래로 함께 한다.

https://youtu.be/H7To3Hz_c8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애기풀'

뒷산에 오르면 관심 가지고 만나는 여러가지 식물 중 하나다. 한해를 거르더니 올해는 제법 세력을 넓혔다. 그러고보면 지난해는 때를 못맞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애기풀은 제법 크고 눈에도 잘 보일 정도라서 어울리는 이름일까 싶다. 작고 귀엽다는 의미에서 애기풀이라고 이름이 붙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나비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 마주나는 잎 사이에 숨어 보라색의 신비로움을 활짝 펴고 있다. 풀들이 본격적으로 땅을 점령하기 전에 작은키를 키워 꽃을 피운다. 숨어피지만 제법 눈에 띄는 이유도 색의 대비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작고 귀엽고 그래서 더 이쁜 꽃이 풀숲에 숨어 좀처럼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서 '숨어 사는 자'라는 꽃말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큰구슬붕이'

딱히 대상을 정해두고 길을 나선 것은 아니다. 숲에 들어 그때에 맞는 만남이면 좋다. 그것이 풀이건 나무건 특별히 구분 하지도 않는다. 들어가고 싶었던 숲에 들어 걸음을 멈추고 숲의 공기와 소리, 색과 빛 그리고 냄새까지 내 눈과 귀와 몸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보이는 것들에 주목하면 되는 것이다.

 

볕이 잘드는 땅 가까이에서 하늘 향해 속내를 마음껏 풀어냈다. 과하지 않은 보라색의 꽃잎에 햇볕을 품에 제 본연의 색을 발한다. 여리디여린 꽃대에 어찌 저렇게 큰 꽃잎을 달고 있을까. 땅에 바짝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구슬처럼 자줏빛 꽃이 뭉쳐 피어 구슬이 송송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일까. 구슬붕이에 비해 크다고 해서 큰구슬붕이라고 한다. 비슷한 모양으로 꽃을 피우는 것으로 구슬붕이, 봄구슬붕이 등이 있는데 구분이 쉽지 않다.

 

숲으로 깊숙하게 내려않은 햇볕이 봄 숲에 기쁜 소식을 던해주듯 큰구슬붕이는 보는이에게 꽃말 처럼 봄의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